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변과 경쟁하려 들고, 조바심치고, 두려움에 떨며 쉽게 좌절한다. (p.6)



요가할 때의 내가 꼭 이렇다. 나는 지금 요가를 좋아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은 꼭 가려고 하고(잘 안된다), 그렇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내가 요가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결코 보일 순 없다. 나 역시 스스로 볼썽사나워지기 때문에. 호흡부터 잘 안돼서 아아, 내게는 호흡이 왜 이다지도 어렵단 말이냐, 호흡부터 안되는데 각종 아사나는 다 어떻게 소화한단 말이냐! 절망하곤 하는 것이다.



요가원에는 큰 거울이 있다. 내가 자세를 잡을 때마다 그 거울로 나를 볼 수 있는데, 내가 아무리 나의 크고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한다 하지만, 각종 자세를 잡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며 낑낑대고 땀 흘리는 나를 보는 것은, 아아, 결코 아름답지가 않아. 아름다운 건, 요가를 시작하기 전 거울에 비친 내 엉덩이 뿐인가 하노라. 내 엉덩이는 백만불 짜리!! 스스로 이렇게 엉덩이에 감탄하다가, 자세를 잡을 때마다 '엉덩이가 좀 더 작았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는 거다.



이 책은 책을 펼쳐 읽는 순간부터 '아, 좋다!'하고 바로 훅- 느낌이 온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독서의 기쁨을 만끽하는 일이야. 요가를 만나고 요가를 대하는 자세 혹은 그 마음가짐에 대한 글일거라 막연히 짐작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틀렸다는 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거기에 더 많은 것들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단순히 요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영화나 책을 빌려와 얘기하는 거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소설계에 [독서공감] 이 있다면, 요가에는 이 책이 있달까. 그래, 이 책은 [요가공감]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책과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요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니, 요가에서 영감을 받아 책과 영화를 덧붙인다 해도 좋겠다.


독서에는 독서 공감, 요가에는 요가 공감!



일단 요가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작은 키와 짧은 다리, 그리고 빈약한 가슴 때문에 요가복 입는 게 망설여지던 것까지 내가 처음 요가를 만나던 그 때와 같다. 다만, 내 경우엔, 큰 덩치와 큰 가슴 때문에 요가복 입기를 고민했고, 여전히 궁극의 요가복을 찾아 헤매이고 있다. 아, 뭐든 다 크기만한 나 역시 고민인 것처럼, 그렇지 못한 사람 역시 이렇게 옷 입는 걸로 고민하는구나, 이상한 위로가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날 때 호흡을 가다듬어 혼자 요가를 즐기는 저자에 대해서라면, 아직 내가 이르지 못한 경지, 다다르지 못한 경지인데, 저자는 요가를 한 지 2년이 되었다고 한다. 아아, 나는 딱 절반만큼을 했으니, 나도 일 년쯤 더하면 내 분노와 감정을 호흡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될까? 떠오르는대로 동작들을 해보면서 내가 나를 컨트럴 할 수 있게 될까? 아직까지는 내게 먼 이야기 같다. 다만, 나 역시 어느 순간 '아, 내가 혼란스러울 때 매트 위에 가만히 앉아 호흡으로도 나를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지.



이렇게 요가에 대해서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글을 쓴 것도 좋았지만, 그 글을 무척 잘 썼다는 데에도 감탄했다. 문장력이 너무 좋고 글을 너무 잘쓴다! 나는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이 책을 읽다가 '글 쓰기를 배운 사람의 글 같아' 라고 감탄하는 얘기를 했는데, 읽으면서 당연히 '저자는 좋은 학교의 국문학과나 문창과를 나왔을거야'같은 생각을 했다. 내것보다 월등히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뭔가 배운 게 틀림없잖아? 아니, 그래야 하잖아? 그런데 읽다보니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하는 거다.




네???

뭐라고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글을 이렇게 (잘) 써요?????????



아아, 나는 저자 앞에 한없이 고꾸라진다. 나는 저자보다 10년이나 훌쩍 나이가 많지만, 저자보다 요가도 못해 글도 못 써.. 게다가 이 책을 보면 나온지 사흘만에 2쇄를 찍었더라. 아아, 심지어 나보다 책도 더 많이 팔았다!!


인생...




저자가 나와 닮은 점이 무척 많아서, 어어, 난가... 싶을 때가 종종 튀어나왔는데, 일단 요가를 하는 것도 그렇고 책을 읽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닮았고, 뭣보다 글 쓰는데 있어 굉장히 솔직하다는 거다. 남자친구와 콘돔 사용에 대해 얘기하고 모텔의 대실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아아, 이거 저자의 엄마도 읽으실텐데, 괜찮을까' 같은 쓸데없는 오지랖 같은 것도 생길 정도라니까? 그러나 그 솔직함이 너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을 중간에 살짝 해서 별은 하나 뺄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다투고 화가 나 요가를 하는 글이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이 책을 그 친구들이 읽는다면 이것은 저격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 기분은 썩 좋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부터 저격글을 많이 써왔는데, 딱히 저격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그리된 적이 많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고나니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 글에 주변인을 등장시킬 거라면, 나쁜 점에 대해 등장시키지 말자, 같은 다짐을 언젠가부터 해오고 있다. 게다가 그것이 책으로 나온다면 더하다. 책으로 나와버렸으니 저자의 단톡방 친구들은 그 책을 읽고 대체 어떻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서는 그걸 책으로 내버리다니, 좀 .. 뭐랄까.......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책을 낼 생각을 하는 저자이던데, 안그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다.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본다. 나 역시 앞으로 글을 쓸 때 지금보다 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이렇게나 좋아.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니까.



책의 사이즈가 작아 가볍고 가방에도 쏙 들어간다. 가히 '소품'이라고 해도 좋을 책인데, 심지어 읽는 재미까지 있다. 굉장히 차분한 글들로 채워졌는데, 읽으면서 내내 '어떻게 이렇게 차분한 글을 쓸까' 부러웠다. 왜 나는 차분한 글을 못쓰지? 요가를 더해야 하나? 요가를 더해서 마음 수련 하면, 그러면 좀 더 차분한 글이 써질까? 안될거야..나는 그냥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일거야...(시무룩)




그나저나 나도 요가를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을 (어딘가에)적어두고 있었고, 이 글들만으로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겠구나, 사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하하하, 때려쳐야 겠구나 ㅋㅋㅋㅋㅋㅋ 이미 이런 책이 있어서 내가 뭔가 더할 필요가 없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를 하고 있는 사람, 했던 사람이라면, 요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테고,

요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글을 읽는 재미가 상당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런 책이 또 하나 생각나는데, 그건 '김소영'의 《어린이책 읽는 법》이다. 그 책이야말로, 어린이 책을 읽는 사람, 읽어야 할 사람이 읽으면 좋겠지만, 어린이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글 읽는 재미가 상당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작고 유익한 책들이 있어..



아무튼 독서에는 독서 공감, 요가에는 요가 공감.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진설명: 콩국수와 잘어울리는 요가매트만큼의 세계. 맛없는 콩국수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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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8-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겠어요.. 같은 요가 배우는 자로서.. (이제 두달... 꼼지락꼼지락..)

다락방 2018-08-08 11:16   좋아요 1 | URL
비연님!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머리서기도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ㅠㅠ 저는 1년차에 머리서기는 아직 한참 멀어서 5년내를 목표로 잡고있는데 저자는 금세 됐던 것 같아요. 부럽..

읽고 뽐뿌 받아 요가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비연 2018-08-08 11:18   좋아요 0 | URL
부럽네요... 머리서기 ㅠ 전신체위도 안되는 저로선... 뽐뿌받아 요가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 노력~ ^^;;

다락방 2018-08-08 11:21   좋아요 1 | URL
저 1년 했지만 안되는 거 투성이에요. 트위스트 할 때 이 팔로 저쪽 팔 잡고 이러는 건 팔이 다른 팔 근처에도 안가요. 무슨 1년을 해도 몸이 이렇게나 굳어있고 뻗뻗한지... 나무자세가 그나마 안됐다가 되는 자세인 것에 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차차 나아지겠지요. 우리 계속 꾸준히, 재미있게 요가합시다!!

transient-guest 2018-08-14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를 요즘 하다 말다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서...
이번 주부터 다시 화-수-금 스케줄로 도전!!

다락방 2018-08-14 08:59   좋아요 1 | URL
화,수,금.. 일주일에 세 번이면 정말 많이 하시는것 같은데요? 다른 운동도 하시잖아요.
저는 일주일에 네 번이 목표이긴 한데 사실 그게 힘들더라고요. 최소한 세 번이라도 가자, 마음먹지만 이번 주에는 두 번 가면 잘가는 것 같아요. 제가 어제도 술을 마시느라 못갔고 오늘도 술 약속이 있어서..

술은 뭔지...

아무튼 열심히 합시다. 요가 말예요!! >.<

transient-guest 2018-08-14 09:01   좋아요 0 | URL
이 동네는 걷는 일이 별로 없어서 운동이라도 해야죠 ㅎㅎ 요가 fire—- 화이팅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