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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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영화배우 '크리스'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열한살 딸아이 '리건'이 이상한 증세를 보인다. 험한 말이나 욕설은 물론이요 갑자기 소변을 보고 라틴어,그리스어, 독일어, 불어 등의 외국어를 말하고 평소와 목소리까지 달라졌다. 이에 크리스는 너무나 걱정이 되어 병원에 데려가 검사하고 그때마다 치료약이나 주사를 받아 아이에게 투약해보지만 아이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진다. 침대가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어쩌면 아이가 저질렀을지도 모를 살인사건도 일어난다. 크리스는 이에 정신의학의의며 주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신부 '캐러스'를 찾아간다.


캐러스는 크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리건을 보고서 역시나 정신의학적 접근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것은 악마가 빙의했다는 생각을 가진 리건의 엄마, 크리스의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이에 아이의 몸에서 악마를 내보내기 위한 엑소시즘을 행하려면 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이 기존의 목소리와 화법 그리고 지금의 화법까지 비교해 충분한 증거를 마련한 뒤 교회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데 성공하고, 그런 캐러스를 도와 엑소시즘을 진행해 줄 베테랑 신부 '메린'이 리건과 크리스가 사는 집에 도착한다. 크리스는 메린 신부를 보자마자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아이의 몸에 들어간 악마는 아이의 몸을 죽일 생각으로 괴롭히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신체를 성적으로도 이용하고 잠을 재우지 않으면서 아이의 몸을 점점 더 쇠약하게 만들었다. 악마가 나간 뒤 아이의 육체가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까. 그런 아이를 보는 크리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메린 신부가 도착한 것이다.



"맥닐 부인?" 그늘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부드럽고 교양 넘치면서도 성량이 웅장하고 풍부했다.

그가 모자를 벗어 인사하자 크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녀는 그의 눈을 보고 압도되었다. 지식과 사려 깊은 분별로 형형한 눈에서 그녀에게로 평온이 쇄도해왔다. 따스한 치유의 강물처럼. 그 원천은 그의 내면이었지만 어쩐지 그 너머에서도 비롯된 듯했다. 물줄기는 유장하면서도 저돌적이고 무한했다.

"랭케스터 메린 신부입니다."

한순간 그녀는 얼이 빠져 쳐다보았다. 마르고 금욕적인 얼굴을, 동석凍石을 조각해놓은 듯 반질반질한 광대뼈를. 그러다 황급히 문을 활짝 열었다. -p.432



캐러스는 자신의 신앙,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었다.

신은 캐러스의 기도에 응답한 적 없었고 신이 존재한다는, 신이 여기 있다는 표징을 보여준 적도 없었다. 

어린아이 몸에 들어간 악을 쫓아내기 위해 메린을 도우면서 그는 악마가 자신의 죄책감을 자꾸만 들쑤시는 말을 하는 걸 듣는다. 좀처럼 아이의 몸에서 나갈 생각을 않는 악마 때문에 수면 부족에 육체적으로 지쳐갔던 캐러스는, 악마가 이미 돌아가신 엄마의 목소리로 말을 할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엄마를 혼자두었다는 죄책감이 여전히 그에게 깊게 남아있는데, 악마는 자꾸만 그걸 이용해 건드린다. 그런 참에 이렇게 온화하고 악마랑 대적하는 메린 신부 역시도 신의 존재를, 자신의 신앙을 의심하고 회의를 가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메린은 그런 시간을 거쳤지만 결국 자신이 깨달은 바를 캐러스에게 얘기해준다.



"아, 글쎄…… 결국엔 내가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 하느님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그분이 요구하는 사랑은 내 의지에 관한 것이지, 감정으로 느끼는 그런 게 아니었어. 하느님이 요구하는 건, 내가 사랑으로 행하고, 남을 대접하고, 또 나를 몰아낸 사람들조차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네. 물론 지금은 그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위대한 사랑의 실천임을 알고 있지." -p.461



워낙 유명한 영화이니 이 영화의 결말을 얘기하는 것은 굳이 스포일러이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아이의 몸에서 악마는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악마랑 마지막까지 대적하는 사람은, 이 악마와 이미 구면이며 엑소시즘에 경험이 많았던 메린 신부가 아니라, 엄마를 향한 죄책감과 신을 향한 회의를 가지고 있던 캐러스였다. 그는 혼자 남아 악마에게 울부짖는다. 그 어린 아이의 몸에 있지 말고 차라리 내게로 오라고. 그 후에 캐러스에게 닥쳐온 것은, 내가 처음에 우려했던 것처럼, 죽음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죽음. 


나는 이미 이 책의 결말을 영화를 보아 알고 있었고,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가 죽지 않기를, 악과 싸워 악만 쫓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캐러스가 결국 악을 아이의 몸에서 내보내고 자기가 끌어안고 죽어가는 걸 보면서, 그러나 그의 인간의 삶이 끝난 것이 슬픔인 것은 아니라는, 그러니까 그의 기준에서 슬픔이진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왜냐하면, 그는 결국,


구원을 받았으니까.


하나님이 요구한 사랑을 실천한 것이 그의 마지막이었으며, 놀랍게도 그가 그토록 바라던 목소리를 그는 두 눈을 감기 전에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짐작하거나 혹은 기대했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는 분명 들었다. 



"에고 테 압솔보(너의 죄를 사하노라) ……" -p.491



놀랍게도 나는 그가 죽기 전 결국 듣게 된 저 말 때문에, 결국은 그가 구원을 받았다는 깨달음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세상에, 누가 읽기 전에 짐작이나 했을까. 엑소시스트를 읽으며 느끼는 것이 무서움보다 더 큰 안도일 수 있다는 것을. 



악은 비겁하다.

메린 신부의 말대로라면 마귀의 목표는 빙의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라고 한다. 


그리고 목표라면 우리를 절망으로 몰아넣는 거겠지.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부정하도록.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짐승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거야. 사악하고 부패하고 추악하고 무가치하며 존엄이라고는 없는 존재로 말이지. -p.460



나는 그간 무지와 게으름이 악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으며 거기에 비겁함을 더한다. 나는 이 마귀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거나 드러내기 위해 고작 열한살 아이의 몸을 빌렸다는 게 너무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래, 마귀가 최소한의 도리를 지킬 게 무어란 말인가. 또한 열한살 아이는 안되고 스물한살 몸은 된단 말인가? 열한살 아이에게 안되는 거라면 서른한살 몸에게도 안되는 게 맞다. 그렇지만 나는 그래도 고작 열한살 아이의 몸을 빌리고 그 육체를 제멋대로 학대해버린 마귀가 너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비겁함은 악의 부분집합일 것이며, 악을 이루는 구성요소일 것이다. 게으름과 무지는 악의 원인일 것이고 비겁함은 악의 특징중 하나일 것이다. 악에게, 마귀에게, 그래도 선을 넘지는 말라는 말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번이고 말해주고 싶었다. 비겁하다고. 고작 열한살 아이의 몸을 빌어 악을 보이려고 하는 너는 너무나 비겁하다고. 너무 비겁해서 토가 나온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것이 어린 아이의 몸에 들어간 악마를 쫓아내는 공포 이야기 라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나는, 이것은 한 인간이 구원 받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구원은, 악마를 결국 내보내게 된 그 작은 리건에게도 일어난 일이지만, 무엇보다 죄책감과 신에 대한 한없는 부름을 가졌던 캐러스에게 찾아왔다. 이것은, 구원의 이야기이다. 안도감은, 아이의 몸에서 악마가 빠져나감을 알고 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가 들었던, 그가 너무나 절실하게 찾았던 응답으로부터 받게된 것이기도 하다. 그가 간절히 원하던 것을, 그는 마침내 이루었다.



"어쩌면 악이라는 게 선을 벼리는 도가니 아니겠나. 그리고 자신의 뜻은 아니겠지만, 아무리 사탄이라 해도 어떻게든 하느님의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네." -p.462


데이미언 캐러스는 조지타운대학교 도서관 서가에서 찾은 책과 간행물들을 한아름 안고 서둘러 예수회 기숙사 방으로 돌아갔다. 후다닥 짐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서랍을 뒤져 담배부터 찾았다. 오래된 카멜 반 갑이 나왔다. 그는 한 개비에 불을 붙여 깊이 들이마시고는 그대로 숨을 참으며 리건을 생각했다. 히스테리. 당연히 히스테리여야 했다. 그는 연기를 내뿜은 후 양손 엄지를 벨트에 걸고 그 자세로 책들을 내려다보았다. 외스터라이히의 『빙의』, 헉슬리의 『루됭의 악마들:지크문트 프로이트의 하이즈만 사례에 나타난 착행증』, 매캐슬런드의 『현대의 정신병 관점으로 고찰한 마귀 들림과 초기 기독교 시대의 엑소시즘』. 그리고 프로이트 정신의학 저널들에서 뽑아온 논문들. 「17세기 마귀 들림의 신경증」과 「근대 정신의학에 있어서의 마귀 연구」. - P320

책에 따르면, 빙의가 자발적인데다 영매까지 있을 경우엔 새로운 인격이 유순하기도 하다. 티아처럼, 캐러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여자 유령인 티아는 조각가인 남자에게 씌어 간간이 한 번에 한 시간가량 나타났다. 그러다 조각가의 친구와 절절한 사랑에 빠진 나머지 티아는 영원히 그 안에 있게 해달라고 조각가에게 애원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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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1-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엑소시스트 좋아해서 다 찾아봤는데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이걸 책으로 읽는다는건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책은 디테일이 강해서 훨 더 무서울 테니까..저 퇴마록 초반 읽다가 숨막혀서 중단한 사람ㅋㅋㅋㅋㅋ)

그런데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니
꼭 읽고싶어집니다. 눈물 흘리신 포인트가 데미무어 주연의 옛날 영화 <세븐 사인>을 떠올리게 하네요. 거기서도 아이를 위해 그녀가 대신 죽거든요. ‘숭고한 희생‘이란 의미에서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듯 합니다.

그나저나 알라딘의 저커버그 잠자냥님이 안보이시네요ㅡㅠ

다락방 2023-11-07 13:48   좋아요 1 | URL
전 이 책 보고나니까 엑소시스트를 다시 보고 싶더라고요. 오래전에 이 영화 봤을 때는 공포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구원에 집중해서 캐러스 신부를 보고 싶어요. 그런데 도저히 영화를 다시 볼 엄두는 안나요 ㅠㅠ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ㅠㅠ

저는 캐러스 신부가 결국 구원을 받았다는 게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서 너무 좋았어요. 단순히 악을 쫓아낸 이야기가 아니라, 간절히 원한 사람의 구원이 일어났다는 사실이요. ㅠㅠ

그러게요. 잠자냥 님이 왜 안보이실까요. ㅠㅠ

잠자냥 2023-11-08 09:28   좋아요 1 | URL
오구오구....

책읽는나무 2023-11-07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댓글이 1위가 아니라 미미 님이 1위 하셨군요? 덤으로 제가 2위로군요.^^
요즘 잠자냥 님이 바쁘신가 봅니다.

무서울 것 같은 책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책이었다니 놀랍습니다.
푹 빠져 읽으셨군요.
이 가을에 말입니다.^^
악을 물리치는 것보다 신에게서 구원을 받는 것! 마귀의 목표는 우리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읽다 보니...
결국 사람의 껍데기보다(생명) 정신이 우선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심오한 책이로군요.^^

다락방 2023-11-07 18:05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우리의 잠자냥 님이 왜 뜸하실까요. 외롭게.. ㅠㅠ

무서웠지만 읽기를 잘한 책이에요. 가지고 있으면서 나중에 한 번쯤 더 읽어보고 싶긴한데 무서워서 책장에 꽂아두기가 좀 꺼려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째야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 책이 하는 이야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책나무 님!!

단발머리 2023-11-0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무서운데ㅠㅠㅠ 찬찬히 읽었어요. 아이의 몸을 빌리려는 악령의 처절함을 따라 읽는데 <거짓의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우리는 서서히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악령은 그런 조건 아래서는 환자의 몸을 떠날 수 없거나 아니면 떠나려 들지 않으리라는 점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두 가지 결론을 이끌어 냈다. 하나는 이미 언급된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환자 자신이 축사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탄은 인간의 몸 안에 있지 않으면 완전히 무력해진다는 것이다. 사탄은 인간의 몸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악을 행할 수 없다. (397쪽)

우아.... 소름......

근데 진짜 잠자냥님 어디 가신거에요? 핸폰 바꾸고 바로 아닌가요? 아....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3-11-08 08:41   좋아요 0 | URL
와... 인용문 진짜 너무 딱이고 대박이네요. 저 이 인용문 읽으니까 그래서 그놈의 악이 아이의 몸을 빌린거구만, 싶더라고요. 그 몸을 벗어나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크- 비겁한 악, 무력한 악. 역시 <거짓의 사람들> 사기를 잘했어요. 흠흠.

잠자냥 님 돌아오셨다는 소식입니다!! 일단 본인의 서재에 나타나셨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3-11-07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엑소시스트를 공포영화 그 이상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딱히 없었는데 거기서 이런 후기가 나올 줄이야 캬 역시 다락방님....엑소시스트 심오한 책이였네요

다락방 2023-11-08 08:39   좋아요 0 | URL
처음엔 무서웠지만 끝까지 읽기를 참 잘한 책이었어요. 결국 구원받는 간절한 마음을 보는 것은 제게도 좋더라고요. 영화에도 그 구원이 나오던가 갸웃하여 다시 보고 싶지만, 그건 차마 용기가 안납니다 ㅠㅠ

잠자냥 2023-11-08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구오구 얘들아 나 없어서 심심했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8 09:38   좋아요 3 | URL
무슨 일 있나 걱정했다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샤드 나폴리탄 카라멜 씨솔트 초콜릿 - 132g

평점 :
절판


이제 알라딘에서 책 사면서 쿠폰 사용할 때 커피 대신, 시사인 대신, 초콜렛을 살 수 있다 만세!
저 봉지 뜯으면 낱개 포장이라 아주 좋다. 지금 사무실 내 책상 위에도 두 개 있다. 하나 먹어야겠다. ㅋㅋㅋㅋㅋ
난 초콜렛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거 왜이렇게 좋아하고 있는거지? 이 마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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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06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먹은게 젤 맛있지 않으셨나요?! 보낸 사람이 사랑도 담은 것 같은데 ㅋㅋㅋ

다락방 2023-11-06 11:47   좋아요 3 | URL
보낸 사람의 사랑을 느껴서 제가 이 초콜릿을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는걸까요?
사랑, 그건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1-0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밀크랑 씨쏠트랑 고민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11-07 07:53   좋아요 1 | URL
오오 그렇다면 저는 씨솔트 조심스레 밀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단씨 2023-11-0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 애매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골라 넣었던 굿즈보다, 달달한 카라멜이 더 끌리네요. ^^
혹시 받아보셨나요? 양은 적을 것 같아서요. ㅎㅎㅎ

다락방 2023-11-07 18:04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몇 개인지 세보지 않았는데 포장에도 개수는 나와 있지 않네요? 132g 이라고 중량만 나와있고..
양도 적당한듯 합니다. 저도 당분간 초콜릿을 끼워 살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푸는 2023-11-1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크 밀크 시솔트 중에 매우 심한 고민중에 있습니다

다락방 2023-11-15 16:46   좋아요 0 | URL
달콤한 거 좋아하시면 일단 씨솔트 가시죠! ㅎㅎ
 

주말에는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십여년 전쯤, 온 가족이 다함께 제주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 다섯식구가 함께 여행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여동생과 남동생이 결혼한 후 각자의 가족이 생겼고, 그 후의 여행은 대부분 유닛의 형태였다. 우리 엄마가 여동생네와 함께 가거나 내가 여동생네와 함께 가거나 남동생만 우리 부모님과 나와 함께하거나 여동생과 나와 둘만 하거나 하는 식. 이렇게 오로지 우리 오리지널 다섯 식구의 여행이라니. 목포나 여수로 동생들은 가고 싶어했지만, 몸이 불편한 아빠를 생각해 가까운 곳으로 차를 끌고 가기로 해서 강릉으로 결정했다. 모두 편안히 묵기 위해 숙소도 넓고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 여동생은 가기 전에 이 여행을 기념하자며 단체로 티를 구입했다. 동생이여..



이왕 하는 거 색깔도 다 통일해버렷! 이라고 내가 했는데 남동생이 뜯어 말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우리 다섯 식구가 출발, 휴게소마다 들러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었다. 강릉에 도착해서는 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신나게 짬뽕순두부도 먹고 커피 거리 가서 커피도 사 마시고 빵도 먹었다. 

(사진은 남동생과 여동생)


그리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숙소가 기대만큼 좋아서 다들 환호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고단하셨던 아빠는 침대에서 좀 쉬시라 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각자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 바다를 보러 나갔다.


바다와 우산 든 남동생



바다 앞에서 우비 입고 요가 포즈 취하는 여동생 ㅋㅋ


바다 앞에서 파도 치는 것도 보고 주변 식당엔 뭐가 있나 탐색한 후 숙소로 돌아와 다들 잠시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나가기 전, 호텔 로비에서 직원에게 부탁해 단체 사진도 찍어보았다.



저녁은 아주 맛있는 생선구이와 삼겹살을 먹었는데, 식당엔 꽃게라면을 팔고 있었다. 나는 메뉴에 떡하니 꽃게라면이 써있는데, 어째서인지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이렇게 주문했다.


"대게라면 하나 주세요!!"


그러자 직원분은 '대게라면 없어요, 꽃게 라면이에요' 하셨고, 나는 이게 무슨 일? 하고 메뉴를 확인 후에 부끄러워졌는데, 직원분은 이내 말씀하셨다.


"너무 자신있게 말해서 나도 우리 대게라면 있는줄 알았네"


그러자 다른 테이블의 손님 중 한 분이


"대게로 끓여드려요!"


하셔서 식당안이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고 ㅋㅋㅋ 직원분은 라면을 내어 주시면서,


"대게로 끓였어요."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식구들도 모두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그랬어? 묻는데 나도 몰라.. 해버린 부분..




저녁을 배불리 먹고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게는 오빠로부터 받은 나의 61년산 슈발블랑이 있었고, 그걸 강원도까지 챙겨왔지.




테라스에는 자쿠지가 있었고 엄마는 반신욕을 하고 싶어하셨지만, 날씨가 추워 반신욕은 포기하고, 대신 우리 모두 족욕을 했다. 모두 술잔을 하나씩 들고 테라스 자쿠지의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근 것이다. 아빠는 다리를 올려 자쿠지 안으로 들어오기가 힘드셔서 포기. 나머지 가족들은 술잔을 들고 족욕을!!




다들 위에는 목욕가운도 하나씩 뒤집어 쓴 채였다. ㅋㅋㅋㅋㅋ 너무 씐나서 우리는 이모한테 영상통화도 했다. ㅋㅋ 이모, 여기 바다가 있고 자쿠지가 있고 술이 있고 우리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 안의 이모도 웃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엔 숙소에서 해가 뜨는 걸 보았다.



게다가 날씨도 좋았다.

호텔에서 다같이 조식을 배터지게 먹고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한 뒤, 순두부 젤라또를 사먹으러 갔다. 순두부 젤라또와 인절미 젤라또를 사서 다같이 맛을 보고, 또 휴게소마다 들러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었다. 평창 휴게소에서는 엄마의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김없이, 책을 샀다.



















《루앙프라방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진유정'의 책이다. 진유정의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진유정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검색했지만, 죄다 절판단 책들 뿐이어서 하는수없이 중고를 샀다. 이 책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다녀온 뒤 쓴 책인 것 같았다. 진유정은 동남아시아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뭔가 새로운 책을 또 써주었으면 좋겠다.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책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 다시 한 번 가볼 계획이기 때문에 진유정의 책을 읽고 가면 좋을 것 같다.


《프런트 데스크》는 이번 달에 함달달 원서읽기를 같이 해보고자 준비하는 마음으로 샀다. 원서는 이미 갖춰두었는데, 확실히 번역본이 있는 원서를 읽는게 마음에 불안이 덜하다. 내가 잘못 이해할까봐 넘흐 두려워... 그나저나 여성주의 책 읽기도 하고 있고 코스모스도 이번달까지 읽어야 하는데 원서 읽기, 할 수 있을까. 화이팅!!


《보통 일베들의 시대》는 사실 꼴도 보기 싫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샀다.


《거짓의 사람들》은 스캇 펙의 책. ㄷㅂㅁㄹ 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된 책인데 '악'이 언급되는 것 같았다. 주말 동안 노느라 다 읽지 못한 책 엑소시스트에서도 악은 등장하는 바, 악이 궁금해져서 읽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가 파악한 '악'은 멍청하고 게으르다. 그리고 엑소시스트 읽으며 하나 더 추가한다. 비겁하다. 이건 다 읽고 다시 써볼 예정이다.




이 책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맞춤법도 맞춤법이지만 아니, 띄어쓰기 너무 어렵지 않나요?

사실 이 책 읽는다고 나의 띄어쓰기가 나아질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읽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 맞춤법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나 책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문자메세지나 카카오톡으로 엉망진창 맞춤법 보내는 애인에 대해서 실망한 경험을, 아주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나?


어의가 없다.. 라고 쓰는 일은 아주 다수인데, 나는 처음 어의가 없다는 표현을 보고 되게 놀랐었다. 어이가 없다를 어의가 없다로 쓴다고?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썼다. 오..





맞춤법에 대해서라면, 나는 한문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맞춤법을 틀리는 아주 많은 이유는 한자를 모르는 데 있지 않은가 싶어지는 것이다. 오래전의 나는 도대체 한문을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는가, 왜 신문에 한문이 나오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많은 단어들이 한자를 알면 그 단어를 알기도 쉬어지고 맞춤하게 쓰기도 쉬워지는 거다. 처음 듣는 단어를 의미 파악하기도 한자를 아는 것은 도움이 된다. 물론 그건 많은 단어가 한자어로 쓰여져있다는 말과 다름 없지만. 


물론 가장 쉽게는 모르는 단어다 싶으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다. 요즘엔 스맛폰이나 피씨를 통해 검색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문제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자신이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는 사람들은 '어, 이거 맞나?'라는 생각에 확인을 해보고자 찾아보지만,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다. 심지어는 '너 그 맞춤법 틀린거야' 라는 말을 들어도 인정하지 않고 고치지도 않는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에게 가장 충격적인 맞는 단어는 '금세' 였다.


오래전에 책에서 '금세' 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다. 당시에 나는 '금새'가 맞다고 생각해왔으므로. 그런데 그 책에서 또 '금세'가 등장하는 거다. 내 기억에 그 책은 박완서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처음엔 오타라고 생각했다가 '박완서가 이걸 틀릴 리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국어사전을 찾아봤고, 거기에서 나는 '금세'는 '금시에'의 준말이라는 걸 보게 된다. 


오 

마이


그러니까 금세가 맞다고??? 대충격의 도가니였다. 너무 오래 '금새'를 맞다고 생각해와서 당시에는 '금세'로 쓰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금새'를 보면 너무나 어색하고 고쳐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아-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더니.. 하하하하하.


아무튼 여러분 '금세' 가 맞습니다.



그리고 쨘-




저 초콜렛 맛있어서 다크로도 사봤는데, 다크는 더 맛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 여행갈 때 차 안에서 씨솔트도 다크도 식구들하고 맛있게 먹었다. 다크 너무 맛있어서 재구매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솔트는 이미 재구매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둘 중 하나 택하라면 나는 다크. 다크 너무 맛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가 조카 너무 보고싶다.

매일매일 매주매주 찾아가고 싶지만, 나는 시누이... 

그래서 어제 남동생한테 거듭 말했다.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달려갈거야. 그게 어디라도. 니네 가족 여행갈 때 어른 하나 더 있으면 좋을테니, 쇼핑 갈 때도 어른 하나 더 잇으면 얼마나 좋니, 내가 필요하면 불러. 난 언제든 괜찮아.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걸 잊지마." 라고 했다. 육아로 힘든 얘기 할 때마다 "날 기억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과 엄마는 나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꼴불견 시누이 되는 거 참 쉽다...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월요일 되는 거 너무 싫어.. 지난주에는 '다음주부터 다시 태어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에 가서 족발이나 시켜 먹어야겠다. 에휴. 다시 태어나긴 뭘 다시 태어나. 걍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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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1-06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여행에 단체티 아이디어 좋네요! ‘우리가 있고..바다가 있다‘ 이 말도요ㅋㅋㅋㅋ 오늘 책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몇 권 더 주문해야겠습니다. ^^

족발에는 역시 소주ㅋㅋㅋ👍

다락방 2023-11-06 10:10   좋아요 1 | URL
으흐흐 저는 맨투맨 티가 참 안어울리는 사람이고 아빠도 어색해하셨지만, 하루 잘 입고 놀았습니다. 따뜻한 티셔츠여서 추운 날씨에 좋았어요.

오늘 어떤 책 구입하실지 궁금합니다. 구입하시면 리스트 공유해주세요, 미미 님. 미미님과 거리의화가 님 벌써 함달달 글 쓰셔서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3-11-0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여행 가고 싶어요. 정말요. 그런데 참 여의치 않네요. 그리고 다락방님, 어머니 초상권만 안 지켜 주기 너무 하신 거 아녀요? ㅋㅋㅋ 마지막 남동생한테 한 얘기 ㅋㅋ 저 큰 소리로 웃었어요. 저랑 너무 비슷해서요. 아기 조카가 올케랑 세트다 보니, 이것 참 보고 싶다고 막 다 풀 수도 없고, 어렵더라고요. 고모라는 위치는 이모보다 더 어려워요. 마음껏 사랑할 수 없어서.... ㅋㅋㅋ단체티 입고 간 다락방님 가족 여행, 저도 언젠가 꼭 따라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3-11-06 11: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들 가족들이 있고 사정이 있어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희도 이 날로 다 계획해놨는데 비 소식이 있더라고요. 다음으로 미룰까, 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런 식으로 미루면 가기 힘들다, 비가 와도 그냥 가자! 해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다녀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후훗.

맞아요, 블랑카 님. 이모로 사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고모는 좀 어렵네요. 마음껏 사랑하기가 어렵습니다. 시누이라는 위치가 그렇게 만드네요. 아가 조카가 영상 통화할 때마다 저에게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올케가 듣고 있겠지, 나를 원하는 제자식의 말을...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06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게로 끓여드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른 테이블 그 손님 너무 좋네욬ㅋㅋㅋㅋㅋㅋ
단체티까지 맞춘 가족여행 넘 즐거운 시간이셨던 것 같아 덩달아 훈훈해지고요. 🥹
금세가 진짜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이긴 한가 봐요. 저도 따로 외웠어요 금세는 ㅋㅋㅋ 금세 요새는 금시에 요사이 이렇게 외우니까 이후론 안 헷갈리더라고요?!
다락방님은 다크가 더 취향이다....메모..✍️

다락방 2023-11-06 11:50   좋아요 3 | URL
은오 님, 이 초콜릿 너무 마음에 들어요! 낱개 포장인 것도 좋고 선물 받아 알게된 거라 더 좋은 것 같고. 그냥 막 좋아요. 이 초콜릿을 생각하면 그냥 막 좋습니다. 잔뜩 사서 여기저기 다 뿌리고 싶어요! ㅋㅋ

저는 요새는 안헷갈렸는데 금세는 되게 충격이었어요. 뭐라고? 설마, 그럴 리가! 이렇게 되었었어요. 금세에 대해서는 금새라는 확신을 제가 갖고 있었더란 말이죠. 국어 사전 찾으면서도 책이 틀렸겠지 싶었는데, 제가 틀렸을 때의 그 충격이란.. 사람이 역시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건너야 하는 겁니다. 안다고 확신하지 말고 무조건 찾아보자! 물론 잘 안되지만, 그래야해요. 짐작만으로 움직여도 안되는 것이고요. 여하튼 살면서 배울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행은 또 가고 싶어요. 이번엔 혼자 똑같이 가보고 싶습니다. 호텔에서 나가면 금방 바다라 그것도 너무 좋았어요. 생선구이도 또 먹고 싶고 말이지요. 크-

거리의화가 2023-11-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가족여행 다녀오셨군요. 적어주신 글만으로 흐뭇해져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가족여행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저도 3~4 년 전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다들 일을 하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쉽지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 움직이기가 수월할 때 다녀와야한다 생각은 하는데 앞으로 몇 번 더 갈 수 있을지...ㅠㅠ
왠지 저도 다크 버전 초콜릿이 제게 더 잘 맞을 듯해서 담아둡니다! 다음에 꼭 같이 주문해야겠어요^^ 다락방님 이번 주도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3-11-06 16:41   좋아요 0 | URL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성인이 된 뒤에는 다같이 날짜 맞춰 여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자식들이 분가하고 나면 더 힘들고요. 그래서 다같이 이렇게 모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네요.
물론 간다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진 않아요. 순간순간 짜증날 때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번 여행도 욱 해서 짜증날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참는 순간들이 있어야 즐거운 여행도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 몇차례에 걸친 수술로 몸이 불편하시고 장애등급도 나오셨어요. 지팡이가 있어야 걸으실 수 있답니다. 거리의화가 님 말씀을 들으니 이보다 더 불편해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다녀와야겠다 싶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님도 화이팅입니다. 월요일이 저물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3-11-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초콜릿 저도 사봐야겠어요. 초콜릿 하면 역시 다크죠! 라면 하면 역시 대게라면이고요! 암요. 다락방님께 고작 꽃게가 말이 됩니까? ㅋㅋㅋ
원가족 5명 여행이라니 정말 좋네요. 단체티 맞추는 동생분 귀여워요 ㅋㅋ 어머님 사진은 얼굴을 안 가리셔서 좋군요 ㅎㅎ 환한 미소 아름다워요!
저도 ‘금세‘ 헷갈려서 금세=금시에, 금새=금사이 로 외웠답니다.
아가 조카 보고 싶어하는 다락방님 마음이 절절이 느껴집니다 ㅋㅋㅋㅋ 지금 이 예쁜 시절에 많이 보셔야할텐데!!

다락방 2023-11-06 16:43   좋아요 1 | URL
초콜릿 너무 신기해요. 저는 딱히 초콜릿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왜이렇게 이 초콜릿 생각하면 기분이 좋죠? 먹지 않아도 이미 좋은 이 마음 뭔지 모르겠네요? 껄껄. 특히나 제가 다크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 초콜릿은 다크가 찐이더라고요! 아 그런데 씨솔트는 그 나름대로 또 달콤하고 그래서 좋아요. 저는 씨솔트도 선물 받아 먹어보고 재구매하고 다크도 사서 쟁여두었어요. 엄마 가끔 드시라고요. 후훗.

아주 오래전에 저희 삼남매가 부산 간 적 있었는데 그때도 여동생의 제안으로 다같이 티 맞춰 입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가 조카 너무 보고싶어요, 독서괭 님 ㅠㅠ 아가 조카가 영상통화로 놀러오라고 할 때마다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흑흑 ㅠㅠ 너무 예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목련 2023-11-0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대의 좋아요가 필요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간 기억이 없고 지금은 갈 수 없으니, 마냥 부럽습니다.
다락방 님은 참 좋은 언니고 누나, 좋은 딸이군요!

다락방 2023-11-06 16:44   좋아요 0 | URL
이번 여행에서도 아빠한테 짜증난 순간이 있어서 버럭 했었는데, 자목련 님 댓글 보니까 너무 후회가 되네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을 때가 저에게도 분명 올것인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족발을 사드려야겠어요... 당연히 저도 먹고요..... 흠흠.
저는 못된 딸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읽는나무 2023-11-0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게 이곳에서 먹으면 대개 맛있다!며 몇주 전 아재개그하던 선배의 말이 떠오르네요.ㅋㅋㅋ
˝대게라면 주세요!˝ 이 말에 주인장도 팔고 있는 상품인 줄 알고 속다니..ㅋㅋㅋ
단체 티셔츠 입고 가족사진 찍으신 걸 보니 넘 좋아보입니다. 형제분들도 그렇겠지만 부모님도 좋아하셨겠어요. 저도 부럽습니다.^^
아가 조카...˝날 기억해˝ㅋㅋㅋㅋㅋ
이모라면 몇 번이나 찾아가도 부담없었겠죠? 아...고모란 존재는...ㅋㅋ
저도 내년에 아가 조카 생기는데...고모라서!!! 쩝~ ㅋㅋㅋ

다락방 2023-11-06 16:47   좋아요 1 | URL
고모라서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꼰대 시누이가 되지 말자고 다독이느라 매주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요. 흑흑 ㅠㅠ 게다가 아가조카에게는 가까이에 사는 젊은 이모들이 셋이나 있답니다? 그건 이 아가의 복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시간 보내고 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저희 형제들끼리 열심히 돈벌자고 계속 얘기했어요. 열심히 돈 벌어서 또 다니자고요. 열심히 돈 벌어야겠어요. 이 회사 언제까지 다닐지 알 수 없지만 그 후의 삶을 저는 요즘 계속 고민중이에요. 파김치를 팔아볼까 외국 항공사 승무원에 도전해볼까... 그렇지만 외국항공사 승무원은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삶은 고민의 연속입니다. 화이팅!!

단발머리 2023-11-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분에게 모델료 드려야 하는거 아닙니까. 여동생분한테도. 어머님한테도!! 강릉여행 대게라면 짱입니다 ㅋㅋㅋㅋㅋ
락방님 돈 많이 버시라라라라라라라라!!

제가 오늘 ‘금세‘를 가르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vs 금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7 07:54   좋아요 0 | URL
돈 열심히 벌어야겠어요. 지금은 이 회사를 그만두면 뭘 해서 먹고 사나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1. 파김치 만들어 팔기
2. 외국항공사 승무원 도전(영어공부, 다이어트에 시간 많이 걸림)

정도를 생각해두고 있습니다.

이만 총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08 09:41   좋아요 0 | URL
락방아 루프트한자나 아에로플로트를 노리자. 다요트 없이 바로 합격이야.

다락방 2023-11-08 09:55   좋아요 0 | URL
내가 그동안 숱하게 비행기를 탔지만 이렇게 뚱뚱한 승무원은 못봤는데요????????????

달자 2023-11-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체티입고 여행가신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귀여우셔요~~~ 즐거운 여행 끝엔 언제나 새책이 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8 08:41   좋아요 1 | URL
즐거운 여행 끝엔 언제나 새책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언제나 새책이, 새책은 늘 우리 곁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괴물] 파주주














으.. 《엑소시스트》 읽고 있다.


처음 몇 장 읽고서는 읽지 말까 살짝 고민할만큼 집중도 잘 안되고 딱히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철학적 깊이 라는 책 소개에 끌려 구입했지만, 지가 있어봤자 그걸 얼마나 품고 있겠어? 무섭기나 하지.. 하는 마음이 되어서 포기하려다가, 그래도 조금만 더, 했다가 거의 중간까지 읽은 지금, 완전히 푹 빠져 버렸다.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리뷰를 쓴다면 이 주제이다, 라고 정해둔 것도 있어서 아마도 다 읽고 리뷰를 쓰겠지, 정도만 생각했는데, 그건 나중 문제고, 벌써부터 할 말이 많다.


일단 이 책에는 '파주주'가 언급된다. 파주주라니, 파주주 내가 알지. 악마. 내가 바바라 크리드의 책 《여성 괴물》에서 파주주 만났었지. 그래서 내가 그거 악마인 거 다 알지! 하고 짜릿한 마음으로 파주주를 접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너무 여성 괴물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거다. 엑소시스트에 대한 부분을 꼭 다시 찾아 읽고 싶어.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냐면, 회사 근처에 서점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그 책을 꼭 사고 싶은 거다. 집에 두 번이나 읽은 그 책이 있는 걸 알지만, 지금 당장 내 손에 없기 때문에 다시 사고 싶어지는 거다. 그만큼 엑소시스트가 재미있고 엑소시스트에 대해 바바라 크리드가 한 말을 읽고 싶은 거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바바라 크리드가 다룬 엑소시스트는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엑소시스트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가 쓴 여성 괴물에 대한 페이퍼에서 엑소시스트가 있을 것 같아 검색해 보았다. 먼댓글로 연결했는데, 얼라리여~ 제목도 '파주주' 인게 있고, 거길 보면 '파주주' 몰라서 찾아봤는데 메소포타미아 악마더라, 하는 글을 써놓고, 그런데 그렇게 메모하고 한 장 넘기니, 이미 여성괴물 처음 읽을 때도 파주주 몰라서 찾아보고 적어 놓은 흔적이 있더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파주주 한 번 읽을 때 몰라서 찾아봤지만 새까맣게 까먹고 그 뒤에 한 번 더 찾아보고 알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엑소시스트에서 만나니 '오오, 내가 여성 괴물에서 봐서 알지!' 가 되었는데,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저기 먼댓글 페이퍼 보면, 바바라 크리드가 파주주를 얘기한 건, 엑소시스트편 에서였다. 엑소시스트에 파주주 나온다고 얘기하는 거다. 아? ㅋㅋ 엑소시스트 에서 파주주 보면서 오오 바바라 크리드 여성 괴물 나오지, 하고 여성 괴물 봤더니 여성 괴물에서는 '엑소시스트에 파주주 나온다'고 되어 있던 것. 결국 파주주의 출처는 엑소시스트... 여러분 내 말이 뭔지알쥬?


일단 지금 읽는 엑소시스트에서 두 인물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졌다. 파주주(악마)가 언급되는 만큼, 이 책은 신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기억이 맞다면 결국 신부가 악을 처단하는 걸로 결말이 될텐데, 자, 이 신이라는 것에 대해, 아니 더 정확히는 인간이란 것에 대해 나는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아 정말 나는 진짜 이런 거 너무 재미있어 ㅠㅠ 뭐냐면, 봐봐, 코스모스가 우주에 대한 얘기잖아? 행성과 혜성, 자전과 공전 뭐 이런 거 잔뜩 나오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 얘기들 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얘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뉴턴이 대학생 때 미분과 적분을 발명했다는 얘기 같은 거, 점성술 책 샀다가 유클리드 기하학 책까지 사서 공부했다는 거, 이런 거, 결국 인간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지 않나욤? 진짜 짜릿하게 재미있다. 엑소시스트에서도 그렇다. 나는 인간의 이야기가 너무 좋다. 뉴턴 처럼 한 인간이 공부 천재인 이야기도 너무 좋고, 이 책에 등장하는 '캐러스 신부' 처럼 결국 신부가 될만큼 종교적이지만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내적 갈등에 휘둘리는 이야기.


캐러스 신부는 다른 사제들로부터 상담 요청을 많이 받을 정도로 잘 알려진 정신의학의 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요즘 신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신을 믿고 또 믿고자 신부가 되기까지 했지만, 그러나 이 땅에 이민 와 말도 통하지 않는 엄마를 혼자 버려두었다는 사실이 괴로운 거다. 신을 따르고자 선택한 일이 빈민 구호소에서 밥을 타 먹어야 하는 엄마를 버려두는 일과 동시에 진행된다면, 결국 신부가 됐다고 해도 '내 어머니를 버려뒀다'는 자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 아닌가. 캐러스 신부가 바로 그렇다. 어쩌면 캐러스 신부에게는 그런 엄마 옆에 있고 싶지 않아 종교를 선택했다는 지극히 은밀한 자기만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땅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를 봐줘야 하는 건 자기의 몫이었을테니까. 신부가 된 지금, 간혹 엄마를 찾아가면 엄마는 그렇게나 기뻐하며 맞아주지만, 그러나 엄마를 볼 때마다 가슴 속 죄책감이 솟아 올라 엄마를 보는 일이 괴롭다. 그런 그거 종교적 회의를 갖게 됐다. 찾을 때 어디에도 없는 신,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신. 도대체 신은 어디있단 말인가. 신부란 직업을 가진 캐러스가 이제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렇게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신이 괴롭다. 그런데,


엄마가 입원했다. 일반 병원에선 받아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질 않았다. 엄마는 발작을 일으킨다. 병실의 창을 통해서만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엄마를 앞에 두고 언제나 그랬듯이, 기도를 한다.



"도미네, 논 숨 디뉴스 ……그저 한 말씀만 하시어 제 영혼이 치유되게 하소서……"

이성에 완전히 어긋나게도, 모든 지식에 어긋나게도 그는 누군가 자기 기도를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럴 리는 없었다. -p.135



그의 갈등을 조금 들여다볼까?



총장은 그가 회의에 빠진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그 점에 대해선 캐러스도 고맙게 생각했다. 자신의 대답이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씹고 배변하는 욕구. 어머니의 예수성심에 대한 성월(아홉 달 동안 매달 첫 금요일 미사에 참석해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고 영성체를 하면 은총의 지위에서 죽음을 맞게 될 거라는 약속), 악취가 나는 양말.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인한 기형아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낯선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등유를 뒤집어쓰고 타죽은 어린 복사에 대한 신문기사. 아니, 아니다. 그건 너무 감정적이었다. 세상에는 악이 실재하고, 그중 대부분은 회의, 즉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솔직한 혼란에서 비롯된다. 공평한 하느님이 그 혼란을 끝내려 하지 않는다? 끝끝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말 한마디 않고?

"주여, 우리에게 표징을 보여주소서……"

나사로의 부활은 까마득한 과거에 일어난 흐릿한 사건일 뿐이다. 오늘날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그의 웃음소리를 들은 자는 없다. 왜 표징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

여러 시기마다 캐러스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길 열망했다. 그리스도를 보고 만지고 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오, 주여, 제가 주님을 보게 하소서! 알게 하소서! 꿈에나마 현현하소서!

그 갈망에 그는 소진되었다. -p.82




그리스도를 보고 만지고 싶어서 결국 신부가 되었는데 아직 보고 만지지 못했고, 그런데 그 시간동안 어머니를 혼자 두었다. 그가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만날 때면 어머니를 여기에 이렇게 혼자 두어서는 안됐던 거라고 자꾸만 괴로워진다. 죄책감과 자책이 가득 쌓여있는데 신의 목소리라도 들었다면 그가 회의에 빠지진 않을 수 있었을텐데, 아니,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신은 표징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는 괴롭다. 그는 갈등한다. 점점 더, 신이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쪽으로 기울어버린다.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책의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고 캐러스 신부는 아직 리건을 만나지 않았다. 리건을 만나고 난 뒤에 캐러스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가 보이지 않는 표징에 대해 의심하고 회의가 들어도, 어쩌면 그는 나중에는 '다 그런 뜻이 있었구나, 이것도 다 신의 계획이구나' 할런지도 모른다. 어떤 것을 믿는 자에게 그 믿음을 의심하는 자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끊임없이 들려온다. 캐러스 신부 스스로 회의가 들지 않아도, 타인은 그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네가 믿는 그 신은 네가 힘들 때 어디있었는데?"


그러나 캐러스 신부와 같은 신을 믿는 자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신이 다 뜻한 바가 있을거야."



엑소시스트의 결말, 소녀의 몸에 깃든 악을 물리치는 신부가 결국 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신부가 캐러스 신부인..건가. 아 갑자기 너무나 괴롭다. 캐러스, 죽지 마요. 악만 죽이고 당신은 죽지 마요 ㅠㅠ


또 하나의 인물은 점술가다.


리건의 집에서 리건을 본 점술가 '메리 조 페린'은, 리건의 '이상함'을 혼자 알아차린다. 리건이 아프다고, 몽유병일지도 모른다, 신체적 이상일지 모른다, 병원에서 온갖 검사 다 받아도 정확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고 이상한 증상만 심해가는 가운데, 메리는 알아차린다.



"크리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녀가 천천히 조용조용 말했다. "많은 사람이 날 강신술과 연관해서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오해야. 그래, 나한테 재능이 있긴 해."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건 주술이 아냐. 사실, 나한테는 극히 자연스러운 거야. 난 천주교도로서 우리 모두 두 세계에 한 발씩 디디고 있다고 믿어. 우리가 의식하는 한쪽 발은 시간이지. 하지만 나 같은 별종들은 때때로 다른 발에서 오는 신호를 감지하거든. 그리고 그 발은 영원 속에  있다고 생각해. 그곳에는 시간이란 게 없고, 그래서 미래도 현재도 다 현재야. 그래서 이따금 그 다른 발이 찌르르할 때, 내가 미래를 보게 되는 거겠지. 누가 알겠어?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쨌든 그래. 하지만 주술은……" 그녀가 단어를 고르느라 잠시 말을 끊었다. "주술은 조금 달라. 나도 그건 멀리하고 있어. 잠깐 손대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위저보드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그중 하나고."

이제껏 크리스는 그녀를 분별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도 지금의 태도는 오싹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크리스는 애써 떨쳐버리려 했다. -p.119-120


인상적인 건, 점술가이자 강신술과 연관된 '메리 조 페린'은 천주교도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런 역술인을 현실에서도 알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천주교인이면서, 그러나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봐줄 수 있는 사람. 천주교와 점술가는 서로 극과 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게 아닌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다.  나는 이게 너무 신기하다. 그런 한편, 이게 뭐가 신기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걸 믿으면서 동시에 저것도 보는 삶을 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책 속 메리가 말한 것처럼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 '두 세계에 한 발씩 디디고 있다' 는 것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것이 메리가 믿는 것이다. 내가 무얼 믿을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고 메리는 두 세계 모두-시간과 영원이라고 메리는 표현했다-에 우리가 한 발씩 디디고 있다는 걸 믿고 있는 것이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여러분?


나는 신의 응답을 듣고 싶었지만 응답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캐러스 신부가 궁금하고, 우리가 시간과 영원에 한 발씩 디디고 있다고 말하는 메리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사실 시간과 영원에 한 발씩? 잘 모르겠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 너무 재미있어. 그렇지만,




무섭다. ㅠㅠ


너무 무섭다 ㅠㅠ



나는 보통 아침 출근길에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하는 책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아침 출근길의 집중력이 제일 좋아서. 추리 소설류는 일요일 밤 자기 전에 펼치는 편인데, 그렇다면 내 기준으로 엑소시스트는 일요일 밤에 펼쳐야 맞았다. 그렇지만,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이 책을 밤에 읽을 자신이 없는 거다. 그래서 정신이 가장 깨어있는 출근 시간을 하는 수 없이 투자하기로 했다. 읽기는 읽고 싶고 그런데 밤에 읽으면 악몽을 꿀 것 같고. 아니, 여러분 사탄, 악마 무섭잖아. 그래서 내가 오늘 출근길에 이 책 읽으면서 왔는데, 아니 너무나 무섭지만 또 한 편 너무나 흥미진진. 지하철에서 내려 걸으면서도 읽었다. 휴.. 너무 무섭다. 그런데 너무 흥미로워. 얼른 뒷쪽 읽고 싶은데 나는 사무실이고 일이 많다 ㅠㅠ



다음엔 아무쪼록 엑소시스트와 악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나의 생각도 필요한 일이므로 될 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 '윌리엄 피터 블래티'에 대한 작가소개를 가져오겠다.


윌리엄 피터 블래티 (William Peter Blatty)


192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946년 가톨릭교회 수도회인 예수회가 운영하는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영문학을 공부하고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공군에 입대해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국 정보국에서 근무했다.

1960년 영화 각본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 접한 ‘메릴랜드 열네 살 소년의 악마 빙의 사건’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엑소시스트』가 1971년 출간 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작가적 명성을 알렸다. 1973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동명 영화가 할리우드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사회적 열풍을 일으켰고, 직접 작업한 각본으로 그해 오스카상 각색상, 골든글로브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엑소시스트』에 이어 ‘믿음의 미스터리’라는 주제를 다룬 장편소설 『9번째 배치』(1978년) 『군단』(1983년)을 발표했으며,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트윙클 트윙클 킬러 케인〉과 〈엑소시스트 3〉의 연출 및 각본을 맡았다. 2017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작가소개> 中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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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3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밤에 밤새 읽어! ㅋㅋㅋ
어디서나 인간을 발견하는 다락방

다락방 2023-11-03 14:37   좋아요 1 | URL
밤엔 안돼요. 가위 눌려요... 히융ㅠ

잠자냥 2023-11-03 15:01   좋아요 0 | URL
가위도 안 눌릴 거 같은데....
가위 올 거면 이왕이면 근육 가위로 오라고,,,,

다락방 2023-11-03 15:27   좋아요 0 | URL
저 약하고 예민한 여자.....

책읽는나무 2023-11-0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출근길에 그리고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읽게 되는 그런 책이라니...
공포 영화..공포 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종교 철학과도 관계가 깊은가 보군요.
근데 아침에 읽었대도 밤에 좀 무서울 것 같아요.ㅜㅜ

다락방 2023-11-06 10:12   좋아요 1 | URL
어휴 이거 빨리 읽어야 되는데 제가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 아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요. 전 너무 좋습니다. 너무 무섭지만요 ㅠㅠ
비단 종교뿐만이 아니라도, 믿는 사람에게 닥친 위기는 또다른 믿는 사람이 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말하는 걸 상대가 듣고, 알고, 함께 믿어줘야 그 다음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읽는 부분에서는 악령 들린 리건의 엄마 크리스가 드디어 신부를 찾아갔고 딸의 증상에 대해 얘기한 장면이었어요. 신부는 정신의학의 라서 정신병적으로 설명하긴 하지만, 아이를 만나고 와서는 각종 악마 빙의에 대한 책을 찾아 읽습니다. 아, 이런 거 진짜 너무 재미있어요. ㅠㅠ
 
핼러윈 파티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왕수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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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려내는 다양한 인물들은 읽을 때마다 놀랍다.
이번 책에서는 자기애에 쩔어버린, 그래서 도덕도 윤리도 자식도 내던지는 사람이 나온다. 그에 반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도 나오고. 인간은 왜 이런거야, 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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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핼러윈이라서 읽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2 11:56   좋아요 0 | URL
ㅋㅋ 아니 이거 영화 나온다고 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 보기 전에 볼라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거서 크리스티 하나도 안 읽었네요. 나는...... 이 페이퍼 보니까 그 생각만 들어요. 많이 안 무섭나요? 오엑스로 대답해줘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6 18:04   좋아요 0 | URL
애거서 크리스티는 무섭지 않아요!!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