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십여년 전쯤, 온 가족이 다함께 제주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 다섯식구가 함께 여행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여동생과 남동생이 결혼한 후 각자의 가족이 생겼고, 그 후의 여행은 대부분 유닛의 형태였다. 우리 엄마가 여동생네와 함께 가거나 내가 여동생네와 함께 가거나 남동생만 우리 부모님과 나와 함께하거나 여동생과 나와 둘만 하거나 하는 식. 이렇게 오로지 우리 오리지널 다섯 식구의 여행이라니. 목포나 여수로 동생들은 가고 싶어했지만, 몸이 불편한 아빠를 생각해 가까운 곳으로 차를 끌고 가기로 해서 강릉으로 결정했다. 모두 편안히 묵기 위해 숙소도 넓고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 여동생은 가기 전에 이 여행을 기념하자며 단체로 티를 구입했다. 동생이여..
이왕 하는 거 색깔도 다 통일해버렷! 이라고 내가 했는데 남동생이 뜯어 말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우리 다섯 식구가 출발, 휴게소마다 들러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었다. 강릉에 도착해서는 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신나게 짬뽕순두부도 먹고 커피 거리 가서 커피도 사 마시고 빵도 먹었다.
(사진은 남동생과 여동생)
그리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숙소가 기대만큼 좋아서 다들 환호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고단하셨던 아빠는 침대에서 좀 쉬시라 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각자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 바다를 보러 나갔다.
바다와 우산 든 남동생
바다 앞에서 우비 입고 요가 포즈 취하는 여동생 ㅋㅋ
바다 앞에서 파도 치는 것도 보고 주변 식당엔 뭐가 있나 탐색한 후 숙소로 돌아와 다들 잠시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나가기 전, 호텔 로비에서 직원에게 부탁해 단체 사진도 찍어보았다.
저녁은 아주 맛있는 생선구이와 삼겹살을 먹었는데, 식당엔 꽃게라면을 팔고 있었다. 나는 메뉴에 떡하니 꽃게라면이 써있는데, 어째서인지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이렇게 주문했다.
"대게라면 하나 주세요!!"
그러자 직원분은 '대게라면 없어요, 꽃게 라면이에요' 하셨고, 나는 이게 무슨 일? 하고 메뉴를 확인 후에 부끄러워졌는데, 직원분은 이내 말씀하셨다.
"너무 자신있게 말해서 나도 우리 대게라면 있는줄 알았네"
그러자 다른 테이블의 손님 중 한 분이
"대게로 끓여드려요!"
하셔서 식당안이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고 ㅋㅋㅋ 직원분은 라면을 내어 주시면서,
"대게로 끓였어요."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식구들도 모두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그랬어? 묻는데 나도 몰라.. 해버린 부분..
저녁을 배불리 먹고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게는 오빠로부터 받은 나의 61년산 슈발블랑이 있었고, 그걸 강원도까지 챙겨왔지.
테라스에는 자쿠지가 있었고 엄마는 반신욕을 하고 싶어하셨지만, 날씨가 추워 반신욕은 포기하고, 대신 우리 모두 족욕을 했다. 모두 술잔을 하나씩 들고 테라스 자쿠지의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근 것이다. 아빠는 다리를 올려 자쿠지 안으로 들어오기가 힘드셔서 포기. 나머지 가족들은 술잔을 들고 족욕을!!
다들 위에는 목욕가운도 하나씩 뒤집어 쓴 채였다. ㅋㅋㅋㅋㅋ 너무 씐나서 우리는 이모한테 영상통화도 했다. ㅋㅋ 이모, 여기 바다가 있고 자쿠지가 있고 술이 있고 우리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 안의 이모도 웃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엔 숙소에서 해가 뜨는 걸 보았다.
게다가 날씨도 좋았다.
호텔에서 다같이 조식을 배터지게 먹고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한 뒤, 순두부 젤라또를 사먹으러 갔다. 순두부 젤라또와 인절미 젤라또를 사서 다같이 맛을 보고, 또 휴게소마다 들러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었다. 평창 휴게소에서는 엄마의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김없이, 책을 샀다.
《루앙프라방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진유정'의 책이다. 진유정의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진유정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검색했지만, 죄다 절판단 책들 뿐이어서 하는수없이 중고를 샀다. 이 책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다녀온 뒤 쓴 책인 것 같았다. 진유정은 동남아시아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뭔가 새로운 책을 또 써주었으면 좋겠다.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책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 다시 한 번 가볼 계획이기 때문에 진유정의 책을 읽고 가면 좋을 것 같다.
《프런트 데스크》는 이번 달에 함달달 원서읽기를 같이 해보고자 준비하는 마음으로 샀다. 원서는 이미 갖춰두었는데, 확실히 번역본이 있는 원서를 읽는게 마음에 불안이 덜하다. 내가 잘못 이해할까봐 넘흐 두려워... 그나저나 여성주의 책 읽기도 하고 있고 코스모스도 이번달까지 읽어야 하는데 원서 읽기, 할 수 있을까. 화이팅!!
《보통 일베들의 시대》는 사실 꼴도 보기 싫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샀다.
《거짓의 사람들》은 스캇 펙의 책. ㄷㅂㅁㄹ 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된 책인데 '악'이 언급되는 것 같았다. 주말 동안 노느라 다 읽지 못한 책 엑소시스트에서도 악은 등장하는 바, 악이 궁금해져서 읽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가 파악한 '악'은 멍청하고 게으르다. 그리고 엑소시스트 읽으며 하나 더 추가한다. 비겁하다. 이건 다 읽고 다시 써볼 예정이다.
이 책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맞춤법도 맞춤법이지만 아니, 띄어쓰기 너무 어렵지 않나요?
사실 이 책 읽는다고 나의 띄어쓰기가 나아질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읽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 맞춤법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나 책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문자메세지나 카카오톡으로 엉망진창 맞춤법 보내는 애인에 대해서 실망한 경험을, 아주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나?
어의가 없다.. 라고 쓰는 일은 아주 다수인데, 나는 처음 어의가 없다는 표현을 보고 되게 놀랐었다. 어이가 없다를 어의가 없다로 쓴다고?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썼다. 오..
맞춤법에 대해서라면, 나는 한문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맞춤법을 틀리는 아주 많은 이유는 한자를 모르는 데 있지 않은가 싶어지는 것이다. 오래전의 나는 도대체 한문을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는가, 왜 신문에 한문이 나오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많은 단어들이 한자를 알면 그 단어를 알기도 쉬어지고 맞춤하게 쓰기도 쉬워지는 거다. 처음 듣는 단어를 의미 파악하기도 한자를 아는 것은 도움이 된다. 물론 그건 많은 단어가 한자어로 쓰여져있다는 말과 다름 없지만.
물론 가장 쉽게는 모르는 단어다 싶으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다. 요즘엔 스맛폰이나 피씨를 통해 검색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문제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자신이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는 사람들은 '어, 이거 맞나?'라는 생각에 확인을 해보고자 찾아보지만,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다. 심지어는 '너 그 맞춤법 틀린거야' 라는 말을 들어도 인정하지 않고 고치지도 않는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에게 가장 충격적인 맞는 단어는 '금세' 였다.
오래전에 책에서 '금세' 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다. 당시에 나는 '금새'가 맞다고 생각해왔으므로. 그런데 그 책에서 또 '금세'가 등장하는 거다. 내 기억에 그 책은 박완서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처음엔 오타라고 생각했다가 '박완서가 이걸 틀릴 리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국어사전을 찾아봤고, 거기에서 나는 '금세'는 '금시에'의 준말이라는 걸 보게 된다.
오
마이
갓
그러니까 금세가 맞다고??? 대충격의 도가니였다. 너무 오래 '금새'를 맞다고 생각해와서 당시에는 '금세'로 쓰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금새'를 보면 너무나 어색하고 고쳐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아-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더니.. 하하하하하.
아무튼 여러분 '금세' 가 맞습니다.
그리고 쨘-
저 초콜렛 맛있어서 다크로도 사봤는데, 다크는 더 맛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 여행갈 때 차 안에서 씨솔트도 다크도 식구들하고 맛있게 먹었다. 다크 너무 맛있어서 재구매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솔트는 이미 재구매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둘 중 하나 택하라면 나는 다크. 다크 너무 맛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가 조카 너무 보고싶다.
매일매일 매주매주 찾아가고 싶지만, 나는 시누이...
그래서 어제 남동생한테 거듭 말했다.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달려갈거야. 그게 어디라도. 니네 가족 여행갈 때 어른 하나 더 있으면 좋을테니, 쇼핑 갈 때도 어른 하나 더 잇으면 얼마나 좋니, 내가 필요하면 불러. 난 언제든 괜찮아.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걸 잊지마." 라고 했다. 육아로 힘든 얘기 할 때마다 "날 기억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과 엄마는 나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꼴불견 시누이 되는 거 참 쉽다...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월요일 되는 거 너무 싫어.. 지난주에는 '다음주부터 다시 태어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에 가서 족발이나 시켜 먹어야겠다. 에휴. 다시 태어나긴 뭘 다시 태어나. 걍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