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은 날이었고, 엄마는 나랑 상관없이 집에 아주 많은 시래기를 먹기 위해 감자탕을 끓이셨고, 그렇게 세상의 우연은 나를 소주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감자탕과 소주를 놓고 추운 겨울 밤에 엄마랑 여행 프로그램보며 노닥노닥 했는데, 요즘에 나의 최애프로그램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계속 결방인지라, 다른 거 뭐 볼까 하다가, EBS 에서 하는 것도 많이 봤어서, 다른 거 뭐있나 검색하고 어제는 《원나잇 푸드트립》을 다시보기했다. 자, 어디어디를 볼까, 하다가 '이특'이 스위스에 갔다고 해서 그걸 재생시켰다. 이게 경쟁을 하는 거였는데 이특은 스위스, '장도연'은 홍콩, '정준하'는 나고야에 간 거였다. 그래서 엄마랑 '야 저거 저사람들 진짜 앉은자리에서 다 먹는걸까?' 이런 얘기하면서 보는데, 장도연이 홍콩에서 탄탄면을 먹더라. 거기가 로컬푸드 맛집이라는데, 탄탄면이 사천식이라 아주 맵다는 거다. 그리고 칠리 새우도 시켰는데 엄청 맵고. 탄탄면과 칠리 새우 너무 맛있어 보여서, '홍콩 갈까?' 이랬더니 엄마가 '그래, 가자' 이랬는데 ㅋㅋ 우리가 항상 뭐든 볼 때마다 이래가지고 어제 '스위스 가자' 이것도 했다. 어쨌든 '저기 가면 저거 맛있겠네' 이러다가, 일전에 나의 사랑스런 조카 타미가 '이모랑 둘이 홍콩 가고 싶어' 했던 게 생각나서, '아 근데 타미랑 가면 엄마, 저거 매워서 못먹겠다, 걔가 나랑 홍콩 가고 싶대' 라고 했다. 그리고 스위스 편을 보는데, 이특이 디저트로 초코머핀을 먹었다. 근데 그 초코 머핀 속에는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초콜렜이 들어있는 거다! 그걸 보니까 또 나는 나도 모르게, 으앗, 저거 맛있겠다. 저거 먹으면 우리 타미 눈 감고 음미하면서 황홀해 하겠네... 했더니, 엄마가 옆에서 그러셨다. '너는 머릿속에 타미 생각 뿐이냐?'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도 모르게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했다. 이런 게 사랑이야. 이거 예전에.. 공지영이었나 신경숙이었나, 둘 중의 누군가에 소설에 이런 구절 있었다. 내가 지금 인용해놓은 게 없어서 정확한 문장을 가져올 순 없지만, 뭐 좋은 거 보거나 먹거나 할 때 누군가 생각나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라고. 그 사람이 이걸 못먹어서 못 봐서 그사람에게 부족해서 생각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해서 좋은 거 볼 때 생각나는 거라고. 그거 보고 아 정말 그렇다! 했는데, 그러고보면 나는 뭐 맛있게 먹고 좋은 거 보고 그럴 때마다 분명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거였다. 아, 정미경은 그렇게 말했었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생각나면 사랑이라고!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정미경, 아프리카의 별, p.201





그건그거고,


오늘 아침 책을 읽는데, 나는 '훼예포폄'이란 단어를 따악- 맞닥뜨리게 됐다. 어? 다시 읽었다. 훼예포폄... 본문들 사이에서 생김새도 좀 겉돌게 생겼고, 나는 이것은 무슨 괴랄한 오타인가...손가락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여 일으킨 오타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오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서는, 사전에 넣고 검색해 보았다. 앗. 오타가 아니다, 있는 단어였어!! 괴랄한 단어가 아니였어. 괴랄한 게 아니라 내가 모르는 거였어!!





아아...세상엔 내가 모르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거죠? 난 이것말고 또 뭘 모르고 있는거죠? 아아...너무 심한 충격이었다....


훼예포폄.. 알아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아무튼 이런 생전 처음 보는, 오타스런 단어가 나오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다.

















아아, 이 책 참 좋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라 말하고,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쓰는 게 자신에게 필요하다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는 일에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하루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그래서 하루키는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 매일 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그렇게 오래 달려왔고,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잘 맞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이런 평범한 얘기, 스스로의 룰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를 읽는 것은 그대로의 기쁨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매일 달리느냐, 의지가 참 강하다, 라고 감탄하는 소리도 들리는데, 내가 보기에는 날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퇴근하는 일반 샐러리맨이 체력적으로는 훨씬 대단합니다.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한 시간씩 타는 것에 비하면 나 좋을 때 한 시간 남짓 달리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요. 특별히 의지가 강한 것도 아닙니다. 달리기를 좋아해서 그냥 내 성격에 맞는 일을 습관적으로 계속하는 것뿐입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삼십 년씩이나 계속하지는 못하겠지요. (p.184-185)



그래 맞아, 의지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정말 그렇다. 보통 끈기가 있다고 말을 하려면, 그 일과 내가 어느 정도 맞아야 가능한거다. 친구들은 내가 꾸준히 글을 쓰는 걸 보고 끈기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친구중에 누군가는 아주 오래 수영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아주 오래 책을 읽고 있다. 반면 나는 운동에 있어서는 끈기를 발휘하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사람을 끈기가 있다 없다 혹은 의지력이 있다 없다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한 가지를 꾸준히 해낸다는 건, 그만큼 그것과 내가 어느정도의 합이 맞다는 게 아닐까. 


써놓고나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착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라도, 자기가 피곤하면 안만나게 되지 않을까. 최종적으로 나랑 오래 알고 지내는 사람은, 나랑 어느 정도는 통하고 잘 맞는 상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내 경우엔 그렇다. 



위의 인용한 문장이 좋았던 건, 나에 대해 잊지 않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루키가 말하는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한 시간씩 타는 샐러리맨' 이 나다....

나야..

나라니까..

나라구...




내 체력이 좋다는 것에 대해 친구들이 얘기하다가, 그런 얘기를 한거다. 다락방은 체력이 왜 좋은가? 이렇게 사람 많은 서울에서 지하철타고 출퇴근을 그리 오래했으니 당연히 체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라고. 아아 어쩐지 일리있는 말이다 싶었는데, 하루키도 말했어. 러시아워에 한시간씩 대중교통타고 출퇴근 하는 샐러리맨인 나에 대해서..... 



이 책을 아직 다 읽지 않았는데 참 좋다. 그리고 어쩐지 힘이 된다. 나란 인간은 새삼, 규칙적으로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달리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본인은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게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렇게 규칙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게 너무 좋은 거다. 그러고보면 나는 늘 그런 사람에게 끌렸던 것 같다. 자기 할 일을 충실하게 잘 해내고, 자신의 몸이 하는 얘기에 귀 기울이고, 나에게 무엇이 좋은가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 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은 지겨울 수 있지만,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은 단단하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힘들 때 무너질 수 있는 게 이 일상이란 거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은 무너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일거다. 그렇게 나는 정신적으로도 또 육체적으로도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너무 좋다. 내가 하루키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이유가 그런 것이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단순히 그의 소설도 에세이도 재미있어서 하루키를 좋아했던 건데, 그런데 오늘 에세이를 가만 읽노라니, 나는 그의 이런 점도 참 좋아했던 게 아닌가 싶다. 




좋아합니다.

좋아해요.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꾸준히 하면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아이디어를 꾹꾹 눌러담아 머리에 저장하고 끈기있게 써내려가다보면, 나도 소설 한 편은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를 생각하다보니, 아아, 글을 써서, 소설을 써서 먹고 사는 삶은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날이 올까, 그러면 소설을 근사하게 쓰면 되지, 그러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쳐서 삶이 피곤해질텐데, 적당히만 알려지고 적당히, 근근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려면, 너무 잘 써서는 안되고 적당히만 잘쓸까... .같은 망상에 휩싸이고 말았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우리의 하루키는 넘나 쿨하셔서, 하하하하, 책읽는 사람이 조금만 있다고 해도 자기는 괜찮다고 말한다. 멋지심! 



책을 읽는 습관이 일단 몸에 배면-그런 습관은 많은 경우 젊은 시절에 몸에 배는 것인데-그리 쉽사리 독서를 내던지지 못합니다. 가까이에 유튜브가 있건 3D 비디오게임이 있건, 틈만 나면(혹은 틈이 나지 않더라도) 자진해서 책을 손에 듭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스무 명에 한 명이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책이나 소설의 미래에 대해 내가 심각하게 염려할 일은 없습니다. 전자책이 이러니저러니 하는 얘기도 현재로서는 굳이 염려하지 않습니다. 종이가 됐든 화면이 됐든(혹은 『화씨 451』적인 구두 전승이 됐든), 매체나 형식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책을 읽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괜찮습니다. (p.76-77)




꾸준히 읽고 써야겠다. 꾸준히 읽고 쓰다보면 언젠가 근사한 소설도 한 편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다니엘 글라타우어나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처럼 쓰고 싶다. 헤헷. 



(인용문이 많은데 그건 다 읽고 차차 이 페이퍼에 추가하는 걸로...)





아, 어제 엄마한테 보약 얘기했더니 엄마는 먹지 말라고 하셨다. 보름치에 30만원 정도 된다고 하시는데 별로 효과 없다고. 나는, 그냥 먹으면 효과 있을 것 같긴한데, 30만원이라니... 흐음..... 그건 ........ 좀 곤란하네? 넘나 ... 비싸네? 흐음... 내가 나에게 30만원을 투자할 것인가, 말것인가. 아아, 마셔서 다 없어져 버리는 거라니 아깝지만, 그러나 먹고 나서 내가 깨발랄해진다면.... 흐음. 지금도 충분히 발랄한가? 이정도로만 발랄할까?



위에 얘기한 프로그램에서 정준하는 나고야에 가서 돈까스도 먹고 덮밥도 먹고 그랬는데, 와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 엄마, 나고야 갈까? 했더니 엄마는 그래, 저기가 먹을 게 많겠다, 하셨다. 스위스는 세상 풍경 예쁜데 이특이 자꾸 치즈치즈 먹어서, 엄마가 '나는 저기는 싫다' 이러시는 거다. 풍경은 예쁘잖아? 했더니, 응 너무 예쁘네.. 하셨지만, 야, 저기 음식은 다 저러냐? 하고 싫어하심. 내가 보기에도 너무 치즈치즈 먹어서, 이특 괜찮으려나, 아무리 치즈를 좋아해도 저렇게는 힘들것 같은데 .. 생각했더니, 아니나다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컵라면 두 개 클리어 하며 기뻐하심 ㅋㅋㅋㅋㅋㅋ감동의 눈물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그 마음 잘 이해합니다. 어쨌든 락방아, 천만원씩만 있으면 스위스 갔다올 수 있냐? 하셔서 응, 모아봐! 했더니. 그래 이천만원 모아볼 테니까 스위스 가자, 이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이런 식으로 너무 여러 나라를 가기로 했는데, 그래도 나고야 정도면 좀 현실로 옮길 수 있지 않나 싶고... 우하하하. 그래서 자기 전에 나고야랑 홍콩이랑 비행기표 괜히 검색도 해보고 그랬다. 나고야.... 돈까스가 진짜 튀김옷이 얇고 고기가 두꺼웠어.... 그리고 우롱하이... 



우롱하이... 내가 몇 번 언급했던 y 씨가 울회사 해외영업부 일본 파트였다. 이 친구랑 둘이 술을 마시러 갔을 때 이자까야 갔었나, 암튼 거기서 우롱하이를 시켜줬더랬다. 이게 뭐시여... 했더니 우롱차에 소주 섞은 거라고. 그래서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준하가 우롱하이를 완전 계속 흡입흡입 들이켜더라.. 오호라... 나도 가서 우롱하이에 돈까스...... 아무래도 비수기에 엄마랑 나고야를?


그런데 나는 괜찮지만 엄마는 관광을 해야할텐데... 흐음.... 제일 먹고 싶은 건 홍콩에서 장도연이 먹었던 사천탄탄면이다... 궁금해... 홍콩에도 좀 다녀와야겠다. 으하하하. 나 홍콩 갔을 때 탄탄면 먹었는데 하나도 안매웠어.. 그때는 나의 여행 스타일이 딱 잡히지 않았을 때라서 많이 후회가 남는 여행이다. 이제 다시 가면 뭔가 좀 달라져있지 않을까. 매운 탄탄면도 먹고... 뭐 그렇다.


우롱하이..

매운 탄탄면....

홍콩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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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에 그런 단어가 있었던가요..? 기억이 아예 안남... 기억상실 ㅠ 홍콩도 좋고 나고야도 좋고 스위스도 좋고. 다 가고 싶네요. 저는 러쉬아워에 지하철을 한 시간씩 타는 샐러리맨이 아니라 새벽에 버스 한시간씩 타는 샐러리맨 ㅠ 회사 출근시간이 새벽별보기. 에잇.

다락방 2018-01-12 13:57   좋아요 1 | URL
전 너무 낯선 단어라서 읭? 하고 봤거든요. ㅎㅎ 그랬더니 오타가 아니었어요.

저는 사실 지금은 나고야가 제일 땡기긴 하는데, 그건 음식상으로 그런 거고... 거기 음식값이 비싸서 좀.. 어쨌든 가게 되면 홍콩을 가고 싶어요. 스위스는 세상 풍경 이쁜데 물가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거기 가려면 그냥 지금 휙 다녀올 순 없을것 같고 .. 회사 때려치고 좀 오래 가야 하지 않을까..비행시간도 긴데... 아하하하하. 스위스는 현실적으로 초큼 어렵고..... 홍콩에 가볼까.... 홍콩..... 탄탄면...... 탄탄면 먹으러 홍콩에 간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잘 모르겠네요. 혼란스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실 새벽에 출근하긴 해요. 그렇지만 퇴근시간은 러시아워 -0-

비연 2018-01-12 22:39   좋아요 0 | URL
회사 때려치고 회사 때려치고... 저도 같이 되뇌어봅니다. 회사 때려치고 좀 오래 가야 한다...^^;;;

다락방 2018-01-13 11:15   좋아요 0 | URL
비연님, 언젠가 좋은 날, 비연님도 저도 회사 때려치고... 스위스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스위스에서 만나 치즈 한 번 같이 드십시다. 후훗.

아니, 그 좋은 스위스의 풍경을 두고, 그 치즈들을 두고, 이특은 와인 한 잔을 안하더라고요!!! 왜!!!!!!! (버럭)

독서괭 2018-01-1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오타인 줄 알고 찾아보셨다가 충격받으셨다던 괴랄이란 단어를 또 알차게 써먹으시는 다락방님 ㅎㅎ 괴랄도 훼예포폄도(아 넘나 어렵) 참 신기한 말들입니다. 덕분에 배워가네요^^
깨발랄 다락방님도 궁금해요 30만원 고고ㅋㅋ

다락방 2018-01-13 11:16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괴랄이란 단어도 찾아봤었나요? 제가 찾아본 단어가 많은데 괴랄도 찾아봤엇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훼예포폄은 단어가 너무 어려워서 어제 뭐지, 하고 기억하려고 해도 ‘폄‘자 하나 기억나더라고요. 이렇게 페이퍼 썼어도 기억안나는 어려운 단어라서, 저는 제가 이 단어를 생활에서 쓸 순 없을 것 같고, 어딘가에서 본다면 오타가 아니다 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어휴..

30만원.... 아아...... 보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또 그런대로 괜찮아서 안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아 모르겠어요. 일단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어야 겠어요. 토요일 오전입니다. 저는 한가하고요. 우후훗~

꿈꾸는섬 2018-01-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덕에 괴랄, 훼예포폄..이런 단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스위스, 홍콩, 나고야..그 어느 곳이라도 가고 싶은데 돈 모으기가 쉽지가 않아 아쉽기만 해요.ㅜㅜ
좋아서 하는 일들은 정말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락방님 소설 쓰셔도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ㅎㅎ

다락방 2018-01-13 11:36   좋아요 0 | URL
으앗 저도 소설 너무 써보고 싶어요. 하루키 책 다 읽고나면 저도 머릿속에 차곡차곡 생각을 정리해서 끈기있게 풀어나가 소설 한 편 써봐야겠어요.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해요. 후훗. 고맙습니다!!

그렇게혜윰 2018-01-1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읽었고 저도 참 좋아했눈데 저런 말은 기억나지 않.....게다가 사자성어? 비슷한(?) 책으론 파묵의 에세이도 좋았어여^^

다락방 2018-01-15 09:2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도 저 사자성어인지 단어인지가 외워지질 않아요. 끝에 폄만 생각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는 건가봐요, 이런건 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엔 출근하는데 뜬금없이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노팅힐의 모든 장면을 다 사랑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장면이었는데, 그 스틸컷은 찾으려니 찾을 수가 없네..위의 사진은 그냥 가져온 것이고,


영화속에서 휴 그랜트의 집에 쥴리아 로버츠가 잠깐 와있는데, 그 둘이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이었다. 한 명은 신문을 보고 한 명은 책을 봤던가..여튼 그런 침묵과 간간이 이야기하는 사이로, 쥴리아 로버츠가 휴 그랜트가 의자에 올려둔 발을 보고는 발이 크다고 하는 거다.


"big foot"


휴 그랜트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무슨 말을 하려는건가 해서 쥴리아 로버츠를 쳐다보는데, 이에 쥴리아 로버츠가 이러는 거다.


"big foot, large shoes"



큰 발에 큰 신발....

빅 풋, 라지 슈즈..




.

.

.

.

.

.

.

.

.

.

 진짜 뭐 어쩌라는 거지? 싶은 장면인데, 둘은 그 말에 빵터져서 웃는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인데, 이게 사랑하는 사이(물론 저 얘기를 나눌 당시엔 사랑이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에서는, 사소한 것도 농담이 된다는 거다. 분위기를 바꿔줄 좋은 대화가 된다는 것. 이건 진짜 호감이 있어서 가능한거지, 호감이 없었다면 저 상황에서 "발 크면 큰 신발이지, 작은 신발 신으면 발꼬락 아퍼" 뭐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 장면이 너무 좋은데, 또 생각도 나고. 이들은 물론 내 기억에 남는 대화를 많이 한다. 샤갈의 그림을 둘다 좋아하던 것도 그렇고. 근데 빅 풋, 라지 슈즈.. 가 정확한 워딩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기억하는데...




저게 정확한가 보려고 내 폰에서 다운받아둔 영화를 보려 했더니, 아뿔싸, 내가 폰을 바꿨지.... 제기랄...... 인생은 이렇게 똥이라니깐? 다시 사려니 5천원이네... 하아-



(이 글 읽고 친구가 이 링크 찾아 보내줬다. 완전 짱임. 최고다! 그리고 foot 이 아니라 feet 이었어. 헤헷)


>


















그리고 책을 읽었다. 좀전에 리뷰를 쓰기도 했던 책.
















사주명리학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내가 본 사주에 대한 기억도 아주 많이 떠올랐다. 이런 부분이 있었다.



사주명리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보는 힘이다. 내 운명의 지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잇는 끈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보는 힘이 커질수록 자신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진다. 보통은 비참하게 주어진 운명을 억척스럽게 개척하는 것이 인생역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진부한 성공담의 서사일 뿐이고, 진짜로 인생을 바꾸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운명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부질없는 팔자타령 아니면 한방에 역전하는 도박심리만을 키우게 된다. 물론 그럴수록 팔자의 늪에 더더욱 빠지고 만다. 그래서 ‘보라‘고 하는 것이다. 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한다. 지(知)와 사랑은 하나다! (p.120)



사주를 보면 단순히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아, 그렇구나 ... 내 팔자가 그렇구나......하고 나올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엔 그렇게 팔자에 대해 수긍하기 보다는, '어 그래? 내가 바꿔볼까? 그렇게 두지 않겠어!' 하는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은데, 만약 내 사주에 그걸 이룰 수 없는 걸로 나온다면, 그걸 가만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꼭 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



한 남자랑 헤어지고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나는 그가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나는 그를 잃을 수 없고, 이대로 손을 놓을 순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그가 돌아오는 부적을 써주세요' 같은 걸 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사주에서 그렇게 말해주면 기운이 날 것 같은 거였다. 그렇다해도 '그가 내게 다시 돌아오나요?'를 직접적으로 묻는 건 하지 못하겠더라.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고 생년월일을 말해주자 마자, 지금 헤어짐으로 괴로워서 왔다는 걸 그 분은 알아채셨는데, 그러면서 내게 이러신거다. 



"네가 여길 왜 왔는지 안다. 너는 내게서 그 남자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그 말을 해줄 수가 없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허무한 남자다. 너에게 공허함만 남겨주고 약속도 없이 가버렸다. 너는 다른 남자를 만나라. 너한테는 다른 남자들이 계속 있다"


고 한거다. 다른 남자들이 계속 있는 건 좋지만(응?), 나는 이대로 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포기가 안됐다. 포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 사주에서는 그가 없으므로, 다른 남자를 만나라 하다니... 그래서 나는, '아니, 난 이대로 순순히 그를 놓을 순 없어!' 라고 생각했고, '사주에 없다면 있게 만들겠다!' 고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했고 다짐에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또 했더랬다. 그랬더니 그가 내게 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또! 헤어졌고, 나는 직장 일로 힘겨워서, 직장에 대한 걸 잘 봐준다는 다른 사주쌤을 추천받아 거길 갔다. 직업과 공부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다가 남자 얘기를 했고, 내가 헤어지고 괴로워하는 걸 그 분 역시 알고는, 그 사람하고 다시 사귈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그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남자들이 많아요. 그 사람은 그냥 없다...이렇게 생각해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그는 있고!

나는 그를 없다고 생각할 수가 없고!! 

그래서!!

나는 그를 있다고 생각했고!! 있다 있다 있다 있다 이천번 생각했나 이만오천번 생각했나, 신은 나에게 그를 또!! 보내주셨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좀 짱인듯! ㅋㅋㅋ 사주팔자 운명 다 바꿔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렇게 되면 그들이 '틀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가 다음에 만날 남자의 특징에 대해 얘기하고, 그 다음 헤어졌을 때 내가 사귀었던 남자에 대해 얘기하면, 다 어김없이 그였던 거다. 그러니까 내 사주에 '그남자'는 없지만 '이러이러한 남자' 가 있고 그 다음 올 남자로 '이러이러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게 다 그 남자였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러니까 내 사주에 있던 '이러한 남자' 또 '그러한 남자'를 내가 엄청 쎈 나의 기운으로 죄다 '그남자'로 만들어버린 거다. 운명을 바꾸는 여자!!!!!!!!!!!!!!!!!!!!!!!!!!!!!!!!!!



그러니까, 나는 지금 또,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있다는 것을 알고 믿는다. 그런데, 기운이 없다.



어떤 유형의 팔자건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내가 가진 기운을 내야 한다. 몸, 재물과 능력, 마음, 이 세가지는 누구나 지니고 있다. 많든 적든 높든 낮든. 뭐가 됐건 일단 이것들을 쓸 준비를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 좋은 운이 오긴 어렵다. 재물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 복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또 마음을 꽉 채워 버리면 운은 막혀 버린다. 요컨대, 탁하고 무거운 기운이 가득찬 곳엔 복이 머무르지 않는다. 복을 받고 운을 맞이하려면 주변의 공기를 맑고 청정하게 해야 한다. (p.124)




나는 저렇게 두 번이나 내 팔자에 그를 넣기 위해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총동원 해야 했다. 에너지를 다 써버렸어. 기운이 없다. 보약을 해먹어야 해. 보약을 해먹는다 해도 그 기운이 또 날 것 같진 않다. 내가 사랑이나 연애 그것을 뭐라 부르든, 그러니까 내가 맺을 소중한 관계에 대해 애쓸 수 있는 에너지, 내게 남아 있는 에너지를 저 때 전부 다 써버린 것 같다. 저 두번에 총동원 했어. 그래서 이젠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힘을 끌어모아볼까, 하려고 해도 기운이 없어서 못하겠다. 기운이가 내게 없어.... 손끝 발끝까지의 에너지를 내가 다 써버렸다. 탈탈 털렸어......... 기운이 없다............내가 저 때 저렇게 에너지를 쓰지 않았으면, 그러면 나는 '그'가 아니라 '이러한 남자' '저러한 남자'를 만났을테지만, 지금 여전히 기운이 팔팔한 채로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어서, 나는 내가 바라는대로 그를 만났지만 기운을 다 써버렸다....기운...............보약..............................



그래도 평생을 이렇게 기운 없는 채로 살면 안되는데, 언제쯤 기운이 채워질까. 한 달 보약 먹는다고 한 달 뒤에 채워질 것도 아닌 것 같고, 뭔가 다른 식으로, 그러니까 저 책에서 고미숙 쌤이 말한대로, 내 일신과 일상을 잘 돌보면서 점검하면서 살다 보면,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내가 기운낼 날이 올 수 있겠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내가 계속 이대로 살 순 없으니까, 언젠가는 으랏챠챠~ 하면서 기운내는 날이 오겠지. 그러려면 하와이를 다녀와야 하는걸까.... (오늘 tran님 포스팅 보니 넘나 하와이 가고 싶어지는 것이야...)




그리고 오늘 아침에 들은 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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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1-1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를 좀 해보는것도요

다락방 2018-01-11 18:11   좋아요 1 | URL
앗 찌찌뽕!
안그래도 청소를 해보자, 해서 지저분한 사무실 책상 정리중이었어요. 집으로 보낼 책도 좀 챙겨 택배도 신청해 두었고요. 요즘 청소하기 너무 싫었는데, 이게 기운이 없어서 청소하기 싫은건지 청소를 안해서 기운이 없는건지...악순환이었어요. 청소부터 열심히 하자고, 저도 이 글 등록하고나서 마음 먹었어요. 불끈!

singri 2018-01-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락방님 글은 언제나 재밌고 유쾌하고 막 글쓰기하고싶고 그러는데 오늘은 노팅힐 올리신거 보자말자 아 이거 나도 죽죽 다 알아듣고싶다 그랬더니
마지막에 기운이 없으시군요 .
고미숙샘 이야기도 들으시고
보약도 드세요. ~^^

다락방 2018-01-11 18:53   좋아요 1 | URL
퇴근길인데 아, 정말 보약을 먹자!! 하고 막 결심했거든요? 그랬더니 보약 먹으라는 싱그리님 댓글이 똭!! 지금 이 타이밍은 제가 보약 먹을 타이밍인가 봅니다. 후훗. 차마 한달을 먹지는 못하겠고 보름 정도 지어먹어야겠어요. 히힛 먹고 완전 파워풀해질거에요!!! >.<

clavis 2018-01-1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화이팅 저도 청소욕이 불끈불끈ㅋㅋ

다락방 2018-01-12 08:29   좋아요 1 | URL
주말에 방청소도 또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어요. 책장 정리도 좀 하고... 하하하하핫

건조기후 2018-01-1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이어리 받았어요! 마침 다이어리가 하나 더 있었으면 했는데 맞춤하게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그리고 빠지지 않는 간식 ㅎㅎㅎ 핫브레이크보고 빵 터졌네요. 음 그런데 말해놓고 보니 왜 핫브레이크를 보고 빵 터졌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왜 그랬지 ㅋㅋㅋ

다락방님은 아주아주 밝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는데, 보약을 먹을 정도였나요? 아이고 몸 잘 챙기세요. 저는 요즘 기력이 넘나 폭발해서 밤에도 잠이 잘 안 오는데 -0-

언제 시간 널럴할 때 이 쪽으로 놀러와요. 제육볶음 사드릴게요. 헤헷
날씨 너무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다락방 2018-01-12 08:34   좋아요 0 | URL
오오 유용하게 쓸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으응? 핫브레이크 왜요? ㅋㅋㅋㅋㅋ

기력 폭발이라니, 부럽습니다, 건조기후님. 아, 저 괜찮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수시로 다운될 때가 있어서요. 이거 보약 먹으면 괜찮아지려나...싶어서 먹을 생각한건데, 울엄마한테 어제 말했더니 먹지 말래요. 그거 먹어봤자 소용 없다고. 하하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먹을까 어쩔까 생각중인데......아아 보약에 돈 쓰자니........돈이.......돈은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앙 제육볶음 제가 진짜 좋아하는데요. 알겠습니다. 가면 제육볶음하고 소주 사주세욧. 아하하하하.

clavis 2018-01-12 08:49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과 다락방님의 핫브레이크는 빅풋과 빅 슈즈 같은거라 그런걸껄요? ㅋ(약간 샘내며) 두 분의 우정 아름답습니다~그걸 볼수있는 우리도요...

다락방 2018-01-12 10:15   좋아요 1 | URL
어머 클래비스님, 센스 쩌네요! ㅎㅎㅎㅎㅎ 핫브레이크는 빅풋과 빅 슈즈 같은 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나중에 건조기후님과 제육볶음을 먹게 되면 그 때 아름다운 페이퍼로 저희의 자매애 인증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8-01-11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팅힐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분홍셔츠가 저토록 잘 어울리는 남자라니♥♥♥♥♥

다락방 2018-01-12 08:35   좋아요 1 | URL
저 노팅힐 넘나 좋아요. 여러가지 면에서 다 좋은데, 휴 그랜트 친구들이 다 결핍이 있잖아요. 결핍이라는 표현이 적당한가? 그들이 서로 되게 친하고 서로를 위하고 친구가 잘 되길 바라고 .. 그런 거 보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너무 좋은 영화에요. 히힛.

유부만두 2018-01-1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팅힐 영화 열번도 넘게 봐서 대사도 막 외움요. 완전 러블리한 영화!!!!

유부만두 2018-01-12 09:06   좋아요 1 | URL
스무번도 넘게 봤나?;;;

다락방 2018-01-12 09:51   좋아요 0 | URL
우와. 저는 아직 두번인가 밖에 못봤는뎈ㅋㅋㅋ 그래서 유부만두님 저렇게 저 장면 빨리 찾아내신 거군요! 저 영화 넘나 좋죠. 다 좋아 너무 좋아. 저 외우고 싶어서 대본도 샀는데 대본은 산 다음에 보지도 않았네요. 전 역시 영어공부는..아닌가봐요. 아하하하ㅏ하하하하하하하

clavis 2018-01-1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기후님이 여성이셨군요♥♥그래요 아름다운 우리의 시스터후드 만만세입니다

다락방 2018-01-12 13:58   좋아요 0 | URL
아아, 남자사람인줄 아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히히히히히. 시스터후드 만쉐이~!!

건조기후 2018-01-12 15:37   좋아요 1 | URL
아아 저는 온라인상에서 남자로 오인받는 일이 종종 있답니다.. 왜때문인지는 당최 모르겠어요 ㅋ

다락방 2018-01-12 15:42   좋아요 1 | URL
아아 저도 왜때문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건조기후가 너무 건조한 남자 같은 닉네임인가? ㅋㅋㅋㅋㅋㅋ
저는 남자로 의심을 안했어서 인지 왜때문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8-01-12 16:52   좋아요 1 | URL
음 저의 먹성? ㅋㅋㅋㅋㅋ 하지만 그건 온라인에서 알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느껴지는 걸까요 ㅋㅋㅋㅋㅋ

clavis 2018-01-1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문에 부치기로 하겠습니다♥

sinnamon 2019-11-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고르다 여기 까지 오게되었네요. 이렇게 블로그처럼 리뷰를 쓸수 있는 공간이 알라딘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머쓱머쓱) 읽어보는 것도, 써보는 것도 아주 좋은 습관이 될 것 같아요.
리뷰도 마치 소설 쓰는 것처럼 다들 잘 쓰시네....ㅎㅎ 오래된 리뷰에 최신 댓글 드립니다!

다락방 2019-11-04 11:09   좋아요 0 | URL
오오 멀리 오셨네요. 후훗. 시나몬님도 이곳에서 읽고 쓰고 즐거운 생활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공간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또한 사주명리학의 마법이다. 앞에서 보았듯, 누구든 치우치거나 기울어져야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완벽하다, 아니 최선이다! 출발의 조건도 그렇지만 이후에도 그러하다. 여덟 개의 카드는 구성이 어떻든 간에 다른 오행으로 변주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곧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인생역전 혹은 깨달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내가 아닌 아주 낯선 존재가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뜻이 아닌가. 사주팔자에는 그런 식의 변곡점을 만들어 낼 '숨은 조커'들로 그득하다. 니체가 말한바, "생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 두었다"는 예언이 혹 이런 뜻이었을지도. (p.108-109)



며칠전에 친구와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은 관계를 맺게 되는 '운'에 관한 것이었는데, 친구가 보기에 나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고 다정하여 복받은 것 같다는 거다. 나 역시 그걸 알고 있는 바, '관계운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는 것 같아, 나는 가족운 좋은 대신에 애인운은 별로인가봐' 했더니, 친구는 '나는 애인운은 있는데 가족운은 별로인 것 같아'라고 말했더랬다. 그러면서 친구가 덧붙이길, '내 운 어디가 어긋났는지 너가 나타났네' 라고도 했다. 이뻐라.. 

어쨌든, 인간은 모든면에서 모든 걸 다 완벽하게 가질 순 없는 것 같다. 친구와의 대화에서처럼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란 것도 마찬가지. 나는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사이가 좋고 다정하게 지내서, 나의 동료들도 자신들의 친구로부터 '어떻게 그런 동료가 다있냐'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는데, 상사로 가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나는 수시로 '이런 상사를 내게 줘서 미안한 마음에 이런 동료들을 줬나' 싶어지는 거다. 그리고 다른 관계로 크게 축복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이토록 복된 가족을 내게 주었나... 싶고. 어쨌든 상사 폭탄은 너무 크다. 관계에서 이렇게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다른 부분도 다 마찬가지로 작용할 것이고, 그리고 이것은 전체 운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여덟 개의 카드'는 우리가 말하는 그 '팔자'를 의미한다. 태어난 년월과 시. 우리는 보통 '팔자가 사납다' 따위의 말을 하긴 하지만, 누구 하나의 팔자가 더 사납거나 더 좋을 순 없다고,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얘기한다. 이게 넘치면 저게 부족하고, 저게 넘치면 이게 부족하고. 그렇지만 그것이 일상의 사소한 (나쁜)습관을 고치는 걸로 달라질 수도 있음을 얘기하고,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는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은 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내가 아주 잘 살아오고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끊임없이, '내가 이럴 때 어떡해야 하는가' 부터 시작해서, 나를 관찰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 내가 이럴 때는 이렇구나, 이럴 땐 이렇게 해야 겠구나, 하고, 꾸준히,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한다. 



사주를 보러 간 적도 몇 번 있는데, 사주를 보러 가는 것은 내가 내 운명을 따르기 위함이 아니었다. 내가 들여다보는 내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내 운명에 대한 얘길 듣기 위해서였다. 그런점에서 사주는 내게 카운슬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는데, 가서 가만히 내 생년월일을 넣고 나의 운명에 대한 얘기를 듣노라면, 그게 그렇게나 위안이 되는 것이다. 아, 내 사주에 이런 글자가 있어서 나에게 역마살이 있구나, 부터 시작해서, 아 나는 계속 공부하면서 살아야겠구나, 까지. 어떤 사주 쌤은 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하셨다. 이렇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더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주쌤은, 내 친구의 사주를 봐주면서 '너의 팔자가 이렇다고 해서 이렇게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더랬다. 아주 작은 결정에서부터 운명은 바뀔 수 있으니, 끊임없이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 되어서 보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누군가 써준대로만 사는 인생이면 얼마나 재미없냐,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사소한 게 하나라도 바뀌면, 그 다음 행보도 바뀔 수 있으니, 운명을 스스로 써나갈 수 있도록 하라는 거였다. 그때 그 쌤이 해준 얘기가 이 책에도 똑같이 실려있다.



어떤 유형의 팔자건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내가 가진 기운을 내야 한다. 몸, 재물과 능력, 마음, 이 세가지는 누구나 지니고 있다. 많든 적든 높든 낮든. 뭐가 됐건 일단 이것들을 쓸 준비를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 좋은 운이 오긴 어렵다. 재물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 복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또 마음을 꽉 채워 버리면 운은 막혀 버린다. 요컨대, 탁하고 무거운 기운이 가득찬 곳엔 복이 머무르지 않는다. 복을 받고 운을 맞이하려면 주변의 공기를 맑고 청정하게 해야 한다. (p.124)



사람마다 몸과 기질이 다르듯, 운이 막히는 대목이 다르다. 보통 운명이라고 하면 거창한 인생역정을 떠올리지만 그 어떤 인생역정도 일상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운명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가. 이 일상을 건너뛰고 다른 방편을 쓰고자 한다면 그건 다 사술이다. (p.124) 




책의 부제에 써있는 '사주 명리학'이란 단어 때문에 이 책을 읽으려고 했었다. 혹시라도 책을 읽다가, 나의 사주를 봐주진 않을까 해서. 그러니까 왜 별자리 책처럼 '사자자리' 찾으면 '당신은 어떻고 어떤 사람이고 어디가 행운의 장소이다' 같은 걸 말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대로 책장을 펼치긴 했지만, 아니 그런데 태어난 년월과 시로 말하자면 어마어마한데, 그걸 다 책에다 쓸 순 없었겠지, 설마 나한테 찾아보라는 건가, 하며 기대를 좀 접긴 했는데, 역시나 '너의 사주는 어떻다'고 풀이해주진 않았다. 나는 내가 되게 특별한 줄 아는데, 전혀 아니라는 걸 자꾸 깨닫는다. 그럼 그렇지, 이 책이 뭐 나의 사주에 대해서만 말해줄줄 알았냐... 각설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운명과 팔자에 대한 부분, 그러니까 우리가 가진 팔자 그 자체가 굉장히 공평하고 최선이라는 것, 우리가 가진 재료로 이렇게 만든 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얘기하는 건, 아마 그동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굉장히 신선하게 틀릴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주명리학을 공부해볼까 하는 충동에 잠깐 흔들렸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사주명리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진 사람이 많아지지 않았을까. 또한, 저자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던 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내게는 이 책에 쓰여진 것들이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바를 일깨워주진 않았던 거다. 너와 내가 만나서,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느냐로 나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나를 잘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 일상의 작은 것들이 우리의 운명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시간 약속을 잘지키고 청소를 잘하는 것으로 아주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고 한다!!)은, 나로서는 이미 다 아는 얘기였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얘기들이기도 하고. 그러나 알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새로이 되새기는 것도 아니잖은가. 잊고 있었다. 내가 나 자체로서, 그러니까 이렇게 어딘가 기울어지고 모자란 상태로서도, 이미 완벽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또한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어딘가 모자라고 이지러진 존재라는 사실도 마찬가지고.



일전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그 쌤은 본인이 잘 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는 자기에게 사주를 보러 온다고 하기도 했다. 이 분이 말씀하시길, 그렇게 잘 보는 자기이지만 처음엔 결혼을 잘 못봤다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 '나 언제 결혼하느냐' 부터 시작해서 결혼에 대해 물을 때 자기가 보이는대로 대답을 해주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왜그럴까 왜그럴까 고민하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 있었으니, 결혼은 '상대'가 있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나 하나의 사주로 결정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하시는데, 이 얘기에서도 나는 이미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 결혼만 그렇겠나. 우리가 다 정해진 팔자가 있다고 해도, 그 안에서 그럴 내가 어떻게 운영하느냐로 달라질 것이고, 일상을 바꾸면서 달라질 것이고, 일상을 바꾸면, 이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만나는 사람 자체도 달라질텐데, 그러면 모든 것들이 조금씩 바뀌어 다 달라질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세상이니, 쓰여진 사주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터. 이런 것들을 알면서 잊고 지냈던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읽는게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원하는 바-내 사주를 봐주는걸까?-와는 일치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다른 책과 동시에 집어 들었는데, 이 책에 열중하게 됐다.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나 뿐이고, 나라는 인간 자체는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러나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모든것들을 충만하게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의 팔자가 결코 좋다고 볼 수는 없고, 그 균형은 어딘가의 누군가가 채워주고 있을 것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내 삶에 충실하고, 일상을 단단하게 채워나가야겠다고, 그리고 다시 겸손해지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꼭 사주팔자 그대로를 믿어서가 아니라, 태어난 것으로 정해지는 운명을 받을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을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는 것에 대한 작은 위로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끝에 좀 '어라?'하는 부분이 있어서 별은 넷밖에 못주겠지만, 이 책으로 고미숙을 접했는데, 그것을 고미숙을 아는 '시작'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고미숙의 다른 책들도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거다.


요즘 삶이 힘겨워 밤에 잠을 못이룬다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그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이 책을 또 주문했다. 내가 가진 책은 이미 밑줄을 많이 그어서, 새 책을 친구에게 주기 위해서.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친구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자신의 상태 그대로 최선이라는 것, 그리고 일상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되새기며 위로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대부분은 정서적 균열과 관련되어 있다. 감정보다 더 힘이 센 것은 없다. 많은 경우, 명분과 논리는 감정의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감정들의 어울림과 맞섬이 사람들의 동선과 리듬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곧 인생이고 운명이다. (p.12-13)

시작이 있으면 중간이 있고, 그 다음엔 끝이 있다. 시작과 중간과 끝. 시간적 순서(次)는 반드시 공간적 질서(序)와 함께한다. 시간은 공간의 다른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서 시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공간의 ‘휘어짐‘이고 공간은 시간의 ‘주름‘이다. 시공간의 리듬, 그것이 곧 ‘차서‘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에는 차서가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차서가. 해마다 이 리듬을 밟기 때문에 우주는 만뭉릉 쉬지 않고 창조해 낸다. 이 생생불식하는 활동을 일러 순환이라 한다. 순환이야말로 생명의 원동력이다. 다양성과 자율성도 이 차서 안에서만 가능하다. (p.38)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이 차서를 어그러뜨리는 체제이다. 순환과 비움이 아니라, 소유와 증식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가난할 때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자기에 대한 존중감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가 된 다음에, 먹고살 만해진 다음에도 계속 부를 증식하고자 한다면 그건 바보거나 광인이다. 자연스럽지가 않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부를 일구고 나면 선비를 기르기 위해 삼대가 적선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지혜다. 뒤에서 배울 터이지만 재성(재물운)이 관성(관운)과 인성(명예와 공부운)으로 순환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는 반드시 정신의 가치와 함께가야 한다는 걸, 그래야 쉬임 없이 만물을 낳을 수 잇다는 걸 터득했던 셈이다. (p.47)

몸의 구조와 생리, 성격과 인생관등 다양한 항목들이 계열화된다. 그것이 관계를 만들고 사건을 일으키고 인연을 불러온다. 관계와 사건과 인연, 그 접속과 변이-이것이 바로 인생, 아니 팔자다. (p.70)

자신 안에 있는 불기운을 주체하지 못하는 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지 다른 사람들이 비난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타인의 행동을 시비선악을 떠나 ‘있는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아주 좋은 공부가 된다. 물론 그 모든 것은 거울처럼 반사되어 나에게로 온다. 나의 행동, 나의 인생을 보는 시선도 전혀 달라지게 된다. (p.86)

누구든 여덟 개의 카드뿐이라는 사실. 왕후장상이건 농민이건 브라만이건 수드라건 혹은 그 누구건 여덟 개 이상의 카드를 가질 수는 없다. 현실을 보면 슈퍼맨이나 영웅 혹은 대자본가가 있지만 운명의 차원에선 그들 역시 ‘팔자‘그 이상을 누릴 수 없다. 만약 그들의 부와 권력이 타고난 것이라면 대신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p.96)

팔자 또한 그러하다. 여덟 개의 카드로 음양오행이라는 기운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골고루 다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다(아니, 무의미하다는 게 더 맞을지도). 결국은 어느 쪽으로든 치우칠 수밖에 없다.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래야만 태어난다는 점이다. 미리 밝혔듯이 천간과 지지 사이엔 두 개의 잉여가 있다. 천지는 태초부터 서북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자전의 축 또한 23.5도 기울어져 있다. 말하자면 우주는 완전한 원형이 아니다. 타원형이거나 아니면 약간 일그러진 형태의 원형이다. 이런 상태로 또 계속해서 돌아간다. 돌고 돌아 멈추지 않는다. 그럴수록 간극들이 쌓이고 쌓여 주름투성이가 된다. 결국 이 우주 속의 모든 존재는 이 주름의 산물이다. 당연히 넘치거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p.97)

사주팔자를 뽑아 보면 오행상 어느 쪾으로든 다 기울어져 있다. 심한 경우 한 오행이 고립이거나 아니면 아예 없기도 하다. 한두 개의 오행만으로 된 경우도 있다(윽!) 고스톱으로 치면 한두 종류의 패만 들어온 셈이다. 그럼 판을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좀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또 패가 골고루 들어온 경우에는 누릴 수 없는 스릴이 있다. 그 스릴이 오히려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불급의 극단인 고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고립은 다른 오행에 가로막혀서 순환이 불가능한 경우다. 하지만 그 카드는 존재의 무게중심이 된다. 엉? 어떻게?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손가락이건 발톱이건9자식이 깊은 병이 들면 그 자식을 인생의 축으로 삼는 부모가 그런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그 카드들이 야기하는 파장은 크다. 즉, 가장 문제적인 곳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구원처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문제와 사건의 중신이 된 건 다른 일곱 개의 카드 때문이다. 즉, 그것 자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카드와의 관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p.99)

다른 카드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이것만 쏙 뽑아버리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무지의 산물이다. 만약 어떤 비책을 동원하여 그것을 제거해 버린다면 그 순간, 나머지 일곱 개의 카드도 다 위치를 바꾸어 버릴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카드가 고립이나 태과에 처하게 될 게 뻔하지 않은가. 9카드 돌려막기의 비애?^^)
팔자가 원초적으로 평등하다는 두번째 근거는 바로 이것이다. (p.99)

사주명리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보는 힘이다. 내 운명의 지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잇는 끈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보는 힘이 커질수록 자신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진다. 보통은 비참하게 주어진 운명을 억척스럽게 개척하는 것이 인생역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진부한 성공담의 서사일 뿐이고, 진짜로 인생을 바꾸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운명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부질없는 팔자타령 아니면 한방에 역전하는 도박심리만을 키우게 된다. 물론 그럴수록 팔자의 늪에 더더욱 빠지고 만다. 그래서 ‘보라‘고 하는 것이다. 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한다. 지(知)와 사랑은 하나다! (p.120)

어떤 유형의 팔자건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내가 가진 기운을 내야 한다. 몸, 재물과 능력, 마음, 이 세가지는 누구나 지니고 있다. 많든 적든 높든 낮든. 뭐가 됐건 일단 이것들을 쓸 준비를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 좋은 운이 오긴 어렵다. 재물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 복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또 마음을 꽉 채워 버리면 운은 막혀 버린다. 요컨대, 탁하고 무거운 기운이 가득찬 곳엔 복이 머무르지 않는다. 복을 받고 운을 맞이하려면 주변의 공기를 맑고 청정하게 해야 한다. (p.124)

운명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 (p.124)

일상이 습속을 바꾸고 습속이 다시 몸의 생리로, 몸이 또 인연의 장을 바꾸고 운명을 바꾼다. 출발은 어디까지나 일상이다. (p.125)

자기를 구하는 건 결국 자기밖에 없다! (p.128)

관성이란 ‘타자들과의 네트워킹‘이다. 익숙한 존재들과의 관계는 관성이 아니라, 식상에 가깝다. 계모임이나 동호회, 친목단체 등등. 이 관계에선 나의 변용이 불가능하다. 비슷한 상태의 확장과 변주만 있을 뿐. 반대로, 관성은 낯설고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책임을 져야 하고 갈등과 충돌도 불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기운이 형성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재물을 모을 수도 있다. 그 재물이 다시 관성을 낳기도 하고. 따라서 관성을 적극 활용하면 재성과 인성이 서로 맞서는 형국에서 재-관-인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p.147-148)

공부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충전이고, 문서는 만물을 낳아 주는 대지의 이미지가 덧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게 육친으로 따지면 엄마란다. 하여, 엄마복이 있다는 건 공부운이 좋다는 뜻이 된다. 하기야 맹모삼천은 있어도 맹부삼천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픽션이건 현실에서건 홀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해서라도 자식을 공부시키지만 홀아버지일 경우는 일찌감치 자식을 노동현장에 내놓은 경우가 많다. (p.154)

처음,「입구」에서 말했듯이 운명의 지도에는 역설과 아이러니 투성이다. 어떤 인위적 척도도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 좋으면 저것이 어긋나고, 저것을 얻으면 이것이 사라지고. 겉이 아름다우면 속이 문드러지고, 바깥이 거칠면 속이 부드럽고. 혹은 돈이 들어오면 건강을 잃고, 권력을 가지면 사람을 잃게 되고, 사랑을 얻는 대신 친구를 버려야 하고……한마디로 팔자에는 온갖 가치들이 범람한다. 가치들의 범람 속에서 종국에는 가치들이 얼음 녹듯 녹아 버리는 것, 그것이 팔자의 우주적 연기법이다. 고로,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이 서로 ‘오버랩‘되는 이 매트릭스에선 더 좋은 팔자도, 더 나쁜 팔자도 있을 수 없다. (p.160)

그렇다! 문제는 에너지고, 문제는 순환이다. 몸과 마음의 순환, 나와 타자의 순환, 나와 세계 사이의 순환……아무리 좋은 것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것들 사이에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p.180)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나는 사람이 곧 나다! (p.225)

스승과 벗이 없는 인생이란 그 어떤 금액의 돈으로도 결코 보상받을 수 없음을 꼭 되새길 필요가 있다. (p.225)

인복이야말로 배움의 진정한 배경이자 토대인 까닭이다. (p.232)

인복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다. 자업자득이라는 뜻이다. 구마준에게 있어 타인은 다 성공을 위한 도구다. 부모건 연인이건 또 스승이건. 그런 사람은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탁구에겐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들이 다 자신의 스승이다. 김탁구가 즐겨 하는 대사, "가르쳐 주면 되지 않습니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큼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은 없다. 돕지 않으려야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보다 더 큰 내공이란 없는 법이다. (p.233)

그런 점에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는 사제지간이다. 특히, 스승이면서 친구이고, 친구이면서 스승인 사우! (p.233)

자승자박!자업자득! 즉, 길이든 흉이든 결국은 자신이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도 자신의 내부에 단서나 원인이 없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 운명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가 마주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이 원리를 깨우치지 못하면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일정한 조건만 주어지면 동일한 욕망과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p.241)

자기 팔자가 팍팍하다고 느낀다면, 이유없이 몸이 아프고 마음이 괴롭다면, 다른 건 일단 제쳐 두고 먼저 점검해 보라. 내가 얼마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지를. 약속을 지키고 청소를 잘 하고 있는지를. 산다는 거 별 거 아니다. 시공간이 곧 나다. 시공간과 내가 조응하는 만큼이 곧 나의 일상이다. 고로, 일상의 구원은 약속과 청소로부터 온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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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1-1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잠이 확 깨네요 엄마랑 중학교때 교장샘이 친분이 있으셔서 명문대에 가는 비결을 캐내셨다는데 비결은 엉뚱하게도,방청소를 스스로 하도록 시키라는 거였데요 ㅋ일리가 있는 말씀이었어요 열청하겠습니다♥

다락방 2018-01-11 18:23   좋아요 0 | URL
제가 최근에 방청소 하기 너무 싫어서 방 지저분하게 내버려두는 거 보면서 ‘나 이대로 괜찮은건가‘하는 생각을 좀 햇었거든요. 괜찮은 걸 확인하기 위해 진짜 억지로 방을 청소했어요. 그렇게 저 스스로도 괜찮은건가 의문을 가지게 되는거라면, 정말이지 청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사무실도, 집의 제 방도 깨끗이 청소하고 거기에 의욕을 잃지 말자고 새삼 다짐해봐요. 저도 열청!!
 
파멜라 싫어...

어제 퇴근길과 오늘 출근길에 읽는 고미숙 쌤의 책이 좋아서 그 책에 대한 글을 쓰려고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뭐가 어떻게 어디서 꼬인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왜때문인지, 《일곱번째 파도》에 대해 내가 쓴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미숙 쌤 책에 대한 글을 쓰기에 앞서(리뷰로 쓸까-아직 다 안읽었으니 보류-, 페이퍼로 쓸까) 이런고 고민하다가, 아, 요즘 너무 힘들어 밤에 잠을 못이루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하고는, 장바구니에 머그컵 두개를 받으려면 8만원어치를 맞춰야하지, 뭘로 맞추지, 이러면서 이것저것 누르고 담고 빼고 하다 보니까 일곱 번째 파도에 이른 것이다. 대체 왜? 뭣때문에? 어떻게 여기로 흘러들어왔지? 어쨌든 그래서 의도치 않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와, 진짜...글 잘 썼어...명문이야. 아니, 어쩌면 이렇게 발췌도 쏙쏙, 내가 쓴 글 내가 읽어서 그런지 정말 귀신같이, 좋은 것들만, 쏙쏙 잘 뽑아서 글을 쓴 게 아닌가! 캬- 어쩌면 사람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쓴 페이퍼 읽어보면서, 내가 이 책에 대해 백자평으로 'PERPECT'라고 남긴 것도, 정말이지 적절한 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인용문에 대해 다시 한 번 내 개인 블로그에 옮기고 싶어졌다. 다시 인용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그런데 회사 사무실, 지금 당장은, 이 번역본이 아니라 영어본이 있는거다. 흐음. 나는 당장에, 당장에 이 번역본을 보고 싶으니, 당일배송 주문할까? 하는 미친 생각에 이르는데, 이게 왜 미친거냐면, 나는 집에 이 책이 있으니까?


그래서 안돼, 그렇게 돈을 막 쓰면 안돼, 이번 해에는 아끼자, 라고 생각해서 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담고, 그렇다면 영어본으로 인용문을 다시 읽고 인용하면 되지! 하게 된것이다. 그런데!



내가 번역본에서 인용한 페이지수는 있지만 당연히 영어본 페이지와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흐음, 그래, 내가 영어를 읽으며 해석하고 번역할 순 없지만, 번역문장에 대해서라면 영어를 훑다가 아, 이거구나! 찾을 순 있지! 라고 생각해서 영어본을 딱 펼치고 대충 절반쯤에 나오려나, 하고 읽는데, 아아, 앞이 깜깜하다. 이런 식으로 대체 내가 어떻게 찾아? 여긴지 거긴지 알게 뭐야?


그래서 목차라도 보기로 했다. 이 책에 1장 10장 이런식으로 나오니까, 번역본에서 페이지수로 목차를 보면 내가 영어본에서도 찾기가 수월하겠지, 하고. 그런데 알라딘에도 예스에도 네이버에도, 이 책의 번역본에 대한 목차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쯤에서 쌍욕 한 번 해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그냥 됐다, 안한다, 인용 안해, 이러고 던져버렸는데!!



한 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떻게든 찾고 싶어지는 거다. 그런데 한장한장 넘겨가며 어느세월에 찾나 싶어서, 이 책을 읽었으며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게다가 지금 손 닿는 곳에 두고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내가 인용하는 페이지를 불러주고 그게 몇 장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었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세상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지. 다이나믹한 세상이야.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렇다면 나는 찾기를 포기하고 다시 고미숙쌤 책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냐(그런데 나 왜 고미숙 쌤이라고 부르는거예요?), 라고 고민하는데, 뭔가, 아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 그러자! 퍼뜩 떠오르는 방법! 내가 누구냐. 나는 문제 해결에 뛰어난 사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 기어코 답을 얻고야 마는 사람. 대단한 사람. 멋진 사람. 세상 짱인 여자가 아닌가!!!!!!


자, 그러니까 사고의 회로는 이런 식으로 작동했다.



보자, 이게 242쪽인데, 내가 영어본에서 몇 페이지인지 짐작 조차 되지 않아 못찾잖아? 그렇다면, 전체 페이지를 놓고 비례식으로 풀면 비슷한 즈음에 놓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그러니까, 392쪽 전체 책에서 242쪽 쯤에 위치하는 것은, 263페이지 전체쪽에서 어느 즈음에 놓일것이냐....라는 생각. 여러분 내가 이렇게나 똑똑해. 그래서 정말 그게 맞는지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면지를 꺼내놓고 비례식을 썼다. (이거 비례식 맞죠? 수학 놓은지 넘나 오래되어서..)



263이 영어본 전체 페이지, 392는 번역본 전체 페이지, 242는 내가 찾고 싶은 페이지.



263:392=x:242


그렇게 처음 찾고자 했던 페이지는 162쪽이라고 나왔고, 나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두페이지 전부터 훑어본다. 그러다 161페이지에서 찾았다. 빙고! 그래, 이렇게 풀어나가면 되는거야! 으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찾고 싶은 페이지를 다 찾고야 만것이다. 아래는 계산한 흔적.





빨간색 펜이 오늘 아침 내가 계산한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멋져 짱멋져 진짜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사람은 이래서 수학을 배워야 하는거야(이거 산수..인건가?). 이거봐, 내가 읽고 싶은 페이지를 수학으로 찾아냈어! 꺅!!

>.<



진짜 너무 멋지고 지적이고 현명하다 진짜. 스스로 감탄함 ㅠㅠ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인용하고자 한 문장이 아니라, 이렇게 문제를 해결한 나 자신에게 감탄을 해버려서...인용문장은 저 멀리로 날아가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생여러분,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자. 살면서 이렇게나 도움이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멋져 ㅠㅠ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쩜 이렇게 멋지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 천지에 나처럼 멋진 사람 또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어쨌든 찾았으니, 찾은 김에, 내가 찾고자 한 문장을 옮기도록 한다. 아, 멋짐 뿜뿜한 아침..




I wanted the best for you. Unfortunately it never occurred to me that I might be the best. Unfortunately. Pity. Missed opportunity. I', sorry. I'm really sorry! -Leo, p.161



You mustn't be cross: whatever it is making you wait this time before telling me something profound about yourself, I'm waiting with you. I've been waiting ever since I've known you. Over the past tow and a half years I've waited three times as mush as I have in the preceding thirty-three. If only I'd known what I was waiting for! I'm sick to deate of waiting. Basically I'm all waited out. Sorry! (And now you're going to go all silent and sulky on me again.) -Emmi, p.221-222



We met up. I saw you. SAW YOU! What should I have said on that occasion? What should I say about it now? I was in phase two with Pamela: a long-distance relationship, broken up by thrilling voyages of discovery and intense pangs of desire for a perfectly normal and more permanent state of togetherness- going out to byu bread and milk, changing the hoover bags. How did I while away the time waiting for my future? With you, Emmi. Who did I lie with virtually? You, Emmi. Who did I live with in my secret inner world? You, Emmi. Only ever withe you. And now my most wonderful fantasies had a face, too. Youre face. -Leo, p.225



(각문장의 번역은 먼댓글 타고 들어가면 그 페이퍼에 있다)





모든 학문이 이렇듯 다 연결되어있다. 수학은 번역본과 영어본을 바로 연결시켜줘....그런데 그게 가능하다는 건, 나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 아아- 멋지다. 멋져, 학문과 배움의 길!




안기다려, 안기다려, 안기다린다고!! 말하는 건 무슨 뜻인가요, 에미. 안기다린다는 말을 어쩌면 이렇게 매일, 매일 하나요. 왜 그말을 꼭 레오에게 해야 했나요..... 왜죠. 










언어학자 레오는 세상 똑똑한 교수일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는 에미에 한참 못미친다. 내가 에미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이유는 그거였다. 에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알고, 원하는 바를 향해 갈 줄도 안다. 에미는 계속 알고 있었다. 에미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이었어. 레오가 에미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기까지는 책 두권이 걸려야 했다. 새벽 세시에서는 보스턴으로 떠나버리고, 일곱번째 파도에서도 한참, 아주 나중에, 한참 걸려서야 깨달으니까. 역시, 에미가 짱이다. 나는 레오를 사랑하지만, 에미가 최고인 것이야!! 



이러면 또 고미숙 쌤의 책에서 자신을 아는 것에 대해 얘기한 부분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면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고, 나는 오늘 일을 좀 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마치기로 한다. 우리는 이제 고미숙 쌤 책 리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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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10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짱!!!!

다락방 2018-01-11 10:3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넘나 짱인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8-01-10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유용한 공식이네요.
나중에 나도 한 번 써먹어야겠어요ㅋㅋ
저는 가끔 책정보를 검색하다 예전에 쓴 내글을 읽어 보면 화들짝!!혹시 옆에 누가 있어 같이 보는 것 아냐?주변을 살펴보고픈 심리가 발동하다가도 읽어 보면, 내가 책에 대해 궁금해 하던 그 부분들,그 느낌들에 스스로 공감했던 적 몇 번 있었어요.그게 바로 내가 썼기 때문이란걸 다락방님 글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좀 웃기면서도 공감되는 이 느낌,
뭐죠??ㅋㅋ
고미숙쌤의 책 리뷰는 기대됩니다^^

다락방 2018-01-11 10:37   좋아요 0 | URL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번역본에서 원서 찾거나 원서에서 번역본 페이지수 찾을 때 비례식을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찾기가 훨씬 쉬워져요. 영어를 잘한다면..아마도 그냥 찾아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 ˝)

네, 확실히 제가 써둔 글은 제가 그 당시 느꼈던 거라서 공감이 확 되는 것 같아요. 크- 이런 문장을 인용하다니, 다시 봐도 그럴것 같다 싶고요. 후훗.

고미숙 쌤 책은 거의 다 읽어가요. 곧 글 올릴텐데, 너무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 >.<

psyche 2018-01-1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스마트한 다락방님!

다락방 2018-01-11 11:17   좋아요 0 | URL
^^v

유부만두 2018-01-1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저버린 저 친구는 참 못됐네요. 어쩜 저렇게 좋은 책을 냉큼 다른 사람을 줘버리고 그런답니꺄?!
아, 그래도 뭐 알고보면 속은 깊은 사람이니까, .... (그렇다고 합니다)

다락방 2018-01-11 11:18   좋아요 0 | URL
아 알고보면 속이 깊은 사람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그런데 저한테 좋은 책이 다른 사람한테도 좋으란 법은 없고, 제가 소장하고 싶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리란 법도 없으니까요. 네, 괜찮습니다. 어쨌든 더는 저 문제를 해결했으니까요! 으하핫
 


나는 그동안 흥미로운 경험을 해왔는데, 내가 의견을 내놓으면 세상 사람들 중 일부가, 특히 남자들이, 내 의견은 틀렸고 자신들의 의견은 옳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내게 반응하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 의견은 망상이지만 자신들의 의견은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가끔 자신들이 사실뿐 아니라 나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의견을 사실로 착각하는 사람이 심지어 스스로를 신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리는 아니다.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건 그가 세상에는 자신과 다른 경험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 역시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 동등한 존재라는 사실, 의식이라는 더없이 흥미롭고 심란한 현상은 남들의 머릿속에서도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240-241)


















'리베카 솔닛'의 s《The Mother Of All Questions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는 새해 읽기 시작한 첫 책이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시작한 책. 이 당시에 내 기분은 좋지 않았었는데, 리베카 솔닛의 지적인 문장들을 읽노라니 마음이 가만, 고요해지는 것이었다. 차분해지게 되었달까.


흥분에 대해 생각했다. 기쁨과 슬픔 혹은 분노, 그 한가운데에 있을 때 우리가 어떠한 말을 하는지 혹은 어떠한 글을 쓰는지 하는 것들을. 그럴 경우에 나는 후회할 말을 하거나 글을 쓴 적이 있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아,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을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말자, 거기에서 비켜나게 됐을 때, 그 때 하자'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남자는 이성적이고 여자는 감정적이다'라는 말을 진짜 졸라 많이 들어가지고, 나 역시 그런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날까지 살아보고 숱한 남자들과 숱한 여자들을 만나보니까, 감정적인게 여자의 특징이 아니란 걸 확실히 알겠더라. 감정적인 건 모두 그랬고 이성적인것 역시 모두 그랬다. 다만, 타인의 일이냐 내 일이냐로 판가름나는 것이었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에는 '냉정해져라, 객관적이 되어라' 하고 한 발 물러서서 선비인 척 졸 조언(같은 잔소리)할 수 있지만, 자기 일이 되었을 때는 물어뜯어버리고 발악을 하는 거다. 특히나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아주 남자들이 난리가 났다. '야, 논리 가져와서 대응해' 라고 말하는 그 말들과 글들에는, 논리나 이성이 있는게 아니라 '나 기분 나빠'만이 가득했다. 자기가 기분 나빠 빡치고 화나 가서 주절거리고서는, 자기들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자기들이 논리로 무장한 줄 알더라. 논리 가져와는 개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가 난다는 것, 그래서 분노의 글을 쓴다는 것, 거기에는 가장 앞서 '감정'이 존재했다. 감정이 있는 게 나쁜 게 아니고, 그것이 틀린 게 아니다. 문제는 자신에게 감정이 작용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감정적이란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한다는 데 있었다. 인간에겐 감정이 있으니 그 감정이 작용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어쨌든, 나로 놓고보면, 나 역시 감정에 많이 영향을 받는 사람이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을 때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가만 기다린다. 가만 기다리는 게 씅에 안찰때는, 그 시간이 지나가도록 도와줄 다른 것들을 찾는다. 그럴 때, 책이 도움이 된다. 특히나 지적인 사람의 글. 리베카 솔닛이 도움이 됐다. 나는 가만, 차분해질 수 있었다. 내 감정을 조금 가라앉혀야 했을 때, 리베카 솔닛의 지적인 글은 정말 큰 도움이 된거다. 새삼, 아, 똑똑한 여자들의 글은 얼마나 좋은가! 감탄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도.



나는 피임을 아주 잘한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모나 고모가 되는 걸 좋아하지만 또한 고독을 사랑한다. 불행하고 불친절한 사람들 손에서 자랐기에, 그들의 양육방식을 되풀이하고 싶은 생각도, 내가 이따금 나를 낳은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나에게 느낄지도 모르는 인간을 탄생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지구는 제1세계 인구를 지금보다 더 많이 부양할 수 없는 형편이고 미래는 몹시 불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책을 쓰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내가 작업하는 방식대로라면 이것은 퍽 버거운 작업이다. 내가 아이를 절대로 갖지 말아야지 하고 원칙을 세운 건 아니었다. 상황이 달랐더라면 아이를 가졌을 수도 있고 만일 그랬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지금 좋은 것처럼. (p.17)



나 역시 내가 이모인 것에 큰 행복을 느낀다. 이모인 게 너무 좋아서, 내가 내 여동생을 이모로 만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다. 조카를 가진다는 게 이렇게 큰 기쁨인데, 내가 이 기쁨을 동생아, 너에게 주지 못했네, 하고 나 스스로 미안해하는 거다. 그런 한편 내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육아에 따른 그 모든것들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암담하다. 물론, 그일이 내게 실제로 닥친다면, 나는 어쩌면 최선을 다해 또 그 일을 잘해낼지도 모른다. 나처럼 좋은 날씨, 겨울의 냄새, 따뜻한 햇볕 같은 걸로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를 찾는 사람이라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 과정에서 수만개의 기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떠한 상황에 놓여도 행복할 이유를 잘도 찾아내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현재 지금은 지금으로 좋다. 지금의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베카 솔닛이 말한대로, 만약 내가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아마 거기에서는 또 거기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았을 것이다.


이민을 가고 싶다고 말한 나에게 엄마는 '식구들 두고 어딜가냐'고 말하는 대신, '너 가고 싶은대로 가서 살아라, 너라면 어디서든 잘 살거다' 라고 해주셨더랬다. 엄마 말이 맞을 것이다.



행복에 대한 질문은 보통 우리가 행복한 삶이 어떤 모양인지를 안다고 가정한다. 행복은 종종 멋지고 사랑스러운 것들이-배우자, 자식, 사유재산, 에로틱한 경험-줄줄이 늘어선 결과로 묘사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저것들을 다 갖고도 여전히 비참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오른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행복의 프리 사이즈 공식을 제공하지만, 그런 공식은 자주 그리고 철저히 실패한다. 그래도 세상은 우리에게 다시 그것을 떠안긴다. 그러고도 다시, 또다시. 그런 공식은 감옥이자 처벌이다. 그 상상력의 감옥은 세상이 제공한 처방을 정확하게 따랐는데도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게 되는 처지에 많은 사람을 잡아 가둔다.
이 문제는 문학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해 단 하나의 줄거리만을 들려준다. 그 줄거리를 좇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적잖은 수는 결국 나쁜 삶을 살게 되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행복한 결말을 가진 하나의 좋은 플롯만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삶이란 사실 우리 주변 사방에서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꽃을 피울 수-그리고 시들 수- 있다.
설령 그 익숙한 줄거리를 최선으로 살아내는 사람이라도 그 결과로 얻는 것이 행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애정 어린 결혼 생활을 70년 동안 해왔다. 그녀는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의미 있고 긴 삶을 살았고, 자손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그래도 나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말하진 못할 것 같다. 그녀는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미래에 대한 근심이 워낙 깊은 나머지 울적한 세계관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행복 대신 얻은 게 무엇인지를 설명하려면, 우리에게는 더 나은 언어가 필요하다. 좋은 삶의 기준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더 중요하게 느겨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혹은 만족, 명예, 의미, 깊이, 몰입, 희망을 얻는 것. (p.20-21)



고미숙 쌤의 책,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몇 장 읽었다. 쌤의 사주에는 아이나 재물이 없고 공부만이 있다고 했다. 평생 공부하고 살거라고. 다른 사람이 공부하고 살 운명이라는데, 내가 왜 신나는지 모르겠다. 으앗, 공부하는 삶을 사는 여자사람이 여기에 있다! 하고 혼자 그 부분 읽는데 씐났다. 그러자 갑자기 사주를 보고 싶어졌다. 나도 사주보러 갔는데 쌤이 '락방 씨는 공부만 할 팔자예요' 라고 말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거다. 아하하하하. 나도 그렇게 공부만 하는 삶을 살고 싶어...그렇지만 그러기엔 내가 세상의 모든 속된 것들을 사랑하지. 돈, 술, 그리고 '어떤' 남자들... 내가 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본주의에 얼마나 철저히 물들어있는지를 깨달을 때마다 '아 나는 너무나 속되고 속되도다' 하고 자책하지만, 그래봤자 또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출근하는 직딩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엄마랑 남동생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랑 와인을 먹었어. 엄마는 연신 '여기 비싸다 다신 오지 말자, 너무 비싸다' 하셨지만, '엄마, 내가 아니면 엄마가 여길 누구랑 와?' 했더니, 엄마가 '그건 그래' 라고 하셨다. 내가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사주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나. 그것이 인생 최대 가치나 목표 같은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스테이크를 사주는 건, 내가 매일 아침 비루한 육신을 이끌고 출근하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지난 토요일에 친구를 만나서 영화를 보기 위해 외출을 하는데, 지하철 표 끊는 곳에서 한 젊은 여자사람이 5-6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랑 함께 지하철을 타려고 표를 대고 개찰구를 지나고 있었다. 유모차도 끌고 있었다. 어휴, 저 외출 힘들겠구나, 했는데, 어린이대공원 가는 방향을 찾고 있더라. 혼자 서서 궁금해하고 있는데 내가 가서 그냥 이쪽이에요, 하고 방향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고맙다며 아이랑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데, 혼자서 유모차랑 아이를 다 케어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제가 아이손 잡고 갈까요' 물었더니, '아니예요, 얘는 무서워해서 제가 안고 가야해요' 하고는 아이를 번쩍 안아드는 거다. 에스컬레이터는 한 명만 서서 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고, 그냥 보기에도 아이를 안고 유모차까지 끌고 갈 순 없을 것 같아, '그러면 유모차를 제가 가져갈게요' 하고는 유모차를 내가 끌고 에스컬레이터에 먼저 탔다. 그 분은 연신 뒤에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우릴 도와주시는 거야' 하고 말씀하셨다. 유모차가 좀 커서..  밑에 있던 내가...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 약간 당황했는데, 유모차에 깔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이렇게이렇게 해가지고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는데, 뒤에서 아이 어머님이 괜찮으시냐고 물으셨어 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 제가 경험이 미천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다 내려오면서, '아니 혼자서 어떻게 여길 가려고 하셨어요' 물으니, '아이 내려놓고 다시 올라가서 가져오려고 했어요' 하시는 거다. 아이고 벅차기도 하지 ㅠㅠ 아이 엄마들 다니시기 넘나 힘들겠구먼 ㅠㅠ. 다 내려와서도 계속 "선생님 감사합니다" 인사하셨어. 힝 ㅠㅠ


그래도 여긴 에스컬레이터였지, 지난번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이었나, 거기서는 앞에 계단만 있는데 한 어머니가 아이손 붙잡고 유모차 한 손에 들고 올라가려 하시더라 ㅠㅠ. 유모차 제가 들어드릴게요, 하고 그 유모차 내가 들고 계단 올랐다. 아니, 이놈의 지하철역은 이렇게 계단 겁나 많으면 어떡하라는거야. 노인은 노인대로 힘들고 아이 엄마는 아이 엄마대로 힘들잖아 ㅠㅠ 이건 무슨 방법이 없나?



아무튼 나는 공부하는 삶을 살아야겠어...

리베카 솔닛을 읽고 또 고미숙을 읽으면서, 아, 나는 계속,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그 안에서 말을 내뱉기 보다는, 거기에서 비껴나있을 때, 그럴 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또한, 내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리베카 솔닛을 읽으며 차분해지는 나를 보는 건, 정말 좋았어. 지적인 글을 읽는 건 정말 큰 기쁨이고요 ㅠㅠ






사랑은 끊임없는 타협, 끊임없는 대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절당하고 버려질 위험에 자신을 여는 것이다. 사랑은 얻을 순 있지만 강탈할 순 없다. 사랑은 내가 모조리 통제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상대에게도 권리와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협동하는 과정이고, 최선의 경우에 그 타협들이 즐거운 놀이가 되는 과정이다.(p.58)



위에 인용한 58쪽의 저 부분을 읽다가, 내가 그간 얼마나 사랑을 '잘'해왔었는지를 알게됐다. 나는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거절당하고 버려질 위험에 나를 열었다. 그랬었다.



그랬었고, 어쨌든,

자, 나는 지적인 글들을 읽는 사람이 될게.



우리는 스타크의 관점을 더 확장하여, 여성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친밀한 파트너뿐 아니라 낯선 사람이나 아는 사람이, 정치인이나 국가가 가하는 공격까지-모두 강압적 통제로 봐도 좋을 것이다. 생식권에 대한 쉼 없는 공격은-낙태뿐 아니라 피임, 가족계획, 성교육에 대한 접근성까지 겨냥한다- 강압적 통제를 제도로 수행하려는 시도다. 폭력도 가끔 관여하지만, 강아브이 수단은 그밖에도 많다. 징벌적이고 여성의 권리를 부정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도 한 수단이다. 쉽게 눈치챌 수 있듯이, 태아를 품은 여성의 권리보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권리에 집중하는 척하는 버률은 사실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과 국가의 권리에 집중하는 법률이다. 역시 쉽게 눈치챌 수 있듯이,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려는 시도는 사실 여성의 자율성, 주체성, 섹스의 의미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 자기 몸을 통제할 권리, 어머니됨이라는 엄청난 과업을 짊어지지 않은 채 쾌락과 유대를 추구할 권리, 달리 말해 자기 방식대로 어머니됨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공격이다. (p,63)

이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에 따르면, 성폭행을 신고하는 여자들은 이타적 이유에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즉, 딴 사람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을 지지하기 위해 뒤이어 나설 때도 있다. 요컨대, 입을 여는 것은 종종 감정이입 행위다.
모리스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강간이 트라우마의 가장 흔하고 심각한 형태인데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연구는 대부분 전쟁 트라우마와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수행된다. PTST 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남자들을 연구해서 얻은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고통을 겪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한 침묵도 존재하고, 그 치묵이 여성을 더욱 침묵 시킨다는 것이다. 침묵은 침묵 위에 건설되고, 침묵의 도시는 이야기들과 전쟁을 벌인다. (P.69-70)

학대와 괴롭힘에 관한 한가지 심란한 특징은 사람들이 그런 범죄가 아니라 범죄에 대한 증언을 배신 행위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런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학대자는 종종 피학대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특권, 보호가 상호적이지 않게 이루어지는 특권을 누린다. 제3자들은 종종 피해자를 가해자의 경력과 가정을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묘사함으로써 그런 상황을 강제한다. 폭행범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라는 듯이. (p.74)

많은 공동체에는 그런 여자들이 갈 곳, 비밀 피난처, 여성 쉼터가 있다. 파트너의 폭력 때문에 제 집을 잃고 말 그대로 세상에서 설 자리를 잃은 여자들이 그 속으로 사라진다. 많은 여자가 제 나라에서 난민으로 산다. 제 집과 삶에서 사라져서 비밀스런 장소에서 비밀스런 삶을 새로 얻는다. "매 맞는 여성 쉼터"라고 불렸던 은신처들은 1970년대부터 생겨났다. 지금은 북미와 영국에 수천곳이 있지만, 모든 가정폭력 피해자를 수용하지는 못한다. (p.78)

헤밍웨이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성기 크기에 대해서 했던 쓰레기 같은 소리는 딱할 뿐 아니라 그의 내면을 너무 투명하게 보여준다. 피츠제럴드가 헤밍웨이보다 훨신 성공한 작가였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피츠제럴드가 헤밍웨이보다 훨씬 낫다. 레고 블럭 같은 헤밍웨이의 문장에 비해 피츠제럴드의 문장은 실크처럼 나긋하며, 피츠제럴드는 남성 인물뿐 아니라 데이지 뷰캐넌이나 니콜 드라이버 같은 여성인물에게도 자유자재로 감정이입할 줄 안다(『밤은 부드러워』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근친상간과 아동학대가 미치는 장지걱 영향을 탐구한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p.234-235)

만화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애덤스Scott Adams 는 최근 우리가 가모장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섹스에 대한 접근성을 여자가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상대가 당신과 섹스하기를 원하지 않는한 당신은 그와 섹스할 수 없다는 뜻인데, 여기서 젠더 대명사를 빼고 말해보면 완벽하게 합리적인 소리로 들린다. 상대가 당신과 자기 샌드위치를 나눠 먹기를 원하지 않는한 당신은 그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없다. 이건 당연한 소리고, 억압이 아니다. 이런 건 다들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p.251)

(영화 《자이언트》에서)허드슨이 관계의 충격을 감당하는 모습을-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할 것 같고,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사랑하는 사람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는 모습을-지켜보노라면 절로 숙연해진다. 그리고 그는 그 연기를 잘해낸다. 크고 매끄러운 석판 같은 그 얼굴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치는 모습은 구름과 비바람이 초원을 스치는 모습 같다. "내가 당신과 결혼할 때 거만하고 불쾌한 여자였다는 건 당신도 알았죠." 레슬리는 또 한번 규칙을 깨고 남편과 그 동무들, 즉 텍사스 평원의 유력 브로커들과 선거 해결사들의 정치 토론에 참견한 다음 날 아침에 이렇게 말한다. 관계를 맺는 것, 결혼,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는 많고많으며, 사랑에서 빠져 나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도 얼마간 있지만, 사랑을 오랜 세월 지속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들은 다투고, 화해하고, 참고, 적응하고, 자식을 낳는다. (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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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8-01-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이고 다정하며 친절하신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 다락방님의 공부하는 삶을 응원해요!

다락방 2018-01-08 14:52   좋아요 0 | URL
아웅 넘나 좋으네요.
사랑해주셔서, 사랑한다고 표현해주셔서 넘나 감사해요.
jsshin님 진짜 넘나 좋은분이십니다. ㅋㅋㅋㅋㅋ
우리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삶을 살아요! >.<

비연 2018-01-08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끊임없는 타협, 끊임없는 대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절당하고 버려질 위험에 자신을 여는 것이다. 사랑은 얻을 순 있지만 강탈할 순 없다. 사랑은 내가 모조리 통제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상대에게도 권리와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협동하는 과정이고, 최선의 경우에 그 타협들이 즐거운 놀이가 되는 과정이다.(p.58) ... 이 부분 저도 밑줄 쫘악... 그어 놓았네요 ^^

다락방 2018-01-08 14:53   좋아요 0 | URL
네, 사랑은 그저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지속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면서 그걸 알게 됐죠. 사랑은 용기이며 실천인거예요. 우리가 이 책을 같이 읽고 또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니, 좋으네요, 비연님!
:)

나와같다면 2018-01-08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참 따뜻한 분인것 같아요

다락방 2018-01-08 23:44   좋아요 1 | URL
저는 쿨싴한 여자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18-01-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모차 끄는 여성분 도와주신 다락방님께 저도 감사하네요~ 인도는 울퉁불퉁하고 좁지(자전거도로로 다니고 싶은데 위험하죠..), 어디 좀 들어가보려 하면 턱이 걸리고 문은 무겁지, 엘레베이터 찾기는 힘들지, 백화점 유모차전용 엘레베이터에는 유모차 없는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 유모차 끌고 화장실 가려면 장애인화장실 찾아가야 하지.. 휴.. 그렇습니다.

다락방 2018-01-10 08:11   좋아요 0 | URL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려면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요?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아이엄마들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 보여요. 아이들이 진짜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데리고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잖아요. 제가 조카들이 있고 또 조카들과 외출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언제부턴가 너무 잘 보이더라고요. 아기 데리고 외출하는 엄마들이 말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