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출근하는데 뜬금없이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노팅힐의 모든 장면을 다 사랑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장면이었는데, 그 스틸컷은 찾으려니 찾을 수가 없네..위의 사진은 그냥 가져온 것이고,
영화속에서 휴 그랜트의 집에 쥴리아 로버츠가 잠깐 와있는데, 그 둘이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이었다. 한 명은 신문을 보고 한 명은 책을 봤던가..여튼 그런 침묵과 간간이 이야기하는 사이로, 쥴리아 로버츠가 휴 그랜트가 의자에 올려둔 발을 보고는 발이 크다고 하는 거다.
"big foot"
휴 그랜트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무슨 말을 하려는건가 해서 쥴리아 로버츠를 쳐다보는데, 이에 쥴리아 로버츠가 이러는 거다.
"big foot, large shoes"
큰 발에 큰 신발....
빅 풋, 라지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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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뭐 어쩌라는 거지? 싶은 장면인데, 둘은 그 말에 빵터져서 웃는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인데, 이게 사랑하는 사이(물론 저 얘기를 나눌 당시엔 사랑이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에서는, 사소한 것도 농담이 된다는 거다. 분위기를 바꿔줄 좋은 대화가 된다는 것. 이건 진짜 호감이 있어서 가능한거지, 호감이 없었다면 저 상황에서 "발 크면 큰 신발이지, 작은 신발 신으면 발꼬락 아퍼" 뭐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 장면이 너무 좋은데, 또 생각도 나고. 이들은 물론 내 기억에 남는 대화를 많이 한다. 샤갈의 그림을 둘다 좋아하던 것도 그렇고. 근데 빅 풋, 라지 슈즈.. 가 정확한 워딩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기억하는데...
저게 정확한가 보려고 내 폰에서 다운받아둔 영화를 보려 했더니, 아뿔싸, 내가 폰을 바꿨지.... 제기랄...... 인생은 이렇게 똥이라니깐? 다시 사려니 5천원이네... 하아-
(이 글 읽고 친구가 이 링크 찾아 보내줬다. 완전 짱임. 최고다! 그리고 foot 이 아니라 feet 이었어.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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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을 읽었다. 좀전에 리뷰를 쓰기도 했던 책.
사주명리학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내가 본 사주에 대한 기억도 아주 많이 떠올랐다. 이런 부분이 있었다.
사주명리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보는 힘이다. 내 운명의 지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잇는 끈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보는 힘이 커질수록 자신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진다. 보통은 비참하게 주어진 운명을 억척스럽게 개척하는 것이 인생역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진부한 성공담의 서사일 뿐이고, 진짜로 인생을 바꾸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운명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부질없는 팔자타령 아니면 한방에 역전하는 도박심리만을 키우게 된다. 물론 그럴수록 팔자의 늪에 더더욱 빠지고 만다. 그래서 ‘보라‘고 하는 것이다. 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한다. 지(知)와 사랑은 하나다! (p.120)
사주를 보면 단순히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아, 그렇구나 ... 내 팔자가 그렇구나......하고 나올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엔 그렇게 팔자에 대해 수긍하기 보다는, '어 그래? 내가 바꿔볼까? 그렇게 두지 않겠어!' 하는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은데, 만약 내 사주에 그걸 이룰 수 없는 걸로 나온다면, 그걸 가만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꼭 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
한 남자랑 헤어지고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나는 그가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나는 그를 잃을 수 없고, 이대로 손을 놓을 순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그가 돌아오는 부적을 써주세요' 같은 걸 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사주에서 그렇게 말해주면 기운이 날 것 같은 거였다. 그렇다해도 '그가 내게 다시 돌아오나요?'를 직접적으로 묻는 건 하지 못하겠더라.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고 생년월일을 말해주자 마자, 지금 헤어짐으로 괴로워서 왔다는 걸 그 분은 알아채셨는데, 그러면서 내게 이러신거다.
"네가 여길 왜 왔는지 안다. 너는 내게서 그 남자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그 말을 해줄 수가 없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허무한 남자다. 너에게 공허함만 남겨주고 약속도 없이 가버렸다. 너는 다른 남자를 만나라. 너한테는 다른 남자들이 계속 있다"
고 한거다. 다른 남자들이 계속 있는 건 좋지만(응?), 나는 이대로 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포기가 안됐다. 포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 사주에서는 그가 없으므로, 다른 남자를 만나라 하다니... 그래서 나는, '아니, 난 이대로 순순히 그를 놓을 순 없어!' 라고 생각했고, '사주에 없다면 있게 만들겠다!' 고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했고 다짐에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또 했더랬다. 그랬더니 그가 내게 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또! 헤어졌고, 나는 직장 일로 힘겨워서, 직장에 대한 걸 잘 봐준다는 다른 사주쌤을 추천받아 거길 갔다. 직업과 공부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다가 남자 얘기를 했고, 내가 헤어지고 괴로워하는 걸 그 분 역시 알고는, 그 사람하고 다시 사귈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그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남자들이 많아요. 그 사람은 그냥 없다...이렇게 생각해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그는 있고!
나는 그를 없다고 생각할 수가 없고!!
그래서!!
나는 그를 있다고 생각했고!! 있다 있다 있다 있다 이천번 생각했나 이만오천번 생각했나, 신은 나에게 그를 또!! 보내주셨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좀 짱인듯! ㅋㅋㅋ 사주팔자 운명 다 바꿔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렇게 되면 그들이 '틀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가 다음에 만날 남자의 특징에 대해 얘기하고, 그 다음 헤어졌을 때 내가 사귀었던 남자에 대해 얘기하면, 다 어김없이 그였던 거다. 그러니까 내 사주에 '그남자'는 없지만 '이러이러한 남자' 가 있고 그 다음 올 남자로 '이러이러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게 다 그 남자였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러니까 내 사주에 있던 '이러한 남자' 또 '그러한 남자'를 내가 엄청 쎈 나의 기운으로 죄다 '그남자'로 만들어버린 거다. 운명을 바꾸는 여자!!!!!!!!!!!!!!!!!!!!!!!!!!!!!!!!!!
그러니까, 나는 지금 또,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있다는 것을 알고 믿는다. 그런데, 기운이 없다.
어떤 유형의 팔자건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내가 가진 기운을 내야 한다. 몸, 재물과 능력, 마음, 이 세가지는 누구나 지니고 있다. 많든 적든 높든 낮든. 뭐가 됐건 일단 이것들을 쓸 준비를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 좋은 운이 오긴 어렵다. 재물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 복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또 마음을 꽉 채워 버리면 운은 막혀 버린다. 요컨대, 탁하고 무거운 기운이 가득찬 곳엔 복이 머무르지 않는다. 복을 받고 운을 맞이하려면 주변의 공기를 맑고 청정하게 해야 한다. (p.124)
나는 저렇게 두 번이나 내 팔자에 그를 넣기 위해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총동원 해야 했다. 에너지를 다 써버렸어. 기운이 없다. 보약을 해먹어야 해. 보약을 해먹는다 해도 그 기운이 또 날 것 같진 않다. 내가 사랑이나 연애 그것을 뭐라 부르든, 그러니까 내가 맺을 소중한 관계에 대해 애쓸 수 있는 에너지, 내게 남아 있는 에너지를 저 때 전부 다 써버린 것 같다. 저 두번에 총동원 했어. 그래서 이젠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힘을 끌어모아볼까, 하려고 해도 기운이 없어서 못하겠다. 기운이가 내게 없어.... 손끝 발끝까지의 에너지를 내가 다 써버렸다. 탈탈 털렸어......... 기운이 없다............내가 저 때 저렇게 에너지를 쓰지 않았으면, 그러면 나는 '그'가 아니라 '이러한 남자' '저러한 남자'를 만났을테지만, 지금 여전히 기운이 팔팔한 채로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어서, 나는 내가 바라는대로 그를 만났지만 기운을 다 써버렸다....기운...............보약..............................
그래도 평생을 이렇게 기운 없는 채로 살면 안되는데, 언제쯤 기운이 채워질까. 한 달 보약 먹는다고 한 달 뒤에 채워질 것도 아닌 것 같고, 뭔가 다른 식으로, 그러니까 저 책에서 고미숙 쌤이 말한대로, 내 일신과 일상을 잘 돌보면서 점검하면서 살다 보면,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내가 기운낼 날이 올 수 있겠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내가 계속 이대로 살 순 없으니까, 언젠가는 으랏챠챠~ 하면서 기운내는 날이 오겠지. 그러려면 하와이를 다녀와야 하는걸까.... (오늘 tran님 포스팅 보니 넘나 하와이 가고 싶어지는 것이야...)
그리고 오늘 아침에 들은 이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