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싫어...
어제 퇴근길과 오늘 출근길에 읽는 고미숙 쌤의 책이 좋아서 그 책에 대한 글을 쓰려고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뭐가 어떻게 어디서 꼬인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왜때문인지, 《일곱번째 파도》에 대해 내가 쓴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미숙 쌤 책에 대한 글을 쓰기에 앞서(리뷰로 쓸까-아직 다 안읽었으니 보류-, 페이퍼로 쓸까) 이런고 고민하다가, 아, 요즘 너무 힘들어 밤에 잠을 못이루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하고는, 장바구니에 머그컵 두개를 받으려면 8만원어치를 맞춰야하지, 뭘로 맞추지, 이러면서 이것저것 누르고 담고 빼고 하다 보니까 일곱 번째 파도에 이른 것이다. 대체 왜? 뭣때문에? 어떻게 여기로 흘러들어왔지? 어쨌든 그래서 의도치 않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와, 진짜...글 잘 썼어...명문이야. 아니, 어쩌면 이렇게 발췌도 쏙쏙, 내가 쓴 글 내가 읽어서 그런지 정말 귀신같이, 좋은 것들만, 쏙쏙 잘 뽑아서 글을 쓴 게 아닌가! 캬- 어쩌면 사람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쓴 페이퍼 읽어보면서, 내가 이 책에 대해 백자평으로 'PERPECT'라고 남긴 것도, 정말이지 적절한 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인용문에 대해 다시 한 번 내 개인 블로그에 옮기고 싶어졌다. 다시 인용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그런데 회사 사무실, 지금 당장은, 이 번역본이 아니라 영어본이 있는거다. 흐음. 나는 당장에, 당장에 이 번역본을 보고 싶으니, 당일배송 주문할까? 하는 미친 생각에 이르는데, 이게 왜 미친거냐면, 나는 집에 이 책이 있으니까?
그래서 안돼, 그렇게 돈을 막 쓰면 안돼, 이번 해에는 아끼자, 라고 생각해서 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담고, 그렇다면 영어본으로 인용문을 다시 읽고 인용하면 되지! 하게 된것이다. 그런데!
내가 번역본에서 인용한 페이지수는 있지만 당연히 영어본 페이지와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흐음, 그래, 내가 영어를 읽으며 해석하고 번역할 순 없지만, 번역문장에 대해서라면 영어를 훑다가 아, 이거구나! 찾을 순 있지! 라고 생각해서 영어본을 딱 펼치고 대충 절반쯤에 나오려나, 하고 읽는데, 아아, 앞이 깜깜하다. 이런 식으로 대체 내가 어떻게 찾아? 여긴지 거긴지 알게 뭐야?
그래서 목차라도 보기로 했다. 이 책에 1장 10장 이런식으로 나오니까, 번역본에서 페이지수로 목차를 보면 내가 영어본에서도 찾기가 수월하겠지, 하고. 그런데 알라딘에도 예스에도 네이버에도, 이 책의 번역본에 대한 목차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쯤에서 쌍욕 한 번 해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그냥 됐다, 안한다, 인용 안해, 이러고 던져버렸는데!!
한 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떻게든 찾고 싶어지는 거다. 그런데 한장한장 넘겨가며 어느세월에 찾나 싶어서, 이 책을 읽었으며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게다가 지금 손 닿는 곳에 두고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내가 인용하는 페이지를 불러주고 그게 몇 장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었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세상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지. 다이나믹한 세상이야.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렇다면 나는 찾기를 포기하고 다시 고미숙쌤 책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냐(그런데 나 왜 고미숙 쌤이라고 부르는거예요?), 라고 고민하는데, 뭔가, 아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 그러자! 퍼뜩 떠오르는 방법! 내가 누구냐. 나는 문제 해결에 뛰어난 사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 기어코 답을 얻고야 마는 사람. 대단한 사람. 멋진 사람. 세상 짱인 여자가 아닌가!!!!!!
자, 그러니까 사고의 회로는 이런 식으로 작동했다.
보자, 이게 242쪽인데, 내가 영어본에서 몇 페이지인지 짐작 조차 되지 않아 못찾잖아? 그렇다면, 전체 페이지를 놓고 비례식으로 풀면 비슷한 즈음에 놓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그러니까, 392쪽 전체 책에서 242쪽 쯤에 위치하는 것은, 263페이지 전체쪽에서 어느 즈음에 놓일것이냐....라는 생각. 여러분 내가 이렇게나 똑똑해. 그래서 정말 그게 맞는지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면지를 꺼내놓고 비례식을 썼다. (이거 비례식 맞죠? 수학 놓은지 넘나 오래되어서..)
263이 영어본 전체 페이지, 392는 번역본 전체 페이지, 242는 내가 찾고 싶은 페이지.
263:392=x:242
그렇게 처음 찾고자 했던 페이지는 162쪽이라고 나왔고, 나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두페이지 전부터 훑어본다. 그러다 161페이지에서 찾았다. 빙고! 그래, 이렇게 풀어나가면 되는거야! 으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찾고 싶은 페이지를 다 찾고야 만것이다. 아래는 계산한 흔적.
빨간색 펜이 오늘 아침 내가 계산한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멋져 짱멋져 진짜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사람은 이래서 수학을 배워야 하는거야(이거 산수..인건가?). 이거봐, 내가 읽고 싶은 페이지를 수학으로 찾아냈어! 꺅!!
>.<
진짜 너무 멋지고 지적이고 현명하다 진짜. 스스로 감탄함 ㅠㅠ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인용하고자 한 문장이 아니라, 이렇게 문제를 해결한 나 자신에게 감탄을 해버려서...인용문장은 저 멀리로 날아가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생여러분,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자. 살면서 이렇게나 도움이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멋져 ㅠㅠ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쩜 이렇게 멋지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 천지에 나처럼 멋진 사람 또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어쨌든 찾았으니, 찾은 김에, 내가 찾고자 한 문장을 옮기도록 한다. 아, 멋짐 뿜뿜한 아침..
I wanted the best for you. Unfortunately it never occurred to me that I might be the best. Unfortunately. Pity. Missed opportunity. I', sorry. I'm really sorry! -Leo, p.161
You mustn't be cross: whatever it is making you wait this time before telling me something profound about yourself, I'm waiting with you. I've been waiting ever since I've known you. Over the past tow and a half years I've waited three times as mush as I have in the preceding thirty-three. If only I'd known what I was waiting for! I'm sick to deate of waiting. Basically I'm all waited out. Sorry! (And now you're going to go all silent and sulky on me again.) -Emmi, p.221-222
We met up. I saw you. SAW YOU! What should I have said on that occasion? What should I say about it now? I was in phase two with Pamela: a long-distance relationship, broken up by thrilling voyages of discovery and intense pangs of desire for a perfectly normal and more permanent state of togetherness- going out to byu bread and milk, changing the hoover bags. How did I while away the time waiting for my future? With you, Emmi. Who did I lie with virtually? You, Emmi. Who did I live with in my secret inner world? You, Emmi. Only ever withe you. And now my most wonderful fantasies had a face, too. Youre face. -Leo, p.225
(각문장의 번역은 먼댓글 타고 들어가면 그 페이퍼에 있다)
모든 학문이 이렇듯 다 연결되어있다. 수학은 번역본과 영어본을 바로 연결시켜줘....그런데 그게 가능하다는 건, 나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 아아- 멋지다. 멋져, 학문과 배움의 길!
안기다려, 안기다려, 안기다린다고!! 말하는 건 무슨 뜻인가요, 에미. 안기다린다는 말을 어쩌면 이렇게 매일, 매일 하나요. 왜 그말을 꼭 레오에게 해야 했나요..... 왜죠.
언어학자 레오는 세상 똑똑한 교수일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는 에미에 한참 못미친다. 내가 에미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이유는 그거였다. 에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알고, 원하는 바를 향해 갈 줄도 안다. 에미는 계속 알고 있었다. 에미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이었어. 레오가 에미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기까지는 책 두권이 걸려야 했다. 새벽 세시에서는 보스턴으로 떠나버리고, 일곱번째 파도에서도 한참, 아주 나중에, 한참 걸려서야 깨달으니까. 역시, 에미가 짱이다. 나는 레오를 사랑하지만, 에미가 최고인 것이야!!
이러면 또 고미숙 쌤의 책에서 자신을 아는 것에 대해 얘기한 부분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면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고, 나는 오늘 일을 좀 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마치기로 한다. 우리는 이제 고미숙 쌤 책 리뷰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