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제2의 눈을 뜨는 순간이 있다. 좋은 돌을 머리맡에 놓아둔다면 반드시. 2의 성욕이 아닌 건 다행이다. 복잡한 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편견이란 무엇인가> 감수를 맡은 김선욱 교수의 추천사부터 맘에 들었다. 그의 인용 잠시 보자.

 

롤스가 말하는 ˝옳음보다 좋음이 우선한다˝는 주장 또한 우리는 옳음보다 좋음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옳음을 해결하려면 좋음을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우리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필연성을 주장하려면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10년 전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샌델 교수(이 책의 저자 애덤 샌덜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성의 기능 자체도 언어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보편적 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칸트에게서 유래되고 롤스나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추상적 인간관에 바탕을 둔 절차주의적 주장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p6)

 

(Agalma 끼어듬- 북플 속에서도 옳음 보다 좋음이 선호되는 현상(나도 불가피)은 내게도 가장 주목되는 점이었다. 다른 소셜네트워크를 안 해서 그런 것이니 음흉한 파수꾼처럼 보지 않았으면;;)

 

 

애덤 샌델은....비관여적 판단정황적 판단이라는 두 개념의 정립을 통해 솜씨 있게 수행하고 있다. 편견은 안 좋은 것이므로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애덤은 편견 가운데는 정당한 편견이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우리가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임을 알려 준다.(p7)

 

 

마이클 샌델 ˝절차주의적 주장은 유지될 수 없다˝는 관점을 애덤 샌델도 동의하는 선상이며, 애덤 샌델의 비관여적 판단정황적 판단은 마이클 샌델의 미진했던 방법 제시를 고찰하면서 나온 개념으로 보인다.

 

추천사에 이어지는 애덤 샌델의 서문은 깔끔하면서도 명문이었다. 옮긴이 후기나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책 정리를 잘 해줘서(너무 그러면 얄미워요;) 서문만 읽었는데 얇은 책 한 권 읽은 기분. 하긴 서문이 34페이지다.

니체 <도덕의 계보학> 서문을 봤을 때만큼 좋았다. 그 책에도 그랬듯 이 책도 Agalma가 뽑은 Best 서문에 넣을 생각이다.

 

 

칸트가 관심을 갖는 편견에는 전통, 습관, 관습, 교육 같은 것이 포함된다. 거기에는 심지어 인간의 타고난 욕망까지 포함된다........ 칸트와 베이컨, 데카르트가 이야기하는 편견은 단지 부당한 반감이나 적대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에 대해 그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모든 판단의 원천을 가리킨다.(p13)

 

흔히 역사적, 객관적, 과학적이라고 말하며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말할 때, 우리는 자신의 편견 기반과 오차 또한 가늠해봐야 한다. 많은 철학자들이 그랬고 애덤 샌델도 말하고 있듯이 우리 사고와 판단은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지도 끝내지도 않는다. ˝암묵적 앎˝

 

우리가 사물을 검토하면서 그 속성들(크기, 모양, 색깔 등)에 주목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인식이 아니다. 우리의 실제적 이해는 대부분 암묵적인 앎이다.(p25)


우리의 이해는 언제나 회고적이다(뒤를 돌아보는 성격을 갖는다는 의미에서).(p36)


얼핏 평등과 정의라는 추상적 원칙에만 의존하는 듯 보이는 연설들도 실은 이 원칙들을 납득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편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p45 서문 마지막 문장)

 

애덤 샌델 <편견이란 무엇인가>가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기묘한 열풍 현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어떤 편견의 작용이든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고 각자의 자리에서 1cm라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면.

 

서문만 읽고도 페이퍼 한 페이지 가득이니 책 다 읽으면 그 정리는 도대체....

 

§§

대선 이후 욕을 해대는-한 번도 그런 적 없어서 충격적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호르몬 문제도 있을까. 멋부리는 것엔 아직 관심이 많으니 님 나름대로 정상!-그래서 일 외엔 모든 것에 무기력하고 살쪄도 내 친구인 친구가 내가 뇌과학 얘길 하도 해대니 뇌과학 책 좋은 걸로 하나 사 달란다. 네 좌뇌를 마비시키면 내가 네게 사과를 보여줘도 넌 사과라고 말 못 해라고 말했을 때 친구는 정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건 현재 과학적으로도 실현 가능한 일이다. 좌뇌/우뇌 기능에 대해서 상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물리적 현실로 다가올 때 우리의 반응은 매우 달라진다. 치료와 해결 관점에서만 생각했지 그 역방향은 잘 생각하지 않는 탓이다. 여하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 내가 바란 게 이런 거거든!! 20년 친구라도 책값은 받을 것이다--. 너무 매정하다 말하지 마시길. 자기 돈 주고 사야 아까운 줄 알고 꼭 읽게 되는 법선물로 받은 책 미루다가 안 읽는 일 많잖음? 그래도 뭐 하나 더 챙겨주고 싶어서 사은품으로 나온 에코백을 같이 준 적 있는데 다 떨어질 정도로 들고 다녀서 내가 창피한 적도 있다; 펭귄북 에코백 보면 분명 자기도 달라고 그러지 싶은데.... 마카롱 시리즈 책이랑 머그컵 보여줬더니 이미 그런 반응 한 번 나왔기에 내가 단호히 제지했다.... 흐음.... 하지만 이번 펭귄북 에코백은 아..... 역시 옮음 보다 좋음의 문제ㅜㅜ....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책 제목처럼 <펭귄북 에코백 들고 다니며 책 읽는 모임>이라도 있으면 나름 정당성(편견의 합리화)이라도 만들 텐데...!!;;

암튼 아직 집에 있는 뇌과학 책들 다 못 봤는데 무슨 책을 추천할지 고민이다. 본격적으로 물으면 내 애호와 편견은 왜 우왕좌왕이냐<(-0-)>;;;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하여 선택한 책은!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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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0-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책이요, 친구추천하실 책 고르셨으면 알라딘에도 올려주시길...
쉬운 걸로다가 ㅎㅎㅎㅎ

AgalmA 2015-10-12 22:25   좋아요 0 | URL
뇌과학책 여러 권 접하다보니 강연이나 논문 모음보다는 기초 공부 한 권 제대로 하고 관심 분야로 넓히는 게 더 효율적이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인문학적 상식도 풍부하면서 뇌과학 전문성도 충분히 살린 승현준 박사 <커넥톰, 뇌의 지도>를 선택했습니다. 읽다 말아서;; 언제 리뷰를 올릴 진 모르겠어요ㅎ;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세계 최고의 과학자 11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

저자 슈테판 클라인은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칼럼니스트다. 그는 서문에서 성서 속 아담을 말하며 히브리어에서 아다마achamah는 먼지 혹은 흙을 뜻한다고 했다. 이 책의 앞선 책 제목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는 큰 틀에서는 진화를 주제로, 세부사항에서는 주관적 경험을 배제하려 하는 정통 과학(p14)의 울타리와 맹점을 짚어보려는 기획이다.

 

 

주관적 경험은 자아의식 같은 내면 세계를 축소하거나 부정하려는 과학과, 내면세계에서 인간의 본질을 보려는 철학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다리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세계를 감싸고 있는 자연. 우리가 개체성(자아)에 천착하지 않고 자연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자연이 건재할 때 우리도 불멸할 것이다. 너무 관념적인가? 나는 이 점이 점점 실체적으로 느껴진다. 과학에서도, 철학에서도 ˝영혼 불멸˝은 고전적 의미에서 거론될 뿐 실질적 논의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이 종교의 가치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다.

이 책에서 불멸은 여러 층위를 보여준다. 현대인의 몸 속에 남아있는 물고기의 척추(데틀레프 간텐), 유럽인의 몸에 뚜렷이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스반테 페보), 컴퓨터에 모두 입력됨으로서 불멸하게 되는 형태의 인간(크리스토프 코흐)등이 그것이다. 

크리스토프 코흐의 견해는 미치오 카쿠가 마음의 미래에서 미래에 인간이 존재하는 형태로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온갖 기록을 남기는 지금 양상이 그 전조라고 생각된다.












최종 해답을 바라고 이 책을 펼쳤던 독자라면 실망스러울 거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 거라 보는가. 오랜 세월 동안 그랬듯 확실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조망한 현재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이 독서에 의미가 있었다. 거론된 내용은 이렇다.

 

 

 

1. 우리는 어쩌면 영생할 수 있을 겁니다 -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나눈 대화

 

단성생식으로 무한히 분열가능한 섬모충, 다세포 생물인 요각류 생물의 불멸성 얘기가 나온다. 인터뷰는 노화와 장수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지만, 내겐 다른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섬모충은 가장도, 전업주부도 없다. 180년을 살면서 남편 밥을 해 줄 필요도, 욕구로 인한 의무적인 섹스를 할 필요도 없다. 그 행위를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성별의 구분과 역할이 필요없다는 것.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인 시한부적 삶, 번식의 양태가 현실 속 억압과 지배구도에 상당한 메커니즘이라는 근거를 이 논의에서 또 하나 발견한 셈이다.

 

 

 

2. 우리의 행복은 친구들에 달려 있습니다 -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와 나눈 대화

 

행복, 불행, 기호의 주요 원인으로 통상 유전자, 사회, (p42)을 거론하지만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는 사회적 환경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우리 일상만 살펴봐도 입소문과 구매평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것부터 소셜네트워크 속 의견 교환,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오는 문제와 기분의 전염 등 우리가 실제로 영위하는 삶은 이런 관계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민족성도 그런 영향권이라고 말한다. 사회관계성의 대표적인 예로 과부효과(p47)가 있다. 부부 중에 한쪽이 죽으면 남은 한쪽 수명이 통계적으로 짧아지는 현상이다.

, 인간의 생존확률의 중요한 요인인 인간의 친화성은 유전자 영향이라고 한다. 혈연의 끈끈함이 이해되는 발언이며, 생존과 관련된 진화의 점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천적(p51)이 되고 폭력의 전염이 가속화되고 있는 세상에서 예수의 이웃사랑, 불교의 자비는 그래서 끝없이 추구되어야 할 가치다.

 

 

 

3. 진화가 길을 잘못 든 거죠 - 의학자 데틀레프 간텐과 나눈 대화

 

데틀레프 간텐은 의학자로서 인간을 세심히 살펴 그런지, 진화는 목표가 없으며 인간 몸의 진화과정은 가변적이라며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물고기에게서부터 진화해온 인간 척추의 유약함(p65), 직립보행과 관련해 산모의 산도가 지나치게 좁아 출산과정이 위험한 점(p65~66), 유럽인들에게 흔한 낭성섬유증 유전자는 폐결핵과 콜레라 같은 감염병을 막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p66),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알코올 소화능력의 차이 등의 예시는 인간의 진화가 허점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는 진화 과정보다 문명의 속도가 더 빨라(p69)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도시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생활양식과 면역계는 더 위태로워졌다. 치료에 급급한 의학에 공공투자되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할 때 개개인이 건강한 생활방식을 꾸리길 촉구한다. 알면서도 잘 안되는 나는야 도시인ㅜㅜ;

 

 

 

4. 한 살짜리도 통계를 따집니다 -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과 나눈 대화

 

대다수 사람들은 진보로 여기지만, 앨리슨 고프닉은 그 과정이 상실의 역사(p82)라는 입장이다.

한 살만 되어도 아기는 흔한 사건과 드문 사건을 구분하고 거기에서 규칙을 도출(p87)해내며세 살짜리는 원인과 결과를 생각할 줄(p88) 줄 안다. 그러나 어린이는 대상을 개연성과 원인과 결과의 틀에 맞추려 하기보다 무질서를 허용하며 탐구하는 과학자이자마주치는 모든 것에 빛을 비추는(p89) 램프이다.

아이들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도 탐구생활 일환이랍니다. 너무 혼내지 맙시다~

 

 

 

5. 우리는 언젠가 꿈을 이해할 겁니다 - 정신과의사 앨런 홉슨과 나눈 대화

 

기존의 정신분석가들의 사고방식과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 반감(p107)을 가지게 된 앨런 홉슨은 정신분석 대신에 상식을 진료의 지침(p108)으로 삼았다. 프로이트에 대립하는 그의 논리는 몸과 정신이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드림 스테이지(앨런 홉슨이 1977년부터 여러 곳에서 열었던 잠과 꿈에 관한 전시회)(p112) 이야기를 보니 앨런 홉슨은 엔터테인먼트를 아는 정신분석가란 생각이 들었다^^; 60년대 말부터 태동한 히피문화 시대를 거친 영향도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앨런 홉슨의 연구를 보며, 뇌 과학의 데이타 중심주의와 주관적 경험이 가장 흥미롭게 연결되는 연구 분야가 이라는 생각을 했다. 프로이트는 몇 %의 성공률인 걸까? 데이타를 찾아봐야 하나?

 

 

 

6. 선의 유전자 -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나눈 대화

 

리처드 도킨스가 우리는 타고난 이기주의자일까?(p126) 라는 관점이라면, 슈테판 클라인은 사람들이 겉보기보다 덜 이기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p126)라는 관점이다.

다윈의 로트바일러(Rottweiler, 덩치가 크고 사납기로 유명한 개 품종)(p126)로 불릴 정도로 다윈주의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초친절-이타성(입양, 기부, 살신성인)을 유전자적 진화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며, 일종의 계산된 평판 추구 심리인공적 불빛에 날아드는 나방(p133)이나 제 새끼인 줄 알고 기르게 되는 뻐꾸기 새끼(p134) 같이 어림규칙과 오류가 끼인 어리석음 정도로 해석하고 있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슈테판 클라인은 상리공생-집단이 약해지면 개체 자신의 생명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서로 돕는 현상(p135)을 말하며 이타성에 대한 공인된 다윈주의적 설명을 가져와 집단과 환경의 영향’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도킨스는 유전자 선택의 집단환경이라는 전제로 제한한다. 그러자 슈테판 클라인은 인류학자 세라 허디의 이론을 가져와 협동과 공동체 지원 속에서만 번식가능한 점, 인간의 뇌가 느리게 성숙하는 불완전한 유년기를 생각할 때 친절함은 꼭 필요하다고 반론하자 리처드 도킨스는 얼버무리며 동의했다...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동의했다. 슈테판 클라인 승!

 

 

 

(, 이제 5장만 더 정리하면 돼! 이타심을 발휘해라. Agalma;;; 과학자 이름 오타가 많이 나서 힘들다ㅜㅜ)

 

 

 

7. 자아라는 수수께끼 - 철학자 토마스 메칭거와 나눈 대화

 

철학과 뇌 과학 양쪽에 정통한 철학자이자 신경철학의 개척자인 그는 자아라는 현상과 의식이라는 현상을 규명하려 애쓴다(p144)

신체 이탈을 여러 차례 경험한(부럽다!) 토마스 메칭거는 대략 열 명 중에 한 명이 신체이탈 경험자며, 어쩌면 모든 시대,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그 경험을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 영혼불멸사상이 발생한 주요 원인(p147)일 거라는 흥미로운 의견을 낸다. 그의 신체 이탈 경험은 실재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p147) 철학적 인식론이 된 셈이다.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주관적 경험의 역할 사례 되겠다.

슈테판 클라인과 토마스 메칭거 자아감에 대한 대화는 중요한 맥락이라 사진으로 그대로 제시하겠다.



이 리뷰 도입부에서 내가 말한 자연의 일부로서의 나와 유사한 맥락으로 토마스 메칭거는 전체로서의 개인을 연구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장은 중요한 개념 논의가 많아 나머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8. 세상의 모든 사람이 친척입니다 -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와 나눈 대화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서열이 유럽인과 일치한다는 걸 발견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네안데르탈인이 대륙으로 퍼져나가고 멸종하기까지의 이야기는 마치 고대전설처럼 흥미를 끈다. 생소한 데니소바인까지 등장한다.

스반테 페보의 고유전학은 인류의 유전적 기원과 투쟁을 조망하게 하며, 우리가 15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한 단 한 명의 여성(p181)의 자손이자 서로가 서로의 친척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인종 구분의 자의성, 철저히 정치적인 개념인 민족(p182)의 허위성을 증명한다.

인간의 말하기 발달에 관여하는 폭스피투FOXP2 유전자를 이식받은 생쥐에 대해선 궁금증을 남겨놓고, 나는 다음 논의로~

 

 


※ 최근 스반테 페보의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에서 못다한 재미난 얘기를 해주리라 기대한다. 













   

9. 유인원 사랑 -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과 나눈 대화

 

미국에서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제인 구달이라고 한다!

그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동물로 간주하지 않(p194)듯이 침팬지를 동물로만 보지 않았으므로 일련번호 대신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연구자다.

과학적 객관성이란 미명 아래 동물들을 얕잡아보는 연구 행태 속에서 그녀는 참 많은 고난을 이겨내야 했다. 온통 처음이었으니까. 리키 박사가 유인원을 조사하기 위해 원시림에 보낸 세 명의 여성(다이앤 포시는 고릴라에게, 비루테 갈디카스는 오랑우탄에게, 제인 구달은 침팬지에게-p190) 중 제인 구달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입견 없는 그녀의 자세와 의지가 컸으리라 본다.

 

 

 

10. 사치는 도덕에 어긋날까요? - 윤리학자 피터 싱어와 나눈 대화

 

리처드 도킨스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학자 같은데, 두 사람 다 통상적인 인간 존중의 개념을 깨는 급진적 발언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피터 싱어는 낙태와 안락사 찬성자다. 나름 타당성이 있으나 지나친 효용과 합리성 자세가 리처드 도킨스와 똑 닮았다_-; 슈테판 클라인이 그에게 공리주의자라고 강하게 지적하는 게 이해되는 인터뷰였다.

이 논의에서도 슈테판 클라인의 말들은 현실을 섬뜩하게 보여줬다.

 

슈테판 클라인 : 미국에서 나온 한 추정에 따르면, 매년 13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면 전 세계인에게 간단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해요. 그런데 130억 달러면, 우리 유럽인이 매년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데 쓰는 금액과 거의 같습니다. 만일 그 추정이 옳다면, 내가 느끼기에 그 추정은 고무적인 동시에 섬뜩합니다. 아주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많은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요. 그런데도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섬뜩해요. (p219)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도 이런 메커니즘을 보여 줬지만 이런 상황은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다.














11. 나의 세계와 나 - 크리스토프 코흐와 나눈 대화


코흐는 생물물리학자로 30년 넘게 의식을 연구하고 있다.

의식이 사라질 때만 의식을 알아채는(p234) 우리에게 의식이 우리 삶의 필연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결론짓는 그의 말은 뒤이어 모순을 보여준다.

 

크리스토프 코흐: 의식은 다른 모든 앎의 전제입니다.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또 나는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오직 이 두 가지를 내면적으로 경험함으로써만, 알 수 있어요. 의식은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입니다. 일찍이 데카르트가 깨달은 바죠. (p234)

 

아무것도 아닌 채 모든 것을 알게 하는 전제의식...

나는 의식이 있다, 고로 존재한다(p235)

코흐의 사유와 코멘트는 과학보다 철학에 더 가깝다. 오랫동안 믿어온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나온 숙고라 생각된다.

 

 

 

 

§§ 총평 

명성 자자한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인 슈테판 클라인의 혜안이 더 멋졌던 책. 이러면 이상한 거 아닌가a;;

인터뷰의 종합적 인상은 불멸보다 존재, 그리고 그 존재 방식 중 이타성이 더 강조되는 걸로 보였다. 그 상관 관계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까.....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에 의구심을 품고 <이타주의가 지배한다>는 책을 쓴 슈테판 클라인의 경향이 인터뷰에 영향을 미쳐서라고 보는 건 단편만 보는 해석 같다. 오히려 ˝이타성˝이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기조라 그런 거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몸은 부분들의 상호작용에 기초하여 존속(p15)한다는 그의 서문을 음미해본다.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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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2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열 심~!!^^♥ 그럼 남은 5장은
서비스네..받게~! @@;

AgalmA 2015-09-21 06:57   좋아요 1 | URL
홀로 만담은 여전하시네요 ㅎㅎ)) 그럼 전 그장소님 서재 가서 소설을 써보는 걸로....

[그장소] 2015-09-21 17:01   좋아요 0 | URL
아하핫^^ 제 애정이 드러나죠?!♥

cyrus 2015-09-21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인의 학자들 이야기를 전부 다 요약하셨군요. 글 쓰느라 고생 많이 했겠어요. 저는 잘 모르는 분야의 내용은 서평에 잘 언급 안 하는 편이에요.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봤자 머리에 바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아는 척 썼다가 제 빈약한 수준이 들통날 수 있어요. 문장을 몇 개 인용하면 글의 분량이 더 길어져서 밸런스가 맞지 않아요. 이렇다 보니 글 한 편 제대로 쓰기 어려워져요.

AgalmA 2015-09-21 19:43   좋아요 2 | URL
인터뷰라 몇 줄씩 요약하는 식으로 가야지 했는데 쓰다보니 줄줄이 비엔나 상황이ㅋ; 나중엔 오기가 생겨서ㅋ
분량 긴 글이 리뷰로 큰 인기 없는 건 아는데, 요즘은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데 더 중점을 둬요. 정보는 타인을 위해, 글쓰기는 나를 위해 랄까요ㅎ
이 책에 제대로 된 리뷰가 없어서 좀 상세하게 쓴 동기도 있고요^^

북다이제스터 2015-09-21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기적` 부분에서 `이타심` 발휘해 주셨습니다.ㅎ 센스 ㅎ 덕분에 흥미있는 책 알게되었습니다. ^^

AgalmA 2015-09-21 20:22   좋아요 2 | URL
하필 그 부분에서 아주 이기적으로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ㅎ;
그 다음에 나오는 토마스 메칭거 인터뷰가 아주 집중을 요하는 중요한 내용이 많아서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걸...` 한숨 한 번 쉬고ㅎ;;
도움이 되셨다니 보람찹니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 대답 없는 우주에 대답을 던지는 두 지성 간의 대화
최준식.지영해 지음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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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해 교수의 탁월한 사고 패러다임

 

외계인 실존에 대해 지영해 교수는 "인접생명권"광역생명진화권이라는 사고 개념을 제시한다. (존경스러웠음!)

이 논리는 외계인들이 오랜 세월 수차례 지구와 접촉하고 개입하게 된 상황과 지구인 인식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잘 설명해준다. 

지구인의 문제라면 권력욕, 교만, 정부 정보통제 등등 다른 것도 많다-_-)...당연하지 않겠어요? 인간이니.







§ 새로운 패러다임 - "현상적 압도성"


"현상적 압도성"은 임계치가 넘어가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넘어간 것은 과학적 입증 때문이었다 해도, 인간 역사에서 많은 '혁명'이 "현상적 압도성"이지 않았는지?

지금 심각한 문제인 핵문제를 포함한 군축과 환경 파괴에 대한 공동 대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다. 아래 사진에도 제시되고 있는데, 시장자본주의, 민주주의, 민족국가 체제가 그 원흉이다.

동토의 해빙으로 인해 아무리 조심해도 온실가스가 27년 이후면 임계치를 넘어갈 거라는 사형 선고 아래 

인간의 사고 패러다임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해 줄 지 그리고 과연 해법을 제시할 지 캄캄 아니겠음? 

완전 <인터스텔라> 상황;;  

이런 촉박한 상황에서 외계인이 혼혈종을 생산하는 것은 어떤 뜻이 담긴 걸까. 좋은 뜻으로 본다면, 위에서 말한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차원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여하간 뉴에이지 사상들이 보는 인류구원 메시아로서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출현부터 생각까지 참으로 묘한 존재... 정말 파악해보고 싶다! 알아 볼 수나 있다면;



 



ps) 인류종말에 대한 대책, 인간의 욕망!은 내 선에선 무리고; 저는 이 책에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집중해서 본 터라 위 얘기는 좀 심각합니다만, 납치한 지구인을 다른 집에 데려다 놓는 황당하고 귀여운 외계인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들, 그간 외계인 관련 사건 사고, 대표 선진국들의 대처 등을 종합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입니다. 찡긋) 




나에게 ps) 앗! 이거 쓰느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놓쳤ㅜㅜ! 우흐흑, 리뷰가 뭔지.....리뷰 정리하느라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겠소? Agalma씨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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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9-20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꼭 다시보기로 보는 tv 프로그램이 일요일 오전에 하는 `서프라이즈` 입니다~ 가끔씩 외계생명체에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소재로 나와서..ㅎ따로 ufo 다큐는 수집하고 싶더라구요. 이 교수는 이해하기 쉽게 말하네요~ 읽을 만한 신간인 것 같군요! 외계생명체는 이제 100프로 있다고 믿어도 되겠죠? ㅎ우리에게 유익할지 유해할지 참... 귀신도 아직 설명이 안 되는데... 죽어봐야 알 문제들~

AgalmA 2015-09-20 01:34   좋아요 0 | URL
책에서 인용할 때마다 자료에 대해 자세하게 출처첨부가 되어있어서 도움이 되실 겁니다.
위에 물고기 얘기도 그렇지만 2차원의 개미와 3차원의 인간 사이의 이해불가능한 차원의 문제가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도 있는 것 같다고 저는 이 책을 보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이쪽 다큐에 관심이 많으셨다니 꼭 보셔야 할 듯~ 귀신 같은 영적 문제도 다소나마 이 책에서 다룹니다. 최준식 교수가 외계인을 너무 영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건 동조가 안 되었습니다..그래서 별점 하나 뺀 것;;;

fledgling 2015-09-20 01:04   좋아요 1 | URL
세상을 다르게 보고 사유할 수 있도록 공부가 되네요. 오, 영적인 문제도 나오다니 더욱 더 기대만발~!

cyrus 2015-09-2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 단어가 거창하군요.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

AgalmA 2015-09-21 11:45   좋아요 0 | URL
거창한 단어들은 좀 거북하기도 한데, 설명을 읽어보면 정말 딱 그래요 :)

antibaal 2015-10-0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AgalmA 2015-10-01 21:01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부분이 있죠? 감사합니다. antibaal님^^

고양이라디오 2015-11-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UFO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있나요ㅎㅎ???
꼭 보고 싶은 책이네요~

AgalmA 2015-11-20 08:31   좋아요 1 | URL
과학적인 증거라기 보다 여러 사실과 이론 사이에서 합리적인 추론을 하려는 책이라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 과학 분야 관심 많으시니 읽는 재미는 얻으실 듯^^
 
TV노예가 되는 1주일이 돌아오다 - EIDF 2015

 

 




1. 희망도 절망도 없는 인간?

고쿠분 고이치로는 마무리하는 소감에서들뢰즈가 베케트를 논한 「소진된 인간」을 거론하며 들뢰즈가 살았고 살아낸 삶 자체가 희망도 절망도 없는이른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세계”(<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266)가 아닐까 조심스레 말하고 있다.

 


들뢰즈가 가져온 수많은 사례들-데이비드 흄에 대한 논문을 시작으로, 스피노자와 칸트 같은 고전 철학영화와 같은 예술프로이트와 라캉 이론에서 그랬듯 푸코의 권력담론에서도 들뢰즈=가타리식 욕망’ 분자를 끄집어내기프루스트에게서 과거를 떼어내고 습득의 경험’(사유의 현장성)을 말하기카프카....

이 책에서는 카프카 연구를 비롯해 들뢰즈가 예술을 통해 분석해 본 시간론을 다루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여하간 알랭 바디우는 들뢰즈를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들뢰즈가 늘 지루하고 똑같은 말(일종의 예단적 사고)만 한다고 비난한다. 알랭 바디우의 비난은 내게 이렇게 보인다철학론이라면 자신만의 무공훈장=개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 그런데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를 간파한 고쿠분 고이치로는 이렇게 말한다


데카르트는 코기토(Cogito)의 사상을 설하고칸트는 초월론적 탐구를 밀고 나갔으며헤겔은 변증법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고베르그송은 지속으로 현실을 보는 시각을 전위시키려 했다그러나 들뢰즈의 저서는 그러한 스타일로 쓰여 있지 않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p16) 


그리고 들뢰즈의 독특한 자유간접화법을 서술하며 1장을 시작한다추종 아니면 인신공격적 반론 일색인 철학의 場에서, 들뢰즈의 자유간접화법은 철학자가 스스로 사유한 것을 말로 분석해낼 때 암묵적 전제를 폭로하기 위한 도구(<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39)로써 매우 매력적이다. 그것은 들뢰즈가 개념을 세우는 철학적 방법이다. 내가 들뢰즈의 사유에 끌린 이유가 이런 특성 때문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잠깐나는 들뢰즈의 모든 저작을 다 읽지 못했다게다가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는 들뢰즈 책만 논하는 게 아니라 칸트, 하이데거라이프니츠정신분석 그리고 들뢰즈 푸코론과 관련해서는 푸코의 저작과 그 의미까지 방대하게 거론하고 있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이 책의 리뷰로 들뢰즈에 대해 뭔가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제대로 말할 수 있는 일인지 여러 날 고민됐다. 그런데 왜 하려는 거지?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끌려나오고 있잖아!

 

사유의 이미지에 도달하는 것은 논술대상이 되고 있는 철학자가 말하고 있는 것만으로 논해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38)

 


2. 떨어진 잎으로 채운 Tea Time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다큐 <티 타임 Tea Time>(다시보기: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16)을 보며 오후 4시에 시작되는 어느 칠레 여인들의 시공간을 70분 간 경험했다.

이 영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평점과 감상평을 보며내 편견이겠지만이 영화에서 소진되고 사라져가는 저 많은 순간들을 많이 놓쳤을 거라 생각했다고교 동창의 인연으로 여유있는 노년까지 그녀들은 시끌벅적하게 환담을 나누고 하나둘 노환으로 죽는다는 내러티브만 보지 않길 바랐다. 60년 넘게 이어진 티 타임을 둘러싼 무수한 것들....포켓몬과 동성애 등등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채 죽음을 말하며, 화장을 고치는 그 시공간을...다운증후군 소녀가 부는 불편하고 기이한 피리 연주에서 각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어떤 희망, 어떤 절망을 모호하게 나타내고 있는 그녀들의 시선, 표정, 동작! 

 

어떤 Scene

창밖에는 잎이 흔들리고유리찻주전자 안에는 찻잎이 화려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오랜 만에 만난 할머니들이 인사를 나누며 칠레 노래인지 시인지를 읊는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은/바람의 장난감//잎은 깨어진 환상/애달프구나//우리 가슴 속 나무에서/떨어져버린 잎이여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을 떠올렸다이 소설의 마지막 장은 <죽은 사람들>이다.

 






















 

그녀는 곤히 잠들었다.

게이브리얼은 팔꿈치에 기대어 그녀의 깊이 들이쉬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잠시동안 앙심 없이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칼과 반쯤 벌어진 입을 바라보았다그래그녀의 일생에 그런 로맨스가 있었구나한 남자가 그녀 때문에 죽었어이제 그가그녀의 남편인 그가 그녀의 삶에서 했던 역할이 얼마나 초라한 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은 거의 그를 아프게 하지 않았다그는 마치 그와 그녀가 남편과 아내로서 함께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처럼 잠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호기심어린 두 눈이 오랫동안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머리칼에 머물렀다그리고 그 당시그녀가 최초로 여자다운 아름다움을 꽃피웠을 그 시절에 그녀는 과연 어땠을까를 생각하니그의 마음속에 그녀가 가엾다는 기묘하고도 친밀한 생각이 들어섰다그는 그녀의 얼굴이 더 이상 그에게조차도 아름답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그는 그 얼굴이 마이클 퓨리가 과감히 목숨을 걸었던 그 얼굴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그녀는 그에게 얘기를 전부 털어놓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그의 눈길은 그녀가 옷 몇 가지를 던져놓은 의자로 옮아갔다페티코트 끈이 마루까지 대롱거렸다부츠 한 짝은 나긋나긋한 윗부분이 꺾인 채 바로 서 있었고다른 한짝은 옆구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그는 한 시간 전 자신의 길길이 뛰던 감정들이 의아스러웠다그런 감정들이 어디서 나왔지이모 댁에서의 저녁식사에서자신의 바보 같은 연설에서포도주와 춤에서현관 마루에서 작별할 때 그렇게 흥겹게 떠들던 것에서눈 속에 강을 따라 걷던 기쁨에서가엾은 줄리아 이모그녀도 곧 페트릭 모컨과 그의 말과 더불어 그림자가 될 것이었다그는 그녀가 '신부로 단장하고'를 부를 때 그녀의 얼굴에서 수척한 안색을 알아챘다어쩌면 곧 그가 검은 옷차림으로 실크햇을 무릎에 놓고 바로 그 거실에 앉게 될 거였다차양들이 내려지고 케이트 이모는 울며 코를 풀며 또 그에게 줄리아가 어떻게 죽었는가 얘기하면서 그의 곁에 앉아 있을 거였다그는 마음속에 그녀에게 위로가 될 말을 궁리할 것이고 단지 절름발이고 쓸모없는 단어들만 발견할 것이다그렇다그렇다정말 곧 그렇게 될 거였다.

방안 공기가 그의 어깨를 사리게 했다그는 조심스레 시트 밑으로 몸을 펼쳐서 아내의 곁에 누웠다한 사람 한 사람그들은 모두 그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나이 먹어 음울하게 빛바래고 시드는 것보다는 수난의 충만한 영광 속에 과감하게 저승으로 건너가는 것이 더 나으리라그는 자기 곁에 누운 여자가 그녀에게 나는 살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던 연인의 눈동자의 모습을 가슴속에 그토록 오랜 세월 꼭 품고 있었던 것을 생각했다.

눈물이 게리브리얼의 두 눈에 흠뻑 괴었다그 자신은 어떤 여인을 향해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지만 그런 감정이 분명 사랑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그의 두 눈에 눈물이 더 뿌옇게 어렸고 군데군데 어두운 가운데 그는 자신이 물방울 뚝뚝 듣는 나무 아래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상상했다다른 모습들이 그 곁에 보였다그의 영혼은 무수한 죽은 자들이 사는 영역에 접근한 것이었다그는 그들의 불안정하고 깜빡이는 존재를 의식했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 자신의 정체성은 만져지지 않은 어떤 잿빛의 세계 속으로 스러져가고 있었다견고한 이 세계 자체가이 죽은 자들이 한때 키웠고 또 그 안에서 살았던 그곳이 해체되고 또 줄어들고 있었다.

몇몇 가볍게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는 몸을 창 쪽으로 돌렸다다시 눈이 오고 있었다그는 졸린 눈으로 가로등에 비스듬히 내리는 은빛 나는 어두운 색의 눈송이들을 바라보았다그가 서쪽으로 여행을 떠날 때가 온 것이었다그랬다신문이 옳았다눈은 아일랜드 전국에 걸쳐 내리고 있었다어두운 중앙 평원의 방방곡곡에나무 없는 언덕 위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앨런 늪 위에 소리 없이 내리고더 서쪽으로시커멓게 솟구쳐 오르는 섀넌강 파도 위를 소리 없이 내렸다눈은 또한 마이클 퓨리가 묻혀 있는 언덕 위 외로운 교회마당에도 구석구석 빠짐없이 내렸다눈은 바람에 흩날려 빙퉁그러진 십자가와 묘석들 위에작은 문의 뾰족한 문설주 위에메마른 가시나무 위에 내렸다눈이 온 세상에 희미하게그들의 종말이 내려오는 것처럼 모든 산 자와 죽은 자들 위에 희미하게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은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나는 왜 이런 연상을 하게 되는 걸까. 이렇듯 사유는 내 의지가 아니라 대부분 강제이며 부딪힘이다. 차후적인 '개념'에 대한 씁쓸함...분노...절망...

<티 타임>과 <더블린 사람들>을 비교하며, 흔히 조이스 작품에서 거론되는 에피파니’(현현(epiphany):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 속에서 갑자기 경험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감각 혹은 통찰[네이버 지식백과])를 거론한다면 너무 도식적이고 식상하다더 풍부한 사유가 필요하다나는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에서 다음 대목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인공인 는 마들렌의 맛이라는 기호signe’ 해독방식의 습득을 가리킨다주인공인 는 마들렌의 맛이라는 기호에 의해 과거를 상기했을 때 기묘한 기쁨을 느끼지만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그렇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기호의 해독방식을 배우고 이 기쁨의 비밀을 이해한다그는 과거를 단지 상기하는 것이 아니다기호를 해독하는 기술을 습득하면서 최종적으로 어떤 종류의 진리의 계시에 도달한다기호와의 만남그리고 그 해독방식의 습득이라는 경험이 프루스트의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들뢰즈의 주장이다(또한 기호라는 말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7편 되찾은 시간에 빈번하게 출현한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97)

 

예컨대우리는 헤엄치는 것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를 수영에 관한 논문에 의해 배워서 아는 것은 결코 아니다수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를 우리에게 알리는 것은 흐르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뿐이다”(Heidegger 1954(1977), S.22). 하이데거가 이 유추analogy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실제로 사물을 생각해보지 않으면 사물을 생각함이란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사유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우리가 도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사유할 때이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p105)


이러한 내 모든 사유 작업은 "관념연합" 아닐까. 


정신을 구성하는 그 흩어진 관념들이 일정한 원리에 따라 연합되었을 때 '항상성과 균일성'을 가진 체계가 발생한다. 연합에는 '근접', '유사', '원인과 결과'의 세 가지 원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세 가지 원리들에 기반을 두어 행해지는 관념연합이 어떤 임계점에 달했을 때 정신이라는 소여의 상태를 넘어선 주체가 발생한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p51)


흄의 "관념연합"을 칸트는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과연 모조리 철회할 수 있는 것인가. 

들뢰즈는 흄의 경험론과 칸트의 초월론을 직선적 철학이 아닌 면面적인 철학으로 모두 수용하고 있다. 질문을 담은 비판으로. 

무수한 우주 파편들처럼 내게 도착하는 기호, 사유... 나는 '주체'로서 헤엄치고 있는가, '무주체'로서 떠다니고 있는 것인가.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모든 것이 소진되기 전에....




3.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그리고 푸코로

고쿠분 고이치로는 들뢰즈 철학의 '방법'(1장-자유간접화법), '원리'(2장- 칸트와 흄을 모두 수용한 초월론적 경험론), '실천(3장-"적극적 의지의 부재를 인정한 다음 습득"(p123)되는 사유)을 말한 뒤 4장에서 들뢰즈가 가타리와 협동작업을 통해 어떤 새로운 사유의 실험-'전회(轉回)'에 착수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때 탄생한 저작이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카프카』이다.









이 작업에 대해 많은 이들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두 사람은 흔한 공저(共著)의 형태가 아니었다가타리가 떠오르는 대로 메모를 하고 수정작업 없이 들뢰즈에게 전달하면 그가 편집 수정해 내용을 채우는 식이었다


"실제로 나도Nadaud가 편집한『안티 오이디푸스 초고』(2004)로 명백하게 드러났듯이, 들뢰즈=가타리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개념(영토화/ 탈영토화/재영토화, 코드화/탈코드화, 욕망하는 기계들, 연접連接/통접/이접離接, 원국가原國家, 집단적 언표행위, 분열분석, 말벌과 난蘭의 사랑...)은 어느 것이나 가타리에게서 유래하고 있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15)


그래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저작은 들뢰즈=가타리라는 등식으로 그 저작의 특성이 설명된다이 방식은 논하는 측과 논해지는 측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만드는 들뢰즈의 '자유간접화법적 구상'의 또 다른 변형인 셈이다

 

들뢰즈=가타리라는 정치적이며 역동적인 작업 후 들뢰즈는 푸코로 향한다.

 








억제나 이데올로기는 힘들 간의 투쟁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에 의해 말려 올라간 흙먼지에 지나지 않는다”(F, p.36).


푸코는 법이 하나의 평화 상태도, 쟁취된 전쟁의 결과도 아니라는 것을 제시한다. 법은 전쟁 그 자체이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의 전략이다. 바로 권력이 지배계급이 획득한 소유물이 아니라 바로 지금 행해지고 있는 그 전략의 행사 그 자체임과 마찬가지로.(F, p.38) 

 

들뢰즈는 푸코의 권력담론을 탐구하며 의문을 제시한다. 


정치철학의 문제는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하게끔 되는가가 아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자진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가이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225)


들뢰즈는 푸코의 권력담론이 일종의 이원론적 성격(그렇게 말하지 않으려 최대한 애썼지만)-지배/피지배의 근본 기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생- 정치에서 길이 막혀버렸고, 윤리론으로 길을 틀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들뢰즈의 '욕망 일원론의 철학'은 그 근본 기제에 딱 들어 맞는다. 이 책의 논리 대로라면.

들뢰즈가 데이비드 흄에 대한 첫 논문으로 시작한 인간 본성의 탐구는 '욕망'이라는 풀 수 없는 기호로 다시 도착했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를 제대로 읽은 것이길 바라며, 이제 나는 들뢰즈가 '들뢰즈=가타리'가 되기 전인 『의미의 논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티 타임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이 책 읽고,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과 가브리엘 타르드 저서를 매우 읽고 싶어졌지만 그 티 타임은 나중으로 미룬다. 외계인에게 피랍된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면 언젠가....


ㅡAgalma 





 

 








모든 철학자는 새로운 개념을 야기하고 그것을 제시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개념이 어떠한 문제에 응답하는 것인지, 그 문제 자체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 질문을 완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흄은 믿음이라는 독자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지만 인식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의해 인식이 한정 가능한 믿음의 양태가 되는 됨은 어째서인가에 관한 사정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철학사는 어떤 특정한 철학자가 기술한 것을 또 한 번 기술하는 것이 아니며, 철학자에게는 반드시 언외言外로 암시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무엇인지, 철학자 본인은 기술하고 있지 않으나 그가 말한 것 속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말해야 한다.(PP, p.186)

ㅡ질 들뢰즈 <경험주의와 주체성 - 흄에 따른 인간본성에 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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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9-01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웬일인지 글에서 벌써 가을 냄새가 나네요^^

AgalmA 2015-09-01 17:20   좋아요 0 | URL
본의 아니게 그러게요. 여름 내내 얼음 커피만 잔뜩 먹었는데, 이제 차도 좀 즐길 계절이 왔네요 :)

21세기컴맹 2015-09-01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토록 숨가쁜 티타임이라니...ㅎㅎ

AgalmA 2015-09-01 17:21   좋아요 0 | URL
차 마시기 대회에 나가 원샷하고 있는 웃긴 풍경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어서 잡아야 해! 하는 마음이 크다보니;;

cyrus 2015-09-01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이 인용하신 <더블린 사람들>의 저 문장은 세계문학작품 중에서 죽음을 엄숙하게 묘사한 장면으로 꼽고 싶어요.

AgalmA 2015-09-01 20: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주 인상깊었던 장면이라 이따금 펼쳐보는데, 다른 판본으로 다시 사서 봐야 할 듯 합니다. 제 책은 너무 오래된 책이라...

에이바 2015-09-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닉스 노래 영상 정말 좋네요. 저 순간을 공유한다는게 행복해지는데 아갈마님은 어떻게 저걸 알고 소개해주셨는지... 감사감사...

AgalmA 2015-09-09 03:01   좋아요 0 | URL
유투브가 일등공신이겠고...둘째로 어떻게 아냐...면 제가 책보다 음악을 더 열심히 찾아듣고 시간도 더 투자하기 때문이겠지요^;;;...phoenix-north도 나온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요@@;;...암튼 책공부를 이리 열심히 했으면...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ㅎ;;
음악 맘에 드신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에이바님의 애정어린 공감을 생각해 음악 풀무질을 좀 열심히 해야 할 지도ㅎ...요즘 만사허무 귀찮아서...
phoenix-too young도 찾아서 들어보세요. 귀엽고 흥겨운 곡^^
 















1. 저자들의 특이한 전공 이력과 외계인 담론 

 과학자와 진화론자가 아니라 종교학자와 신학자가 외계인(미확인 생명체? 많은 부분이 확인되어서 외계지성체라고 하는 거 같은데... 편의상 외계인으로 통칭) 담론을 심층 & 심급[*]화 한다니 UFO 현상만큼 신기했다. "학계 최초의 프로젝트"라고 표방하고 나올 만하다.

[*]심급():<법률> 하나의 소송 사건을 서로 다른 종류의 법원에서 반복으로 심판하는 경우 법원 사이의 심판 순서.또는 상하의 관계.

 최준식 교수는 역사학을 전공하고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과 종교학 그리고 죽음학 권위자라고 한다. 
 지영해 교수는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UFO 연구는 독자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전공 공부도 흥미로운데, 정치외교학을 시작으로 국제관계학과 신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소개로 ‘외계인의 지구인 피랍’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란 문구를 보고,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아직은. 

 SF 장르가 철학적 물음도 아닌 현실로 튀어나온 듯해 기분이 묘하다. 휴대폰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은 생각도 나지 않는데... 

 이들의 담론은 오래 전부터 유사 과학이니 심령 현상등 허무맹랑한 공상으로 여겨져 왔으니 이런 공론화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최준식 교수가 UFO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로 ‘UFO조사분석센터 소장 서종한 씨우석대 맹성렬 교수단 두 사람을 언급하는 국내 상황을 보면 그럴 만 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종교학자와 신학자가 외계인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걸까. 
 이 생각을 먼저 하고 책 속으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질문과 답의 관계처럼 출발점과 도착점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방향키를 잃지 않으려면 그들의 생각을 파악해야 한다. 
 최준식 교수의 다음 문장이 주제성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출발점은 지영해 교수도 공유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UFO 현상은 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물질과 영혼의 문제이고, 인간의 본질을 묻는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 자신과 우리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최준식) 


2. 외계인 패러다임의 전환 시점은 왔는가 

 수많은 SF 영화들에서 외계인은 광선을 쏘며 떠들썩하게 등장하지만, 그건 우리의 공포심과 오락성이 뭉쳐진 트릭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미지들은 오히려 인간의 시끄러운 전쟁 역사와 닮았다. 
 실제 UFO 목격담이나 외계인 피랍자들의 체험담을 통해 종합해 보면 공통적으로 외계인의 행동양태는 매우 은밀하다. 
 외계인이 한 두 종족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흥미로운 점이다. 

˝정말 외계인들이 UFO를 타고 우리에게 오고 있느냐, 혹은 외계인이 정말 인간을 납치하여 혼혈종을 만들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어떤 사건이 정말 일어나고 있느냐 하는 단순한 질문이 아닙니다. 세계를 보는 패러다임의 문제입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설명이 안 되는 현상들이 너무 많을 때, 또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지영해)

 외계인이란 타자를 통해 우리를 또 어떻게 재정립해 볼 수 있을까. 인류의 미래? 종말? 나는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다만 외계인이라는 타자를 통해 내가 습득할 사유가 있다면 즉각 현실을 움직일 힘으로 작동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펼치게 된 시작이다.




ㅡAgalma











로스웰 사건Roswell UFO incident
1947년 7월 8일 아침,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 육군 비행장에서 추락한 UFO 잔해를 회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된 부대가 당시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취급 부대였던 509전폭단이었기에 이 보도는 삽시간에 전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군 당국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그것이 오보임을 밝혔으나, 당시 추락한 UFO가 있었고, 외계인들의 시신도 수습되었다는 식의 증언들이 여러 관계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왔다. 월터 하우트는 509전폭단의 공보 업무를 맡아 UFO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 - p 17

사망하고 2년 뒤 공개해달라는 부탁에 따라, 2007년 월터 하우트의 유언장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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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4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4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8-25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게 쓴 기대평은 처음 봅니다. 짧게 쓰는 100자 기대평보다 낫습니다. ^^

AgalmA 2015-08-26 03:32   좋아요 1 | URL
기대평을 이렇게 쓸 만큼 이 책이 강력한 아우라가ㅎ;
아무래도 이런 책은 입소문을 내서 같이 좀 봤으면 해서 더욱.

[그장소] 2015-09-17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요즘은 세계적으로 뇌가 바이러스 감염이라도 된건지 (이렇게 외계인설을 유명학자들로 떠들게 해놓고 일부 안믿는다는 사람들 소수를 불러 다수는 짜고 모두 당연한 일을..왜? -한다면..얼마나 웃길까...생각하면서..그래도 끝까지 난 외계는 안믿어...할까..아님 원래 그런걸 좋아하는 데...니들이 하는 건 믿지 못하겠어..하게될까....저으기 궁금해졌답니다..ㅎㅎㅎ(이 내용이..어디서 나왔더라?^^;)

AgalmA 2015-09-17 11:32   좋아요 1 | URL
아주 오래전에 외계인이 이미 우리몸에 들어왔고 우리는 그 자손이다(수메르신화 관련)라는 설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봐도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유전자`만 생각해도 우리는 절대적인 개인일 수 없다고 봅니다. 이미 유전자라는 중심추는 매우 다중적인 정보체이며 우리는 평생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 지영해 교수님의 명석한 논리가 정말 멋졌습니다- -b

[그장소] 2015-09-1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어느거대 생명체의 일부로 잠깐 여기서 유페 비스므리허게 살다 가는 걸수도 ㅎㅎㅎ그 수메르 외계설은 저 다른 블로그(문명의불가사이)에서 본것 같아요..그래서 서클이고 뭐고 다들 그리 주의깊게 보는 거란 얘기요..ㅎㅎ 나쁘지 않네요..우리가 여기서 끝이아닌 더 알고싶어하는 분야가 있다는게...ㅎㅎ

AgalmA 2015-09-18 12:54   좋아요 1 | URL
끝을 모른다는 거....그게 희망을 낳는다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그장소] 2015-09-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좀 모호한 부분이긴한데..예로..죽어서 윤회를 하잖아요.
실상 다음따위 없기를 바랍니다만, (이 전제엔 윤회가 있을 것을 믿는다는것을 깔고 가죠)그럼에도..윤회는 내 바람을 통과해 다음 생에 저를 뭔가로 뱉어 탄생시켜 놓는 다는 (그걸 어쩔 수 없는)말이죠..저는 나무로 태어나길 바라지만.다음 생에 고양이로 환생이 될 수도 있는 거죠..바라지 않지만..그래서 이 생에 다음생엔 스쳐도 크게 무리없을 것으로 돌맹이나 풀포기나..그런 것을 희망 해 노력을 기울여도 그 연이란게 더 먼 태고서 부터 이어져있고 내가 어쩔 계산 밖의 부분이라면...다시 태어난 생으로 살며 또 나름 최선을 다해 살다 갈테죠..(원치 않아도)그런데..그건 저 위에서 다 어느정도 계산이란것을 마친 (제힘으로 어쩔 수없는 )것이란 말예요.그럼 그 생에 나서 닿는 인연들에 어떤식으로든 또 미치게되는 영향이 있을테고..그것은 계속 돌고 도는 물레같아서 끝없죠...궁극이란게 있다면 완전소멸..내지는 완전망각 외엔 없다고 봐요.자체적으로 바라는 바 소멸이라면 그건 어디로 7갈까요? 끝이란게..있는세계?!
망각은 두렵죠..발아도 뭣도 아닌 계속 된 떠돔..무의식의 상태로..(그게 벌이라하면)영원히 사는 것 만큼의 고통일 것 같단 생각을 좀 해봐요..ㅎㅎㅎ상당히 유치하죠..?!

AgalmA 2015-09-18 14:21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윤회˝는 굉장히 인간적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그건 오히려 ˝만물유전˝과 더 가깝지 않나 하고요. 물이 비가 되어 내리고 강물이 되고 식물과 동물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듯 결국 거대한 흐름의 연속 자체라는 것.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의지로 무엇이 되긴 힘들고 자체적으로 끊기도 힘든 거겠죠. 소멸 하더라도 개체적 소멸이 아니라 종으로서의 소멸일 거라는. 그래서 요즘 ˝공동체˝, ˝인간˝이라는 의미가 참 다르게 다가와요.

[그장소] 2015-09-18 14:17   좋아요 0 | URL
아..당신은 이렇게 간단한 걸...하긴 누가 묻기전에 답을 해 정리해 본적이 없어서..ㅎㅎㅎ 명료해서 좋아요.Agalma님은!이렇게 저를 늘 가르쳐주니..고맙다고..^^♥

AgalmA 2015-09-18 14:20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에서 저는 반면교사 역할이라고ㅎ;;
오랜만이네요. 우리 댓글릴레이ㅎ/

[그장소] 2015-09-18 14:28   좋아요 1 | URL
긴 인생(이게 또 상대 적인 것이지만)에 정답은..자신이 가는 길에서 예쁘게 보고 모으는 돌맹이 같은게 아닐까요? 다른 길에서..또 주운 돌맹이가 더 예쁘거 빛난다면 다시 그걸 줍겠죠?..그러니 정답이란 것에 너무 골몰하지는 마셨음..우린 그냥 여정에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타인을 통해 배우는 것도 가능한 게 아닌가..하면서요..저도 간만이라 좋네요.우린 의식 너머의 것들을 좋(?!)아하나 봅니다.^^표현 하는 방법은 ..달라도 말예요..이런 시간 좋다..ㅎㅎ

AgalmA 2015-09-18 14:38   좋아요 1 | URL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정답이 모든 것에 다 통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네, 저도 이런 두런두런의 순간이 좋았습니다

[그장소] 2015-09-1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뭐라는 겁니까?!^^ 잠이 부족한가^^ ㅋ

AgalmA 2015-09-18 14:14   좋아요 1 | URL
또 밤새셨어요ㅎ; 맘 휴식이 더 부족한 거겠죠~_~우리 두 사람 다요....

[그장소] 2015-09-18 14:31   좋아요 0 | URL
지금은..제가 두서없이 정리 않된 말들을 늘어놓아 죄송해 그런데..이런 시간 자체는 넘 좋아요.한번 더 정리를 하게 되고요.
내가 무슨 생각으로 시는지도 이런때..본의 아니게 보이곤해서..자정도 할 기회가 되곤하는것 같아요.^^

[그장소] 2015-09-18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면교사..한참 그 의식에 빠져있던때가 있었는데..그거 본인을 참 괴롭히는 일이기도 해요..스스로 타의모범이 되야 하고..보는이를 개도시키는 힘도 있어야 해서..저도 가능함 제가 직접 몸움직여 하고 남도 그러길 바라며 살아봤던지라..못할 노릇..지금은 제 자신만 잘 갈무리하면 그나마도 반은 성공이란 생각??Agalma님은 좀 다를 수도 있다고 공익의면에서...합니다.그러나 몸을 해치면 정신도 무너지니..균형을 잘 잡으시길..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