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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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에 대하여> 아트웍 평
책 [미리보기]로 느낄 수 없는 이미지 소개~

1. 표지에서
<악>이 오목새김(음각) 되어 있는 건 참 상징적입니다. 주위에 스며 있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려 하지 않거나 묵인하며 쉽게 지나치려 할 때 걸려 넘어질 거라는 듯, 악은 고요히 숨어 미소짓고 있습니다.
글씨는 빨간색인데, 왜 악은 무색일까요. 그 투명성은, 악을 우리가 명확히 잡아내기도, 빨갛고 선명하게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폭력과 악은 같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잘못과 악도 쉽게 혼동하죠.

2. 표지를 넘기면
저자 소개와 함께 맞은편에 붉은 점들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피해자가 피흘리며 지나간 자국처럼 그렇게 몇 페이지가 이어집니다.

3. 서문 전에
소개되는 인용문....수용소에서 목격한 악을 말하는 프리모 레비, 일상에서 목격한 악을 말하는 C. S. 루이스

4. 마지막 장
악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는 듯 피를 뿌리며 끝납니다.


책 디자인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 같죠.
표지에서는 테리 이글턴 <악>보다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에 저는 한 표/

& 컴이 고장난 관계로 글과 이미지를 원활히 연결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컴 고치면 이 글도 고칠 예정;




** 애덤 모턴과 테리 이글턴
<악>의 저자 테리 이글턴처럼 애덤 모턴도 악을 이해할 수 없는 걸로 상정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는 논지입니다. 인식하는 이해 없이 어떻게 제대로 볼 수 있습니까?
테러리즘에 대한 챕터를 읽으며, 테리 이글턴도 <성스러운 테러>를 다뤘던 걸 생각하면 두 저자가 관심 가지는 주제, 철학 탐구 유사성을 비교해보고 싶게 합니다.


테리 이글턴 <악>이 문학비평 성격이 강한 고찰이라면,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는 역사적 사건과 사례분석 중심으로 심리학, 사회학 관점이 강해서 두 책을 비교하며 함께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빨간책방>에서 이동진 씨가 왜 <악>이 아니라 <잔혹함에 대하여>를 선택했는지 알겠더군요. 이 책에 영화 얘기가 다수 나오기도 하지만, 저자의 분석이 (흔히 철학자들이 그러하듯) 이론화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에 밀착해 있어 다가오는 게 많습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본문 내용과 관련된 많은 참고 논문과 이론을 언급하며 정리까지 해주니 전문성은 염려 마시길~ 무슨 빨간펜 선생님처럼 요즘 이런 양식 많이 보이네요.


˝세계의 불행 중 상당수는 우리가 쉽게 악으로 분류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무분별, 무신경, 무지에서 발생한다. 상당수의 불행은 증오나 사디즘에 빠진 소수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신중함이나 상상력이 부족한 다수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p 19


*** 민주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잔혹함에 대하여>는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분석의 업그레이드라 하겠습니다. 그 분석이 간과한 점도 짚고 있고요. 바로`민주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분석판이라 하겠습니다.
단순히 악에 대한 철학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무수히 만나는 크고 작은 악을 상상하고, 사고하고, 대입해 보게 만드는 실용서이기도 합니다. 마치 악의 컬러링 심리북을 따라 그려보는 듯한!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경우 범죄 분석 위주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판단의 맹점과, 인간과 쥐의 유전자가 99% 유사하듯 평범한 사람들과 범죄자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비교 분석해 보여 줍니다. 나머지 1%가 만들어내는 차이, 저자는 그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상상력이라고 말합니다.
이 챕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그들은 다르다), 범죄자에 대한 일반화(성장기 트라우마와 학대, 뇌 이상, DNA 결정론)를 다시 생각하게 해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더 흥미로웠습니다.

<잔혹함에 대하여> 본격 리뷰는 테리 이글턴 <악>을 다 읽고 나서 올릴 생각입니다~


악 잡으려다 잠을 놓쳤네;
악을 제대로 알아 보려면 일단 잠을...Zzzzz
바깥에는 비가 쏟아졌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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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4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독특해요. 목차가 표지가 되다니. 국내에 이런 출판 시도는 이 책이 처음일 겁니다. ^^

AgalmA 2015-10-24 22:44   좋아요 0 | URL
표지가 정말 예술이라서 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대중서를 염두에 둬서 그런지, 악의 역설적인 성질 때문인지 더 심층적인 도출까지 제시 못하고 급마무리된 감은 있지만, 기존의 통념을 건드리는 철학의 개시가 좋더군요. 일반적인 범죄심리학 책보다 더 좋은 듯 :)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진입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표지도 멋지니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5-10-25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권을 비교하며 읽는다면 좋은 리뷰가 나오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저도 악과 악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요.

AgalmA 2015-10-25 01: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ek0501님. 테리 이글턴 <악> 리뷰 쓰셨던 것 봤어요 :)
서로 인간과 정신에 관한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더랬습니다. pek0501님이 <잔혹함에 대하여> 리뷰도 써 주시지 않을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악>도 먼저 읽으셨고 해서^^
제가 책을 좀 우발적으로 읽는 경향이 많아서 <악> 보다가 갑자기 <잔혹함에 대하여>를 읽은 터라 뭔가 좀 꼬였어요ㅎ;
지금까지 <악>을 읽은 거로 봐선 테리 이글턴과 애덤 모턴이 ˝범죄자˝를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악> 다 보고 정리해야 할 듯^^;;
개의치 않으니 pek0501님이 비교해주셔도 좋을 듯^^

풀꽃놀이 2015-11-09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면지에 흩뿌려진 피는 그냥 흩뿌려진게 아니라...다른 페이지에 있는 `악`이라는 글자에 상응하는 자리에 붉은 점을 찍은 거예요. 앞쪽 면지의 경우는 표지, 차례 첫째쪽과 둘째쪽, 본문 첫째쪽(13p, 옮긴이주를 표시하는 도형까지 포함) 순서이지요~~ 그런데 아직 뒷쪽 면지는 어느 쪽을 형상화한 것인지 찾지를 못하고 있어요~~^^ (포스팅된 날짜가 좀 지났으니 Agalma님은 이미 찾으셨을지도...) 내용도 좋은데 그림 맞추기 재미까지 주는 멋진 책이네요. 확실히 표지 디자인은 소신과 철학까지 엿보인다는 점에서 요근래 본 것 중 최고인 것 같습니다. 다만 내구성이...비오는 날 영접해왔더니 벌써 쭈글쭈글 ㅠㅠ
멋진 내용에 대해서는 고수님들께 패쑤!!

AgalmA 2015-11-14 22:53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여러 책을 읽는 터라 확인은 아직 못했습니다. 다시 읽어볼 때 더 찬찬히 보겠습니다. 참고 말씀 친절히 덧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내구성은 정말이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죠. 헌데 그 생각도 했습니다. 그처럼 쉽게 망가지는 것이 악을 말하는 이 책 논지의 상징성 같기도 하다고요. 저도 고수가 쓴 멋진 리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도 비가 오는데... 또 어떤 책과 만나고 계십니까.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 - 생물학과 천문학을 오가는 137억 년의 경이로운 여정
닐 슈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코스모스>를 읽고 관련해 다음 책을 고민 중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분야 책을 100권 이상(내 주변에 그런......) 읽은 사람이라도 재밌을 거라 장담!하지 않고 짐작한다 라고 작전상 말하겠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피고,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으로 미시세계를 살피던 걸 닐 슈빈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본문에선 자신을 희화화하기 일쑤지만 당신은 능력자~ 과학자가 글도 엄청 잘 쓰네. 샘나게시리;

지질학+생물학+천문학+역사+인문학+탐사, 연구 에피소드(실감나면서 재밌음ㅋ)+사실적인 유머....책 한 권에 부담없이 읽을 거리가 가득~🎁 페이지 정말 잘 넘어 갑니다/

유머 ex 1) 타임머신을 타고 45억 년 전의 지구로....이 황량한 곳을 여행하다 보면, 밤에 아름다운 달빛을 보면서 기분을 달래고픈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꿈 깨시라! 달은 없었다 p89

유머 ex 2) 고대 지구보다는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가 차라리 호흡하기 더 쉬울 것이다 p 143


이 책을 안 보면 당신 손해~ 딱히 내가 이익이지도 않고a; 꼭 안 사도 됩니다. 도서관도 있고, 누구 보고 사 달라고 조르는 메신저도 있고, 읽고 싶은 목록에 담아 깜짝 기프트북으로 받을 수도 있고ㅎ, 당신 선택과 운에 맡깁니다^^

에드윈 허블을 비롯해 그 당시 우주 연구자들을 위한 천체 사진 자료정리 고역을 맡았던`하버드 컴퓨터스`로 불렸던 여성들(여기서 위대한 여성 천문학자 탄생!), 대륙이동설을 증명할 해저 열곡을 발견한 마리 타프가 `여편네 수다`로 취급되고 모욕과 배척으로 과학계에서 밀려난 사연 등을 생각하면 긴 리뷰로 자세히 쓰고도 싶은데.... 어쩌면 긴 글 리뷰로 이 글을 고칠 수도...아아...그 고생을, 제가, 정녕 해...해야 하, 본인인 난 말리고 싶네.

이 책을 서재 카테고리 중 우주? 진화 생물? 지구과학? 어디에 넣어야 하나....(참, 내 서재엔 지구과학 카테고리는 없지....여차하면 과학으로 퉁치는 걸로;;) 어리숭했다. 이제 학문도 크로스오버가 잘 되니 내 분류를 비웃는군😉싫을 줄 알았다면! 환영🎉🎃🎆))


이 리뷰 제목에 ˝우주의 시계˝란 표현은 단지 비유로 쓴 게 아니다. DNA `리치 터반(Richter`s patch)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


생물학 연구에 최대로 희생된 ˝초파리˝에게 특별히 더 조의를 표하며....영화 <The Fly>가 괜히 나온 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 뿌린 대로 거둘 지니...세상의 종교들도 이건 서로 합의본....






ㅡAgalma



우리 머리 위의 세계에 출현하는 별들의 색깔, 깊이, 모양을 관찰하는 방식은 우리 발밑의 먼지 가득한 사막에서 화석들을 찾는 방식과 흡사하다 (p36)


우리가 마시는 물 한 잔은 적어도 태양계 자체만큼 오래됐다 (p74)


대화를 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기계를 설계하고 불을 통제하는 등 인간이 가진 능력의 상당수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몸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p139)


생물학이 정한 한계 너머를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의 크기, 그리고 우리 자신을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는 의미다 (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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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10-22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글 참 재밌게 잘 쓰지요. 이것도 능력 같아요. 따분하고 낯선 이론들임에도 불구하고 슈빈 입에만 들어가면 글이 각색되어 나온 느낌~ 유머스럽고 따스하고, 저 직업이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크 와트니만큼이나 낙천적인 작가인것 같아요.

AgalmA 2015-10-22 17:59   좋아요 0 | URL
온통 헤매고 파내는 답사 일이 주로 이뤄지니 정말 적성에 맞는 게 아니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해요ㅎ;; 오랜 노동과 끈기가 필요한 일이니.
이 책에 생물학자 프레스턴 클라우드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 답사가다가 미끄러져 방울뱀과 맞닥뜨리게 됐을 때 눈싸움으로 이겼단 이야기에 웃음이 나면서도 이 일의 고됨과 위험함을 또 느꼈죠^^
닐 슈빈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습니다. 말씀처럼 유머와 따스함이 있어서 자연스레 저자에게 애정이 가요. 올리버 색스처럼^^ 마크 와트니는 처음 들어보는데, 찾아보니 따로 번역본으로 출판된 건 없더군요. 좀 아쉽지만 기억해 두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0-22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 유머는 정말 ㅋㅋ

AgalmA 2015-10-22 20:00   좋아요 1 | URL
더 많지만 저혼자 냠냠ㅎㅎ

보슬비 2015-10-22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검색해서 책배달 신청했어요. ㅎㅎ

AgalmA 2015-10-22 20:31   좋아요 0 | URL
도서관의 달인~ㅎ 금방 읽으실 거예요^^

기억의집 2015-10-23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요~ 와트니가 이젠 낙천주의자의 대명사 같아서.....

AgalmA 2015-10-23 12:13   좋아요 0 | URL
아하, <마션>^^ 책도, 영화도 주변에서 뽐뿌가 많으니 맘이 점점 급해지네요^^
 
위험한 자본주의 - 자본주의를 모르면 자본주의에 당한다!
마토바 아키히로 지음, 홍성민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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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먼저 총평

장점: 40여 년간 <자본론>을 연구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의 통찰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마르크스 자본론, 자본주의 태동과 200년 역사 흐름을 살피며, 현재 일본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학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단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저자가 강조하는 [1대로 제한하는 재산 소유권], [직접민주제](유시민 씨도 이거 정말 바라던데....누군들 안 그럴까)를 이론 이상(以上)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피케티의 섬세한 데이타 분석과 해법 방안보다 현실성이 떨어졌다.
논거가 매우 단정적이어서 책 읽는 내내 보이지 않는 저자와 입씨름하는 기분이었다. 자본주의에 대해 바칼로레아 입시 시험을 치르는 듯한;

부작용 : 자본주의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에 아래처럼 딴지 걸고 싶은 게 많다.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 효과를 현재 나로선 알 수 없다;

편린 : 현실과 이상理想의 조화는 언제나 불가능으로 보인다. 현실의 속성과 이상의 속성을 알면서도(거의 모른다면 더 문제) 원하는 우리 자신의 문제인가, 세계의 문제인가.




ㅡ 개인과 자본주의

*시민사회가 남긴 소유권의 불평등에 대해 처음으로 이론을 정립한 사람은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프루동Pierre-Joseph Proudhon, 1809~1865입니다. 그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그것이 실패로 끝난 이유가 개인의 완전한 소유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프랑스 혁명은 `정교분리`와 `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확고한 이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농민과 노동자가 부자가 될 `자유`를 보장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부자가 부자로 있을 `자유`도 보장했다는 점이 후세에까지 근본적인 문제로 남았습니다. 경제에서 불평등이 고정되거나 정당화되고 상속권에 의해 그 불평등이 영원히 지속되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사고방식을 토대로 성장한 것이 바로 자본주의였습니다. (p117~118)

**아시아나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주의`는 물론 `공동체`에 의한 직접민주제의 사례까지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공동체는 봉건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공동체의 해체야말로 민주주의인 것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으로써 그것은 개인의 해방과 연결될 뿐 아니라 분열한 개인으로서 정치를 재조직화하는 것을 민주주의라 정의하게 됩니다. 결국 그것은 대의민주주의, 혹은 간접민주제입니다. (p134~135)


Agalma ------- ˝개인화˝ 채찍질에 영합할수록 ˝자본주의˝는 더 뿌리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 논점은 동감이다. 
헌데 저자는 기독교가 공동체를`개인과 신 사이의 적(敵)`으로 간주했다고 말하며, ˝공동체˝라는 개념과 ˝공산주의communism-공동체주의˝를 너무 일원화해 기독교와의 대척점을 강조하기만 한 건 아닌지.... 저자는 초기 기독교가 공동체 방식이었다는 걸 언급하면서도 기독교 자체가 ˝공동체˝적 질서로 구축되었고 지금도 그러한 세계라는 걸 간과 또는 배제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사적 소유는 기독교 사회가 만들어낸 독자적인 개념˝(p138)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소유욕을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듯 말하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모든 농부가 자기 땅을 바라는 것이, 17세기 영국의 청교도혁명으로 농민이 토지 분할 소유를 인정받게 된 것(p140)에 기인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면죄부를 사고 파는 종교를 비판하며 개혁을 요구한 마르틴 루터의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이 부를 축적하는 면죄부(자본주의)가 된 과정을 보며, 사적 소유권(상속권)의 제한은 오래도록 성취하기 어려운 과제구나 했다.



ㅡ유럽적 민주주의 VS 종교로 뭉친 거대한 개인 

*민주주의 개념은 개인이 신에게서 분리되지 않으면 성립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의 주된 민의는 그런 것입니다. 신의 의사가 아니라 개인의 생각입니다. 민주주의는 그런 기독교 관념을 전제로 형성됩니다.

유대교나 이슬람교는 일상이 곧 신앙입니다. 그러므로 이 종교들은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처럼 경전종교는 될 수 없습니다. 경전종교는 성서처럼 절대적인 정전이 있어서 철저히 그것만을 읽고 거기에 쓰여 있는 세계를 자신의 종교 이론 안에 주입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신이 우리 인간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와 같은 진의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서양문화는 성서에 한정되지 않고 철저히 관련서적을 읽고 문자를 읽는 행위로 집적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거기에 쓰여 있는 문자는 과연 믿을 만한가 하는 근거를 철저히 찾아 읽어내는 것입니다. 즉, 사료비판의 학문 문화입니다. 이런 행위의 연장선에서 이론이 생겨납니다. 기독교는 실천보다 이론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종교입니다. 여기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바로 서양의 합리주의입니다. (p128~129)


Agalma ------- 기독교 신학이 철학으로 이어지고 서양 근대 문명으로 나아가는 궤적, 논리상으로는 그럴 듯 한데 나는 이 논점에 자꾸 의문이 들었다. 기독교가 철저히 개인을 만들고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는데, 현시점과 연결해 더 넓게 볼 여지는 없는가. 지금 이스라엘과 이슬람 각각이 벌이는 무장 충돌은 종교성과 욕망의 혼재를 보여주고 있다. 더 정리해 보면, 그들은 `종교로 뭉친 거대한 개인`이자`종교 틀 안에서 세속을 단죄하는 개인들`이라는 것. 왜 나는 그들을 `공동체`라 말하지 않고 `개인들`이라고 말하는가. 원시 부족집단 외엔 거의 자본주의화된 이 세계에서 그들이 과연 `공동체`인지 `공동체` 척하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들은 과거 기독교가 파생시킨 개인과는 속성이 다르기에 자본주의에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미셸 우엘벡 소설 <복종>의 의미가 여기서 또 한 번 이해되는군.





ㅡ 헤겔의 철학은 유럽적이냐 아시아적이냐를 나누고 싶어했다

*본래의 그리스 철학은 유럽인이 읽은 것과는 다릅니다. 그 본질은 소크라테스 이전부터 있었을 텐데, 헤겔은 이마저도 제외합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철학은 아시아적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헤겔을 포함한 유럽인이 자신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해석한 그리스철학은 문서로 저술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철학은 기독교 시대에 일단 전부 버려지고 신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학이 벽에 부딪히자 13세기에 들어 토마스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수용했습니다. 아퀴나스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그리스철학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며 당연히 진지하게 연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배우려 했던 것은 오히려 이슬람교도와 유대교였습니다.
15세기 이후 유럽인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그리스는 1829년까지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즉, 그리스철학의 본고장인 그리스가 이슬람권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기독교가 그리스철학을 자기 문명사 속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일 때 유럽인들은 교묘한 작업을 했습니다. 유럽인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자신의 영웅으로 포장했고, 그들의 철학을 고전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순수하게 `유럽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사상이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결국, 헤겔 철학사는 무엇이 철학인가 하는 진지한 물음과 논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유럽적이냐 아시아적이냐를 판가름하는 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듯 출발점부터 이상하니 그다음의 논리가 제대로 되었을 리 없습니다. (p131~132)


Agalma ------- 헤겔 역사 테제들 보기 전에 헤겔 두드려 맞는 거 보니 헤겔 점점 더 읽고 싶지 않아진다-_- 하지만 사놓은 미학 책은 읽어야겠지...





ㅡ 자본주의 불멸설

Agalma -------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는 '역사 종언'설을 주장하며 '민주주의, 인권, 자본주의'는 한몸으로서 그것이 확대될 때 세계 역사가 종말하게(안정화) 될 것이라고 보았다.(p190~191) 자본주의가 지닌 문명성을 높이 평가한 해석이다. 
그러나 그 해석을 뒤집어보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강조는 개인에 대해 강조하며 그의 성공심리를 부추김으로써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위한 먹이로 이용되고 있다. '누구에게든 성공은 열려 있다. 당신의 노력(스펙쌓기)에 따라!' 자본주의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일을 잘 시키기 위해 정규 교육이 도입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오래 전 한국 산업화 시기에 공장과 학교가 같이 붙어 있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었던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거 였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상징하던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와 충돌 관계였지만 현재 양상은 복잡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층화, 해외 노동자 착취 등으로 노동조합은 매우 의심스럽게 되었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영합하는 노동조합으로 비판하고 있다.(p242~) 노동조합의 긍정적 방향을 전혀 거론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에게 불만.
러시아와 중국의 지리적 특성(막강한 자원과 세계 견제)과 성격(자본주의에 맞서는 정치시스템과 경제력)을 볼 때, 후쿠야마가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세계 지배는 현실적이진 않다.
자본주의 자체의 종말을 요구하는 지금 시점에서, 저자도 지적하듯이 후쿠야마는 자본주의의 특수한 성격과 불완전함을 놓친 단점도 있다.(p230~231)






ㅡ 뉴턴의 사과는 어디서 떨어졌나

Agalma ------- 저자 마토바 아키히로는 내가 과학책에서 읽었던 사실을 뒤집는 발언을 했는데,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ㅁ-)? 기독교 사회는 이슬람 사회의 ˝자연과학을 신의 모독˝(p133)으로 보았고, 뉴턴은 관찰이 아니라 이론으로 그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가 수학적 근거로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던 걸로 봐선 불가능하진 않다. 헌데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그 법칙을 발견했다는 게 통설로 굳어져 있으니...쩝.





ㅡAgalma

사람들이 혼동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명확한 구분(p200)

사회주의 - 국가가 사적 소유를 제한한다. 편의적인 토지의 국유화, 자본에 대한 과세, 자본가의 경제활동 제한. 이렇게 해서 얻어진 이익을 국민에게 재분배하는 사회

공산주의 - 평등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사적 소유 자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음. 토지의 공동소유화. 자본의 개념이 없고, 자본가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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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1 0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1 0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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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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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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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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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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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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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0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baal 2015-10-2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리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galmA 2015-10-21 18:12   좋아요 0 | URL
antibaal님은 자본주의 책을 많이 읽으시니 저처럼 딴지적이기 보다;; 이해도가 높으시겠죠^^

antibaal 2015-10-2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제가 많이 배우는데요~

AgalmA 2015-10-21 18:14   좋아요 0 | URL
서로 그럴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오쌩 2015-10-2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제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이성의 힘으로 자연과 세계를 밝혀낼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뉴턴에게 이어졌고
기계론적세계관은 운동하는 물질,모든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상태이니, 이를 이론적으로 구성하면서 지구와 우주,자연을 동일한 원리로 설명할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론적 밑바탕이 현상을 만나 발견을 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AgalmA 2015-10-21 22:35   좋아요 0 | URL
선험적이냐 경험적이냐 문제 같은데, 결국 이론은 현상을 만났을 때 완성되는 끝없이 후발적일 수밖에 없는 속성이란 게 되네요. 이걸 변용하면 이상은 현실 추구적이며 완성을 요구하는 후발적 속성이란 것도 되구요. 제가 너무 도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나 곰곰이 더 따져 봐야 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쌩 2015-10-2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어보지 않고,조각된 부분만을 읽으니,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네요.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지식이 부족하네요.
다만, 후쿠야마를 비롯해 민주주의니 인권 외쳐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공동체주의 지식인 양아치들이 이라크전쟁을 찬성하고 개발도상국가들에게 겉으로는 민주주의,인권사상 이식한다고 하고 뒤로는 온갖 경제적이득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민주주의와 인권이 자본주의폐해를 막을거라는 종언설에 잠시 흥분하게되네요.

AgalmA 2015-10-21 21:55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를 잘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ㅜㅜ
후쿠야마는 자본주의의 우수성이 역사를 종식할 거라는 낙관론이었죠. 말씀처럼 인권, 민주주의가 사실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먹이로 이용되고 있는데, 인권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자본주의 문제점이 바로 잡힐 것처럼 말하는 주장에 대한 제 인상을 섞어서 혼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이또한 죄송합니다; 혼란이 없도록 그 부분은 수정해 보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0-22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동 말에 깊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이...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공산주의인가요 아님 사회주의인가요? 말씀하신 정의를 보니 뜸금없이 궁금합니다. ^^

AgalmA 2015-10-22 19:59   좋아요 1 | URL
자본주의 자체보다 자본주의가 어떤 것과 섞여 있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1. 자본주의 태동에 기독교 이념이 짙다는 점에서 - 서양 VS 이슬람교를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유대교, 그리스정교가 있는 나라

2. 자본주의에 내재된 서방 중심의 문명주의 - 서양 VS 러시아, 중국, 중동.
일본은 엄청 서구자본주의 지향이지만 지리성 때문에 어정쩡하게 된 경우;;

3. 마르크스주의 흡수여부에 따른 자본주의 자체적 갈림 현상 - 앵글로색슨계 미국과 영국의 자본주의(일명 미국형 자본주의) VS 마르크스주의 영향력이 있는 프랑스, 독일 중심의 유럽형 자본주의
사회보장제도 같은 건 사회주의에서 가져온 제도죠.
앞으로 사회주의 성향-복지가 유럽권을 넘어 어느 정도 더 퍼지느냐에 따라 이 자본주의들의 움직임이 더 흥미로워지겠죠. 우리나라도 이미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제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관전 포인트^^

따라서 단순히 자본주의 VS 공산주의, 사회주의로만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좋은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리^^

북다이제스터 2015-10-22 19:45   좋아요 1 | URL
네 맞는 거 같아요. 예로 자본주의라도 어떤 자본주의인지가 중요할 듯 합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미국식 자본주의로 느껴지는데...

AgalmA 2015-10-22 19:46   좋아요 1 | URL
네, 일본과 한국은 전형적인 미국형 자본주의죠 ㅜㅜ

2015-10-22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2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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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의 시작과 끝을 돌이킬 수 없어 유감

 

다윈 종의 기원은 1859년에 첫 출판되었다. 1856년생 프로이트가 뛰어다녔을 아이 때다그런데 상황으로 봐선 프로이트의 우울과 상실의 시작이기도 했다그가 태어난 해에 어머니가 다시 임신을 했고 남동생 율리우스가 태어났으나 곧 장염으로 죽었다동생의 죽음, 그로 인한 어머니의 우울증, 의지했던 유모와의 이별(p312)…….

시련 속에서 인간은 성장할 수밖에 없고다윈은 인간의 기원을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을 개척한 선구자로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여행 공포증을 비롯해 각종 불안과 강박에 시달렸던 두 사람기차공포증과 건강염려증이 심했던 프로이트비글호 여행 뒤 스트레스로 인해 두문불출했던 다윈(p42)은 자신을 치유하고자 했으며 그 때문에 더 연구에 열성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경증의 긍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그 예민함은 중요한 발전의 기회를 놓칠 때가 있다프로이트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협력자였던 오토 랑크알프레드 아들러카를 융을 결국 추방(p313)했다프로이트가 다윈의 진화생물학을 연구에 접목하지 못한 건 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존 볼비는 프로이트가 다윈의 작업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생물학적 원칙을 정신분석학에 더 설득력 있게 통합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했다. (p328)

 

 

프로이트가 불안을 아동기의 성적 욕망으로 채워버린 첫 단추는 아래와 같이 전개되었다.


 

 

프로이트는 70대에 접어들어 마지막 작업 중 하나에서 드디어 불안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에 근접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프로이트의 추종자들은 오이디푸스적 갈등”, “남근 선망과 거세 불안을 가지고 경주를 시작했고 열등감 콤플렉스”(아들러), “집단 무의식”(), “죽음 본능”(멜라니 클라인), “구강기와 항문기 고착”(카를 아브라함), 또 좋은 가슴과 나쁜 가슴에 대한 환상”(이것도 클라인등으로 뻗어나갔다정신분석 이론이 2차 세계대전 이전 그리고 이후까지도 계속 발전하면서 불안은 억눌린 성적 욕망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시각이 한 세대 동안 정신의학을 지배했다.(p316)

 

 

 

§§ 병적 불안의 복합 동기

 

사실, 불안은 수천 년 묵은 논쟁 선상에 있었다. 스콧 스토셀의 다음 말은 장황하지만 불안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면서 타당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병적 불안은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현대 약학자들의 생각처럼 의학적 질환인가아니면 플라톤과 스피노자인지 행동 치료사들 생각처럼 철학적 문제인가프로이트와 그 추종자들이 생각하듯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성적 억압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병인가아니면, W.H.오든데이비스 리스먼에리히 프롬알베르 까뮈또 무수히 많은 현대 사상가들이 선언했듯 문화적인 병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시대와 사회 구조의 한 기능인 것일까?

사실을 말하자면 불안은 생물학적 기능인 동시에 철학적인 기능이기도 하고육체와 정신본능과 이성개성과 문화 모두와 관련 있다우리는 불안을 정신적심리적으로 경험하지만분자나 생리학적 층위에서도 불안을 측정할 수 있다불안은 유전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시에 양육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심리적 현상이면서 사회적 현상이다컴퓨터 용어로 말하면 하드웨어의 문제(배선이 엉망이다.)이면서 소프트웨어의 문제(논리적 오류가 있는 프로그램을 돌려서 불안한 생각을 일으킨다.)이기도 하다기질은 어느 하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위험 유전자라든가 어린 시절의 상처 같은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사실 스피노자의 두드러지게 침착한 성품이 본인의 철학 덕분인지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인지 어떻게 알겠는가스피노자가 유전적으로 자율신경 각성 정도가 낮기 때문에 고요한 철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p31~32)

 

 

상황을 좀 더 단순히 나누면, '정신약리학과 인지행동 치료의 충돌'로 볼 수 있다신경증을 뇌의 세로토닌 재흡수 문제나 유전과 유전자의 문제로 보는 과학에 바탕을 둔 환원주의적 시각은, 인간 각자가 처한 환경과 선택의 역학에 따른 영향(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http://blog.aladin.co.kr/durepos/7383173 )에서 심층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Agalma)을 간과할 소지가 크다이는 프로이트가 인간의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놓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전학자들은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 문제를 찾아낼 겁니다.’라고 말하지말도 안 되는 소리야유방암의 경우에도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양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있어야만 실제 암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그래.” (p411에서 L박사)

 

1880년대 후반프로이트가 신경 의사라는 간판을 내걸었을 때에 프로이트나 다른 의사들이 가장 흔히 내리던 진단은 신경쇠약이었다. ‘신경쇠약이라는 단어는 미국 의사 조지 밀러 비어드가 두려움걱정피로가 섞인 증세에 병명을 붙이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비어드는 이 병이 산업혁명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신경쇠약의 뿌리는 현대 생활의 압박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된 신경이라고 여겨졌다.(p245)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다양한 가치를 가진 낯선 사람들과 점점 더 많이 섞여 살게 되었고르네상스와 산업 혁명을 거치며 이런 경향은 극도로 가속화되었다그래서 특히 중세 이후로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가 적당한지도덕적 전제가 타당한지를 되돌아볼 때 무언가 다른 불편한 감정이 일어났다.”고 케이건은 주장한다. “불안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런 감정이 인간 정서의 위계 질서에서 최우선하는 감정의 자리에 등극한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개체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살기에 적당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내가 이득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아야만 하는 냉혹한 제로섬 경쟁의 사회, ‘신경증적 경쟁이 연대와 협력을 밀어낸 사회 말이다. “경쟁적 개인주의가 공동체적 경험을 막고공동체의 상실은 현대 사회의 불안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롤로 메이가 1950년에 주장한 바다.(p395)

 

나의 불안을 편도 속의 이온으로 환원해 말한다는 건 내 성격이나 영혼을 뇌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나 그게 만들어지는 바탕이 된 유전자로 환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편협하다.(p263)

 


 

§§§ 만들어지는 불안들


의사들이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범불안장애가 증상으로 만들어지고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사례, 1980년대에 처방약이 만들어져 병명으로 탄생한 공황 장애”, 만병통치약처럼 퍼지는 항우울제의 범람과 죽음들마릴린 먼로가 그때 선풍적이었던 밀타운을 먹지 않았다면 그 죽음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가 티라민이나 나르딜이 아닌 제대로 된 약을 먹었다면 2008년 그렇게 자살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을 짚어보며불안은 강약의 차이만 있을 뿐 살아있는 우리 자체란 생각이 든다스콧 스토셀이 롤로 메이가 불안의 의미』 개정판 서문에 쓴 글을 인용하며 말한 것에 나도 동감이다.

 

 

그러니까 불안은 영원한 인간의 조건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주요 위험이 물리적인 적의 이빨이나 발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사실은 대체로 심리적이고 넓게 보면 정신적인 것인데 말이다그러니까 무의미와 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p401) 

 

 



§§§§ 이 책으로 관심이 촉발된 세 가지 


1. 본문에 자주 언급되던 롤로 메이불안의 의미』를 한 번 읽어 보고 싶은데 번역본이 없으니; 최근 나온『신화를 찾는 인간』(2015.6),『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2015.2)을 기회 되면 봐야 할 듯. 


2. 우울 서적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로버트 버튼 『우울의 해부』(1621)가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이라지만, 불안과 우울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낮아질 기미 zero!) 시대에 제대로 된 국내번역본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옴ㅜ;


3. 결핵에 걸려 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요양원에 들어간 소설가 워커 퍼시 인생 스토리는 마치 토마스 만 『마의 산』같았음;; 요양원에서 도스토옙스키와 토마스 만, 키르케고르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읽고, 과학이 인간의 불행을 해결해주지 못하리란 결론을 내린 뒤 가톨릭 신자로 개종! 퍼시가 요양원에서 유럽 소설과 실존철학 대신 이프로니아지드 치료를 받았다면, 퍼시의 삶과 철학은 얼마나 달라졌을까?(p294), 스콧 스토셀은 묻는다. 

의학자와 소설가 사이에서 우연처럼 운명처럼 퍼시가 하나의 길을 선택하게 만든, 불안. 

이 책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워커 퍼시 소설은 생물학과 과학 식견을 바탕으로 한 실존 소설로 보이는데, 돈 드릴로나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출판 바랍니다~

 

 

 

ㅡAgalma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저자 스콧 스토셀처럼 중요한 일을 미루거나 회피하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에; 리뷰 기한을 하루 넘긴 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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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악과 악한 존재들 이매진 컨텍스트 53
테리 이글턴 지음, 오수원 옮김 / 이매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크, 언제나처럼 테리 이글턴의 문장력은 정말 구구절절~ 번역상의 비문, 오문이 자주 눈에 띄지만 내 사정도 생각하며 넘어간다; 

소설만큼 재밌다! 풍부한 사유에서 나오는 재치있는 문장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토마스 만이나 괴테 문체 같기도 하고(만연체는 빼고), 밑줄긋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아주 얇은 책인데도 문장을 계단 삼아 자꾸 생각하게 돼서 자주 멈춘다.

어떻게 글을 소화하면 이런 문장이 됩니까? 👂🏻📡📠 뭘 동원해도 막막한 이 한밤, 주인공이 죽는 걸로 시작하는! 윌리엄 골딩 <핀처 마틴pincher martin>을 애타도록 읽고 싶게 만드시네! 헉, 국내 번역본이 없어😧;; 원서를 얼릉 사라! Agalma여! 
이 무슨;;;;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된다고요ㅜㅜ
테리 이글턴 선생님, 말 좀 끊어주세요. 흑흑))
어쨌든 제1장까지는 다 읽고 끊을까 하다가....날 새는 거 아냐;;;  악))악)))

악은 물자체다. 악은 맨몸에 거대한 보아 뱀을 둘둘 만 채 붐비는 통근 전철을 타는 행동과 비슷하다. 그런 짓을 해명할 배경 따위는 없는 법이니까 ㅡp10~11

원인 부재는 악과 선의 유사성 중 하나다. 악을 빼면 오직 신만이 자기 원인이라 일컬어진다 ㅡp12

논쟁의 여지가 없는 취향처럼 악이라는 단어는 뭔가를 일단락 짓는 말, 더는 문제 제기를 불허하는 종류의 단어다 ㅡp17

책임에 관해 말하자면 칸트와 <데일리 메일> 같은 우익 성향 타블로이드 신문은 공통점이 꽤 많다. 윤리 측면에서 칸트와 <데일리 메일>은 우리 각자가 자기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이다 ㅡp20

우리를 형성하는 요소는 과거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해석한 과거다 ㅡp21

인간이 홀로 있다는 개념은 석탄 통이나 금문교가 홀로 있다는 개념하고는 전혀 다르다 ㅡp22

흔히 할 일 없는 자들이 나쁜 짓을 한다고들 한다. 기묘하게도 이 말은 늘 무슨 일이든 하는 게 전범 재판소행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암시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악한 자들의 문제는 한가하기는커녕 지나치게 바쁘다는 데 있다 ㅡp23
(Agalma 끼어듬 - 일반 범죄보다 사회/정치 권력자들의 치밀한 악행에 더 대입해 볼 것)

윤리가 개인의 사생활에만 관련되지 않듯이 정치 또한 공생활에만 관련되지 않는다 ㅡp25

많은 면에서 정신/정신분석은 영혼/신학의 대체물이다. 영혼과 정신은 모두 인간 욕망의 서사다. 종교에서 욕망은 종국에 신의 왕국에서 완성되지만 정신분석에서는 애석하게도 충족되지 않은 채 남는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이런 의미에서 정신분석은 인간 불만의 과학이다. 그러나 신학도 인간 불만의 과학이기는 매한가지다 ㅡp28

신학과 정신분석은 모두 통과의례와 고백과 파문의 의례를 잘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내분으로 들끓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이 둘은 세속적이고 상식적이며 냉정한 사람들의 경멸 어린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ㅡp29

지옥은 우리가 `들어가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빚이나 사랑이나 절망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없듯이 말이다.....지옥은 인간의 자유에 바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현란한 찬사다 ㅡ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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