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노예가 되는 1주일이 돌아오다 - EIDF 2015

 

 




1. 희망도 절망도 없는 인간?

고쿠분 고이치로는 마무리하는 소감에서들뢰즈가 베케트를 논한 「소진된 인간」을 거론하며 들뢰즈가 살았고 살아낸 삶 자체가 희망도 절망도 없는이른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세계”(<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266)가 아닐까 조심스레 말하고 있다.

 


들뢰즈가 가져온 수많은 사례들-데이비드 흄에 대한 논문을 시작으로, 스피노자와 칸트 같은 고전 철학영화와 같은 예술프로이트와 라캉 이론에서 그랬듯 푸코의 권력담론에서도 들뢰즈=가타리식 욕망’ 분자를 끄집어내기프루스트에게서 과거를 떼어내고 습득의 경험’(사유의 현장성)을 말하기카프카....

이 책에서는 카프카 연구를 비롯해 들뢰즈가 예술을 통해 분석해 본 시간론을 다루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여하간 알랭 바디우는 들뢰즈를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들뢰즈가 늘 지루하고 똑같은 말(일종의 예단적 사고)만 한다고 비난한다. 알랭 바디우의 비난은 내게 이렇게 보인다철학론이라면 자신만의 무공훈장=개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 그런데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를 간파한 고쿠분 고이치로는 이렇게 말한다


데카르트는 코기토(Cogito)의 사상을 설하고칸트는 초월론적 탐구를 밀고 나갔으며헤겔은 변증법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고베르그송은 지속으로 현실을 보는 시각을 전위시키려 했다그러나 들뢰즈의 저서는 그러한 스타일로 쓰여 있지 않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p16) 


그리고 들뢰즈의 독특한 자유간접화법을 서술하며 1장을 시작한다추종 아니면 인신공격적 반론 일색인 철학의 場에서, 들뢰즈의 자유간접화법은 철학자가 스스로 사유한 것을 말로 분석해낼 때 암묵적 전제를 폭로하기 위한 도구(<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39)로써 매우 매력적이다. 그것은 들뢰즈가 개념을 세우는 철학적 방법이다. 내가 들뢰즈의 사유에 끌린 이유가 이런 특성 때문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잠깐나는 들뢰즈의 모든 저작을 다 읽지 못했다게다가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는 들뢰즈 책만 논하는 게 아니라 칸트, 하이데거라이프니츠정신분석 그리고 들뢰즈 푸코론과 관련해서는 푸코의 저작과 그 의미까지 방대하게 거론하고 있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이 책의 리뷰로 들뢰즈에 대해 뭔가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제대로 말할 수 있는 일인지 여러 날 고민됐다. 그런데 왜 하려는 거지?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끌려나오고 있잖아!

 

사유의 이미지에 도달하는 것은 논술대상이 되고 있는 철학자가 말하고 있는 것만으로 논해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38)

 


2. 떨어진 잎으로 채운 Tea Time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다큐 <티 타임 Tea Time>(다시보기: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16)을 보며 오후 4시에 시작되는 어느 칠레 여인들의 시공간을 70분 간 경험했다.

이 영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평점과 감상평을 보며내 편견이겠지만이 영화에서 소진되고 사라져가는 저 많은 순간들을 많이 놓쳤을 거라 생각했다고교 동창의 인연으로 여유있는 노년까지 그녀들은 시끌벅적하게 환담을 나누고 하나둘 노환으로 죽는다는 내러티브만 보지 않길 바랐다. 60년 넘게 이어진 티 타임을 둘러싼 무수한 것들....포켓몬과 동성애 등등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채 죽음을 말하며, 화장을 고치는 그 시공간을...다운증후군 소녀가 부는 불편하고 기이한 피리 연주에서 각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어떤 희망, 어떤 절망을 모호하게 나타내고 있는 그녀들의 시선, 표정, 동작! 

 

어떤 Scene

창밖에는 잎이 흔들리고유리찻주전자 안에는 찻잎이 화려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오랜 만에 만난 할머니들이 인사를 나누며 칠레 노래인지 시인지를 읊는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은/바람의 장난감//잎은 깨어진 환상/애달프구나//우리 가슴 속 나무에서/떨어져버린 잎이여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을 떠올렸다이 소설의 마지막 장은 <죽은 사람들>이다.

 






















 

그녀는 곤히 잠들었다.

게이브리얼은 팔꿈치에 기대어 그녀의 깊이 들이쉬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잠시동안 앙심 없이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칼과 반쯤 벌어진 입을 바라보았다그래그녀의 일생에 그런 로맨스가 있었구나한 남자가 그녀 때문에 죽었어이제 그가그녀의 남편인 그가 그녀의 삶에서 했던 역할이 얼마나 초라한 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은 거의 그를 아프게 하지 않았다그는 마치 그와 그녀가 남편과 아내로서 함께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처럼 잠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호기심어린 두 눈이 오랫동안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머리칼에 머물렀다그리고 그 당시그녀가 최초로 여자다운 아름다움을 꽃피웠을 그 시절에 그녀는 과연 어땠을까를 생각하니그의 마음속에 그녀가 가엾다는 기묘하고도 친밀한 생각이 들어섰다그는 그녀의 얼굴이 더 이상 그에게조차도 아름답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그는 그 얼굴이 마이클 퓨리가 과감히 목숨을 걸었던 그 얼굴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그녀는 그에게 얘기를 전부 털어놓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그의 눈길은 그녀가 옷 몇 가지를 던져놓은 의자로 옮아갔다페티코트 끈이 마루까지 대롱거렸다부츠 한 짝은 나긋나긋한 윗부분이 꺾인 채 바로 서 있었고다른 한짝은 옆구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그는 한 시간 전 자신의 길길이 뛰던 감정들이 의아스러웠다그런 감정들이 어디서 나왔지이모 댁에서의 저녁식사에서자신의 바보 같은 연설에서포도주와 춤에서현관 마루에서 작별할 때 그렇게 흥겹게 떠들던 것에서눈 속에 강을 따라 걷던 기쁨에서가엾은 줄리아 이모그녀도 곧 페트릭 모컨과 그의 말과 더불어 그림자가 될 것이었다그는 그녀가 '신부로 단장하고'를 부를 때 그녀의 얼굴에서 수척한 안색을 알아챘다어쩌면 곧 그가 검은 옷차림으로 실크햇을 무릎에 놓고 바로 그 거실에 앉게 될 거였다차양들이 내려지고 케이트 이모는 울며 코를 풀며 또 그에게 줄리아가 어떻게 죽었는가 얘기하면서 그의 곁에 앉아 있을 거였다그는 마음속에 그녀에게 위로가 될 말을 궁리할 것이고 단지 절름발이고 쓸모없는 단어들만 발견할 것이다그렇다그렇다정말 곧 그렇게 될 거였다.

방안 공기가 그의 어깨를 사리게 했다그는 조심스레 시트 밑으로 몸을 펼쳐서 아내의 곁에 누웠다한 사람 한 사람그들은 모두 그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나이 먹어 음울하게 빛바래고 시드는 것보다는 수난의 충만한 영광 속에 과감하게 저승으로 건너가는 것이 더 나으리라그는 자기 곁에 누운 여자가 그녀에게 나는 살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던 연인의 눈동자의 모습을 가슴속에 그토록 오랜 세월 꼭 품고 있었던 것을 생각했다.

눈물이 게리브리얼의 두 눈에 흠뻑 괴었다그 자신은 어떤 여인을 향해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지만 그런 감정이 분명 사랑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그의 두 눈에 눈물이 더 뿌옇게 어렸고 군데군데 어두운 가운데 그는 자신이 물방울 뚝뚝 듣는 나무 아래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상상했다다른 모습들이 그 곁에 보였다그의 영혼은 무수한 죽은 자들이 사는 영역에 접근한 것이었다그는 그들의 불안정하고 깜빡이는 존재를 의식했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 자신의 정체성은 만져지지 않은 어떤 잿빛의 세계 속으로 스러져가고 있었다견고한 이 세계 자체가이 죽은 자들이 한때 키웠고 또 그 안에서 살았던 그곳이 해체되고 또 줄어들고 있었다.

몇몇 가볍게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는 몸을 창 쪽으로 돌렸다다시 눈이 오고 있었다그는 졸린 눈으로 가로등에 비스듬히 내리는 은빛 나는 어두운 색의 눈송이들을 바라보았다그가 서쪽으로 여행을 떠날 때가 온 것이었다그랬다신문이 옳았다눈은 아일랜드 전국에 걸쳐 내리고 있었다어두운 중앙 평원의 방방곡곡에나무 없는 언덕 위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앨런 늪 위에 소리 없이 내리고더 서쪽으로시커멓게 솟구쳐 오르는 섀넌강 파도 위를 소리 없이 내렸다눈은 또한 마이클 퓨리가 묻혀 있는 언덕 위 외로운 교회마당에도 구석구석 빠짐없이 내렸다눈은 바람에 흩날려 빙퉁그러진 십자가와 묘석들 위에작은 문의 뾰족한 문설주 위에메마른 가시나무 위에 내렸다눈이 온 세상에 희미하게그들의 종말이 내려오는 것처럼 모든 산 자와 죽은 자들 위에 희미하게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은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나는 왜 이런 연상을 하게 되는 걸까. 이렇듯 사유는 내 의지가 아니라 대부분 강제이며 부딪힘이다. 차후적인 '개념'에 대한 씁쓸함...분노...절망...

<티 타임>과 <더블린 사람들>을 비교하며, 흔히 조이스 작품에서 거론되는 에피파니’(현현(epiphany):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 속에서 갑자기 경험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감각 혹은 통찰[네이버 지식백과])를 거론한다면 너무 도식적이고 식상하다더 풍부한 사유가 필요하다나는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에서 다음 대목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인공인 는 마들렌의 맛이라는 기호signe’ 해독방식의 습득을 가리킨다주인공인 는 마들렌의 맛이라는 기호에 의해 과거를 상기했을 때 기묘한 기쁨을 느끼지만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그렇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기호의 해독방식을 배우고 이 기쁨의 비밀을 이해한다그는 과거를 단지 상기하는 것이 아니다기호를 해독하는 기술을 습득하면서 최종적으로 어떤 종류의 진리의 계시에 도달한다기호와의 만남그리고 그 해독방식의 습득이라는 경험이 프루스트의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들뢰즈의 주장이다(또한 기호라는 말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7편 되찾은 시간에 빈번하게 출현한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97)

 

예컨대우리는 헤엄치는 것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를 수영에 관한 논문에 의해 배워서 아는 것은 결코 아니다수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를 우리에게 알리는 것은 흐르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뿐이다”(Heidegger 1954(1977), S.22). 하이데거가 이 유추analogy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실제로 사물을 생각해보지 않으면 사물을 생각함이란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사유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우리가 도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사유할 때이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p105)


이러한 내 모든 사유 작업은 "관념연합" 아닐까. 


정신을 구성하는 그 흩어진 관념들이 일정한 원리에 따라 연합되었을 때 '항상성과 균일성'을 가진 체계가 발생한다. 연합에는 '근접', '유사', '원인과 결과'의 세 가지 원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세 가지 원리들에 기반을 두어 행해지는 관념연합이 어떤 임계점에 달했을 때 정신이라는 소여의 상태를 넘어선 주체가 발생한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p51)


흄의 "관념연합"을 칸트는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과연 모조리 철회할 수 있는 것인가. 

들뢰즈는 흄의 경험론과 칸트의 초월론을 직선적 철학이 아닌 면面적인 철학으로 모두 수용하고 있다. 질문을 담은 비판으로. 

무수한 우주 파편들처럼 내게 도착하는 기호, 사유... 나는 '주체'로서 헤엄치고 있는가, '무주체'로서 떠다니고 있는 것인가.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모든 것이 소진되기 전에....




3.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그리고 푸코로

고쿠분 고이치로는 들뢰즈 철학의 '방법'(1장-자유간접화법), '원리'(2장- 칸트와 흄을 모두 수용한 초월론적 경험론), '실천(3장-"적극적 의지의 부재를 인정한 다음 습득"(p123)되는 사유)을 말한 뒤 4장에서 들뢰즈가 가타리와 협동작업을 통해 어떤 새로운 사유의 실험-'전회(轉回)'에 착수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때 탄생한 저작이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카프카』이다.









이 작업에 대해 많은 이들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두 사람은 흔한 공저(共著)의 형태가 아니었다가타리가 떠오르는 대로 메모를 하고 수정작업 없이 들뢰즈에게 전달하면 그가 편집 수정해 내용을 채우는 식이었다


"실제로 나도Nadaud가 편집한『안티 오이디푸스 초고』(2004)로 명백하게 드러났듯이, 들뢰즈=가타리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개념(영토화/ 탈영토화/재영토화, 코드화/탈코드화, 욕망하는 기계들, 연접連接/통접/이접離接, 원국가原國家, 집단적 언표행위, 분열분석, 말벌과 난蘭의 사랑...)은 어느 것이나 가타리에게서 유래하고 있다.(<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15)


그래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저작은 들뢰즈=가타리라는 등식으로 그 저작의 특성이 설명된다이 방식은 논하는 측과 논해지는 측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만드는 들뢰즈의 '자유간접화법적 구상'의 또 다른 변형인 셈이다

 

들뢰즈=가타리라는 정치적이며 역동적인 작업 후 들뢰즈는 푸코로 향한다.

 








억제나 이데올로기는 힘들 간의 투쟁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에 의해 말려 올라간 흙먼지에 지나지 않는다”(F, p.36).


푸코는 법이 하나의 평화 상태도, 쟁취된 전쟁의 결과도 아니라는 것을 제시한다. 법은 전쟁 그 자체이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의 전략이다. 바로 권력이 지배계급이 획득한 소유물이 아니라 바로 지금 행해지고 있는 그 전략의 행사 그 자체임과 마찬가지로.(F, p.38) 

 

들뢰즈는 푸코의 권력담론을 탐구하며 의문을 제시한다. 


정치철학의 문제는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하게끔 되는가가 아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자진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가이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p225)


들뢰즈는 푸코의 권력담론이 일종의 이원론적 성격(그렇게 말하지 않으려 최대한 애썼지만)-지배/피지배의 근본 기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생- 정치에서 길이 막혀버렸고, 윤리론으로 길을 틀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들뢰즈의 '욕망 일원론의 철학'은 그 근본 기제에 딱 들어 맞는다. 이 책의 논리 대로라면.

들뢰즈가 데이비드 흄에 대한 첫 논문으로 시작한 인간 본성의 탐구는 '욕망'이라는 풀 수 없는 기호로 다시 도착했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를 제대로 읽은 것이길 바라며, 이제 나는 들뢰즈가 '들뢰즈=가타리'가 되기 전인 『의미의 논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티 타임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이 책 읽고,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과 가브리엘 타르드 저서를 매우 읽고 싶어졌지만 그 티 타임은 나중으로 미룬다. 외계인에게 피랍된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면 언젠가....


ㅡAgalma 





 

 








모든 철학자는 새로운 개념을 야기하고 그것을 제시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개념이 어떠한 문제에 응답하는 것인지, 그 문제 자체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 질문을 완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흄은 믿음이라는 독자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지만 인식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의해 인식이 한정 가능한 믿음의 양태가 되는 됨은 어째서인가에 관한 사정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철학사는 어떤 특정한 철학자가 기술한 것을 또 한 번 기술하는 것이 아니며, 철학자에게는 반드시 언외言外로 암시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무엇인지, 철학자 본인은 기술하고 있지 않으나 그가 말한 것 속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말해야 한다.(PP, p.186)

ㅡ질 들뢰즈 <경험주의와 주체성 - 흄에 따른 인간본성에 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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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9-01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웬일인지 글에서 벌써 가을 냄새가 나네요^^

AgalmA 2015-09-01 17:20   좋아요 0 | URL
본의 아니게 그러게요. 여름 내내 얼음 커피만 잔뜩 먹었는데, 이제 차도 좀 즐길 계절이 왔네요 :)

21세기컴맹 2015-09-01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토록 숨가쁜 티타임이라니...ㅎㅎ

AgalmA 2015-09-01 17:21   좋아요 0 | URL
차 마시기 대회에 나가 원샷하고 있는 웃긴 풍경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어서 잡아야 해! 하는 마음이 크다보니;;

cyrus 2015-09-01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이 인용하신 <더블린 사람들>의 저 문장은 세계문학작품 중에서 죽음을 엄숙하게 묘사한 장면으로 꼽고 싶어요.

AgalmA 2015-09-01 20: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주 인상깊었던 장면이라 이따금 펼쳐보는데, 다른 판본으로 다시 사서 봐야 할 듯 합니다. 제 책은 너무 오래된 책이라...

에이바 2015-09-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닉스 노래 영상 정말 좋네요. 저 순간을 공유한다는게 행복해지는데 아갈마님은 어떻게 저걸 알고 소개해주셨는지... 감사감사...

AgalmA 2015-09-09 03:01   좋아요 0 | URL
유투브가 일등공신이겠고...둘째로 어떻게 아냐...면 제가 책보다 음악을 더 열심히 찾아듣고 시간도 더 투자하기 때문이겠지요^;;;...phoenix-north도 나온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요@@;;...암튼 책공부를 이리 열심히 했으면...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ㅎ;;
음악 맘에 드신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에이바님의 애정어린 공감을 생각해 음악 풀무질을 좀 열심히 해야 할 지도ㅎ...요즘 만사허무 귀찮아서...
phoenix-too young도 찾아서 들어보세요. 귀엽고 흥겨운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