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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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손을 씻고 따뜻한 잔을 쥔 뒤 이 글을 읽어주십시오괴상하거나 과도한 요구가 아닙니다시몬 슈날은 청결감과 판단」 강연에서 청결감 등 신체적인 자극으로 인한 정서가 도덕적 판단 및 행동”(p50)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우리는 떨어져서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영장류의 사회적 그루밍(socal grooming:어떤 동물이 동종의 다른 동물의 털이나 깃털을 청소해주는 행동양식)”(p53)으로 즉각적인 우호관계를 만들기 어렵잖아요?

 

우호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맛있는 음식이나 귀여운 동물,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계산적이라 하기엔 과도한 비난입니다.(파워블로거는 좀 의심;) 대니얼 카너먼이 말하는 "제1형" 사고라 해야 할 겁니다.("제1형" 사고는 아래 참조) 

특히 맛의 힘은 대단합니다. 혐오가 얼마나 즉각적으로 발생하는지....

조너선 하이트는 맛과 감정과 행동 사이의 관련성은 분명”(p384)하다며 우리가 선호하는 단맛이 우리가 가장 열망하는 맛이라고 합니다. 산행 시 초콜릿 바는 필수죠~ 그는 미각 수용체와 도덕적 기반에 대해 아주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 지면상 상세히 말하지 못하는 점 양해를ㅎㅎ)>

 


엣지 재단 강연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이 알려주는 대학 구내 식당의 실험 결과(p495~496)도 유의미하우유와 차를 파는 곳에 자율적으로 금액을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노려보는 눈 포스터]와 [꽃 포스터번갈아 붙였을 때 [노려보는 눈 포스터] 일 때 금액을 더 지불합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의 사고 작용을 1-자동적이고 기계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적이고연상적인 일관성”(p494)을 띤 지각과 직관으로, 제2형-통제되고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지며 규칙에 지배받고논리적인 일관성”(p494)을 띤 종합적 사고라고 말합니다. 이 구분은 사회심리학 분석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합니다. 「직관적 사고의 경이로운 결함」강연에서 이 두 형에 대해 자세히 비교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뼈아픈 문장이 많습니다.

내가 "눈에 보이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라고 이름을 붙인 속성도 시스템 1(제1형)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보유하지 않은 정보에는 민감하지 않은 경향을 띠는 메커니즘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이 있다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이용할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여서, 요컨대 현재 동원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상의 이야기를 꾸미지만 보유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p503)  

ㅡㅡㅡㅡㅡ (그래서..... '뭐야, 이거....이 책 안 봐!' 같은 성급한 결단을 하시면 안 됩니다.... Agalma;)

 

이 책의 논의들은 서로 상충하지만 모두 허투루 볼 수 없습니다. 읽으면서 계속 이런 건 알려야 돼! 는데, 양이 방대해 한 번의 리뷰에 다 담긴 무리였습니다. 이런 제 마음도 상당히 진화론의 영향이죠문화가 폭넓어지고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욱 상호의존(p451)이고 친절”(p452)의 중요성을 알며, “이야기의 힘”(p452)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밀감을 나누고자 하니까요.

 

이야기” 얘기가 나와서 티머시 D. 윌슨 사회심리학이란 무엇인가」 강연도 살짝 언급합니다자기계발산업계에는 "18개월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자기계발 서적을 사는 사람은 18개월 전에도 유사한 책을 샀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법칙"(p168)입니다일이 안 풀릴 때 복권을 사는 것과 유사하죠윌슨은 자기계발서에 끌려 다니기보다 "글쓰기 훈련법"을 추천합니다. '하루 15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간단한 방법'(p169)이죠윌슨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변명의 내러티브(심리학에서 개개인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를 만들어 문제를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글쓰기 훈련법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직접 재구성해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끔" 합니다. 재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스토리를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그 문제를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글쓰기 훈련은 스토리 편집 기법의 대표적인 예이며,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토리 편집의 효과는 탁월합니다 (p169)

 

조너선 화이트와 비슷한 입장이라며 대니얼 카너먼은 이성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정서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p453) 우리 삶의 많은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데이비드 피자로는 우리의 정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믿음도덕관을 형성해가는 어두운 과정을 이야기 합니다정치성, 보수주의인종차별주의....(-ㅁㅜ);;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 연구도 흥미로운 점을 시사합니다. 사실 이 책에 흥미롭지 않은 연구는 없습니다; 

도덕적으로 지나치게 자기 통제에 빠져 자기통제가 고갈된 사람은 잘못된 성관계에 탐닉할 가능성이 크다”(p434)는 그의 실험 입증에서 저는 종교계의 성 탐닉 이유를 짐작하게 됐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론입니다. 그는 자제력 있는 행동도덕적인 행동도덕적인 선택 등은 자유의지와 관련된 것들”(p435)이라고 말합니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책 속으로~ 참고로 빌려서 읽을 책 아닙니다. (밑줄 수두룩, _ _____ ___....)

 

브루스 후드 「본질주의」강연을 읽으며 얼마전 떠들썩했던 드레스-금색/파랑 논란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개인적 정체성"의 속성을 다시금 확인했죠.



우리의 의식적 경험(conscious experience)도 실제로 진행되는 사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착각입니다. 의식적 경험에는 관련된 모든 메커니즘이 진정으로 반영되는 게 아닙니다. 착시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이해될 겁니다. 착시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도 우리가 착시 효과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착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서 탈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착각을 일으키는 겁니다.

개인적 정체성도 우리가 꾸준히 실험 중인 과제로, 우리가 일화적 기억과 자서전적 기억에 두는 중요성을 입증해줍니다. 앞에서 언급한 복제 연구에서, 어린아이들은 햄스터의 물리적 속성은 복제할 수 있지만, 햄스터의 일화적 기억은 쉽게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것을 어렵지 않게 인정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볼 때, 개인적 정체성은 자서전적 기억이나 일화적 기억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한 영국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기억의 결합체입니다. 그 결합체는 다양한 형태의 망각으로 쪼개지고 단편화됩니다. 어떤 사람이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을 상실하거나 그 기억들이 왜곡되면, 그 사람의 정체성은 변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 무척 중요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기억은 믿을 수 없습니다. (p358)



딱딱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닙니다.


새러 제인 블레이크모어 청소년기의 뇌발달」 강연은 청소년기의 비밀을 뇌과학으로 접근합니다. “사회적 뇌 영역이 구조와 기능 양면에서 청소년기 동안 지속적으로 발달”(p111)하며청소년기에 충동과 위험에 대한 도전의식은 단순히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자립의 때를 알리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밌었던 연구도 있습니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행동신경학의 대담한 시도-신경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가」 강연을 통해 신경학이 예술의 비밀을 알려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아포템노필리아"란 증후군이 있습니다멀쩡한 자신의 신체부위 특히 왼팔을 잘라 버리려 하는 특징입니다이건 분명 인지적 문제가 아니죠내부 회로가 잘못되어 나타나는 이상현상입니다. "헛팔다리현상"(시집 이민하 <환상수족>에서 잘 표현)과 반대되는 성질이죠섬찟하게도 이 "아포템노필리아증후군의 환자가 실제로 팔을 자르는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멀쩡한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인데도, 뇌의 충동을 끝내 이기지 못하는 거죠.

우리가 국어시간에 공감각이라 배운 것이 신경학에서는 동반감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이것을 과거엔 비정상인 희귀현상”(p146)으로 보았지만 라마찬드란은 신경증후군”(p136)이 아니라고 합니다이 증상은 숫자에서 특정한 색을 떠올리거나 소리에서 색을 떠올리는 등 일종의 기억연상 현상인데유전된다고 합니다짐작하다시피 동반감각은 화가시인과 소설가 등 창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p137)에게 많이 나타나며그들의 작업에서 직접적이든 은유적이든 볼 수 있습니다뇌과학자들은 우리 뇌에서 색을 담당하는 영역과 수를 담당하는 영역이 서로 인접해 있기 때문”(p141)이 아닐까 추측합니다동반감각은 "50명 중 한 명 꼴"(p144) 생각보다 상당히 흔합니다. 이 유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이러한 진화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확인은 책 속에서ㅎ/

 

관련해 "헛팔다리현상을 겪는 환자가 얼굴에서 사라진 손의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은뇌세포가 담당했던 신체영역이 없어지자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데니얼 데빗 적절하게 조절되는 정상적인 마음」 강연에서 말하던 알바로 파스쿠알 레온 실험과 유사성을 느꼈습니다알바로 파스쿠알 레온 실험은 “8주 동안 눈을 가리고 지내면 시각 피질이 점자(點字)와 촉각즉 촉각에 의한 지각에 적응하기 시작”(p278)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 이런 유사성 지각 작용도 조심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누누이 말하고 있죠;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드네요.

 

데니얼 에버렛이 촘스키의 보편문법을 반박했을 때 촘스키의 반응은 나심 탈레브가 사사분면」 강연에서 비판적으로 말했던 경제 분석가의 자세와 비슷했는데책에서 확인해 보시죠~



 

ㅡAgalma




ps)

제가 보기에 사람들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가변적이고 오류투성이인 자신의 사고와 감정에 너무 의존적이며 문제해결에 고투하기 보다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겠지만;;) 취향으로 돌아가 편향에 치우친 독서를 끊임없이 계속 합니다. 지식과 교양을 쌓는다는 착각과 위안 속에.

사고가 편견과 오류 가득한 채 어떻게 입력 전환되는지 그 작용의 상관관계를 위에서도 여러 번 밝혔습니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근육을 만드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저도 아닛내가! 사람들이! 이런 거였군!” 움찔하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인식의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우리의 많은 문제 해결은 앞으로도 묘연할 겁니다. 


올해 읽은 책 top 10에 넣을 생각입니다~ 엣지재단 책 모조리 봐야겠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멋진 재단은 없고, 사익(私益)만 추구하는 청ㅁ재단 같은 것만....한숨))












 

 






"이성은 열정의 노예이고,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이성은 열정에 봉사하고 복종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p391)
ㅡ데이비드 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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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08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이렇게 또 장바구니에 한권 추가를...^^; 흥미로운 사례와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단순히 서평의 매력인 것일까요??

오늘따라 글의 속도감이 굉장합니다:-) 몇일 agalma님의 글이 없어서 서운한(??ㅜㅜ죄송;;)마음이었는데요^^;


AgalmA 2015-07-08 16:02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정말 돈이 안 아까운 책입니다. 두고두고 사전처럼 참고할 책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그 이론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촘스키의 언어문법이 반세기 넘게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도 참 대단...
우리가 봉착해 있는 여러 문제(도덕성, 자유의지, 판단력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오랫동안 숙고한 연구 결과라 각각 신빙성이 있죠. 애매모호한 위안을 담은 인문학적 충고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견해로 느껴질 때가 너무 많습니다. 설득력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중요해야 할 법적 상황도 인식의 난장판이죠. 2012년 아청법 토론회에서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 목욕씬에 잠 못 이뤄, 아청법 더 촘촘해져야...˝등의 이야기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너무도 빈번하니까요.

어렵게 읽힐까봐 걱정했는데,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더 많은 걸 전달하지 못해 아쉽지만, 리뷰쓰기에서 제 주안점은 정보를 담은 책의 가치를 알리는 거라 생각하니까 이쯤에서...

이 책이 워낙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어떻게 전달해야 될 지 고민이 많기도 했고, 먹고 사는 게 좀 바빠서ㅎ))..별 수 없이 능력 닿는 만큼~_~;

하나 2015-07-08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티머시 D. 윌슨의 ˝변명의 내러티브˝와 ˝글쓰기 훈련법˝ 흥미롭네요.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도 인간은 자기 서사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일인칭 드라마에 나오는 결함이 있을지언정 고귀한 주인공으로 둔갑시키는 이야기를 평생 만들어낸다. (198p)˝ 그런 경향 때문에 모든 회고록은 픽션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읽었던 책 뒤적거렸어요. 덕분에 ^^)

`하루 15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간단한 방법`(p169), 저는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서 `모닝 페이지`라는 도구를 받아들여서 9개월째 하루 세 장씩 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확실히 어떤 문제를 재구성해 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 분석해보니 첫 장에는 내 감정에 대한 배설 + 두 번째 장에서는 약간 여유가 생겨서 상대의 입장 분석 + 세 번째 장에는 대처 방법을 쓰고 있더라구요.

AgalmA 2015-07-08 16:04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고급 정보를 알려 주시다니! (하나님 사랑합니다...썼다가 ....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좀 이상....아니, 많이 이상...해 함)

티머시 D. 윌슨은 ˝변명의 내러티브˝로 시작해 진화심리학과 사회심리학, 도덕기반 이론, 종교 등 그 연결을 포괄하며 논의합니다. 짧은 강연인데도 실생활 속 우리 인식과 작용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강도높은 글쓰기 훈련법을 활용하고 계셨군요. 효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요즘 저는 일기를 기록용으로만 쓰고 다시 훑어보는 걸 게을리 하고 있었어요...북플에 에너지를 쓰는 대신 좀더 그쪽으로 자주 가야겠어요^^

북다이제스터 2015-07-08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 놓았던 책입니다. ^^

물고기자리 2015-07-08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다 궁금하네요^^

cyrus 2015-07-08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니얼 카너먼’, ‘존 브록만’이 저자로 참여한 책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죠. 3년 전에 두꺼운 분량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책이 알라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AgalmA 2015-07-10 02:09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에 관한 생각> 보관함에 담아두고 있어요ㅎ 엣지재단 책이 굉장한 엑기스들이 많은데, 호응이 그에 미치지 않아 의아했습니다.
각 저자들의 전문 연구를 보는 것도 좋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연구자들의 논의를 한꺼번에 보는 맛도 생경하면서도 매력적이더군요.

2015-07-0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7-1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앉아서 그루밍만, 하다 갑니다.^^ 굿 밤 ! 하기 ~~

AgalmA 2015-07-10 02:11   좋아요 0 | URL
그장소님도 굿나잇~
 
언어본능 -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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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과 평론가들의 권위성은 비판하면서 당신이 언어결정론에 지배당하고 있는 건 왜 살피지 않는가

 

최근 국립국어원은 부사 너무를 긍정적인 서술어와 쓸 수 있다고 밝혔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5/06/21/story_n_7630130.html  (2015.6.21. 허핑턴뉴스)

대체로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누리꾼도 많았다. 많이 쓰면 존나도 표준어가 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제법 보았다.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의 <언어전문가>에서 부사 “hopefully”을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전문가들을 비판한다. 핑커는 언어전문가를 언어수집가형”, “예언가형”, 연예인” 으로 분류 분석하고 있는데, 아주 재밌다. 지면상 구구절절 소개할 수 없으니 직접 읽어보시라^^;

핑커는 언어 전문가들의 두 가지 맹점으로 보통 사람의 언어 자원에 대한 심한 과소평가현대의 언어과학을 철저히 무시한다는 점”(p608)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 약속이지만,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되어 왔고 앞으로도 필요에 의해 다양한 단어들이 탄생할 것이다. 언어의 좌충우돌을 경쟁과 자연도태의 개념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많은 대중과 국립국어원이 너무”를 긍정문에도 허용한 것에 불만스러워 하기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를.

 

현실적으로 너무는 소통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데 쓰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죄책감을 유발한다. 우려와 달리 우리는  너무”가 부정적 · 긍정적으로 쓰일 때 차이를 감지한다. “너무 좋아너무 싫어 미치겠어의 반어로 쓰고 있다면 그 선후 문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실생활 대화에서는 발화자의 어조나 표정으로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너무+긍정문경우는 현실적 언어사용이 문법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는 긍정적으로 본다. 잦은 변화에 대한 불만은 인간 본능이라 그걸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인간 언어과학, 진화의 속성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언어를 불문(不問)의 위치에 두는 것이, 두 정의(正義, 定義)에 꼭 부합하는 것도 아니며 절대적일 이유도 없다. 스티븐 핑커는 언어결정론을 관습적 부조리”(p100)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구상에는 4,000~6,000개의 언어들이 존재하며, 그 중 3,000개 남짓한 언어가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은 1만 년이 지나면 조상언어의 어떤 흔적도 후대 언어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p395) 진단한다. 스티븐 핑커는 언어의 소멸을 세계의 다양성의 상실이자 인간 역사 탐구의 중요한 손실로 보며 안타까워한다.(p396~397)

더불어 내 "너무" 논의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밝혀두는 데, 나는 언어의 오남용과 도태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 모색을 지지한다. 이제껏 그 속에서 훌륭한 언어 작품들이 탄생되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있나? 우리가 해석할 수 없는 더 많은 언어의 곤경은 넘어 가겠다.

 

다음은 언어용법의 변화에 불쾌해하던 당시 전문가들을 향해 새뮤얼 존슨이 1755년 판 사전서문에 쓴 글을 스티븐 핑커가 인용한 전문이다. 너무! 의미 있는 문장이라 모두 옮긴다.

 

 

내 구상에 대해 호의를 가진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의 언어를 바로 잡아야 하고, 지금까지 시간과 우연의 경과 속에서 행해진 변화들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한 중대성에 나는 한동안 우쭐했으나, 지금은 어떤 이유나 경험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갖가지 기대에 탐닉해 왔다는 사실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에 한 사람씩 죽어가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천년의 수명 연장을 약속하는 영약을 비웃게 된다. 그리고 사전편찬자를 조롱하는 것도 똑같이 정당하다. 그들은 구와 단어들을 변덕으로 지켜온 민족의 본보기를 창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전이 언어를 보존할 수 있고, 타락과 쇠퇴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으로 지상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이 세계에서 어리석음, 허영, 겉치레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으로 아카데미가 설립되어 언어의 통행로를 지키고, 일시적인 것들을 유지하며, 침입자를 격퇴하려 했으나, 그들의 경계와 활동은 지금까지 헛되었다. 음성이란 법적인 제약으로 막기에는 너무나도 민활하고 섬세하다. 음절을 사슬로 묶는 것과 바람을 밧줄로 동여매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춰 자신의 욕망을 설정하지 못하는 오만한 시도다. (p615)

 

이는 20세기에 들어와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가 언어는 본능과 흡사하다”(p29)고 주장한 것과 아주 닮았다.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오기 전,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핑커의 스승인 노엄 촘스키는 창세기의 바벨탑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발언을 했다.

촘스키는 화성인 과학자가 지구를 방문하면 틀림없이 지구인들 상호간의 이해 불가능한 어휘들은 무시하고, 지구인들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했다.”(p355)

이와 비슷하게 스티븐 핑커는 가죽 꺼풀 아래 우리는 인종이 아닌 인간이란 특질로 매우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단편적으로만 말해도 인간 언어의 통사구조에서 주어, 동사가 없는 지구상의 언어는 전무하다. 어휘 변화 등 인간 언어의 이동성, 유사성을 이 책은 세세히 살펴보고 있다.

 

 

논의에서 좀 빠져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을 낼 당시인 1995년 시점에서 촘스키가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10명의 저자 중 유일한 생존자라고 했다(p31).ㅎㅎ -헤겔, 시저, 마르크스, 레닌, 셰익스피어, 성경,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프로이트.........지금쯤이면 헤겔, 시저, 레닌은 좀 빠지고 니체는 꼭 들어갈 것 같은데.

 

 

논의로 돌아와 촘스키를 비롯한 여러 언어학자들은 특정 언어를 학습할 때 바탕이 되는 정신문법과, 그 특정 문법의 바탕인 보편문법에 관한 이론들을 전개했다.”(p31) 또한 촘스키는 인간 정신은 그것을 둘러싼 문화에 의해 주조된다는, …… '표준사회과학모델'을 공격했다.(p31) 스티븐 핑커는 촘스키와 기본 괘는 같이 하지만 갈라서는 지점을 명확히 밝혔다. 노엄 촘스키가  ‘언어의 기원에 대한 해명과 관련해 다윈의 자연선택론을 회의적으로 본 점과 언어능력의 본질을 난해한 형식주의에 빠져 기술적이상적 분석에 바탕을 두는 점이다(p32). 스티븐 핑커는 눈처럼 언어도 하나의 진화적 적응과 디자인으로 보며, 촘스키보다 더 포괄적인 증거를 수렴해야 마음에 관한 결론이 도출될 거라고 보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확연히 느끼겠지만, 2~3살 사이 아이는 폭발적인 언어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같은 환경, 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원숭이와 개는 절대 이렇게 되지 않는다. 이로부터 스티븐 핑커는 인간에게는 태어나기 전부터 언어본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보고, 뇌의 내적 작용과 학습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 등의 다양한 작용을 통해 진화되어온 것을 살피고 있다. 이 언어본능은 인간의 독특한 인지능력으로 봐야 할 텐데, 항간의 떠도는 천재성과는 명확히 다르다.

 

 

 

 

 

 

ㅡAgalma

 

 

 

 

 

 

 

ps1)분량이 많기로 소문 난 스티븐 핑커 책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독자를 위한 도움말

 

스티븐 핑커 책 중 가장 얇은 책에 속할; 668 페이지 <언어본능>을 읽는데, 나는 하루 7시간씩 4일 걸렸다. 내 읽기 속도는 빠르지 않다. 보통 400페이지 분량의 해외소설을 8~10시간, 국내소설은 6~8시간 정도 걸려 읽는다는 걸 참고하시길.

스티븐 핑커 책 중 이 책이 가독성이 가장 빠르다ㅎ. 영어에 능숙한 독자라면 예로 나오는 언어 구조 분석에 더욱 재미를 느낄 것이다.  

 

 

 

ps2)앞으로의 리뷰쓰기에 대해

 

전문 서평가가 아닌 내가 리뷰쓰기에 방대한 시간을 할애하는 건 경제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글은 최대 3시간 - 한글문서 2페이지 분량에서 최대한 흥밋거리를 가져온다는 내 방침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책에 대한 최대한의 종합성를 원할 독자에게는 조금 미흡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찾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한정된 조건에서 노력을 기울여 소개하는 것, 이게 내 최선이다.  

 

 

 

 

"진화는 사다리를 형성하지 않는다. 그것은 덤불을 만든다"(p524)

 

 

 

 

 

 

 

 

 

 

 

The Cinematic Orchestra- Reel Life (Evolution II)  (2003)

 

https://youtu.be/ZMppfDmjFn8

 

 

 

 

 

 

퀘벡 주 출신인 나(스티븐 핑커)는 언어 차이가 종족의식의 차이를 야기하며, 좋든 나쁘든 그 결과가 광범위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일단 둘 이상의 언어가 존재하면 나머지 일은 자민족중심주의가 수행한다.(p367)

언어들 사이의 차이는 서로 다른 종들 사이의 차이와 마찬가지로 긴 시간에 걸쳐 작용하는 세 가지 과정의 산물이다. 1. 변이(언어적 혁신), 2. 세습(언어의 학습능력), 3. 고립(이주나 사회적 장벽에 의한 고립)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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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28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의 리뷰는

<너무> 좋아서 읽을 때마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싶지만 제한이 있는 것이 안타까운 와중에도 이 리뷰가
<너무> 반갑고 전문서평꾼이 아니기 때문에 리뷰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는 말씀에
<너무> 동의하며 그 와중에도 스티픈 핑커 책을 목침으로 쓰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해주심에
<너무> 감사합니다.

스티븐 핑커가 퀘벡 출신이었군요. <둘 이상의 언어가 존재하면 나머지 일은 자민족중심주의가 수행한다.> 이 대목 때문에 더! 읽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저도 핑커에 발을 들이나요? ...아이들의 폭발적인 언어 능력 정말 신기해요. 노출되는 발화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의외일 때가 많더군요. 4세 아동이 뭘 사 달라고 그렇게 조르더래요. 그래서 여기엔 안 판다고 했더니 그럼 <대형마트> 가면 되잖아! 라고... 아니 대형마트란 말은 어떻게 안 건지ㅋㅋㅋㅋ

리뷰 분량 줄이는 거 참 힘들어요. 공들이다 보니 점점 길어지는데 압축이 관건!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물도 마음에 들진 않고요. 로쟈님의 서평쓰기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저는 서평도 비평도 아닌 중간에서 분량만 많다는 걸 깨달았죠. 분량이 늘어나니 그 글을 붙들고 있는게 곤욕이더라고요. 나름 얼개를 짜보긴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아갈마님 말씀에 <너무> 공감해요. 지금도 글 세 개 붙들고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AgalmA 2015-06-28 19:02   좋아요 0 | URL
다 쓰고 나면 더 붙이고 싶고 또 붙이고 싶고 계속 퇴고의 욕망이ㅎㅎ;; (퇴고는 잘라내야 되는 일인데!) 그러다 보면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는 분량만 늘어나고-,-);...한글문서로 작성했는데, 볼 때마다 오타가 보이고ㅋ; 스트레스는 점점 늘어나고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푸후훌)))
사람들이 정보를 원하긴 하지만 방대하고 세세한 글을 읽는 건 별로 좋아하진 않죠. <언어본능>에서도 그 역학에 대해 잘 말해 줍니다. 목적중심의 언어본능 때문에 빠르게 전달되는 걸 더 선호한다는...에이바님도 포스팅 많이 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정보가 많은 긴 글보다 짧으면서 소소한 정보가 담긴 글이 더 선호된다는 걸 느끼셨을 거예요. 사람의 본능이라는...에너지 소비효율이 냉장고에만 있는 게 아니더란ㅎ;;
왜 단문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논증이 이 책에 있답니다!!!⚡️
아, 이 책은 정말 진화부터 언어학까지 총망라해주는 멋진 책입니다! 영어로 통사구조를 설명하는 데도 한글의 언어역학에 대해서도 알겠더군요. 그래서 스티븐 핑커가 주장하는 인간의 언어본능이라는 것에 공감이 안 되기가 어려운ㅎㅎ;
특히 아이들이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운데 에이바님 이 책 읽으면 엄청 재밌어 하실 겁니다^^ 3분의 2가량은 언어학적 탐구고, <빅뱅>장부터 나머지 150페이지 정도가 진화론이 본격 나오는데, 앞이 지루하다 싶으면 <빅뱅>장부터 나머지만 읽어도 도움 되실 거예요^^

요즘 페미니즘 공부하시잖아요?
언어로 인한 인종적 갈등 내용들 보시면 인간의 대립과 갈등이 이런 식으로 뿌리 깊어지는 구나...하실 겁니다/

세 가지 이야기가 만나는 에이바님의 구상 재밌겠는데요. 기대할께요😊

북다이제스터 2015-06-28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와 책 읽는 속도가 비슷하세요^^ 전 읽다 잡념으로 다시 읽기를 수차례 반복하다보니 ㅠㅠ 집중력이 아주 꽝입니다. ㅠㅠ
전 서평도 싫고 비평도 싫습니다. `평`이란 의미가 들어가 그런 듯. 리뷰가 딱 좋습니다. 글쓰면 책을 다시 볼 기회가 되어 좋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포스팅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공개하면 글쓸 때 더 잘 쓰려고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리뷰 글쓰기 행위라 좋은 책 읽으면 글이 길어지고 아니면 짧아지는 것에 전 게의치 않습니다. ^^ 순전히 이기적 인간^^

AgalmA 2015-06-28 19:27   좋아요 1 | URL
읽기도 여러 각도로 해석해 볼 여지가 있죠^^; 흥미에 따라 취향에 따라 속도가 광속이 될 때가 있잖습니까ㅎ. 같은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이해도가 빨라져 속도가 더 빨라질 때도 있고 해서 읽기가 느리다 빠르다를 상대에게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점도 있다고 할까요.
저는 워낙 틀을 싫어해서 이것저것 연결해서 말하는 <페이퍼 스타일>인 거 같아요ㅎ;
요즘 뇌과학 책 집중해서 읽으니까 재밌기도 합니다만..헤헤..집중과 분산 늘 과제죠))

사실 이곳 리뷰 쓰기 무임금 노동에 가깝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이기적이면 어떻습니까. 나 먼저 좋고 남도 도우면 더 좋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오쌩 2015-07-0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네요ㅠ.
사람은 각 나라 언어로 사유한다고 하는게 촘스키의 표준사회과학모델 비판과 상통하는 부분일까요...

더하기. 유아들의 옹알이 속에는 여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음소가 모두 포함되어있는데,모국어를 접하면서 모국어에 없는 음소는 점차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어 탈락되고 대신 모국어 특유의 음소만 남게 된다고 하네요.선천적인 지각능력이 언어경험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거 아닐까...

AgalmA 2015-07-05 02:3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촘스키의 ˝표준사회과학모델 비판˝을 스티븐 핑커도 수긍하며 그것을 여러 언어적 연구로 이 책에서 증명하려 하고 있죠. 책의 3분의 2가 그 언어적 분석이라 몇몇 리뷰어들이 이 책이 왜 언어학이 아니고 진화론이 되는 거냐 투덜거리더군요ㅎ

더하기 부분이 영재 교육이랑 연결되는 부분일텐데, 아이일 때는 여러 언어로 된 다각적 생각이 가능한데, 위 리뷰에서 밝힌 대로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의 고립화와 사회화 현상으로 어른이 될수록 점점 굳어지는 거죠.
말씀하신 `선천적 지각능력`이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다른 사람이 쓴 리뷰라 어렵게 느껴지실 거예요. 직접 읽으시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수많은 영어 지문이 좀 괴롭긴 하지만^_ㅜ);

오쌩 2015-07-0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네요ㅠ
글 너무너무너무너무 잘읽고갑니다~
너무를 긍정문으로 사용해도 된다는거 덕분에 알았지만,좀 이상하네요.
너무를 너무 남발하면 너무한거 같아요.ㅠ

AgalmA 2015-07-05 02:41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좋은데요~ 아, 편해라. 히히))
그래도 안 쓸 분들은 안 쓰실 거라 생각해요. 그것도 좋고, 이것도 좋습니다.
다만 이런 단어 문제로 서로 얼굴 붉히며 교양 운운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뜻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상대에 대한 비판이 되어선 안된다고 봅니다.
물론 서로가 생각하는 뜻이 너무도 다른 현실 속 딜레마...ㅡㅜ...보수와 진보 문제만 해도....
 

1시간 이내 이 글은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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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선택은 자유를 구할 수 있을까
북플 6개월 동안의 고찰 그리고...
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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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반갑진 않지만) 안녕?

 

책을 읽을 때는 기분이 많이 울적했는데, 정리 하다보니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게 돼서 생각에 살이 좀 붙은 거 같다. 이 맛에 리뷰를? 하지만 여전히 너무 긴 거 같다. 생각의, 리뷰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1[서론]

 

그동안 인류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주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불안 요인은 폭력(전쟁, 테러, 각종 범죄), 질병(바이러스), 환경(지진, 쓰나미 등), 경제 불황이라고 생각한다. 서론에서 레나타 살레츨은 현대인이 불안해하는 실체는 그게 아니라 다음과 같았다고 전한다(p10).

 

①(, 사랑 등이) 충분하지 않다.

②사람들이 더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즉 거부에 대한 두려움).

③좋은 것은 금방 사라질 것 같다

④사람들이 나의 실체를 알아챌 것 같다(즉 내가 그저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⑤내 삶이 덧없다(즉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국 방송 라이프타임 TV에서 실시된 토론결과다. 이 책이 2004년도에 첫 출판되었으니 10년 전 도출결과다. ‘민주국가들이 이용하는 두려움'이라는 소전제를 두긴 했지만 '자본주의 사회'라는 범위의 준거점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어느 시점, 어느 나라에나 대입할 수 없다면 '인간의 불안'에 대한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해석으로 볼 수 없다. 테러와 인권유린이 만연한 중동과 아프리카, 재해나 사회적 혼란을 겪고 복구 중인 나라, 종교적인 나라 등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도입부이기도 하고 프로이트와 라캉을 가져와 불안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만 논의 전개가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테러와 바이러스를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오는 위험”(p28)으로 보고 유사성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끊임없이 대중에게 경고를 가하는 것에서 어떤 심리학자가 정부에다가 대외 정책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원한다면 대중이 안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게 아닐까 추측”(p29)이 들 정도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현재 한국 상황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다른 무언가로 앞의 문제를 계속 덮어버리는 기분.

 

 

 

2[전쟁 속 불안] 환상과 불안

 

 

두려움은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것”(어둠, 무서운 개)과 관련되어 있으며, “불안은 대상이 없는 두려운 상태, 불편한 정서”(p44)라고 말한다. 불분명으로 인하여 불안이 두려움보다 더 공포스럽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이 구분이 내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부분보다 많은 부분이 서로 엉켜있다고 생각한다. 불안이 두려움보다 더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내겐 도식화 같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내 공부가 더 필요할 것이다.  

 

프로이트의 첫 번째 이론은 불안을 성과 생물학 관점의 억압된 리비도”(p45)로 봤는데, 30년 후 프로이트는억제, 증상, 불안에서 위험의 예기”(p46)로 입장을 바꾼다.

프로이트의 두 번째 이론은 불안이 억압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것”(p48)이다. 프로이트는 대상 상실’(거세)에 대한 주체의 반응이 불안이라고 말했고, 라캉도 이에 동의하며 결여의 부재를 덧붙인다. (결여 부재에 대한 것은 p53 참조)

이 장(場)에서는 주체가 환상을 통해 결여의 보호막을 스스로 만들지만 결여의 자리에 나타난 대상”(p58)에게 지속적으로 제압당하는 것을 보여준다. 군인들이 전장에서 겪는 고통과 참전 이후의 우울과 자살 등이 논의된다.

한편 예술계에서는 불안을 더는 방법으로 모든 것의 노출’을 모색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포르노그래피로 본격적으로 바꾼.

 

주체의 '환상'은 바깥의 질서 안정화를 추구하며 사회의 적대성(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듯한 세계, 제거해야 될 적이 있을 것 같은 불안)을 끊임없이 은폐한다. '불안'은 불편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주체를 계속 준비 상태”(p101)로 만든다.

 

 

 

3[실패 속의 성공]

 

살레츨은 현 문명사회가 선조의 사회보다 더 많은 불안을 경험한다는 주장은 오만”(p104)이라고 말하며, 소비사회 속에서 주체의 부족감이 불안정감을 부추긴다고 본다. 다이어트, 연애, 결혼, 양육 등이 삶 자체로서가 아니라 생존으로 연구되고, “죄책감을 맛보게 하는 조언과 금지”(p106)들이 난무하며, 사람들은 신체와 관련된 강박(거식증, 폭식증, 과도한 운동, 성형수술)과 쇼핑 중독(p107)에 기꺼이 빠진다.

각종 선택의 풍요 속에 저자가 본 불안의 이유는 두 가지다.

사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더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는 것

②선택의 자유가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게 더 권력을 준다는 것(p112)

 

이러한 불안은 자본주의 변화와 관계 깊다. “물질적 생산보다는 특정 이미지의 마케팅이 더 중요해졌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 “소유는 접속으로대체되었고, “상품의 개별적인 시장 교환보다는 장기적인 상업적 거래 관계”에 더 의존한.(p118).

제러미 러프킨 소유의 종말에서도 제시되고 있듯이 경험경제에 기대는 문화자본주의에 진입하면서 개개인의 삶은 시장이 되었다.(p120)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p123)에 대한 설명은 "북플"과도 맞아 떨어지는데 읽어 보시길

 

 

 

4[사랑 속의 불안]

 

라캉의 성차화sexuation 공식 남성과 여성 모두 대타자가 사실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에 끌린다. 남성은 여성에게서 숭고한 대상을 찾고 여성은 남성에게서 상징적 권력을 찾는(p159)” 것과 관련해 영화 <연애편지><욕망의 법칙>, 희곡<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분석한.

 

‘사랑은, 결국 우리는 대타자 안에 있는, 우리를 매혹하는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또 동시에 대타자도 자신 안에 있는 자신 이상의 대상, 즉 누군가를 자신에게 매혹시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과 연관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사랑의 필수 요소인 이 불안을 덜고자 애쓰는 것 같다.(p173)

세미나 『앙코르』, 라캉

 

 

 

5[모성의 불안]

 

어머니가 유아 살해를 하는 예로, ‘앤드리아 예이츠의 범죄수전 스미스의 범죄가 비교되고 있다. 전자가 정신병이 있는 어머니가 불안을 느껴 네 아이를 살해한 범죄라면, 후자는 신경증적 히스테리에 휩싸인 어머니가 불안을 폭력으로 나타낸 범죄다.

 

안타까운 것은 종교적 망상과 정신병이 뒤섞인 앤드리아는 정신이상으로 선고받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종교주의 국가인 미국이라는 점과 자식을 죽이는 부모는 없다는 관습적 통념에 의해 제대로 된 판결을 받기가 불가능했다.

현실의 여러 사건을 보면, 생활고, 아동학대, 근친 상간 등 아이에 대한 부모의 지배심리 관련해서 세세하게 살펴볼 사안이 많다.  

 

 

예이츠가 범행을 하기 수 주 전 받은 정신과 치료를 바탕으로 한 책도 나와 있다.

『혼자 있나요? 안드레아 예이츠의 끔찍한 범죄(Are You There Alone? The Unspeakable crime of Andrea Yates)』(2005)
 

 

 

 

 

6[증언은 불안을 치유할 수 있을까]

 

외상은 속수무책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고,

불안은 흔히 그런 외상적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음을 주체에게 상기시키는 신호로 나타난다.”(p226)

 

 

홀로코스트를 실제 경험한 것처럼 꾸민 벤야민 윌커머스키 회고록 편린들과 홀로코스트를 사실보다 코미디로 제시한 로베르토 베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분석한다. 두 작품이 아버지의 권위와 부재를 어떤 허구성으로 표현해냈나 하는 문제다.

프로이트가 “외상과 사건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p243)고 한 것을 전제로 한다.

윌커머스키는 아버지의 부재를 아버지가 끔찍하게 죽은 기억”(p250)으로 변조했고 아버지가 부재한 어두운 유년의 기억을 홀로코스트의 기록들로 바꿨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아들이 겪을 외상적 상황을 아버지가 환상으로 막아주고 희생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7[결론]

불안은 주체가 세상, 타인과의 관계 맺는 것을 어렵게 하는 저해 요인이면서도 불안한 주체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구성하고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질 만한 정체성을 만드는 동력이기도 한다.

 

 

 

§§  불안, 잘가~ 올 때는 연락 좀 해!

결국 불안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면의 흔들림을 직시하고 행동하란 메시지가 도착했다.

삶 앞에서, 사랑 앞에서, 죽음 앞에서 매순간 불안하듯이 정중동(靜中動)도 함께 하란 소린데…

낮에도 밤을 두고, 밤에도 낮을 두고 살라는 소린가. 아이고, 내가 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어<(>ㅁ<)>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불안 극복성을 살펴 보시길/

 

 

ㅡ Agalma

 

 

 

 

《400번의 구타》(프랑수아 트뤼포, 1959) 

결코 정중동(靜中動) 할 수 없었던 소년 앙뚜안 생각을 잠시...

 

 

 


장 폴 사르트르도 불안에 관한 견해가 (키르케고르와) 비슷했다. 그가 든 예는 벼랑 끝에 선 인간이다. 이 사람에게 공포는 추락 가능성이 아니라 심연으로 뛰어들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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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22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오늘 저도 <400번의 구타> 생각했는데ㅎㅎ 오늘 리뷰도 생각할 거리가 많네요. 북플은 개미지옥 ㅠㅠ

수이 2015-06-23 10:40   좋아요 1 | URL
북플은 개미지옥_ ㅋ 이거 북플 홍보 문구로 아주 정확하다고 여겨집니다. :)

AgalmA 2015-06-23 10:42   좋아요 1 | URL
저도 오래 전부터 북플 개미지옥으로...ㅎㅎ;;

[그장소] 2015-06-26 18:40   좋아요 0 | URL
야나님 의 개미지옥 - 이란 말...에 왜..웃음이 나느지..^^

cyrus 2015-06-2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레츨의 <불안들>을 앞부분만 잠깐 읽어봤는데 어려운 느낌이 들었어요. 분량이 적어서 만만하게 봤는데...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는 전혀 다른 내용, 느낌이었어요.

AgalmA 2015-06-23 10:45   좋아요 0 | URL
살레츨 책을 세 권 봤는데 다 쉬운 책이 아니었어요^^; 사회학과 정신분석을 같이 엮어서 말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cyrus님은 다종다양한 책 많이 읽으시면서 그렇게 말하시면;;

수이 2015-06-2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울 거 같아서 저는 패쓰~ 아갈마님 리뷰만으로 만족할래요.

AgalmA 2015-06-23 10:47   좋아요 0 | URL
앞서 페이퍼에서도 말했지만 일반독자가 다가가기엔 논하는 게 너무 전문적^^;
리뷰를 앞으로 더 줄여서 쓸 생각임ㅋㅋ;;;

단발머리 2015-06-2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 독자 꼼꼼히 읽고, 결론을 두 번 읽고 지나갑니다. 휘리릭!!

Agalma님 서재 정면에 저기 위에 그림, 너무 근사해요.
내내 그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들어올 때마다 까먹었네요.
근사해요, 진짜. 부럽^^

AgalmA 2015-06-27 20:00   좋아요 0 | URL
북플이 아니라 서재 통해 들어오신 거군요?
저는 서재 통해 자주 들어와서 제 서재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써요. ㅎㅎ;
파란 대문사진 말씀하시는 거죠^^? 기본적으로 서재 꾸미는 이미지들은 다 제가 찍은 사진을 씁니다~
기분전환으로 자주 바꾸는 편인데 저 사진은 좀 오래 두고 볼 거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서로 시원해 보자+ (각자 감상) 이란 제 취지가 통한 듯?

단발머리 2015-06-27 20:07   좋아요 0 | URL
허걱!!! 직접 찍으신 거라구요? 저기가 도대체 어딜까요? 이쯤에서....
정말 Agalma님 전공이 무엇이신지, 아님 정체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galmA 2015-06-27 22:32   좋아요 0 | URL
ㅎㅎ 장소는 서울 압구정 모 소재 건물...저도 간 지 오래 되어 건물을 찾아다녀봐야 정확히 기억이 날 듯^^;;
저도 제법 거리산책자라서 카메라로 이미지들을 모으는 걸 즐겨 하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건 아닙니다. dslr 같은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눈에 보이는 걸 최대한 담아보려고 노력하는 정도^^

모든 부분에서 노력하는 아마추어예요.
 
우리의 사유는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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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분석한다』(카렌 호나이, 2015) 책 제목이 내 독서의 목적을 말해준다. 삶의 많은 구렁텅이 중 어릴 때 한 번, 성인이 되어 또 한 번, 내가 직접 죽음에 아주 가까이 가보았던 게 가장 큰 엔진이 되었던 것 같다. 어제 영화 《엘리펀트 송》을 보며 또다시 짐작된 바다. 가족의 자살, 자살에 가까운 사고사, 타살에 가까운 사고사 등도 접하며 나는 삶의 경쟁에서 일찍 내려와 부유하는 삶에 밀착한 거 같다. 그래서 내 독서는 지식의 폭식, 경쟁의 경주, 원리에 통달하려는 지적 왕좌 게임, 세계 변혁을 꿈꾸는 이상과는 다르다. 내가 가끔 그런 추구로 비친다면 지옥에서의 한철 같은 재미 혹은 내가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라서 다른 이도 한 번 생각해보라는 정도겠다. 무엇보다 나는 제멋대로고 꿈꾸길 좋아하며 우울의 소용돌이 속에 사는 몽상가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비관일까 낙천일까. 둘 다겠지. 슬픔의 무도 속에서 즉시 사랑에 빠진다.


'자기 치유'가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독서의 목적이 확실하기에 쉽게 좌절할 수 없다. 우울증 책, 약, 종이 분쇄기에 넣는 듯한 심리상담(아무리 많이 밀어 넣어도 여전히 많은 종이...)은 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것은 치료인가 사실은 불가능인가. 미래에는 간단한 시술만으로 고칠 수 있는 두뇌 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렇게 책에 파묻혀 수많은 날을 씨름하느라 정작 소중한 경험의 시간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실 과학자들은 나보다 더 속이 탈 테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세계 인구의 20%를 넘는 20억 명이라고 하니 문제가 작지 않다. 로봇이나 외계인과의 미래 전쟁 전에 정신질환으로 인류 생존이 심각해질 위험이 더 커 보인다. 각종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종교 분쟁 등의 현실 속 전쟁 상황들을 나는 정신적 문제라고 본다. 시스템은 그것에서 비롯된 2차적 문제다. 결국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되었지만.


뇌과학 책 중 내가 접한 가장 최신판인 『마음의 미래』는 어떤 가능과 불가능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서 읽어 나갔다. 내 세대에서는 많은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후대에는 사람들이 덜 아프고 더 행복할 수 있겠구나 희망을 주는 책이다. 지식 못지않게 마음의 품성까지 넓은 미치오 카쿠의 글은 그래서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유머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는 과학자다ㅎ. 그렇기에 이 분야에 겁을 먹고 있는 독자라면 적극 추천한다. 마음에 대한 촘촘한 과학적 기본 지식과 그 미래를 조망하려 하지만, 이 책의 미래는 거창함에 힘을 싣고 있지 않다.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어 기뻐하고,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로봇이 있어 행복해하는 풍경이 더 많은 미래다. 나로서는 불로불사의 뇌를 만들어 활용할 시대에 사는 게 아니라 감사할 따름이다.
아래는 이 책에서 내게 흥미를 준 몇몇 사례에 내 단상을 겹쳤다.


1. 두뇌와 기억
우리는 미래에 금속 모자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두뇌 스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지금은 공항 검색대 정도만 감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뭐! 이 정도가 그 수준밖에 안 된다고?

기억의 목적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것(p182)이라는 견해는, 역사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재가 이 지경이라는 견해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셈이라고 하겠다.

'프로프라놀롤'(p196) 같은 기억을 지우는 약이 대량 상용화된다면 그 여파가 흥미롭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지만 고통을 이겨내는 긍정성을 차단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쟁 시 이런 약들을 상용화한다고 생각해 보라(이미 많은 유사 사례가 ...)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기억을 관리하고 미래를 통제하려는 이 모든 노력은 결과가 미지수라는 게 큰 걱정거리 같다. 의료 행위나 호혜를 위한 용도가 아닌 이기적인 사유화나 국가적 체제로 이용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핵기술 발견이 살상 무기로 변모하게 될지 개발 당시는 몰랐던 것처럼.

기억 주입이 본격화될 때 《매트릭스》처럼 지식의 단기 습득은 우릴 더욱 자유롭게 할 테지만, 강력한 쾌락에 빠지거나 누군가에게 조종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인체에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tv 전원코드를 빼는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처음도 끝도 윤리 문제 같다. 인터넷 문화도 제어가 쉽지 않은데, 브레인넷 문화가 된다면 인간의 오랜 역사의 아날로그 삶은 상상초월의 질적 변이를 맞게 될 것이다. 그때는 그랬지 아름답게 말할 추억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그 기억을 찾아 주입하면 되니까. 점점 '나'라는 고유성은 희미해지게 된다. 어쨌거나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10년 투자하면 최고가 된다)은 지금도 깨지고 있고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어갈수록 확실히 깨지게 될 것이다. 기억 주입에 필요한 돈만 있으면 되겠지. 저자도 이를 우려하지만 낙수효과 같은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경제문제가 부의 불균형적인 분배와 부조리한 인간 욕망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나는 부정적이다. 그간의 무수한 진화에도 지금 세계는 충분히 불균형적이잖은가.

2. 천재성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에 대한 뇌 분석(p214)은 흥미로운 점을 시사한다. 그들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부위가 눈에 띄게 큰데, 시각 정보 처리능력은 평균보다 떨어진다. 책 많이 보면 tv 오래 보면 눈 나빠진다 같은 민간 심리학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암기하면 시각기능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사례보고인 셈이다. 문득 눈먼 보르헤스, 귀먼 베토벤이 떠올랐다. 그냥 그랬다고.

기억능력이 좋은 건 망각 능력의 저하 능력과도 겸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도파민(p237)이 DCA1, DAMB 수용체로 다르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3. 좀 더 자연스러운 두뇌 세팅
뇌 부위에 따라 자기장을 걸어 서번트 능력(자폐적 석학의 특성) 같은 잠재력을 깨우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어쩐지 섬뜩하다. 시력을 높이기 위한 라식 수술과 차원이 다르다@_@(내 눈 예뻐?) 여기서 그칠소냐! 더 최신식이 진행 중인데, 줄기세포(아, 황우석 트라우마;) 와 게놈 프로젝트(인간 진화의 결정적 DNA 연구) 가 그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 참조~

4. 지능의 기원
1) 아프리카 기후 -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립보행, 연장사용 등으로 이어짐(다윈 이론)
2) 사회적이자 집단적인 특성 - 사냥, 농사, 전쟁 등으로 인한 교류
3) 언어 - 미래 계획, 추상적 사고 촉진
4) 성 선택설 - 똑똑하고 현실감 있는 남자를 골라 후손을 전한 여자(Agalma - 어쩐지 원죄 관련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좀 멀리 나간 발상이지만 어디까지나 제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선악과(선과 악을 구분하는 과실)를 권한 자가 이브라고 하지요. 아담은 이브의 권유가 없었다면 그저 에덴동산에 머물렀겠죠. 이브는 완력으로 아담을 에덴동산에서 끌어낸 게 아닙니다. 선악과는 이브가 처음 권했지만 아담도 선택한 '자유의지'입니다. 신을 배반한 '자유의지' 이것은 인간적 지능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이 자유의지는 '선택적 자유의지'이자 '확률적 자유의지'입니다. 결과가 좋게 될지 나쁘게 될지 그들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금지)과 저것(허용)은 마련되어 있고 우리는 그 중 골랐을 뿐이죠. 죄가 있다면 이것을 건넨 이브에게 죄를 물을 것이 아니라 가능성까지 만든 신에게 죄를 따져 물어야죠. 하지만 그러지 않죠. 선악과를 버렸다면 에덴동산에는 아담과 이브만 있고 인류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했고 추방당해 인류를 번성시켰죠. 여전히 신의 계획설을 따지게 됩니다? 신이 있다면. 어쨌거나 종교적·신화적 은유라도 이런 논리들 속에 여자들은 마녀, 팜므파탈 등의 죄들을 감내해야 했기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진화(몸의 상태와 지능의 변화)는 거의 끝난 상태로 보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면 열이 나면서 터질 것 같은 기분, 단순히 기분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ㅎㅎ;

5. 우리 뇌는 '감정'이라는 형태로 빠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한다.(p257)

6. 신과 인간과 로봇
인간이 로봇을 만드는 과정은, 자연신이 아닌 유일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를 유추하게 된다. 인간이 불쾌감을 동반한 두려움(프로이트의 Uncanny)을 느끼지 않도록 로봇을 귀엽게 또는 최대한 인간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거나(p352), 주인에 대한 충성심(p363)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것. 어디까지나 인간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이지만, 그래서 신이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각자 생각해 볼 일.

§§ 마무리
이 책을 보면 허경영이 되는 건 아니고.... SF물이 각각 어떤 시대적 고민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고, 과학과 공학이 어떤 인간 심리의 벽에서 난항 중인지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의식과 관련한 감정 분석서라고도 볼 수 있어 일반인의 교양은 물론이고 시인,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평론가를 비롯한 각종 작가 군에게 필독서라 할 만하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내가 제일 원하는 게 이건데.....
 

 

ㅡAgalma

 

 

 

[MIT 연구소에서 개발해 요양원에 투입되어 노인환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로봇, 넥시]

 

 

 

 

아이처럼 생긴 로봇이나(큰 눈과 동그란 얼굴) 완전히 사람과 똑같은 로봇이 아니라면 안 웃는 편이 낫다(억지로 웃을 때는 전전두엽이 안면근육을 조절한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웃을 때는 대뇌변연계가 신경을 제어하여 안면근육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진다. 상대방이 억지로 웃는지, 아니면 정말로 웃고 있는지를 간파하는 것은 생존에 유리한 능력이므로, 우리 뇌는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을 구별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p352)

"…자연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모범적인 사례를 발견하면 그와 동일한 패턴을 끝없이 반복한다. 뇌의 신경망은 바로 이와 같은 원리로 탄생했다."……[고층건물을 단기간에 지을 수 있는 비결도 바로 이 모듈(module:단위)덕분이다. 한 모듈의 설계가 끝나면 조립라인에서 똑같은 모듈을 계속 찍어내고, 이들을 계속 쌓으면 고층건물이 만들어진다. 주거용 아파트도 서류작업만 완료되면 모듈을 이용하여 몇 달 안에 지을 수 있다.] (p4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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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6-12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군에게 필독서라는 말에 공감해요. 무수한 상상력의 어느 만큼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으며 어디쯤인지를 가늠해주고 또 그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주기도 하죠. ㅎ 두고두고 뒤젹거려도 재미있을 완소책이에요.

AgalmA 2015-06-12 19: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이디어가 엄청 샘솟더라고요ㅎ

북다이제스터 2015-06-12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 놓은 책이라 말씀하신 요약 부분은 스킵했습니다. ^^ agalma님 읽으셔 더욱 기대됩니다^^

AgalmA 2015-06-12 20:59   좋아요 0 | URL
요약할 게 너무 많아서 정리하다가 에라~ 그냥 흥미로웠던 거 몇 개만 올리자 한 거... 읽을수록 도움되는 책이란 생각 많이 하실 겁니다^^

에이바 2015-06-12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잠깐 소개해주셨던 책 맞죠? 각 사례들이 섬뜩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군요. 전부 다 흥미로워요. 최고 최고!

AgalmA 2015-06-12 21:00   좋아요 1 | URL
네, 그때 그 책^^ 책을 읽을수록 인간의 심리메커니즘이 세계를 어떤 식으로 구축하고 파괴하는가가 보여요. 강추!

에이바 2015-06-12 21:37   좋아요 0 | URL
왠지 AI 탑재한 로봇상용화보다 1번 사례에 등장한 약 있잖아요. 그걸로 감정제거한 인간이 먼저 나오는 거 아녜요? 어디선가 유통되고 있는게 아닌가요 ㅠㅠ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괜한 상상이 아니란 말이죠.. 서번트 신드롬 만드는 것도 보르헤스 얘기도 음~ 이 책도 꼭 봐야겠어요. 성 선택설에서 원죄 관련은 무슨 말씀이세요? 궁금해요

AgalmA 2015-06-13 23:03   좋아요 0 | URL
약물 접근이 쉽긴 하지만 로봇은 관점이 달라지는 부분 같아요. 엄청나게 똑똑하면서 어떤 위험도 감수하며 절대 복종하는 슈퍼맨을 인류의 하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유혹을 쉽게 버릴 수 없을 듯. 어쨌거나 인간은 쉽게 소모되니까.
이 책에 SF물(소설, 영화)도 예로 많이 나와서 재밌었어요.
마약류, 알콜 중독 등 이미 폐인 인간을 만들고 있다고 보는데요. 책에 보니 의학용으로 이용되는 약들이 꽤 있더군요.
성 선택설-원죄에 대해선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cyrus 2015-06-1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속 로봇... 저만 그런가요? 표정이 섬뜩하게 느껴져요. 노인환자들이 저 로봇을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

AgalmA 2015-06-13 23:03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볼 땐 좀 그랬는데, 책에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가볍게 키스하고 말을 걸기도˝ 하는 부분을 보니,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듯합니다. 사람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심리적 부담이 적으면서 감정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서...저도 저런 로봇을 실제로 만나고 싶어요~

[그장소] 2015-06-13 23:44   좋아요 0 | URL
저는 단순하게 노인분의 성장시대엔 그런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공상에만 존재하던 이상향이 눈앞에 있어서
그 놀라운 세계를 보고 간다는 기쁨에..그런것이..아닐까...짐작 되요.

qualia 2015-06-1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 님은 로봇이 의식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러니까 과학기술/인공지능/인지과학이 극도로 발전해서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로봇을 만들었을 때, 그 로봇은 인간과 같은 의식적인 로봇(conscious robot)이 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① 단지 좀비(zombie)와 같은 의식 없는 로봇에 그칠 것이다. 즉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의식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과, ② 인간 뇌에 근접하는 복잡성을 지닌 인공뇌 로봇을 만든다면, 그 로봇은 당연히 인간과 같은 의식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미치오 카쿠는 아마도 의식적인 로봇이 가능하다는 편에 선 것 같은데요.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를 읽으신 Agalma 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혹은 이 책을 읽기 전(앞)과 읽고 난 뒤, 의식/마음에 대한 Agalma 님의 견해가 바뀌었는지요? 첫 인사/댓글에서 너무 많은 질문을 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모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궁금증/상상/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글을 읽은 것 같아서요~

AgalmA 2015-06-13 06:56   좋아요 0 | URL
qualia님 반갑습니다. 질문은 죄송해 하실 일은 아닙니다. 저도 덕분에 생각 정리를 하게 되니까요 :)

우선,
우리의 의식은 호모사피엔스부터 잡아도 10만년 전부터 진화되어온 산물이라는 걸 전제하겠습니다.

아래 guiness님이 물리법칙을 거론하셨는데, 물리적인 문제는 인간이 양자역학의 열쇠들을 정확히 깨치기 시작한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화의 시간을 뒤바꿀 힘을 얻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그게 언제인가가 문제겠죠^^;

네, 미치오 카쿠는 의식적 로봇을 긍정하는 걸로 보였고, 한 발 더 나아가 의식의 위험성을 알기에 윤리/도덕적으로 제어가능한 장치를 우리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모 아니면 도 같은데요. 인간의 뇌는 각 부위가 서로 긴밀하게 뉴런 정보를 교환하잖습니까? 인간 이상의 수행력을 원한다면 좀비 로봇에서 그칠 수 없을 겁니다. 이미 자기를 알아보는 로봇까지 나왔더군요. 그러나 달걀이 깨지는 거라는 감각조차도 아직 없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능력을 정확히 구현하게 만들려면 결국 의식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감정과 윤리성 등을 어떻게 로봇이 가지게 할까가 문제인 거 같던데요. 그런 의식은 인간 진화의 역사 속 생존 투쟁, 감정 소통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죠. 그런 걸 프로그램화해서 인간이 과연 짜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말 神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의식을 넣었다고 합시다. 문제는 의식은 한번 생기면 진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의식=자기 보존력이기 때문이죠. 인간의 제어가능 장치를 풀게 될 겁니다. 한 마디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게 되는 거죠. 인류의 시작이 그랬듯. 기어다니던 내가 이렇게 성장했듯. 인류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했듯 의식을 가진 로봇이 나온다면 인간의 최대 적이 될 걸요. 그 의식은 다름 아닌 인간인 우리의 의식에서 나온 것이니 더더욱.
책에 보니 외계인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차원의 존재도 아닌 거 같고ㅎ;; 이 외계인 장이 가장 공감되면서 재밌었어요ㅎ!

의식/마음에 대해 심리적 그림은 잡혀 있었기 때문에 바뀌었다고 할만 한 건 없고요. 뇌구조의 구체적 작용과 현실적 과학작업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뇌 지도에 따라 인간이 조작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드니 맘이 참 착찹했습니다.


qualia 2015-06-13 23:06   좋아요 0 | URL
Agalma 님, 저한테도 생각거리를 많이 주시네요~

대체로 Agalma 님 의견에 동의하는 점이 많습니다. 의식 있는 로봇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군요. 의식 로봇이 “인간이 인간이 양자역학의 열쇠들을 정확히 깨치기 시작한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고 하셨는데요. 양자역학 얘기가 들어가는 것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군요. 하지만 세부 사항은 아직 거론이 안 된 단계이니까, 다음에 있을지도 모를 의견 교환을 기대해야 하겠네요~

Agalma 님은 “인류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했듯 의식을 가진 로봇이 나온다면 인간의 최대 적이 될 걸요.”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인류의 최대 적은 인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그게 그거 아니냐’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의 최대 적은 의식적인 로봇이 아니라 인류 그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저는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예측합니다만) 다름 아닌 인류 자신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고 봅니다. 결코 로봇 군단한테 멸종당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외계인 요인은 편의를 위해 넣지 않기로 하죠.

이런 추측에는 약간의 동어반복적 오류가 끼어들 수 있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인류는 진화를 거쳐 발전/발달해온 존재죠. 헌데 과학적으로도 우주론적으로도 이 진화는 결코 끝나지 않았고 계속 진행중이죠. 그런데 세계의 석학들이 말하듯이 인류는 지금 생물학적 진화의 정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진화의 단계/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하죠. 모두들 알다시피 생물학적 기반과 비생물학적 기반이 융합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얘기죠.

그렇다면 이런 논리가 성립합니다. 새로운 생물/비생물 융합체로 진화할/진화한 인류도 인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미래의 초과학에 힘입어 출현하게 될 의식 로봇도 근본적으론 인류라는 종이라는 것이죠. 의식 로봇은 로봇이 아니라 인류라는 겁니다. 이건 단순 논리적 귀결을 넘어서서 인류의 운명이 될 것입니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의식 로봇과 인류을 다른 종(?)으로 보는 것은 오류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인류는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서 단일종이 아닌 여러 하위 종(?)으로 분화하면서 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그 모든 하위종들은 근본적으로는 인류라는 범주/개념/종에 속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철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논의라고 봅니다. 미래의 의식 로봇 종족을 인류 자신의 후손으로 볼 것이냐, 인류와는 다른 기계 종족 따위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요즘 로봇윤리학을 거론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요. 의식 로봇 종족, 기계 종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선행돼야 로봇윤리학 정초 작업이 더 견실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아래 guiness 님한테 드리는 답글에도 거론했습니다만, 저는 아직 미치오 카쿠의 견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제 질문에 대한 Agalma 님 의견과 guiness 님 의견 사이에 약간의 상이점이 보이는데요. 미치오 카쿠가 원래 과학자이므로 철학적 사유에는 좀 약점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는 다음으로 미뤄야 되겠네요.

AgalmA 2015-06-14 15:27   좋아요 0 | URL
미치오 카쿠는 이론 물리학자 답게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걸로 보였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미래의 인류가 어떤 걸 선택할 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qualia님께서 말씀하셨듯 최소한의 윤리 정초 작업이 필요하다 강조할 뿐.

인류 최대의 적은 인류 자신이란 전제는 철학에 가깝죠. 실제로 다윈 이전, 이후 인간은 철저히 다른 생물체와 자신을 끊임없이 분류하고 차별했습니다. 저는 인간이 고차원적인 윤리성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역사를 돌아봐도 일상 속에서도 매우 이기적이며 종족적인 윤리성에 갇혀 있으니까요. 강자건, 약자건. 현재까지도. 포유류 생물은 생물학적으로 이 특징에서 더 자유롭지 않습니다. 재미나게도 우리 신경세포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도 로봇에게 인간에 가까운 외모를 주는 것에 꺼림칙해 하고 있죠. 아직도 인종차별, 성차별이 건재하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저는 보고요. 이 마당에 로봇을 인간대우? 어느 정도까지 인간에 가까우면 그렇게 될까요....저는 낙관적이지 않네요. 순수 인간이 아닌 걸 알고 ˝우리 헤어져˝ 상황이 되지 않을까...이런 종합에서 보면 인류가 자신의 적인 건 맞는 말씀이죠~

의식 로봇 문제를 넘어 로봇-인류 대척점이 와해될 지점이 있죠. 책을 읽어보시면 qualia님도 느끼시겠지만 인류는 비생물적 융합체 상태를 최종적으로 가지게 될 거 같습니다. 아바타 성향이냐, 기계인간 성향이냐 여러 갈림길이 있겠는데, 그때 지구 상태에 따라 그 선택점이 달라지리라 봅니다. 미치오 카쿠는 인간 성향상 인간적 특징은 최대한 가져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뇌-의식이겠죠. 물질이 아닌 전자기 상태로 옮겨서라도...

<직관펌프> 다 보셨나요? 이 책 보고 저는 <직관펌프> 읽던 거 마저 읽고 있는데, 상호연관되는 게 많아 흥미롭습니다^^

CREBBP 2015-06-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새치기를 좀 하자면.. 물리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에요. 이론적으로는 언젠가 신경망의 복잡한 구조와 메카니즘이 완전히 이해된다면 그걸 흉내내는 일은 가능할 테지만 어느 시점에서 무어의 법칙이 크기 면에서 칩의 크기가 원자, 분자 만큼 뭐 그만큼의 한계에 다다른다는 거죠. 그렇게 몹시 작아지더라도 인간 뇌의 능력만큼 되려면 그 컴퓨터는 도시만큼 커져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책에)에 동의하는 편이에요.

AgalmA 2015-06-13 05:33   좋아요 0 | URL
새치기 환영요~ㅎㅎ

qualia 2015-06-13 21:57   좋아요 0 | URL
guiness 님, 흥미로운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논자들이 의식적 로봇이 불가능하다는 논거로 드는 것은 대체로 ① 의식의 물리적 환원불가능성, ② 인류 과학기술의 인공뇌 개발 한계 ③ 의식의 본질 파악에 대한 인류의 지적/원천적 한계, 등등 따위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guiness 님은 ②번에 해당하는 인류 과학기술의 한계를 그 근거로 드셨다고 할 수 있군요. 즉 반도체/컴퓨터 기술의 한계 때문에, 다시 말해 물리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미치오 카쿠의 책에 동의한다고 하셨으니까 『마음의 미래』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가 보죠?

그런데 스티븐 호킹,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Elon Musk; 일란 머스크), 닉 보스트럼(Nick Bostrom; 닉 보스트롬), 등등은 의식을 지닌 로봇이 가능하다는 견해죠. 즉 이분들은,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미래 인류한테 최대의 위협이 될 것이라거나, 우리 인류는 생물학적 기반과 비생물학적 기반이 융합된 로봇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죠. 이런 주장들은 미래의 로봇이 인간의 명령이나 프로그램을 거스르는 자유의지, 다시 말해 의식을 지닐 것이라는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점과 관련해서 미치오 카쿠의 견해가 (guiness 님의 말씀이 옳다면)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제가 아직 미치오 카쿠의 책을 읽지 않았으니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성인 뇌에는 1천억 개 안팎의 뉴런(neuron; 뉴란; 뉴론)과 이것들이 서로 다중연결된 100조~5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고 하죠. 정말 상상을 하기 어려운 복잡성입니다. 이런 인간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1대1 식으로 반도체 칩 기술로 구현한다면, 그런 인공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지도 모릅니다. 즉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다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내용이 아마도 『마음의 미래』에 나오는 모양인데요. 그러나 이것이 의식을 지닌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결정적 반론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이론적/원리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면서, 인간뇌에 필적하는 인공뇌를 다른 첨단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분명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초월하는, 다시 말해 무어의 법칙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어떤 돌파구가 반드시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CREBBP 2015-06-13 23:30   좋아요 0 | URL
qualia님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이 책이 그렇게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아요. 마음을 다루는 과학 기술의 이모조모를 가급적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매우 광범위하게 다루지요. 그래서 논쟁적이고 학술적이기보다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것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는 수준이지요. 무어의 법칙과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데..거기에는 당연히 기술적 한계라던가 어려운 점도 같이 소개되죠. 저는 저자가 알려준 여러 한계들 중에서 그 한계에 꽂혔다는 편이 맞겠죠. 집적 기술의 끝이 원자 크기에서 끝나면 그 이후에는 다른 방법은 없을 거다. 원자 크기보다 어떻게 칩이 작아질 수가 있을까 뭐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는 편이 맞아요. 논쟁을 하기엔 디테일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래요. 저자는 미래를 보다 마음을 지배하게 될 거라고 결론 짓지만.. 읽다보면 그 한계를 독자가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나름 양면성을 고루 보여준다고 할수 있죠. 무엇보다도 총망라된 지식이 쉽게 쓰여져서 좋은 책이에요.

스윗듀 2015-06-13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아갈마님 짱짱-! 오늘 저랑 과학으로 크로스! 헤헤

AgalmA 2015-06-13 05:47   좋아요 0 | URL
lovelydew님 정리 잘 하셨더군요. 저도 덕분에 공부 잘 했습니다^^

비로그인 2015-06-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기엔.. 그동안 보여주신 재주들이..... ^^;;

이야기할 여지가 많아요~ 이 분야에 겁이 많은 독자이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 흥미로운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_<

저 역시 불가능한 치료를 늘상 시도하는 인간인지라....^^;; 하하;;


AgalmA 2015-06-13 22:57   좋아요 1 | URL
재주라기 보다 그동안의 재고ㅎ를 보여드린 감이 있지요. 세상이든 정신 속에든 갇혀 있는 걸 원하지 않기에 애쓰지만 늘 한계에 부딪히고 다 때려치우고 싶죠; 모든 걸 버리고 속세를 떠날 거 아니라면 결국 노력이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뇌과학 책 이것저것 살펴보니 너무 전문적이어서 따라가기가 벅찼는데 이 책은 두루두루 만족스러웠습니다^^b
치료가 가능하다면 지금의 `나`라는 건 사라질테죠.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가진 뒤처럼...

[그장소] 2015-06-1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학술장에 온 기분이예요! 멋진 이야기들! 다들 정말 끝내주게 멋지시다!^^
잘 읽고 가요! 들린 김에 인사남겨요! Agalma 님~ 비가 왔다 갔다 하는게 장마..
게릴라 성 일 모양이예요..도시지형에 국한 된 거라고 아직 이쪽은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공기의 흐름을 간과한..모양..국지성 호우,이런 비는 답답한데..
기분 조절 늘 상쾌하게 유지 잘 하시길..바랄게요!
다음에 또 들릴게요..
대문사진..바꿘..^^ v~인상깊게 보고 갑니다..^^

AgalmA 2015-06-14 00:18   좋아요 0 | URL
[마음의 미래] 덕분에 흥미진진한 얘길 나눌 수 있어 저도 즐거웠습니다 :)
여름 전에 6월이 장마 시즌이잖아요...비가 메르스도 좀 가져 가줬으면...
그장소님은 어디서 비를 피하고 있으신 거예요....

[그장소] 2015-06-15 00:53   좋아요 0 | URL
비가 오면 비를 즐겨야죠...저는 저를 [그장소]에 격리 중...입니다.^^
메르스가 확실히 사회전반을 마비시키고 있긴 하네요..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 유지하시길..기도할게요.

AgalmA 2015-06-15 01:21   좋아요 0 | URL
스노우볼에서 격리되면 안될 텐데요...제가 그래서 걱정인 지도요....
그장소님 평안 저도 멀리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