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의미는 결국 2021년이 되어야 비로소 드러날 것 같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팬데믹과 봉쇄, 거리두기로 전무후무한 상황을 지금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백신과 치료제로 인간이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바이러스의 사멸의 과정을 겪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감염자의 일상이 동선으로 집약되고 그것은 심지어 윤리적 판단의 준거가 된다. 서로 체온을 나누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자체가 소통이 아니라 위험한 행위로 비친다. 일상적이던 행위들이 불온한 것으로 변주된다. 


그럼에도 읽기는 계속되었다. 내 맘대로 분야별로 기억하고 싶은 책들을 기록한다. 





2020년의 소설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팀 오브라이언의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작가가 실제 베트남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 연작 소설들의 축적이다. 폭죽 같은 청춘이 마주하는 폭력의 집약, 그것은 삶과 상실, 죽음의 가장 밀도 깊은 향연이다. 


이야기의 힘과 이야기의 진실은 우리 모두가 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로 추락해 가더라도 남는 것들에 대한 하나의 애도의 작업이다. 차마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이 팀 오브라이언의 언어와 만나 비로소 이름을 얻는다. 그 이름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 <레베카>




통속 문학과 고전 문학의 경계를 기가 막히게 허물어뜨린 작품. 책장이 쉽게 넘어가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그 묘한 매력은 대프니 듀 모리에니 가능한 것이 아닐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괴괴하고 축축하고 으슬으슬한 느낌에 결말을 향해 내달리고 싶어지지만 감각적인 언어의 묘사의 힘에 그것을 또 함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까지 함께 가지게 하는 대단한 이야기다. 서사력과 문장력을 모두 겸비한 보기 드문 작가가 아닐까 싶다. 


맨덜리 저택으로 걸어들어가는 순간 당신은 중간에 절대 못 나온다. 장담한다.








샐리 루니 <노멀피플>




젊은 작가가 사회의 계층차를 의식한 쓰기를 하는 것은 자칫 작위적이기 쉽다. 그런데 <노멀 피플>은 그 어려운 과업을 무리없이 성취했다. 지극히 내밀하고 사적인 연애사를 이야기하며 그것에 얽혀 있는 미묘한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한계를 대단히 명민하게 그려냈다. 


잘 읽히고 남녀 주인공들의 마음에 저도 모르게 스며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이야기다. 여전히 이야기의 힘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안도하게 만드는 책. 양지에서 음지를 응시하는 힘이 압도적이다. 사랑과 현실은 언제나 충돌하지만 그 충돌의 지점에서 무엇을 더 바라고 꿈꿀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하루키 만큼 명료하게 설득력 있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 그는 함부로 단정하거나 설교하는 대신 인물의 경험 그 자체에 독자가 함께 빨려들어가기를 원한다. 


하루키의 인물들이 겪었던 일들은 우리의 그것과도 겹친다. 사랑, 이별, 소외, 폭력. 우리는 다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그 심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하루키는 그곳으로 우리를 슬며시 데려간다. 그 어떤 어른도 해주지 못한 일을 이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해낸다. 더불어 그는 함부로 치유를 시도하지도 않는다. 그냥 거기에 다시 감으로써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 그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아픈 과거가 부지불식간에 떠올라 당신을 괴롭힐 때 읽기를 권한다. 당신의 그것과 같진 않더라도 그의 해법은 유효하다. 




김원일 <마당 깊은 집>



1954년에 열네 살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일상이 허기와 그 허기를 해결하는 과제로 채워진다는 건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하고 소통을 하며 손을 잡고 견딘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우리말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언제나 본능적인 즐거움과 무장해제된 공감을 자아낸다. 











조지 기싱 <뉴 스럽 스트리트>


 

19세기 말 영국에서 배고픈 문필업자가 되어 싸구려 통속 소설을 생산해 내는 작가들이 모여 살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는 먹고 살기 위해 지고의 이상을 현실 차원으로 추락시키는 것에 대한 그 무기력한 타협의 기시감을 자아낸다. 


아이러니 같은 결말은 한동안 마음을 시리게 한다. 쓰다 죽는 작가들. 현실에서 그들의 이름은 가혹하게 잊혀지고 뻔뻔하고 가식적인 속물들이 결국 승리하는 결말에 작가의 조소가 들리는 듯하다. 







2020년의 소설은 무미건조한 일상에 가상의 탄력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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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08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노멀 피플>이 그런 책이었어요? 저는 가벼운 로맨스로 생각하고 사두고 아직 안읽었는데요. 당장 읽고싶어지네요.

소설 분야 올라왔으니 이제 비소설 분야도 올라오나요? 기다릴게요!

blanca 2020-12-08 12:10   좋아요 0 | URL
헉, 다락방님 읽어보세요. 솔직히 저는 하도 언론에서 이 작가 극찬을 하길래 거부감부터 들었거든요. 한번 읽어볼까, 이런 심정이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나 봐요. 무언가 다른 그 진부하지 않은 그게 있어요. 가벼운 로맨스는 아니에요. 사실 다 합산해서 한꺼번에 하려 했는데 소설하다 이미 에너지 소진ㅋㅋ 해서 분야별로 천천히 해보려고요. ^^

scott 2020-12-08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노멀피플은 영드로 꼭보세요^ㅎ^

비연 2020-12-08 11:37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요, 영드?

blanca 2020-12-08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드라마 좋다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넷플릭스에 있지 않나요?

잘잘라 2020-12-08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서재로 걸어들어온 순간 당신은 빈손으로 절대 못 나갑니다. 장담합니다. 에혀.. 레베카, 노멀 피플, 뉴 스트럽 스트리트.. 세 권 들고 갑니다. 쓰다가 죽는 작가들 뒤에 주문하다가 죽는 제 그림자가 어른 어른 춤을 춥니다.

blanca 2020-12-08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잘잘라님, <레베카>부터 시작하세요.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수이 2020-12-08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멀 피플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블랑카님 글 읽으면 다 읽고싶어져요. 하지만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하고 참을인자 열번 쓰고 그래도 참지 못해서 노멀 피플 담아갖고 가요, 감기 조심!

blanca 2020-12-08 12:12   좋아요 0 | URL
저도 요새는 비교적 잘 참게 되었어요. 다 읽고 산다, 이게 제 주문입니다. ^^;;

비연 2020-12-08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멀 피플... 담습니다. 김원일의 <마당깊은집>은 좋아하는 책인데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다시 담습니다.. 주문할 책이 늘어나서 나가게 되는 페이퍼. 으헝.

blanca 2020-12-08 12:12   좋아요 1 | URL
이 책 참 좋죠. 저도 분명 산 책인데 없어진 게 몇 권 있어 다시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한번 엑셀로 정리한 적은 있는데 다시는 못하겠어요.

레삭매냐 2020-12-08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멀 피플>과 <뉴 그럽 스트리트>
기억해 두겠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읽을 책들은 차고 넘친다는.

blanca 2020-12-08 19:29   좋아요 1 | URL
그렇죠. <노멀 피플>은 분량이 적어서 더 시작하시는 데 부담이 없을 듯합니다. <뉴 그럽 스트리트>는 자간이 너무 좁아서 눈이 아파요. 내용은 참 좋은데 그 점이 아쉬워요.
 

수천 쪽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솔직히 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다이나믹한 서사도 없고 오직 화자인 마르셀의 기억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시간, 주변 인물, 장소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야기는 그 방대한 스케일과 심오한 깊이를 제대로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일단 시작했더라도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후일담이 궁금해서 독서를 이어가게된다기보다는 프루스트의 그 장황하지만 투명하고 유려한 문장들이 그리워서 돌아가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셀은 한 마디로 논쟁적인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특히 9권에서 발베크에서 만나 반한 소녀 알베르틴을 파리의 집으로 데려와 '갇힌 여인'으로 만들어버린 이야기가는 언뜻 가학적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표면상 드러난 이런 극단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에서 한 소녀를 향한 집요한 열정, 의심, 질투, 양가 감정에 대한 묘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때 자신이 반했던 상대에게 가졌던 차마 드러낼 수 없었던 어두운 감정의 기류들을 기민하게 포착한 절창이다. 이 팔자 좋은 부잣집 청년의 유유자적한 생활 속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대목이 이것이다. 


특히 알베르트와 거리에서 들려오는 각종 상인들의 소리를 통해 연상해내는 각종 감각을 둘러싼 연상 작용은 하나의 거대한 유희이자 화려한 축제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실제 그 장소에서 그 소리들을 들으며 이 연인들의 흘러넘치는 관능을 지켜보는 경험을 준다.


청각이라는 감미로운 감각이 우리에게 이 모든 거리의 동반자들을 데려다 주면서 온갖 선을 다시 긋고, 또, 지나가는 행인들의 빛깔을 보여 주면서 다양한 모양을 그린다. 이제 여성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차단하며 내려졌던 빵 가게와 유제품 가게의 철제 셔터가, 지금 출항 준비를 하며 투명한 바다를 건너면서 여자 종업원의 꿈 위를 달려갈 배의 도르래처럼 가볍게 들어 올려졌다. 사람들이 들어 올리는 이 철제 셔터는, 아마도 내가 다른 거리에 살았다면 유일하게 기쁨을 주는 소리였을 것이다. 내가 사는 거리에는 수많은 다른 소리들이 나를 기쁘게 했고, 나는 그중 어느 하나도 늦잠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p.187>


이 방대한 작품이 완벽한 내적 일관성를 보이는 건 아니다. 때로 앞에 제시했던 정보와 뒤의 그것은 모순을 보이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와 오류들은 그것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서도 종종 드러났다. 특히 화자인 마르셀은 그 자신이 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삶을 수시로 드나드는 다소 논쟁적인 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묘미다. 작가 베르고트의 사망도 그러하다. 마르셀은 그의 삶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심판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도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이전의 삶에서 맺은 의무의 무거운 짐을 가지고 이 삶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 삶의 모든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 뿐이다. <중략> 현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 모든 의무는, 선의와 신중함과 희생에 근거하는 다른 세계, 현세와는 완연히 다른 세계에 속한 듯 보이며, 우리는 그 다른 세계에서 나와 어쩌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우리 몸속에 미지의 법칙을 새긴 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우리 몸속에 그 가르침을 지니고 있어 복종하는 그런 법칙의 지배 아래 다시 살기 전에, 잠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p.310>


여기에는 프루스트의 중요한 내세관이 투영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의 '업' 사상과도 겹친다. 과거의 업을 가지고 현생을 살고 결국 그것에 대한 보상은 다른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적인 세계관과의 접목이 인상적이다. 


'갇힌 여인' 알베르틴은 거짓말과 위장을 하나씩 마르셀에게 들키며 이제 그의 삶에서 사라질 준비를 한다. 이제 어떻게 그녀의 퇴장이 이루어지는지를 목격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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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1-26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말만 해놓고 ‘스완의 사랑’까지 겨우 읽었어요. 펭귄으로 시작해서 민음사 번역으로 바꿨는데 블랑카님은 어느것으로 읽으시나요?

blanca 2020-11-26 08:44   좋아요 1 | URL
민음사요! 나오는 순서대로 천천히 읽으니 완독이 가능할 것 같아서요. 판형도 좋고 여러모로 추천합니다.

단발머리 2020-11-26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러고 보니 책을 링크하지 않으셨네요? ㅎㅎ 전 민음사 6권까지 구입만 해놓고 시작도 못 했어요. 그래도 간간히 블랑카님의 <잃어버린...> 리뷰 올라오면 찬찬히 읽으면서 이젠 시작해야지~~ 그런 결심을 하게됩니다^^

blanca 2020-11-26 08:45   좋아요 1 | URL
어머 ㅋㅋ 단발머리님 고마워요. 링크할게요. 언제곤 시작하시면 되죠. 저는 민음사 출간 순서대로 읽는 중이라 포기하지 않게 되네요.

수이 2020-11-26 0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존경스러워요 블랑카님, 저는 2권까지만 읽었어요 민음사판으론, 옛 판본으로 6권까지 읽고 포기한 기억 나요. 다시 읽고싶다는 마음이 불끈! 내년에는 저도 시작해봐야겠어요.

blanca 2020-11-26 14:00   좋아요 0 | URL
언젠가는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아 민음사에서 새로운 판본으로 번역하는 순서대로 읽어서 오히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천천히 나오더라고요. ^^;;

moonnight 2020-11-26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경합니다@_@;;; 민음사판으로(예뻐서) 2권까지 사놓았다가(읽지는 않음-_-) 펭귄에서 수건 준다기에 바꿔서 3,4권 샀어요. 읽지도 않으면서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소중히 간직 중=_=;;; blanca님 다시 한 번 존경합니당♡♡♡♡♡♡

수이 2020-11-26 09:17   좋아요 0 | URL
그림과 함께 읽는~ 저도 읽었어요 문나잇님!!!!! 반가워서 ^^

단발머리 2020-11-26 09:54   좋아요 0 | URL
<그림과 함께 읽는...>이란 책이 있군요!!! 너무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문나잇님! 히힛!

moonnight 2020-11-26 10:02   좋아요 0 | URL
앗^^;; 단발머리님^^ 비의도적인-_- 정보에 감사하다 해 주시니 망극^^;;;;;;;

수연님^^ 존경합니다@_@;;; 제게는 사놓고 안 읽은 책인데 역시 수연님♡♡♡♡♡

수이 2020-11-26 10:32   좋아요 0 | URL
간직중 ㅋㅋㅋㅋ 읽으신줄! 우리 내년에는 읽어요! 도전하자!!!

blanca 2020-11-26 14:02   좋아요 0 | URL
존경은 완독을 해야 ^^;; 그리고 제가 워낙 기억력이 안 좋아서 읽은 책도 새롭다는 게 문제죠. 제대로 공부하며 읽으시는 분들 블로그에 가 보니 내용이 완전 생소하더라고요. ㅋㅋ 다 읽었는데도 말이에요. 그냥 졸다 읽다 눕다 하며 줄 긋고. 이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인 것도 같아요. 남는 게 없다는...

다락방 2020-11-26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 읽다가 빵터졌어요. 여기에 읽지도 사지도 않은 인간은 저뿐인가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11-26 14:04   좋아요 0 | URL
이 읽기도 힘든 걸 다 써낸 프루스트에게 놀랄 따름입니다. ^^;; 그런데 소설이 아니라 거의 자전적인 내용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일대기를 치밀하게 세세하게 다 펼쳐놓은...강력추천한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다락방 2020-11-26 14:06   좋아요 0 | URL
저 예전에 업무차 은행을 갔는데 저 담당하던 직원분과 대화하다가 전공 얘기 나왔거든요. 그 직원분이 자기는 불문과 전공이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했냐고 물어보진 마세요. 안했어요‘ 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문과라고 하면 다들 그거 읽었냐고 물어본대요. 갑자기 그 생각 났어요. 하하하하하.

scott 2020-11-26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9권까지 달린 블랑카님 대단!
저는 1-3권까지 읽다가 또다시 마들렌 먹는 1권으로 ㅎㅎ 반복 주행~ㅎ
장황하지만 유려한 문장,색과 소리가 풍경처럼 울리게 만드는 묘사는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도 그의미가 전해진다는게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직업없이 유유자적한 마르셀, 코로나 창궐시대에 살았다면 집콕생활을 즐겼을것 같아요.^ㅎ^

blanca 2020-11-27 09:11   좋아요 1 | URL
이 추세대로라면 감히 완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내년은 지나야 다음 권이 나올 테니까요. ㅋㅋ 오히려 이렇게 천천히 완간하는 출판사 덕에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0-11-2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언제 완간이 되나 싶었는데

달팽이 걸음으로 슬슬 나오는가 보네요 :>

blanca 2020-11-28 12:51   좋아요 0 | URL
앞 내용 다 잊어버릴 때쯤 나옵니다. 그래서 완독을 할 수 있을 듯해요.
 

누구나 유년기, 사춘기, 청년기에 겪은 일들로 지금 돌이켜 보면 별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그것 때문에 그 당시에는 지축이 흔들리는 괴로움, 번뇌,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평생에 걸쳐 그 사람의 내면에 가라앉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행동하고 타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에 영향을 끼친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나에게 신입사원 시절 선배 직원은 중학교 때 경험한 학교 폭력의 경험을 얘기하며 그게 얼마나 사람을 파괴하는지 마치 지금 여기에서 다시 그 악몽을 경험하는 것처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고 나는 그런 그에게 백이십 프로 공감할 수 있었다. 6학년 때 나는 학교 가는 길이 지옥으로 가는 것처럼 두려웠다. 

















그래서 하루키의 <침묵>을 읽으며 나는 치유의 경험을 했다. 주인공 오자와가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고백하며 자신이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뎠는지, 그 시간들을 견디며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하필 절친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고 어떤 거리감이 있는 직장 동료에게 전부 얘기하는 광경에도 일종의 데자뷔가 있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나는 비겁하게 나의 얘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 한곳이 급속하게 아려왔다. 뜬금없이 우리는 일을 하다 갑자기 그가 생각난 듯이 중학교 시절의 학교 폭력을 얘기했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고 그 직원은 다시 한 문장, 한 문장 눌러 밟듯이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억울했는지를 나에게 얘기했다. 나는 그 얘기들을 예사로 들을 수 없었다. 나도 그의 그러한 억울함과 두려움과 자기 비하를 통과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나의 얘기를 듣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그런 일을 통과하면 그 사람은 절대로 그 이전과 같아질 수 없다. 소위 감정적인 맷집은 기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목격한 사람은 그렇다. 사람을 온전히 믿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하루키는 그것을 정확하게 안다.


설사 지금은 이렇게 무사하고 평온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거나 뭔가 지독한 악의로 똘똘 뭉친 것이 찾아와 그런 평안한 생활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린다면, 비록 내가 내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좋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거라고요.

-무라카미 하루키 <침묵>


오자와는 자신을 교묘하게 괴롭인 동급생 아오키보다 그를 침묵으로 추종한 다수의 무리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비단 어린 아이들의 학급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이 사회가 유지되는 한 언제든 어디에서든 재현될 수 없음을 간파하며 두려워한다. 자신은 학창시절의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결국 이겨냈지만 그것이 일회성으로 그칠 상황이 아닐 것임도 깨닫는다. 


하루키의 인물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인물들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가진 경험을 통과한 인물들이 결국 어떻게 현재에 안착하는지에 대한 지독한 천착이 작가의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데에 있다. 결국 읽는 이들은 누구나 한 명쯤은 자신과 동일한 경험,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된 하루키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침묵>의 오자와는 그런 의미에서 읽고나서도 한참 그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이였다. 듣는 자는 '나'이지만 말하는 자의 삶을 통하여 '나'역시 감화를 받는 그 구도도 인상적이었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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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0-11-20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 진짜 좋죠. 저는 렉싱턴은 지적 기름기가 느껴 별로였는데 이 단편 읽고 너무 담백하면서도강렬해 하루키 단편은 이 작품밖에 안 떠오릅니다 하루키 소설에 대한 믿음은 이 단편 침묵에 있는 것 같어요. 너무나 강렬하게 이겨내는 모습에서 저 힘들 때 위안 받은 단편이었고.. 이십 년이 지난(아마 이십년 정도 되지 않었나요?) 잊혀지지 않어요!!

blanca 2020-11-20 13:0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지금에서야 읽은 거군요! 너무 놀라운 단편이라 여운이 어찌나 긴지... 하루키가 몇 살 때 이런 대단한 얘기를 쓴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정말 너무 좋았고 두고두고 남을 작품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20-11-20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를 좋아하기 시작한게 바로 이 단편집이에요. 저는 <일곱 번째 남자>가 진짜 좋았어요. 주인공이 고향 바닷가에 찾아가 서서 파도가 치는 걸 보고 그 때 자기의 묵은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 장면에서요, 거기에서 저도 갑자기 뭔가 주인공처럼 같이 씻겨내려가는 그런 기분을 느꼈거든요. 이 단편집 전에 하루키의 장편을 두 권인가 읽고 감흥이 없었는데, 이 단편집 읽고나서 완전 팬이 되어서 읽었던 장편들 다시 읽고 하루키 책들을 다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이 단편집은 제가 하루키 월드로 들어가게 해준 그 단편집입니다!!

blanca 2020-11-20 13:02   좋아요 1 | URL
아! 이 얘기도 좋았어요!. 제가 한 발 늦었군요. 저 요 근래 읽고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하루키, 이 인간은 대체 뭐지? 하고... 도저히 아무도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이렇게 단단히 가지고 있는 작가라니.

테레사 2020-11-20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렉싱턴의 유령 표제작은 군데군데,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하루키의 다른 장편은 거의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축인데, 단편들은 좋아지는 게 많더라고요. 이 책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책들 중 한권입니다.ㅎ

blanca 2020-11-20 13:03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 사실 제가 이 책을 도서관에 빌리러 갔다 책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꺼려지더라고요. 그 만큼 많이들 읽었다는 얘기겠지만. 몇 번 만졌다가 시국도 그렇고 차라리 사자, 해서 중고로 샀거든요.

빌려 읽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뻔했어요. 저도 이 책을 꼭 가지고 있으려고요.

scott 2020-11-23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 이단편집은 두고 두고 시간이 날때 마다 꺼내 읽어요.
처음에 영화 토니~때문에 읽기 시작했다가 ‘침묵‘에 빠지고 그다음해에는 ‘일곱번째 남자‘에 빠지고 이단편집은 나이대에 따라 느껴지는 감동이 달라서 읽을때마다 놀라워요.
이시기가 하루키옹에 글쓰기 정점에 올라갔었던것 같네요.(91년도 하루키 나이 42세/렉시텅 유령에 실린 단편들은 1990-96년사이에 씀)

단편‘침묵‘은 일본 고교교과서에 실려 있고 해마다 무슨 라디오에서 낭독회 같은거 들려줄정도로 명단편에 들어갑니다. ^0^

blanca 2020-11-24 09:42   좋아요 1 | URL
정말 명작이더라고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마지막엔 전율이... 이 사람은 무언가 인간의 내면의 심연에 가닿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나이가 딱 전성기때 쓴 게 맞군요.
요새 하루키가 마지막으로 무언가 작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노벨 문학상으로 마무리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을 가져봅니다.

scott 2020-11-24 20:58   좋아요 0 | URL
요즘 하루키옹 번역서들 줄줄이 출간 되고 있고 11월 문학계 잡지에 스탄갯츠에 관해 어떤 뮤직션이랑 재즈 대담같은거 실렸어요.
80세에는 유유자적 재즈바(라이브)열고 팟캐하면서 살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더군요.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에 나라 미쿡에서도 거의 언급조차 없고 이번에 주요 메이저 신문잡지사에서 2020년이 지나기전에 꼭읽어야할 책중 (시부분)에도 오르지 못할정도로 거의 현지에서도 주목받지 못해요.
심지어 책전도사 오프라도 추천하지 않더군요.
코로나-대선-에밀리 파리에 가다‘- 더크라운-오바마 자서전에 신경들이 쏠려 있고
차라리 하루키옹이 노벨상 탔으면 이정도로 잠잠하지 않았을것 같네요. ^ㅎ^
 

오늘 저녁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듣고 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또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할

이야기를.

                                          괴테 <단편선>

-페터 한트케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작가 페터 한트케는 괴테의 목소리로 자신이 할 이야기의 반향을 예고한다. 이 이야기는 분량면에서는 작고 깊이와 무게면에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할 이야기"로 확장된다. 폴 세잔에 바치는 오마주라기보다는 세잔이 재창조해낸 생트빅투아르산 을 작가가 직접 오르며 그의 창조의 도구였던 언어와 그 언어로 표현해내고자 했던 사물들에 대한 "꿈꾸기의 선언"들이다. 번역자는 소설가 배수아다. 두 개의 언어가 하나의 다른 분야의 예술인 회화, 그것이 소재로 삼았던 그 장소와 조응하며 빚어낸 이야기의 절창이다. 





페터 한트케의 삶은 편린들처럼 끼어든다. 그에게 아버지는 두 명이었다.  어른이 되고서야 존재를 알게 된 생부, 무책임했던 계부. 글을 쓰는 그에게 독일인 아버지들은 애증의 대상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하지만 명령의 순종의 형태로 거기에 복무해야 했던 역사적 비극은 차라리 부수적인 것이다. 그는 함부로 그들을 변호하거나 그들의 아들로서의 자신을 변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인의 뿌리를 뽑는 일은 범죄 중에서도 가장 잔악하나, 자기 자신의 뿌리를 뽑는 일은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p.41


작가는 자신의 내면, 그의 삶으로 침잠하는 대신 세잔의 그림, 세잔이 사물을 봤던 방식, 세잔이 경험한 자연 그 자체에 몰입한다. 그의 언어를 투과한 언어들은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미지의 그곳을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만지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게 그가 사용한 언어들을 배수아는 자신의 언어의 망을 뚫고 우리에게 준다. 그렇게 독자들은 세잔이 연이어 그렸던 생트빅투아르산으로 들어간다.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이 어떤 실질적인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순간의 공간 이동 같은 경험을 통해 읽는 이들을 변화시킨다. 사물과 언어와 색채의 핵을 향해. 그리고 그의 귀환은 꿈결 갔던 그 체험을 현실로 돌려 놓는 책임을 잊지 않는다.


그후, 숨을 들이마시며 숲에서 멀어진다. 오늘의 인간들에게 되돌아온다. 도시로, 광장과 다리로, 부두와 통행로로, 스포츠 경기장과 뉴스로 되돌아온다. 종과 상점들로, 금빛 광채와 주름 잡힌 자락으로 되돌아온다. 집에는 한 쌍의 눈동자가 있는가?

-p.130


결국 이것은 사물의 본질을 통과한 후의 우리의 삶으로의 귀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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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줄 것이 없어도 내가 역할을 못 해도 나는 여전히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거기에 확신이 없다. 무언가 능력과 가치를 입증해야 어엿한 사회의 성원으로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심지어 연인, 부부, 성년의 자식과 부모 관계에서도 이 의심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에게 설명하기 힘든 모호한 불안을 항상 품고 살게 한다.


그러니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평가받는 사람도 그러한 것들을 잃었을 때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냥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전적으로 환대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세계는 판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회를 지향하는 게 잘못된 것일까?  무의미한 것일까?







놀라운 책이었다. 입소문은 들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런 책을 알아봐주고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이 사회에 희망이 생겼다. 제목처럼 '사람', '장소','환대'의 세 키워드로 우리의 존재, 관계, 삶, 갈등을 고찰하는 책이다. 치열한 탐구와 성찰, 적확한 언어, 적절한 비유가 가독성과 읽는 재미, 앎의 즐거움을 함께 제공하는 책이다.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정성들여 진지하게 탐구한 학자가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허영이나 자기 과시에 빠지지 않고 일반 대중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것을 해내려고 애쓰고 성취를 이룬 저자의 노고가 곳곳에 보인다. 


노예제, 전쟁, 사형제도, 외국인의 대우, 안락사, 장기공여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공리주의 혹은 각자의 가치 체계에 바탕하여 은연중에 사람의 목숨과 그 가치의 경중을 매기고 있는 것을 드러내며 저자는 그것이 대단히 위험하고 모순된 생각임을 지적한다. 그것은 우리도 어느 순간 그 기준에 따라 분류되어 이 사회에서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사회의 바깥으로 밀려나갈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가능성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그 떨쳐내기 힘든 불안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결국 저자는 우리가 이 사회에서 사람이게 하는 것은 그 어떤 전제조건도 상정하지 않은 사람으로서의 무조건적인 환대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물론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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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04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았어요. 전 앞면인가 23쇄 보고 너무 감명 받아서요.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희망,이라는 블랑카님 말씀, 100% 공감합니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더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은 아침이거든요.

무조건적인 환대에 대해서라면 온 사회가 고민할 문제이지만, 저는 집 근처의 큰 건물이 죄다 요양원이 되어 가는 현실에 대해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는 태어났을 때 무조건적으로 환대받았잖아요. 죽음에 가까이 갔을 때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 고민을 시작하고 다같이 말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blanca 2020-11-04 17:59   좋아요 1 | URL
아, 단발머리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그건 우리 자신들의 얘기이기도 할 거고요.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모두가 피하려고 하면서 철저하게 고독하게 가게 하잖아요. 이 책이 모든 질문에 답을 준 것은 아니지만 쉬쉬하던 질문들을 가감없이 드러낸 용기가 참 좋았어요.

수이 2020-11-04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읽었는데 무조건적인 환대가 타인과 타인 사이에서_ 접점들이 하나라도 생기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옥 같은 세상인지라 연이어 계속 비극들만 쏟아져 나오는데 눈과 귀를 막는다고 해서 내 세상이 핑크빛으로만 물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이런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많이 읽히고 더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으면 좋겠어요. 힘들 것이지만 그럼에도_ 블랑카님 말씀 다시 인용하면서.

blanca 2020-11-04 18:01   좋아요 0 | URL
수연님, 안 그래도 읽으실 때 같이 읽으려 했는데 저는 이 책 안 읽어보고 무지 지루하고 어려울 줄 알아서 시작하기 힘들더라고요. 물론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코로나로 특히나 더 많은 생각이 들어요...기침 했다고 할머니 구타한 젊은이 기사 읽으니 그 이십대가 경험하는 지금 이 세상도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서로를 환대하기는 커녕 적대시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다락방 2020-11-04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도 읽으셨군요! 좋은 책을 읽고 그 감상을 들려주고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른 이의 감상을 읽는것은 너무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저도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게 바로 ‘무조건적인 환대‘ 였거든요. 그래서 더 반가운 마음입니다. :)

blanca 2020-11-04 18:05   좋아요 0 | URL
아, 읽을 것이다, 맨날 생각만 하다 이제서야 읽었는데 그때 다 같이 읽을걸(다락방님 읽으실 때) 좀 후회가... 몇 대목이 잘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이런 책이야말로 독서모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의 감상, 경험도 나누고...곱씹으며 메모하며 읽어야 할 책이더라고요. 이 작가가 참 개인적으로 궁금해질 정도로 놀라운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