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me de la cre'eme(크렘 드 라 크렘)은 최고 중의 최고로 이 용어의 개념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구현한 이야기로는 뮤리얼 스파크의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가 있다. 여학교에서 진 브로디 선생이 자신이 직접 선별한 학생들을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드는 것을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결점 많은 인간이 자신의 주관으로 얼마나 왜곡된 이상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맹목에 빠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크림>에서의 '크렘 드 라 크렘'은 조금 다른 용도로 쓰였다. 최고의 것이라는 정의 그 자체를 변용한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아이러니 없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에센스"를 의미한다. 진 브로디 선생의 실패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이다. 자신이 아닌 타자에게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아집에 사로잡혀 구현한 세속적인 최고의 인간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은 무용한 것으로 결론나지만 하루키의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삶의 정수를 얻어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독려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으로 확장된다. <크림>에서 '내'가  바람 맞은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돌아오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신비스러운 노인은 "비슬비슬 늘어져 있으면 못써. 지금이 중요한 시기거든. 머리와 마음이 다져지고 빚어져가는 시기니까."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재수 중인 열여덟 살의 청년이다. 그리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그 노인의 말처럼 비슬비슬 늘어져 있는.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소녀의 실없는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정도로 나는 유유자적한다. 그 초대는 신비로운 각성의 초입에 나를 데려다 놓는다.


하루키의 이야기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의 관문에 독자를 데려간다. 이것은 작위와 비작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곳에 당도하는 과정에 언제나 설득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서 얻는 깨달음들은 항상 울림이 크다. 재즈 매니아답게 <찰리  파커플레이즈 보사노바>에는 죽은 찰리 파커가 보사노바를 녹음한 가상의 음반조차 이 안의 세계에서는 왠지 타당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게 하루키다. 실재가 아닌 가상의 것들도 모두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그럴 듯하다. 화자는 대학 시절 자신이 하나의 가상의 공간을 창조했고 그 공간을 뉴욕에서 실제로 자신이 통과했음을 알아차린다. 그것이 하나의 환각이라고 했을지라도 그가 통과한 세계가 변화시킨 자신의 성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서른네 살에 죽은 찰리 파커의 고백은 죽음의 과정을 음악의 프레이즈로 변환시킨다. 하루키의 주인공들의 나이는 여전히 스물 언저리, 삼십대 중반을 맴돌지만 그들의 죽음과 삶, 기억에 대한 인식은 하루키가 지금 살아내고 있는 칠십대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여전히 죽음은 그를 덮치진 않았지만 이젠 손에 닿을 거리로 다가왔다. 그것이 더 많은 앎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대한 모호함은 그것에 대한 알수없음의 무게를 한층 더 올리며 더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그의 주인공들의 기억의 소환은 이렇게 삶을 거쳐 죽음에 가닿는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은 반면 상당히 경쾌한 하루키 자신의 작은 전기 같은 이야기다. 집 근처 진구 구장에 만년 패자 야쿠르트 스왈로스 팀을 응원하며 수시로 써낸 시들을 자비 출판한 이야기는 언뜻 소설인지 진짜 자신의 얘기인지 아니면 트릭인지 쉽게 판단이 안 설 정도로 생생하다. 정작 아무도 출판해 주지 않아 자비로 손수 펴낸 시집을 많이 남기지 않아 부자가 될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대목은 과연 하루키답다는 생각이 드는 위트다. 하루키가 마침내 세상에 소설가로 등장한 시점과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드디어 이십구 년만에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한 때가 겹치며 한데 어우러진다. 이것은 야구에 대한 이야기에 빗대어 하루키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역사를 축약한 것 같다.


물론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쪽이 훨씬 좋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일 분은 일 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중


무언가 찡 하고 울리는 대목. 밑줄을 긋는다. 정말 살아보니 그렇다. 승리했다고 졌다고 그 시간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결국 모든 것들은 기억으로 수렴한다.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키도 지금의 거장이 된 모습보다 무명이었던 시절 진구 구장에서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야구에 관련한 시를 끄적이던 시절들을 그리워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드 더 비틀스>는 사실 비틀스와 직접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사방에서 '벽지처럼' 비틀즈가 흘러나왔던 시대에 일인칭 화자는 여자친구도 아니고 여자친구의 오빠와 어느날 우연히 만나 그에게 자살한 아쿠타가와의 <톱니바퀴>를 읽어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둘은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닌데 하나의 문학 작품을 통해 깊은 소통의 시간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둘이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흘러들어갔을 때에도 영구적인 잔향을 남긴다. 어쩌면 공허와 여백이 통과하는 이 엉뚱한 이야기는 그 시대의 어떤 분위기와 그 우연적인 만남들이 빚어낸 기억들을 소환하는 분위기로 전부를 말하는 소설 같기도 해서 여운이 짙다. 대단한 얘기를 한 소설도 아닌데 더없이 강렬한 그것은 하루키 특유의 강점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표제작의 제목처럼 모조리 일인칭 단수의 남성들 화자의 이야기. 그것은 더 이상 청년이 아닌 하루키를 통과하고 화자들의 기억을 통과해서 독자들에게 와닿는다. 모든 우연적 조응, 모순, 공백, 상실들은 결국 어떤 허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긍정하며 나아가게 한다. 그게 바로 하루키의 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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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5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하루키의 이 책을 읽었던 사람으로서, 블랑카 님의 이 리뷰가 하루키의 책보다 더 좋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도 담아갑니다.

blanca 2020-12-15 17:30   좋아요 0 | URL
아...그건...고맙지만... 좀 과한....^^;; 아,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저는 이북으로 읽었는데 실물 책으로 볼 걸 좀 후회했어요. 추천합니다. 막 되게 좋다, 이런건 아니지만 꽤 괜찮아요. 잘 읽히고요.

테레사 2020-12-1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댓글에)그니까요ㅎ블랑카님은 도대체..

blanca 2020-12-15 17:31   좋아요 0 | URL
말줄임표 뒤는 제 마음대로 생각하겠습니다. ㅋㅋ

scott 2020-12-15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에 동감 2번.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장바구니 속으로 ~@

blanca 2020-12-15 17:32   좋아요 0 | URL
ㅋㅋ scott님 써주신 페이퍼 덕에 표제작은 완전 쏙 들어오더라고요. 역시 이미지화가 중요해요. ˝부끄러운 줄 알아요.˝ 이런식의 하루키 말투가 너무 좋아요. 원문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아쉽더라고요.

단발머리 2020-12-15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신작을 읽지는 못 했지만, 다락방님에 동감 3번입니다.
블랑카님이 골라주신 책은 무조건 읽어야한다는 마음으로!!!

blanca 2020-12-15 17:32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로 하루 기분 좋게 마감합니다. 고마워요.^^

잠자냥 2020-12-15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림 중의 크림‘ 표현 보고 저도 <진 브로디 선생 전성기> 떠올렸어요. 거기서 따왔나 싶기도 ㅎㅎㅎㅎ
암튼 하루키 이 책을 보고 이런 리뷰를 쓰시다니 대단하세요. (다락방 님 동감 4번)

blanca 2020-12-15 19:50   좋아요 1 | URL
하루키가 아무래도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요?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표현이 너무 신기하고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라로 2020-12-16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랑카 님의 글솜씨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서 저도 이 책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락방 님 동감 5번!!!

blanca 2020-12-17 08:55   좋아요 0 | URL
라로님, 일지가 더 좋아요...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내밀함을 뚫고 누구나와 공명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여기에서 에세이는 공명하고 남는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글쓰기가 될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를 나의 방식대로 나의 언어로 주절댄다고 모두가 들어주는 것은 아니니까. 



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


"나는 한가함을 누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인이 쓴 산문을 읽다보면 "지금 이 순간은 아니지만 곧 우리는 새끼양이고 나뭇잎이고 별이고 신비하게 반짝이는 연못물이다."라는 그의 이야기에 수긍하게 된다. 


고통의 와중에도 아름다운 것들을 완상하고 음미하는 순간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메리 올리버는 손수 그것들을 채집해서 우리의 손안에 놓아준다. 그와 함께 숲속으로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길에 우리는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된다.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코로나의 집콕 시대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립되어 고독을 느낀다. 밀도 있는 캐럴라인 냅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이런 와중에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웃을 수 있는 근육을 점차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캐럴라인 냅은 어렵고 외로운 삶을 통과하며 차마 바깥으로 꺼내어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에 언어의 집을 대신 지어준다. 그것을 통과하며 눈은 맑아지고 마음은 더 유연해진다.


명랑한 은둔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 어떤 점에서 어려운지를 듣는 일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셔윈 B. 눌랜드 <사람은 어떻게 나이드는가>



저자 눌랜드는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로 죽음에 대한 고전을 이미 낸 바 있다. 이 책도 그에 못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중년의 나이에 나이듦의 무게에 짓눌릴 때 만나면 딱 좋을 책. 어쩔 수 없는 변화와 어찌할 수 있는 여지 사이의 간극에서 저자가 하는 얘기들은 우리가 어떻게 조금 더 현명하게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전범이 되어준다. 


"언제나 회의적이되, 절대로 냉소적이지는 않아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남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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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과학 분야는 아무래도 코로나와 관련된 읽기였다. 전염병도 결국 인간의 일이라 과학은 사회학과 만난다. 관련된 책들은 전문서라기보다는 대중서에 더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지금 여기의 상황에 매몰되기보다 좀 더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안목에서 코로나 사태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스티븐 존슨 <감염 도시>




2020년의 키워드는 듣기도 지겨운 코로나가 되겠지만 그와 더불어 확진자의 동선 추적을 둘러싼 역학조사도 있다. 전염병은 인간의 움직임의 경로에 따른 확산이 불가피한 만큼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를 둘러싸고 이미 이와 유사한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체계적인 도시 전염 지도와 사례 연구는 15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들여다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두 남자의 자신의 일에 대한 가없는 열정과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낳은 해피엔딩은 지금 우리 코로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흡사 스릴러 소설 같은 긴장감과 서사력으로 자칫 딱딱하기 쉬운 분야의 글에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재미다. 지금 이 시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은 덤으로 느껴질 만큼.





수잔 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흑사병의 귀환>




영국의 역사학자와 동물학자가  삼백 년에 걸친 흑사병의 역사를 각종 기록들을 바탕으로 고찰한 책이다. 그 옛날에도 이미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대규모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고 있었다는 발견도 흥미롭다. 세기를 건너뛰어 힘든 전염병을 겪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겹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책. 흑사병에서 살아남은 후손들의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들이 코로나에도 강한 면역력, 적응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인류는 끊임없이 전염병과 싸워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얻고 읽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공명한다. 









맷 매카시 <슈퍼버그>



이것은 좀 다른 얘기다.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인 저자 맷 매카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변이된 박테리아 '슈퍼버그'와 싸우는 이야기는 환자와의 에피소드와 자신의 연구 과정을 마치 단편 소설들처럼 들려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남용하는 항생제들이 우리가 정말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게 되는지에 대한 사례는 의료 신기술과 각종 약제에 대하여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기본자세에 대한 고찰로 돌아가게 한다.


무엇보다 그가 올해 초 미국에서 코로나의 대규모 확산을 경고하며 검사 키트를 확보하고 절대 검사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을 때 출연진들이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무시하던 방송으로 유명해졌다. 결국 그의 경고는 맞아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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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09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 읽자마자 <슈퍼버그> 주문했습니다. <감염도시>는 이미 사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네..

blanca 2020-12-09 18:29   좋아요 0 | URL
ㅋㅋ 다락방님 죄송해요.

2020-12-0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0-12-12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염도시에 John snow 이야기가 나오나 보네요. 대학원때 역학 수업 몇개 들어봤는데 매우 재밌는 학문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어요. snow가 그 당시 역학조사 했던 방법대로 모의실험하고 그랬거든요..그런데.....좀 깊게 들어가니 어렵더라고요 (전공자 수준도 아닌데도). 기회가 되면 감염도시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blanca 2020-12-12 10:58   좋아요 1 | URL
아,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죠! 실제 경험해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오늘날 역학조사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답니다. 강력추천해요.
 

2020년의 의미는 결국 2021년이 되어야 비로소 드러날 것 같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팬데믹과 봉쇄, 거리두기로 전무후무한 상황을 지금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백신과 치료제로 인간이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바이러스의 사멸의 과정을 겪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감염자의 일상이 동선으로 집약되고 그것은 심지어 윤리적 판단의 준거가 된다. 서로 체온을 나누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자체가 소통이 아니라 위험한 행위로 비친다. 일상적이던 행위들이 불온한 것으로 변주된다. 


그럼에도 읽기는 계속되었다. 내 맘대로 분야별로 기억하고 싶은 책들을 기록한다. 





2020년의 소설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팀 오브라이언의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작가가 실제 베트남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 연작 소설들의 축적이다. 폭죽 같은 청춘이 마주하는 폭력의 집약, 그것은 삶과 상실, 죽음의 가장 밀도 깊은 향연이다. 


이야기의 힘과 이야기의 진실은 우리 모두가 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로 추락해 가더라도 남는 것들에 대한 하나의 애도의 작업이다. 차마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이 팀 오브라이언의 언어와 만나 비로소 이름을 얻는다. 그 이름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 <레베카>




통속 문학과 고전 문학의 경계를 기가 막히게 허물어뜨린 작품. 책장이 쉽게 넘어가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그 묘한 매력은 대프니 듀 모리에니 가능한 것이 아닐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괴괴하고 축축하고 으슬으슬한 느낌에 결말을 향해 내달리고 싶어지지만 감각적인 언어의 묘사의 힘에 그것을 또 함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까지 함께 가지게 하는 대단한 이야기다. 서사력과 문장력을 모두 겸비한 보기 드문 작가가 아닐까 싶다. 


맨덜리 저택으로 걸어들어가는 순간 당신은 중간에 절대 못 나온다. 장담한다.








샐리 루니 <노멀피플>




젊은 작가가 사회의 계층차를 의식한 쓰기를 하는 것은 자칫 작위적이기 쉽다. 그런데 <노멀 피플>은 그 어려운 과업을 무리없이 성취했다. 지극히 내밀하고 사적인 연애사를 이야기하며 그것에 얽혀 있는 미묘한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한계를 대단히 명민하게 그려냈다. 


잘 읽히고 남녀 주인공들의 마음에 저도 모르게 스며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이야기다. 여전히 이야기의 힘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안도하게 만드는 책. 양지에서 음지를 응시하는 힘이 압도적이다. 사랑과 현실은 언제나 충돌하지만 그 충돌의 지점에서 무엇을 더 바라고 꿈꿀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하루키 만큼 명료하게 설득력 있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 그는 함부로 단정하거나 설교하는 대신 인물의 경험 그 자체에 독자가 함께 빨려들어가기를 원한다. 


하루키의 인물들이 겪었던 일들은 우리의 그것과도 겹친다. 사랑, 이별, 소외, 폭력. 우리는 다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그 심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하루키는 그곳으로 우리를 슬며시 데려간다. 그 어떤 어른도 해주지 못한 일을 이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해낸다. 더불어 그는 함부로 치유를 시도하지도 않는다. 그냥 거기에 다시 감으로써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 그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아픈 과거가 부지불식간에 떠올라 당신을 괴롭힐 때 읽기를 권한다. 당신의 그것과 같진 않더라도 그의 해법은 유효하다. 




김원일 <마당 깊은 집>



1954년에 열네 살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일상이 허기와 그 허기를 해결하는 과제로 채워진다는 건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하고 소통을 하며 손을 잡고 견딘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우리말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언제나 본능적인 즐거움과 무장해제된 공감을 자아낸다. 











조지 기싱 <뉴 스럽 스트리트>


 

19세기 말 영국에서 배고픈 문필업자가 되어 싸구려 통속 소설을 생산해 내는 작가들이 모여 살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는 먹고 살기 위해 지고의 이상을 현실 차원으로 추락시키는 것에 대한 그 무기력한 타협의 기시감을 자아낸다. 


아이러니 같은 결말은 한동안 마음을 시리게 한다. 쓰다 죽는 작가들. 현실에서 그들의 이름은 가혹하게 잊혀지고 뻔뻔하고 가식적인 속물들이 결국 승리하는 결말에 작가의 조소가 들리는 듯하다. 







2020년의 소설은 무미건조한 일상에 가상의 탄력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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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08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노멀 피플>이 그런 책이었어요? 저는 가벼운 로맨스로 생각하고 사두고 아직 안읽었는데요. 당장 읽고싶어지네요.

소설 분야 올라왔으니 이제 비소설 분야도 올라오나요? 기다릴게요!

blanca 2020-12-08 12:10   좋아요 0 | URL
헉, 다락방님 읽어보세요. 솔직히 저는 하도 언론에서 이 작가 극찬을 하길래 거부감부터 들었거든요. 한번 읽어볼까, 이런 심정이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나 봐요. 무언가 다른 그 진부하지 않은 그게 있어요. 가벼운 로맨스는 아니에요. 사실 다 합산해서 한꺼번에 하려 했는데 소설하다 이미 에너지 소진ㅋㅋ 해서 분야별로 천천히 해보려고요. ^^

scott 2020-12-08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노멀피플은 영드로 꼭보세요^ㅎ^

비연 2020-12-08 11:37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요, 영드?

blanca 2020-12-08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드라마 좋다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넷플릭스에 있지 않나요?

잘잘라 2020-12-08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서재로 걸어들어온 순간 당신은 빈손으로 절대 못 나갑니다. 장담합니다. 에혀.. 레베카, 노멀 피플, 뉴 스트럽 스트리트.. 세 권 들고 갑니다. 쓰다가 죽는 작가들 뒤에 주문하다가 죽는 제 그림자가 어른 어른 춤을 춥니다.

blanca 2020-12-08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잘잘라님, <레베카>부터 시작하세요.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수이 2020-12-08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멀 피플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블랑카님 글 읽으면 다 읽고싶어져요. 하지만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하고 참을인자 열번 쓰고 그래도 참지 못해서 노멀 피플 담아갖고 가요, 감기 조심!

blanca 2020-12-08 12:12   좋아요 0 | URL
저도 요새는 비교적 잘 참게 되었어요. 다 읽고 산다, 이게 제 주문입니다. ^^;;

비연 2020-12-08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멀 피플... 담습니다. 김원일의 <마당깊은집>은 좋아하는 책인데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다시 담습니다.. 주문할 책이 늘어나서 나가게 되는 페이퍼. 으헝.

blanca 2020-12-08 12:12   좋아요 1 | URL
이 책 참 좋죠. 저도 분명 산 책인데 없어진 게 몇 권 있어 다시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한번 엑셀로 정리한 적은 있는데 다시는 못하겠어요.

레삭매냐 2020-12-08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멀 피플>과 <뉴 그럽 스트리트>
기억해 두겠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읽을 책들은 차고 넘친다는.

blanca 2020-12-08 19:29   좋아요 1 | URL
그렇죠. <노멀 피플>은 분량이 적어서 더 시작하시는 데 부담이 없을 듯합니다. <뉴 그럽 스트리트>는 자간이 너무 좁아서 눈이 아파요. 내용은 참 좋은데 그 점이 아쉬워요.
 

수천 쪽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솔직히 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다이나믹한 서사도 없고 오직 화자인 마르셀의 기억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시간, 주변 인물, 장소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야기는 그 방대한 스케일과 심오한 깊이를 제대로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일단 시작했더라도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후일담이 궁금해서 독서를 이어가게된다기보다는 프루스트의 그 장황하지만 투명하고 유려한 문장들이 그리워서 돌아가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셀은 한 마디로 논쟁적인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특히 9권에서 발베크에서 만나 반한 소녀 알베르틴을 파리의 집으로 데려와 '갇힌 여인'으로 만들어버린 이야기가는 언뜻 가학적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표면상 드러난 이런 극단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에서 한 소녀를 향한 집요한 열정, 의심, 질투, 양가 감정에 대한 묘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때 자신이 반했던 상대에게 가졌던 차마 드러낼 수 없었던 어두운 감정의 기류들을 기민하게 포착한 절창이다. 이 팔자 좋은 부잣집 청년의 유유자적한 생활 속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대목이 이것이다. 


특히 알베르트와 거리에서 들려오는 각종 상인들의 소리를 통해 연상해내는 각종 감각을 둘러싼 연상 작용은 하나의 거대한 유희이자 화려한 축제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실제 그 장소에서 그 소리들을 들으며 이 연인들의 흘러넘치는 관능을 지켜보는 경험을 준다.


청각이라는 감미로운 감각이 우리에게 이 모든 거리의 동반자들을 데려다 주면서 온갖 선을 다시 긋고, 또, 지나가는 행인들의 빛깔을 보여 주면서 다양한 모양을 그린다. 이제 여성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차단하며 내려졌던 빵 가게와 유제품 가게의 철제 셔터가, 지금 출항 준비를 하며 투명한 바다를 건너면서 여자 종업원의 꿈 위를 달려갈 배의 도르래처럼 가볍게 들어 올려졌다. 사람들이 들어 올리는 이 철제 셔터는, 아마도 내가 다른 거리에 살았다면 유일하게 기쁨을 주는 소리였을 것이다. 내가 사는 거리에는 수많은 다른 소리들이 나를 기쁘게 했고, 나는 그중 어느 하나도 늦잠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p.187>


이 방대한 작품이 완벽한 내적 일관성를 보이는 건 아니다. 때로 앞에 제시했던 정보와 뒤의 그것은 모순을 보이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와 오류들은 그것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서도 종종 드러났다. 특히 화자인 마르셀은 그 자신이 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삶을 수시로 드나드는 다소 논쟁적인 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묘미다. 작가 베르고트의 사망도 그러하다. 마르셀은 그의 삶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심판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도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이전의 삶에서 맺은 의무의 무거운 짐을 가지고 이 삶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 삶의 모든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 뿐이다. <중략> 현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 모든 의무는, 선의와 신중함과 희생에 근거하는 다른 세계, 현세와는 완연히 다른 세계에 속한 듯 보이며, 우리는 그 다른 세계에서 나와 어쩌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우리 몸속에 미지의 법칙을 새긴 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우리 몸속에 그 가르침을 지니고 있어 복종하는 그런 법칙의 지배 아래 다시 살기 전에, 잠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p.310>


여기에는 프루스트의 중요한 내세관이 투영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의 '업' 사상과도 겹친다. 과거의 업을 가지고 현생을 살고 결국 그것에 대한 보상은 다른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적인 세계관과의 접목이 인상적이다. 


'갇힌 여인' 알베르틴은 거짓말과 위장을 하나씩 마르셀에게 들키며 이제 그의 삶에서 사라질 준비를 한다. 이제 어떻게 그녀의 퇴장이 이루어지는지를 목격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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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1-26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말만 해놓고 ‘스완의 사랑’까지 겨우 읽었어요. 펭귄으로 시작해서 민음사 번역으로 바꿨는데 블랑카님은 어느것으로 읽으시나요?

blanca 2020-11-26 08:44   좋아요 1 | URL
민음사요! 나오는 순서대로 천천히 읽으니 완독이 가능할 것 같아서요. 판형도 좋고 여러모로 추천합니다.

단발머리 2020-11-26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러고 보니 책을 링크하지 않으셨네요? ㅎㅎ 전 민음사 6권까지 구입만 해놓고 시작도 못 했어요. 그래도 간간히 블랑카님의 <잃어버린...> 리뷰 올라오면 찬찬히 읽으면서 이젠 시작해야지~~ 그런 결심을 하게됩니다^^

blanca 2020-11-26 08:45   좋아요 1 | URL
어머 ㅋㅋ 단발머리님 고마워요. 링크할게요. 언제곤 시작하시면 되죠. 저는 민음사 출간 순서대로 읽는 중이라 포기하지 않게 되네요.

수이 2020-11-26 0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존경스러워요 블랑카님, 저는 2권까지만 읽었어요 민음사판으론, 옛 판본으로 6권까지 읽고 포기한 기억 나요. 다시 읽고싶다는 마음이 불끈! 내년에는 저도 시작해봐야겠어요.

blanca 2020-11-26 14:00   좋아요 0 | URL
언젠가는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아 민음사에서 새로운 판본으로 번역하는 순서대로 읽어서 오히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천천히 나오더라고요. ^^;;

moonnight 2020-11-26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경합니다@_@;;; 민음사판으로(예뻐서) 2권까지 사놓았다가(읽지는 않음-_-) 펭귄에서 수건 준다기에 바꿔서 3,4권 샀어요. 읽지도 않으면서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소중히 간직 중=_=;;; blanca님 다시 한 번 존경합니당♡♡♡♡♡♡

수이 2020-11-26 09:17   좋아요 0 | URL
그림과 함께 읽는~ 저도 읽었어요 문나잇님!!!!! 반가워서 ^^

단발머리 2020-11-26 09:54   좋아요 0 | URL
<그림과 함께 읽는...>이란 책이 있군요!!! 너무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문나잇님! 히힛!

moonnight 2020-11-26 10:02   좋아요 0 | URL
앗^^;; 단발머리님^^ 비의도적인-_- 정보에 감사하다 해 주시니 망극^^;;;;;;;

수연님^^ 존경합니다@_@;;; 제게는 사놓고 안 읽은 책인데 역시 수연님♡♡♡♡♡

수이 2020-11-26 10:32   좋아요 0 | URL
간직중 ㅋㅋㅋㅋ 읽으신줄! 우리 내년에는 읽어요! 도전하자!!!

blanca 2020-11-26 14:02   좋아요 0 | URL
존경은 완독을 해야 ^^;; 그리고 제가 워낙 기억력이 안 좋아서 읽은 책도 새롭다는 게 문제죠. 제대로 공부하며 읽으시는 분들 블로그에 가 보니 내용이 완전 생소하더라고요. ㅋㅋ 다 읽었는데도 말이에요. 그냥 졸다 읽다 눕다 하며 줄 긋고. 이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인 것도 같아요. 남는 게 없다는...

다락방 2020-11-26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 읽다가 빵터졌어요. 여기에 읽지도 사지도 않은 인간은 저뿐인가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11-26 14:04   좋아요 0 | URL
이 읽기도 힘든 걸 다 써낸 프루스트에게 놀랄 따름입니다. ^^;; 그런데 소설이 아니라 거의 자전적인 내용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일대기를 치밀하게 세세하게 다 펼쳐놓은...강력추천한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다락방 2020-11-26 14:06   좋아요 0 | URL
저 예전에 업무차 은행을 갔는데 저 담당하던 직원분과 대화하다가 전공 얘기 나왔거든요. 그 직원분이 자기는 불문과 전공이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했냐고 물어보진 마세요. 안했어요‘ 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문과라고 하면 다들 그거 읽었냐고 물어본대요. 갑자기 그 생각 났어요. 하하하하하.

scott 2020-11-26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9권까지 달린 블랑카님 대단!
저는 1-3권까지 읽다가 또다시 마들렌 먹는 1권으로 ㅎㅎ 반복 주행~ㅎ
장황하지만 유려한 문장,색과 소리가 풍경처럼 울리게 만드는 묘사는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도 그의미가 전해진다는게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직업없이 유유자적한 마르셀, 코로나 창궐시대에 살았다면 집콕생활을 즐겼을것 같아요.^ㅎ^

blanca 2020-11-27 09:11   좋아요 1 | URL
이 추세대로라면 감히 완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내년은 지나야 다음 권이 나올 테니까요. ㅋㅋ 오히려 이렇게 천천히 완간하는 출판사 덕에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0-11-2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언제 완간이 되나 싶었는데

달팽이 걸음으로 슬슬 나오는가 보네요 :>

blanca 2020-11-28 12:51   좋아요 0 | URL
앞 내용 다 잊어버릴 때쯤 나옵니다. 그래서 완독을 할 수 있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