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내밀함을 뚫고 누구나와 공명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여기에서 에세이는 공명하고 남는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글쓰기가 될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를 나의 방식대로 나의 언어로 주절댄다고 모두가 들어주는 것은 아니니까.
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
"나는 한가함을 누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인이 쓴 산문을 읽다보면 "지금 이 순간은 아니지만 곧 우리는 새끼양이고 나뭇잎이고 별이고 신비하게 반짝이는 연못물이다."라는 그의 이야기에 수긍하게 된다.
고통의 와중에도 아름다운 것들을 완상하고 음미하는 순간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메리 올리버는 손수 그것들을 채집해서 우리의 손안에 놓아준다. 그와 함께 숲속으로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길에 우리는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된다.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코로나의 집콕 시대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립되어 고독을 느낀다. 밀도 있는 캐럴라인 냅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이런 와중에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웃을 수 있는 근육을 점차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캐럴라인 냅은 어렵고 외로운 삶을 통과하며 차마 바깥으로 꺼내어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에 언어의 집을 대신 지어준다. 그것을 통과하며 눈은 맑아지고 마음은 더 유연해진다.
명랑한 은둔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 어떤 점에서 어려운지를 듣는 일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셔윈 B. 눌랜드 <사람은 어떻게 나이드는가>
저자 눌랜드는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로 죽음에 대한 고전을 이미 낸 바 있다. 이 책도 그에 못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중년의 나이에 나이듦의 무게에 짓눌릴 때 만나면 딱 좋을 책. 어쩔 수 없는 변화와 어찌할 수 있는 여지 사이의 간극에서 저자가 하는 얘기들은 우리가 어떻게 조금 더 현명하게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전범이 되어준다.
"언제나 회의적이되, 절대로 냉소적이지는 않아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남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