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과학 분야는 아무래도 코로나와 관련된 읽기였다. 전염병도 결국 인간의 일이라 과학은 사회학과 만난다. 관련된 책들은 전문서라기보다는 대중서에 더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지금 여기의 상황에 매몰되기보다 좀 더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안목에서 코로나 사태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스티븐 존슨 <감염 도시>




2020년의 키워드는 듣기도 지겨운 코로나가 되겠지만 그와 더불어 확진자의 동선 추적을 둘러싼 역학조사도 있다. 전염병은 인간의 움직임의 경로에 따른 확산이 불가피한 만큼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를 둘러싸고 이미 이와 유사한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체계적인 도시 전염 지도와 사례 연구는 15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들여다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두 남자의 자신의 일에 대한 가없는 열정과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낳은 해피엔딩은 지금 우리 코로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흡사 스릴러 소설 같은 긴장감과 서사력으로 자칫 딱딱하기 쉬운 분야의 글에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재미다. 지금 이 시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은 덤으로 느껴질 만큼.





수잔 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흑사병의 귀환>




영국의 역사학자와 동물학자가  삼백 년에 걸친 흑사병의 역사를 각종 기록들을 바탕으로 고찰한 책이다. 그 옛날에도 이미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대규모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고 있었다는 발견도 흥미롭다. 세기를 건너뛰어 힘든 전염병을 겪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겹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책. 흑사병에서 살아남은 후손들의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들이 코로나에도 강한 면역력, 적응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인류는 끊임없이 전염병과 싸워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얻고 읽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공명한다. 









맷 매카시 <슈퍼버그>



이것은 좀 다른 얘기다.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인 저자 맷 매카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변이된 박테리아 '슈퍼버그'와 싸우는 이야기는 환자와의 에피소드와 자신의 연구 과정을 마치 단편 소설들처럼 들려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남용하는 항생제들이 우리가 정말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게 되는지에 대한 사례는 의료 신기술과 각종 약제에 대하여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기본자세에 대한 고찰로 돌아가게 한다.


무엇보다 그가 올해 초 미국에서 코로나의 대규모 확산을 경고하며 검사 키트를 확보하고 절대 검사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을 때 출연진들이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무시하던 방송으로 유명해졌다. 결국 그의 경고는 맞아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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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09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 읽자마자 <슈퍼버그> 주문했습니다. <감염도시>는 이미 사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네..

blanca 2020-12-09 18:29   좋아요 0 | URL
ㅋㅋ 다락방님 죄송해요.

2020-12-0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0-12-12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염도시에 John snow 이야기가 나오나 보네요. 대학원때 역학 수업 몇개 들어봤는데 매우 재밌는 학문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어요. snow가 그 당시 역학조사 했던 방법대로 모의실험하고 그랬거든요..그런데.....좀 깊게 들어가니 어렵더라고요 (전공자 수준도 아닌데도). 기회가 되면 감염도시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blanca 2020-12-12 10:58   좋아요 1 | URL
아,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죠! 실제 경험해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오늘날 역학조사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답니다. 강력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