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어디까지 해봤니?

 

노중훈의 '식당골라주는 남자'를 보면 7번째 테마 제목이 '혼자라도 괜찮아'이다.

아무리 '혼술과 혼밥'의 시대라고 하지만,

난 아직까지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음식을 시켜먹을 배짱을 가지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 식성이 좀 일반적이어서 두루두루 어울려 먹으러 다니면 될텐데,

편식이 민망할 정도로 심하니,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 힘을 실어준 사람이 있었으니,

노중훈은 '혼밥 내지는 혼술 불가'에 대해서 개인의 성격만 탓할게 아니라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면 몇 명이냐고 묻고, 그에 따라 자리를 안내하는 것도 그렇고,

1인용 메뉴가 아예 없는 메뉴판도 그렇다.

 

그런데, 이 일곱번째 '혼자라도 괜찮아' 꼭지를 보게 되면 혼자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곳이 등장한다.

심지어 3인 이상 입장 불가인 곳까지 있다.

 

언젠가 N 대형 포털의 포스트에서 이곳을 소개하는 걸 본적이 있다.

 

세 명이상의 일행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8세 미만의 어린이나 영유아도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입구에 설치된 벨을 누르고 인원수를 말하면 안에서 문을 열어준단다.

 

불친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ㅋ~.

 

메뉴판에는 이런 문구가 부착되어 있단다.

'다른 분들을 위해 과도한 흥분과 고성은 조금만 참아주세요.',

'기대하시는 친절은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따뜻한 밥이 있습니다.' 떠위,

이전에는,

'우리는 친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영업 중 스태프는 손님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취재나 인터뷰 요청은 받지 않습니다.' 등의 좀 더 냉랭한 문구가 가게 안팎에 붙어 있었단다.

 

이곳 식당은 바 형태로 되어 의자가 10여개 놓여있는 구조라는데,

말만 들어선 '심야식당'이 떠오르고, '심야식당'의 그 쓸쓸해보이던 마스터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고,

이게 이 가게의 영업전략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좀 뭐랄까, 심기가 불편하다.

아무리 맛이 있더라고 불편해하면서 무언가를 먹고싶지 않다.

 

손님 접대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비축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전념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런 안내 문구를 집어넣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혼자놀기의 달인인 내가 혼술과 혼밥을 못하는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식당 골라주는 남자
 노중훈 지음 / 지식너머 /

 2016년 12

 

내가 '노중훈'에 팔려있는 사이, 박찬일 님 또한 책을 내셨다.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엮었다는데,

아무려나 당근 좋을 것이고,

군데군데 한번씩 읽은 글들이 등장하더라도, 책으로 구매해줘야 맛이겠다, ㅋ~.

 

 

 

 미식가의 허기
 박찬일 지음 / 경향신문사 /

 2016년 12월

 

실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거였다.

혼자서 무엇인가 하는 걸 택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걸 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유의지이다.

 

같이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서 눈치보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하는 일을,

또 다른 눈치를 보면서 할 필요는 없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오늘의 1일 1그림은 올리기가 좀 망설여졌다.

내 자신이나 어른들,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을 그리면서는 아무리 뭉개지거나 나같지 않아도 재미있었는데,

어린이를 그리다보니 조심스러워 졌다.

내가 동심을 훼손하는 듯 여겨졌달까?

(내가 그럼 그렇지~--;)

오늘도 좀 뭉개진 듯 하다.

내 사사로운 재미에 너무 의욕이 앞선것 같다, 자중해야 겠다.

 그리고 봤더니 왠지 '브로콜리 너마저'의 자켓 사진을 닮은듯도 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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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19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양철나무꾼님 감사합니다. 다만, 조금 무섭워 보이긴 하네요 ㅋㅋ 예쁘게 봐주시고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20:50   좋아요 2 | URL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리다보니 좀 그리 됐는데 수정방법을 모르겠더라구요. 다음번엔 더 잘~!^^

겨울호랑이 2016-12-19 21:07   좋아요 1 | URL
^^: 에고 저는 그림 엄두도 못내는 걸요. 양철나무꾼님의 1일 그림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저도 더 예쁜 사진 올려 양철나무꾼님의 창작의욕을 지펴드리겠습니다 ㅋㅋ 편한 밤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20 09:20   좋아요 2 | URL
그동안의 제 삶이 짱짱한 고무줄 같았어서 좀 말랑말랑해져 보려고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따님, 그림은 말이죠.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제 실력부족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죠기~ 밑에 쿠키 님 댓글에 덧글도 있고 하여 실토하자면,
노력은 엄청 했습니다.

첨엔 헬멧 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부지런을 떨었는데,
아뿔사, 담날 보니까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더라구요.
새초롬한 단발머리 아가씨를 그려볼까 했는데,
좀 어두워서 경계가 잘 안 보이고,
확대를 하니 해상도가 떨어져서 뭉개지더라구요.
그래서 기억을 되새겨 그네 타던 그 사진(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이 생각나 그리게 되었습니다.
노력을 안 해본건 아닌데 그리 되어버려서,
좀 우울하답니다~ㅠ.ㅠ

겨울호랑이 2016-12-20 09:24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입니다. 연의의 특징을 잘 잡아주셨어요. 양철나무꾼님 우울해하지 마세요. 모든 삶이 과정이잖아요^^:

서니데이 2016-12-1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아는 어린이인줄 알고 댓글을 썼는데, 어디서 본 어린이 같긴 했지만 겨울호랑이님 댁 따님인 줄은 몰랐네요.^^;

겨울호랑이 2016-12-20 08:04   좋아요 2 | URL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바로 제 딸을 알아보는 것을 보면 저도 아빠는 맞는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0 09:2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결국 연의 어린이랑은 하나도 안 닮은 새로운 인물이 탄생했지만~(,.)
그래도 모델은 연의 어린이랍니다~ㅠ.ㅠ

북프리쿠키 2016-12-19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미안합니다ㅎㅎ 댓글을 보고서야 겨울호랑이님 따님의 사진이 떠올랐는데
순간 빵 터졌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12-20 08:07   좋아요 3 | URL
^^: 사실 제 아이가 짱구라 여름에는 윗이마와 아랫이마 색이 달라요... 그림에 이런 미묘한 묘사가 잘 되어 있어 양철나무꾼님께서 작은 사진을 많이 들여다 보시고 그림을 그려주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깊이 감사하고 있답니다. 만약 제가 그린다면 의도하지 않은 피카소 그림이나 몬드리안 그림이 될 거 같아요..ㅋㅋ

양철나무꾼 2016-12-20 09:25   좋아요 2 | URL
쿠키님께 큰 웃음을 드렸다니 제가 다 뿌듯합니다.
이 참에 풍자화가 따위로 장르를 갈아타 볼까 합니다.
음화화화~^^

푸른희망 2016-12-19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에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보면 부끄럽다는 말은 있는데 아침에 쓴 댓글이 밤에 보니 부끄러워지는 경험을 했드랬지요.
나름 우아하고 고상하고 교양있는 녀자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나도 모르게 섯다 같은 단어가 나와서,, ㅎㅎ
우리 친해진거 맞죠? ^^

양철나무꾼 2016-12-20 09:29   좋아요 1 | URL
그동안의 제가 좀 손끝으로 떨어내는 스탈이어서 그리 보였나 봅니다.
근데 실상의 전 좀 대책없고 푼수같은 면이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편하게 막대해 주셔도 좋습니다~ㅅ!

친해진거 맞죠?- 당근, 말밥이죠~^^

2016-12-19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0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12-19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르게 생각해 보면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또 불합리한 소위 ˝친절˝을 기대하는 갑질사회를 살고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하네요. 손님은 왕인 이상한 윤리 때문에 감정 노동까지 강요하는 사회에 얼마나 지쳤으면 저런 팻말을 쓸까(우리는 친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싶기도 해요. 미국에선 팁을 받으려고 친절을 파는 게 적나라하게 눈에 보여 오히려 지나친 친절 쓸데없는 말걸기가 불편하던데, 어찌되었던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인격적으로 동등한 사회 알바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라도 반말 찍찍하며 이거 저거 요구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6-12-20 09:53   좋아요 1 | URL
CREBBP님 말씀을 듣고보니 그렇겠구나 수긍을 하면서도,
그런데 또 한편으론 님이 예로들어주신 저런 상황에서 비롯된 팻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ㅠ.ㅠ

 
식당 골라주는 남자 - 18년차 여행작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
노중훈 지음 / 지식너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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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글 쓰는 스타일을 엄청 좋아해서 그의 책들은 전작주의자 마냥 찾아 읽었고,

그러던 중  '백년식당'을 통해서 노중훈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노중훈'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토요일 아침마다 '여행의 맛' =>(링크)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에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를 듣다가 보면, 남자들의 수다 케미가 이렇게 좋을 수 있나 싶다.

다른 꼭지도 그렇지만,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는 들으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마다 좋은 글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영혼을 흔들지 않으면 별점 셋이상 안준다'고 하던데,

살면서 그런 책은 몇 번이나 만날까 싶은 나는 수위를 좀 낮춘다.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이 힐링이 돤다 싶은 글을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그림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전부 다 그렇게 적용시킨다.

 

사실 박찬일과 같이 쓴 '백년식당'의 경우에도,

글은 박찬일이 사진은 노중훈이 찍었다고 했었기에, 요번 책에서 글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코딱지만하게 박힌 사진으로 그의 사진 실력을 가늠할 정도로 나의 사진 식별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책 양쪽 면을 가득 채운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눈은 트이고 마음은 따뜻, 말랑말랑해져 온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애기는 그의 사진 솜씨에 대해서도 아니고,

맛집 소개는 원래 그의 전문이니 내 관심밖이다.

 

그의 글 솜씨에 홀라당 발라당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도처에서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는 자기가 후벼파거나 자초한 것도 있고,

타인이 주는 경우도 있고,

나도 상대방도 아닌, 세상이 상처를 입힐 경우도 있고,

세상은 그대로인데 모든 것들에 상처받는 유리 멘탈일 경우도 있다.

 

상처를 받을 때마다 안으로 숨어버리는 것도 비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처에 맞서기만 한다면, 만신창이가 된다.

안으로 숨고  세상에 맞서고, 의 조절을 적당히 할 필요도 있고,

나름의 치유법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

 

나도 한때는 상처를 너무 잘 받아서 유리멘탈인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무뎌지는 건지, 단련이 되는 건지, 이제 상처받는게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물론 일정 부분 무뎌진 것도 있겠지만,

상처를 받았을때 나름 나만의 치료약을 찾아냈다고 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 치료 후 옹이가 생기면 더 단단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좋은 것은 다른 어느 것도 아니고,

글에 다정하고 따뜻함이 배어있어서 읽으면서 위로받고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허기가 지면 음식을 찾지만,

마음이 허기가 지면 책을 찾기 마련이고,

이 책은 그런 두가지를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prologue'만 봐도,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아예 입을 닫는 것이 낫겠다. 마음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5쪽)

저자가 이리 무던하니, 내가 대신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다.

 

'prologue'의 글만 보고는 맹숭맹숭해서 무슨 '식당 골라주는 남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맹숭맹숭함이 인공 조미료 뺀 그것 같을 때는 팍팍 신뢰가 생기니 말이다.

 

예를 들자면,

내장을 먼저 건져 먹은 다음, 밥을 말 때 부추를 곁들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살짝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해야 할 최고의 내장탕집, 고맙게도 아침 식사가 가능하다.(17쪽)

본인이 먼저 살짝 과장했다고 접고 들어오는데, 퉁 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해맑은 국물은 시원하기 짝이 없고, 부들부들한 살점은 서울에 파는 냉동 대구탕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구 이리(생선 정액 덩어리)의 고소함은 생크림을 넘어선다. 이리 때문에 대구는 수컷이 암컷보다 비싸다. 음식이 나오면 처음에는 솓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하다가 이내 그릇에 코를 박고 마시게 된다. 한 번이라도 맛을 본 사람은 생대구탕 없는 겨울나기는 상상할 수 없다.(21쪽)

생선을 싫어하는 나로선 상상을 할 수 없는 광경이지만, 글의 이 부분을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뚝배기에 코를 박고 국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게 된다.

지레짐작과는 달리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고추가 들어가 있어 뒷맛이 매콤하다. 무릇 주당이라면 보온병에 담아 수시로 홀짝홀짝 마시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해장음식이다. (25쪽)

이 사람은 적어도 음식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여간 잘 먹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글은 나올 수가 없다.

그는 직접 맛보고 느낀 그 맛을 정직하고 담박하게 서술해내고 있을 뿐이고,

그걸 읽고, 읽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해장되는 묘한 경험을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까 말이다.

 

우선 개인별로 제공되는 뚝배기의 크기부터가 흡족하다. 째째한 규모의 탕기(湯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생각보다 살이 많은 도톰한 가자미에 김치, 호박, 두부, 무, 미나리 등을 넣고 맹렬하게 끓여내는데 단맛과 매콤한 맛의 조화가 압권이다. 양념에서 비롯되는 칼칼함이 먼저 혀와 목구멍을 치고 지나가면, 이내 호박이 내어주는 단맛이 뒤따라온다. 기본 찬은 그날그날 조금씩 달라지는데 직접 겪어본 김치, 시금치, 멸치볶음, 달걀말이, 다시마쌈, 무나물 등이 하나같이 깔끔했다. 전체적으로 짜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33쪽)

이런 글은 또 어떤가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내가 노중훈에게 제대로 감동을 받은 대목은 이 부분이다.

그때도 노(老) 주방장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고, 많은 손님 치르는 것을 힘겨워했다. 몇 년 사이 단골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할아버지의 건강은 더 나빠졌다. 자연히 영업시간은 짧아졌고, 칭송이 자자한 정탁 요리(1인당 얼마의 금액을 내고 맛보는 예약 코스 요리)도 사라졌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식사 메뉴는 아내가 대신 웍을 잡고 내오기도 한다.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할아버지를 주방에서 놓아드려야 할지도 모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의 입이 즐거운 것보다 당신의 건강이 우선이다. 미리 고개 숙여, 허리 굽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77쪽)

 

이 책의 겉표지에 보면,

허름해도,

불편해도,

멀어도 상관없다!

맛있으면 다 괜찮다!

라고 되어 있다.

난 허름해도, 불편해도, 괜찮지만,

일부러 멀리까지 맛있는걸 찾아 다니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노중훈의 이 책처럼 적당히 따뜻한 것이 힐링이 된다면 또 애기는 달라진다, ㅋ~.

 

이 책에 소개된 104개의 인생식당 중에서 내가 가봤던 곳은 한 10개나 될까, 명함을 내밀기가 민망하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가 볼 곳이 그렇게나 무궁무진하다는 얘기가 된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워가질 수 있다는 거다.

책 앞표지 제목 밑에 이런 그림이 있다.

글처럼 그림도 맹숭맹숭 슴슴하다, ㅋ~.

 

한번 보고 치워버릴 책이 아니다.

곁에 두고,

술 당기는 날, 혼자인 날, 위로받고 싶은 날이어도 좋고,

그렇게 그렇게 마음에 위안이 필요하다 싶은 날,

아무데나 손에 잡히는 대로 펴고 읽으면된다.

그것도 번거로운 날은, 책 뒷장을 펴면 된다.

그와 파트너 격인 박찬일이 쓴 추천사만으로도 맛깔진 것이 위로가 제대로 되니까 말이다.

 

노중훈을 처음 만나면 사람들이 묻는다. "요새 뭐가 맛있어요?" 나는 다른 걸 묻는다. "장가 언제 가냐?" 그는 독신 먹보다. 돈 벌어서 다 먹어치운다. 그렇게 먹은 이력으로 다시 돈을 벌고 또 먹는다. 먹어치운다. 그와 나는 많이 먹었다. 내가 음식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동안 그는 그냥 섭취에 열중한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아, 살 것 같다 선배." 그는 진짜 잘 먹는다. 서울에 나타난 가르강퀴아다. 여행작가 세계의 김준현이다. 그는 특유의 먹는 기술을 갖췄다. '선수'다. 일단 밀어 넣듯이 먹은 후에 술을 부어서 밀도와 농도를 낮춘다. 희석되어 포만감이 낮아지면 다시 먹는다. 그의 몸에 퇴적된 음식의 종류만큼 그가 쌓은 식당의 수도 상당하다. 그런 그가 골라주는 식당이라니ㆍㆍㆍㆍㆍㆍ. 앞으로도 나는 그와 함께 수많은 식당을 다니며 음식을 먹어볼 것이다. 중훈아, 오래 살아서 더 먹자. 더 마시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말, 함께 외치자. "인생 뭐 있어!"_박찬일(요리사 ㆍ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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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9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12:32   좋아요 1 | URL
앗, 한발 늦었다...하고 검색해보니,
박찬일의 ‘미식가의 허기‘는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모음이네요,
일단 찜해놓고, 천천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12-1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0 09:07   좋아요 1 | URL
저 노중훈이라는 분의 토요일 아침 7시10분부터 MBC라디오에서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분입니다.
말본새가 수더분한것이, 나오는 게스트들에게 판을 마련해줘 하고싶은 얘기를 맘껏 하게 하더군요.
그래도 여행지 풍경이나 음식의 맛을 표현해내는걸 보면 참 섬세해요.
닮고 싶어요~^^

어찌되었건 모든걸 책으로 해결하려드는 저는 포만감도 입이 아니라 눈으로 해결하려 드나 봅니다.
하긴 요즘은 먹기만하면 배둘레햄이 되는지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긴 하지만요~ㅠ.ㅠ

북프리쿠키 2016-12-19 13:16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에세이같아요.
여성특유의 감성에 털털함까지.게다가 비평가의 면목도 문득문득 느껴집니다.
논리적인데 글이 따뜻하고요.
감성적인데도 절제미가 있어요.
1일1그림에 에세이를 곁들인 책 한권 내시면
바로 주문의향있습니다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12-20 09:09   좋아요 1 | URL
우와~, 이 댓글 너무 좋아요.
제가 들은 최고의 상찬인 것 같아요.
제가 책을 낼 생각은 없지만서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마음을 다잡을때마다 써먹으려구요.

내가 말야, 책을 안 내서 그렇지 말야.
책 내면 쿠키님이 바로 주문할 의향이 있다고 했어~~~~!!!
이러구 말예요, ㅋ~.

으쓱으쓱~^^

서니데이 2016-12-19 14:18   좋아요 1 | URL
미식인생을 사시는 분이네요. 조금 부러워요.^^
양철나무꾼님, 오늘은 날씨 따뜻해요.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20 09:12   좋아요 2 | URL
왠지 서니데이 님한테는 자꾸만 큰언니가 잔소리 하듯 염려를 하게 돼요~^^

제 나이가 되면 먹고싶어도 건강 상의 이유로 자제해야 할게 많아져요.
여기서 조금 더 지나가면 먹고싶은게 하나도 없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답니다.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리세요~^^
 

오늘도 손철주다.

내 서재 검색창에 '손철주'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니, 9개의 마이페이퍼와 4개의 리뷰가 뜬다.

내가 손철주를 좋아하긴 좋아하는 모냥이다, ㅋ~,

앞으로도 '손철주'는 내게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레파토리일 것 같다.

요번 책 같은 경우도, 그동안 손철주의 전작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별반 새로울게 없는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그 내용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해내면 손철주가 고수가 아닌거라.

같은 그림, 같은 시, 같은 레파토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이렇게 저렇게 다른 얘기들로 탄생시키는데,

그 접근 방식이 신선하다.

암튼 그러하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오늘 내가 필이 꽂힌 꼭지는 '높은 격과 풍류를 살리는 기법'이다.

  현재 심사정의 <송하다음>입니다. 소나무 아래에서 차를 마시는 그림이지요. 술이 아니라 차입니다. 술의 별명과 차의 별명이 있습니다. 술은 망우물(忘憂物), 즉 '근심을 잊게 해주는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물(物)이니까, 물건입니다. 차는 해번자(解煩子), 즉 '번뇌를 풀어주는 귀공자'라고 했습니다. 아들 자(子)를 붙였습니다. 끄트머리에 '자'를 붙이면 공자, 맹자 하는 식의 높임말입니다. 술은 그저 물건에 불과한 속된 것이고, 차는 번뇌를 풀어주는 높은 존재라고 해서 '자'를 붙인 거지요.

  그러니까 풍류와 고격을 살리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술이 아니라 차라는 거죠. 그래서 차를 만신 후를 훨씬 더 높은 풍류의 아취로 분류한 사례가 글과 그림으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도 지금 두 사람이 야외에서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우리 옛 그림 중에는 차를 끓이는 다동(茶童)은 많이 나와도 직접 이렇게 차를 마시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이거 굉장히 귀한 그림입니다.

  차에 담겨 있는 풍류를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혼자 마시는 차에 이름이 있습니다. 술은 혼자 마시면 뭐라고 하죠? 독작이죠. 그런데 차는 혼자 마실 때 뭐라고 그러느냐, 이속(離俗)이라고 합니다. "떠날 이'에 '속될 속'. 둘이 술 마시는 건 대작(對酌)입니다. 둘이 차를 마시는 건 한적(閑寂)이라고 했습니다. '한가로울 한'에 '적막할 적', 우리는 대부분 이속과 한적을 모르고, 독작과 대작을 알 뿐이지요. (일동 웃음) (228쪽)

 

이 뒤의 내용들은 셋이서 술을 마시면 품배(品杯), 차를 셋이서 마시면 '유쾌'라고 한다는데 이미 고요한 차맛은 사라진다는 둥 너스레를 늘어놓는다. 이 이상 더 모여서 마시면 속되게 되어버리는 것이 차의 세계란다.

 

여기서부터 끓는 찻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 따위 고품격 버라이어티 쇼가 아니라, 고품격 풍류가 시작된다.

 

나는 술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저품격이다.

관계와 분위기에 덩달아 마시기는 하지만, 맛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사람도 마음에 맞는 두서너 명 정도가 적당하지,

그 이상이 되면 불안하고 불편하다.

 

암튼, 여기서 그 유명한 손가락으로 그린 '지두법'이 소개 된다.

난 참 이런 쪽으로 문외한이어서,

혈서가 아니고서야 손가락으로 뭔가를 할일이 뭐 있을까, 생각도 못했었는데,

내가 요즘 그림에 관심을 가져 그렇겠지만, 새롭다.

이 그림을 실제로 한번 보고싶은데, 찾아보니 '리움'이다.

사진 속에서, 가 아니라 실제로 접하게 되면 어떻게 달라보일까...생각하니 갑자기 설레인다.

 

오늘의 1일 1그림은 소재를 제공해주신 Agalma님께 아주 미안시렵게,

까뮈의 먼 사촌 '까무룩'정도 되는 것 같다.

어떻게보면 박봉성 만화를 보면 담배 물고 폼잡고 나오는 사람 같기도 하고, ㅋ~.

창피해서 안 올리려다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모든 게 출발한다는 걸 알기에...

후다다다닥~=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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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16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헛 새움출판사 그님이시닷^^;

양철나무꾼 2016-12-16 19:00   좋아요 2 | URL
새움출판사까지 기억하고 게시고, ㅋ~.
감사합니다, 제가 어거지로 꿰어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뭐~.
저 즐겁자고 하는 일이니 이 정도로 만족하렵니다~^^

AgalmA 2016-12-16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까무룩ㅎㅎ 양철나무꾼님은 그리고 싶은 중심에서 바깥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그리는 스타일 아닙니까.
공간에 맞게 전체 비례를 대략 잡고 그리면 저렇게 몰리지 않거든요. 양철나무꾼님 그림보면 몰림현상이 잘 나타나요. 그게 은근 재밌기도 하고.
자유롭고 잘 하려면 비례니 원근이니 일정 규칙을 최대한 익힌 후에 벗어나야 그림이 살죠. 저도 자주 그런 게 성질 나요~_~ 취미생활에선 웃고 즐길 일이지만 일에서는 바로 흠이 되니까.

양철나무꾼 2016-12-16 19:02   좋아요 2 | URL
님, 귀신이네요.
어떻게 아세요, 중심부터 바같으로 그리는 거?

저 이런 댓글을 완전 기다렸습니다.
사부로 모시겠습니다~ㅅ!

AgalmA 2016-12-16 19:15   좋아요 1 | URL
남 취미생활에 지적질인 거 같아 찜찜했는데 기분나쁘게 생각 안 하셔서 다행^^; 잘 그리고 싶어하는 욕심이 보이셔서 조언차~
글 보면 그사람 보이듯이 그림도 그래요. 그 사람의 컨디션, 취향, 성격, 버릇 등등이 훤히 보이죠^^ 손에서 흘러나온 나이니까요.

양철나무꾼 2016-12-16 19:18   좋아요 1 | URL
지적질이라뇨?
결코 기분 나쁘게도 생각지 않습니다.
말 그대러 취미생활인걸요.
다만 엄청 부럽기는 합니다. 샘도 나고...ㅋ~.
맞아요, 그림도 그엏고 글도 그렇고 그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반영해요.
글이 때론 그래서 오해를 살 여지가 있지만,
전 이제 님 취향이나 스탈 이젠 알것 같기때문에 오해 없습니다~ㅅ!

2016-12-1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6 19:04   좋아요 0 | URL
맞다, 제임스 딘.
암튼 이현령 비현령인데...
조 위에 Agalma님 애기들으면,
취미로는 괜찮지만 일에서는 흠이라니까...
전 웃고 즐기는 취미로다가 몰고 가겠습니다~ㅅ!^^

암튼 좋게 봐주셔서 무한영광입니다, ㅋ~.

한수철 2016-12-1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품격입니다. 대신 함께 있는 사람을 ‘중시‘하지요. 그곳이 어디든 사람이 좋으면 어딘들 어떠하리주의자인 것 같습니다.^^

그런 그렇고

카뮈 그림, 정말 마음에 듭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6-12-19 12:10   좋아요 0 | URL
저품격인 것까지 찌찌뽕이시군요~^^

카뮈 그림 마음에 든다고 해주셔서 정말 좋습니다.
제겐 잘 그렸다는 말보다는 마음에 든다는 말이 훨씬 더 좋습니다~^^

서니데이 2016-12-16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사람 얼굴을 막 구기고 있어요. 나중에 미간에 자국 남겠네요.
양철나무꾼님 좋은밤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19 12:12   좋아요 1 | URL
미간에 저 주름이 별로 안 좋대요.
카뮈가 요즘 살았다면, 미간에 보톡스 한대 놔 드렸을텐데 말예요~, ㅋㅋㅋ~.

좋은 밤들을 넘어, 또 다른 좋은 아침입니다~^^

CREBBP 2016-12-16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손철주 광팬이에요. 새책도 언넝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6-12-19 12:13   좋아요 0 | URL
어쩜 손철주의 광팬 분들께는 내용은 새로운 것이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떤 광팬들은 소장은 물론, 꼼꼼이 읽어줘야 직성이 풀리죠~^^
즐.독.하세요~^^


cyrus 2016-12-1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꾼님이야말로 진정한 손철주 마니아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9 12:15   좋아요 0 | URL
마니아란 말이 호ㆍ불호가 명확하다는 말처럼 들려 민망하지만,
그래도 손철주를 비롯한 몇 명은 자랑스러운 것이 뿌듯하죠.
손철주도 그 중에 한명입니다.

단발머리 2016-12-1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까뮈가 좋아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9 12:1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도 ‘좋아요‘해주셨잖아요~^^

북다이제스터 2016-12-1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잘 모르지만, 이 그림은 정말 큰 느낌입니다.
눈과 눈썹 그리고 손가락에서 큰 느낌이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12:19   좋아요 1 | URL
카뮈는 워낙 강한 캐릭이라서,
(agalma님, 표현을 빌리면 멋진 피사체라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됐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모했습니다~ㅠ.ㅠ

2016-12-18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12:26   좋아요 2 | URL
하하~, 그 댓글 좋았습니다.
전 뭐랄까, 님이랑 한뼘 가까워진 것 같아서, 유쾌했는걸요.
마음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사과 받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닌걸요~--;

순오기 2016-12-19 0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까뮈가 우리나라 시국을 보며 얼굴을 구기고 있구나~ 내맘대로 상상해요.
언제 서울가면 연락해야지~ 생각만 하며 올해가 저물어요!!

양철나무꾼 2016-12-19 12:27   좋아요 1 | URL
우와~, 순오기 님이다.
부비, 부비~^^))((^^

그림하면 순오기 님인데,
저 요즘 그림 그리면서, 언제던가 순오기 님이 올려주셨던 나뭇잎 정밀 묘사가 생각났습니다.

살아 있으면, 언제고 만날 날 있겠죠~^^

순오기 2017-01-04 14:50   좋아요 1 | URL
그때 조금 끼적거리다 함께하는 이들이 사라져서 계속하질 못했어요.ㅠ
나도 한때는 화가를 꿈꾸었는데~ ^^

붉은돼지 2016-12-19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꾼 님의 저 작품을 제가 휴대폰의 북플로 처음 봤을 때는 마빡만 보여서
처음 딱 보는 순간, 바로... 아! 까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만....
손가락으로 그림을 밀어올려 온전한 전체 그림을 다 봤을 때의 생각은....
이게....음.....까뮈가 맞나???? 였습니다.....만...

그렇거나말거나....뭐랄까 까뮈의 깊은 고뇌가 느껴지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18:30   좋아요 1 | URL
누군가가 ‘섯다 판의 고뇌‘라고 해주셨는데, 그 제목이 더 근사하지 않습니까여?ㅋㅋㅋ~.

프레이야 2016-12-2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했더니, 까무룩!!이군요 ㅎㅎ
큰웃음 주시는 님, 크리스마스 이브도 웃으며 보내요 ^^

양철나무꾼 2016-12-28 09:11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 부비부비~^^))((^^
잘 지내시죠?
크리스마스 이브엔 집에서 떼굴거리며 아주 잘 보냈습니다.
이젠 산타할아버지를 믿을 애들도 없고 말이죠~.

까무룩으로 님께 큰웃음을 드렸다니 더 더욱 용왕매진하겠습니다.
꾸벅~(__)
 

오늘도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를 아무렇게나 넘기고 있다.

아무렇게나 넘기는 것은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글발(글발이 맞는다지만, 아무래도 '글빨'이라고 해야 제대로 인것 같다.)에 넘어가 부러워 하려던 차에,

보니까 이게 글이 아니라 강연 내용 같은 거라,

글도 잘 쓰고 강연도 잘 하고,

세상 참 불공평한 것 같은지라,

부러움의 차원을 넘어 배가 아파 이래저래 툴툴거리고 있다.

 

사실 난 대통령 탄액안이 통과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일 줄 알았는데, 일사천리이길 희망했는데,

뭐가 되어가고 있기나 하는 건지, 맨날 국회의원들이 목청만 높이고 자기네들 밥그릇 싸움뿐이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할때, ㅋ~.

그러니까 이 책이 읽기가 버거운 게 이런 이유에서이다.

한선국의 '허유와 소부'라는 그림이란다.

이 그림을 놓고 손철주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조선 인조 때 화원으로 활약한 한선국의 이 그림은 '은일의 참된 의미'를 묻습니다. 소부는 허유를 마구 나무랍니다. 대놓고 욕을 합니다.

  "허유, 자네는 참된 은사가 아니네. 자네가 제대로 숨었으면 사람이 찾아왔겠는가. 명예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은근히 기다린 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에 '은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정치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정치를 이롭게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느네, 시민은 과연 누구를 바라봐야 하는 걸까요?(25쪽)

 

어제 저녁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내가 좋아하는 모건 프리먼이 나오는 '쇼생크탈출'을 보게 되었다.

어떤 좋은 영화들은 세월이 지나 다시보게 되어도 좋다.

게다가 스티븐 킹이 원작인 영화라니~.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블루레이] 쇼생크 탈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2월

 

다 보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심상정이 눈에 띄는거다, 채널고정.

여러명의 패널이 나왔는데 다 좋았지만,

'심상정'이 버스킹을 하는게 가장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듯이,

심상정도 그냥 좋아하는 것이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만 대보라고 한다면,

이리저리 돌려말하지 않는 직설 화법 때문인것 같다.

잘 ㆍ잘못 어느 경우가 됐든 쿨하게 인정하는 걸 듣고 있으면,

꽉 막혔던 속이 시원하게 트이는 듯한 사이다 화법이 좋다.

 

그런데, 어젠 심상정도 심상정이지만, 어느 시민이,

"광화문 안 오셔도 돼요, 광화문은 저희가 나가면 되니까, 실행을 해 주세요"
"총선 때만 민심 챙기려고 국밥 먹는 모습 반성하세요"

라고 하는데,

폭풍 공감하겠는거라~!

그 시민을 국회로 보내야 하는건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을뿐이고,

 

하고 싶은 말은,

쇼생크탈출을 인상 깊었던 대사를 인용하여,

"레드, 잊으면 안 돼. 희망은 무엇보다도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결코 죽지 않는 법이야."

 

 

오늘의 1일1그림은~^^

 안 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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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1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는 미소가 심상정 씨와 닮았어요. 잘 그리셨어요. ^^

양철나무꾼 2016-12-16 17: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미술에 조예가 깊으신 cyrus님께 칭찬받으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16-12-1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주인공 얼굴을 잘 몰라서 싱크로율을 측정하기에 어려움이.^^;
양철나무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16 17:55   좋아요 2 | URL
심상정을 모르는 누군가로부터는 절 닮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쳇~(,.)
님도 따뜻한 저녁 드시구요~~^^

겨울호랑이 2016-12-15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만 봐도 심상정의원이라는 걸 알겠네요^^: 멋지세요!

양철나무꾼 2016-12-16 17:57   좋아요 2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용왕매진 하겠습니다.
.
.
.
라고 쓰고 보니 프로필이 귀요미네요.
언제 한번 그려봐도 될까요?^^

겨울호랑이 2016-12-16 18:30   좋아요 1 | URL
^^: 저야 영광이지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16-12-15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닮았네요
심상정의원은 영광이겠어요^^

양철나무꾼 2016-12-16 17:58   좋아요 1 | URL
제가 영광입니다만,
심상정 의원 님에겐 결코 뵈드리고 싶지 않습니다여~ㅜ.ㅜ

yureka01 2016-12-15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보자마자 심블리 누님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6-12-16 18:00   좋아요 1 | URL
님이야 예술을 하시는 분이니까, 눈썰미가 있으시잖아요~^^
심블리누님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6-12-16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풍선 하나 추가하면 만평수준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9 12:45   좋아요 1 | URL
아웅~--;
이 댓글을 이제 봤네요, 죄송~(__)

이젠 만평으로까지 기세를 확장시켜 볼까 하다가,
연말이라 바빠지기도 하고 소재도 고갈되고,
‘여수장우중문‘시를 떠올리며,
겸사 겸사,
족한줄 알고 그만하려고 하는데 말입니다~ㅠ.ㅠ
 

한해의 끝이라 상실감 때문에 그런가, 또 책을 들이고 있다.

예전처럼 대책 없이는 아니고,

일단 3권을 들였다.

 

'소소하게, 독서중독'의 리뷰를 쓰며 '부쳐먹다'를 언급하다가,

김선우의 시 '부쳐먹다'가 생각났다.

 

부쳐 먹다

            - 김선우 -

강원도 산간에 비탈밭 많지요

비탈에 몸 붙인 어미 아비 많지요



땅에 바싹 몸 붙여야 먹고 살수 있는 목숨이라는 듯

겨우 먹고 살만한

'겨우' 속에

사람의 하늘이랄지 뜨먹하게 오는 무슨 꼭두서니빛 광야같은 거랑도 정분날 일 있다는 듯



그럭저럭 조그만 땅 부쳐먹고 산다는 ……
부쳐 먹는 다는 말 좋아진 저녁에

번철에 기름 둘러 부침개 바싹 부치고

술상 붙여 그대를 부를래요

무릎 붙이고 발가락 붙이고 황토빛 진동하는 살내음에 심장을 바싹 붙여



내 살을 발라 그대를 공양하듯

바싹 몸 붙여 그대를 부쳐 먹을래요

 

                시집<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권인수의 다빈치 드로잉
 권인수 지음 / 투데이북스 /

 2016년 11

산 책세 권 중엔 '권인수의 다빈치 드로잉'을 제일 먼저 넘겨보았다.

역시나 좋다.

요즘 산 그림 관련 책 중에 최고인것 같다.

 

책이랑 상관없는 사람에 관한 얘기인데, 전혀 책이랑 상관이 없지도 않으니 끄적여 본다.

내가 알라딘 서재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알라디너들이 좋아서 였다.

그들(그 또는 그녀)과의 이런 독서 관련 네트워킹이 좋아서 였다.

내가 그들(그 또는 그녀)의 서재에 가서 표나게 호응을 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하지는 못 하더라도,

마음 속에서는 그러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그 (또는 그녀)의 서재의 글들을 보면,

뭐랄까,

하나를 맺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라,

계속 주변을 맴돌고 서성이는 것 같다.

이건 서재의 글들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통로를 통해서 그의 사생활을 알거나 하는게 아니니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제 누군가의 서재에 '침잠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겠다'고 했더니,

침잠해도 숨쉬러 떠오를 날이 있을거라고 하던데,

침잠은 숨쉬러 떠오를 날이라도 있지만,

맴도는 것은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게다가 그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차원을 넘나드는 것이라면 더더욱.

시작점을 기억하고 있을테니,

맴을 돌더라도 점점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리라 믿어본다.

아니, 믿는다.

 

오늘의 1일1그림 제목은 '바람을 맞으셨군요'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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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4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5 16:59   좋아요 1 | URL
제가 엉.뚱.한거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요즘 눈이 쉬 피로하고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그렇지~--;
소싯적의 엉.뚱.함이 지금의 절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천재도 아니고, 부자도 아닌, 평범한 우리네들은...
꾸준함 말고는 빽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님 말 듣고 보니 더 그럴듯 합니다.
빌린 밭이고, 임차한 논~.
근근히 부쳐먹는다고 하지요.

양계장도 아니고, 양계 회사씩이나 되는데 닭을 부쳐먹긴 힘들죠~!

서니데이 2016-12-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조금 춥지 않으셨어요.
제목을 봐서 그런지, 머리카락에서 바람 흔적이 약간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12-15 17:00   좋아요 1 | URL
완전 날림 그림인데 바람의 흔적이라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은 댓글도 완전 센스있으십니다.
센스쟁이~~~~^^

AgalmA 2016-12-14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초상화에 관심이 많으신 거 같은데, 멋진 피사체 까뮈도 그려 보시죠^^ 소재 제공ㅎ

양철나무꾼 2016-12-15 17:02   좋아요 0 | URL
네, 전 초상화에 관심이 많아요.
왜냐하면 사람을 보더라도 관상을 좀 열쉬미 보는 편입니다.
특별히 관상을 보는 재주가 있는건 아니지만,
경우의 수로 하나가 되는 묘한 이치를 터득했달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