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이라 상실감 때문에 그런가, 또 책을 들이고 있다.
예전처럼 대책 없이는 아니고,
일단 3권을 들였다.
'소소하게, 독서중독'의 리뷰를 쓰며 '부쳐먹다'를 언급하다가,
김선우의 시 '부쳐먹다'가 생각났다.
부쳐
먹다
- 김선우 -
강원도 산간에 비탈밭 많지요
비탈에 몸 붙인 어미 아비 많지요
땅에 바싹 몸 붙여야 먹고 살수 있는 목숨이라는 듯
겨우 먹고 살만한
'겨우' 속에
사람의 하늘이랄지 뜨먹하게 오는 무슨 꼭두서니빛 광야같은 거랑도 정분날 일 있다는
듯
그럭저럭 조그만 땅 부쳐먹고 산다는 ……
부쳐
먹는 다는 말 좋아진 저녁에
번철에 기름 둘러 부침개 바싹 부치고
술상 붙여 그대를 부를래요
무릎 붙이고 발가락 붙이고 황토빛 진동하는 살내음에 심장을 바싹 붙여
내 살을 발라 그대를 공양하듯
바싹 몸 붙여 그대를 부쳐 먹을래요
시집<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권인수의 다빈치 드로잉
권인수 지음 / 투데이북스 /
2016년 11
산 책세 권 중엔 '권인수의 다빈치 드로잉'을 제일 먼저 넘겨보았다.
역시나 좋다.
요즘 산 그림 관련 책 중에 최고인것 같다.
책이랑 상관없는 사람에 관한 얘기인데, 전혀 책이랑 상관이 없지도 않으니 끄적여 본다.
내가 알라딘 서재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알라디너들이 좋아서 였다.
그들(그 또는 그녀)과의 이런 독서 관련 네트워킹이 좋아서 였다.
내가 그들(그 또는 그녀)의 서재에 가서 표나게 호응을 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하지는 못 하더라도,
마음 속에서는 그러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그 (또는 그녀)의 서재의 글들을 보면,
뭐랄까,
하나를 맺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라,
계속 주변을 맴돌고 서성이는 것 같다.
이건 서재의 글들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통로를 통해서 그의 사생활을 알거나 하는게 아니니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제 누군가의 서재에 '침잠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겠다'고 했더니,
침잠해도 숨쉬러 떠오를 날이 있을거라고 하던데,
침잠은 숨쉬러 떠오를 날이라도 있지만,
맴도는 것은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게다가 그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차원을 넘나드는 것이라면 더더욱.
시작점을 기억하고 있을테니,
맴을 돌더라도 점점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리라 믿어본다.
아니, 믿는다.

오늘의 1일1그림 제목은 '바람을 맞으셨군요'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