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어디까지 해봤니?

 

노중훈의 '식당골라주는 남자'를 보면 7번째 테마 제목이 '혼자라도 괜찮아'이다.

아무리 '혼술과 혼밥'의 시대라고 하지만,

난 아직까지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음식을 시켜먹을 배짱을 가지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 식성이 좀 일반적이어서 두루두루 어울려 먹으러 다니면 될텐데,

편식이 민망할 정도로 심하니,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 힘을 실어준 사람이 있었으니,

노중훈은 '혼밥 내지는 혼술 불가'에 대해서 개인의 성격만 탓할게 아니라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면 몇 명이냐고 묻고, 그에 따라 자리를 안내하는 것도 그렇고,

1인용 메뉴가 아예 없는 메뉴판도 그렇다.

 

그런데, 이 일곱번째 '혼자라도 괜찮아' 꼭지를 보게 되면 혼자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곳이 등장한다.

심지어 3인 이상 입장 불가인 곳까지 있다.

 

언젠가 N 대형 포털의 포스트에서 이곳을 소개하는 걸 본적이 있다.

 

세 명이상의 일행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8세 미만의 어린이나 영유아도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입구에 설치된 벨을 누르고 인원수를 말하면 안에서 문을 열어준단다.

 

불친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ㅋ~.

 

메뉴판에는 이런 문구가 부착되어 있단다.

'다른 분들을 위해 과도한 흥분과 고성은 조금만 참아주세요.',

'기대하시는 친절은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따뜻한 밥이 있습니다.' 떠위,

이전에는,

'우리는 친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영업 중 스태프는 손님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취재나 인터뷰 요청은 받지 않습니다.' 등의 좀 더 냉랭한 문구가 가게 안팎에 붙어 있었단다.

 

이곳 식당은 바 형태로 되어 의자가 10여개 놓여있는 구조라는데,

말만 들어선 '심야식당'이 떠오르고, '심야식당'의 그 쓸쓸해보이던 마스터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고,

이게 이 가게의 영업전략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좀 뭐랄까, 심기가 불편하다.

아무리 맛이 있더라고 불편해하면서 무언가를 먹고싶지 않다.

 

손님 접대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비축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전념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런 안내 문구를 집어넣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혼자놀기의 달인인 내가 혼술과 혼밥을 못하는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식당 골라주는 남자
 노중훈 지음 / 지식너머 /

 2016년 12

 

내가 '노중훈'에 팔려있는 사이, 박찬일 님 또한 책을 내셨다.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엮었다는데,

아무려나 당근 좋을 것이고,

군데군데 한번씩 읽은 글들이 등장하더라도, 책으로 구매해줘야 맛이겠다, ㅋ~.

 

 

 

 미식가의 허기
 박찬일 지음 / 경향신문사 /

 2016년 12월

 

실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거였다.

혼자서 무엇인가 하는 걸 택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걸 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유의지이다.

 

같이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서 눈치보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하는 일을,

또 다른 눈치를 보면서 할 필요는 없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오늘의 1일 1그림은 올리기가 좀 망설여졌다.

내 자신이나 어른들,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을 그리면서는 아무리 뭉개지거나 나같지 않아도 재미있었는데,

어린이를 그리다보니 조심스러워 졌다.

내가 동심을 훼손하는 듯 여겨졌달까?

(내가 그럼 그렇지~--;)

오늘도 좀 뭉개진 듯 하다.

내 사사로운 재미에 너무 의욕이 앞선것 같다, 자중해야 겠다.

 그리고 봤더니 왠지 '브로콜리 너마저'의 자켓 사진을 닮은듯도 하다, ㅋ~.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6-12-19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양철나무꾼님 감사합니다. 다만, 조금 무섭워 보이긴 하네요 ㅋㅋ 예쁘게 봐주시고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20:50   좋아요 2 | URL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리다보니 좀 그리 됐는데 수정방법을 모르겠더라구요. 다음번엔 더 잘~!^^

겨울호랑이 2016-12-19 21:07   좋아요 1 | URL
^^: 에고 저는 그림 엄두도 못내는 걸요. 양철나무꾼님의 1일 그림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저도 더 예쁜 사진 올려 양철나무꾼님의 창작의욕을 지펴드리겠습니다 ㅋㅋ 편한 밤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20 09:20   좋아요 2 | URL
그동안의 제 삶이 짱짱한 고무줄 같았어서 좀 말랑말랑해져 보려고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따님, 그림은 말이죠.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제 실력부족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죠기~ 밑에 쿠키 님 댓글에 덧글도 있고 하여 실토하자면,
노력은 엄청 했습니다.

첨엔 헬멧 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부지런을 떨었는데,
아뿔사, 담날 보니까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더라구요.
새초롬한 단발머리 아가씨를 그려볼까 했는데,
좀 어두워서 경계가 잘 안 보이고,
확대를 하니 해상도가 떨어져서 뭉개지더라구요.
그래서 기억을 되새겨 그네 타던 그 사진(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이 생각나 그리게 되었습니다.
노력을 안 해본건 아닌데 그리 되어버려서,
좀 우울하답니다~ㅠ.ㅠ

겨울호랑이 2016-12-20 09:24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입니다. 연의의 특징을 잘 잡아주셨어요. 양철나무꾼님 우울해하지 마세요. 모든 삶이 과정이잖아요^^:

서니데이 2016-12-1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아는 어린이인줄 알고 댓글을 썼는데, 어디서 본 어린이 같긴 했지만 겨울호랑이님 댁 따님인 줄은 몰랐네요.^^;

겨울호랑이 2016-12-20 08:04   좋아요 2 | URL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바로 제 딸을 알아보는 것을 보면 저도 아빠는 맞는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0 09:2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결국 연의 어린이랑은 하나도 안 닮은 새로운 인물이 탄생했지만~(,.)
그래도 모델은 연의 어린이랍니다~ㅠ.ㅠ

북프리쿠키 2016-12-19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미안합니다ㅎㅎ 댓글을 보고서야 겨울호랑이님 따님의 사진이 떠올랐는데
순간 빵 터졌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12-20 08:07   좋아요 3 | URL
^^: 사실 제 아이가 짱구라 여름에는 윗이마와 아랫이마 색이 달라요... 그림에 이런 미묘한 묘사가 잘 되어 있어 양철나무꾼님께서 작은 사진을 많이 들여다 보시고 그림을 그려주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깊이 감사하고 있답니다. 만약 제가 그린다면 의도하지 않은 피카소 그림이나 몬드리안 그림이 될 거 같아요..ㅋㅋ

양철나무꾼 2016-12-20 09:25   좋아요 2 | URL
쿠키님께 큰 웃음을 드렸다니 제가 다 뿌듯합니다.
이 참에 풍자화가 따위로 장르를 갈아타 볼까 합니다.
음화화화~^^

푸른희망 2016-12-19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에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보면 부끄럽다는 말은 있는데 아침에 쓴 댓글이 밤에 보니 부끄러워지는 경험을 했드랬지요.
나름 우아하고 고상하고 교양있는 녀자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나도 모르게 섯다 같은 단어가 나와서,, ㅎㅎ
우리 친해진거 맞죠? ^^

양철나무꾼 2016-12-20 09:29   좋아요 1 | URL
그동안의 제가 좀 손끝으로 떨어내는 스탈이어서 그리 보였나 봅니다.
근데 실상의 전 좀 대책없고 푼수같은 면이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편하게 막대해 주셔도 좋습니다~ㅅ!

친해진거 맞죠?- 당근, 말밥이죠~^^

2016-12-19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0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12-19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르게 생각해 보면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또 불합리한 소위 ˝친절˝을 기대하는 갑질사회를 살고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하네요. 손님은 왕인 이상한 윤리 때문에 감정 노동까지 강요하는 사회에 얼마나 지쳤으면 저런 팻말을 쓸까(우리는 친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싶기도 해요. 미국에선 팁을 받으려고 친절을 파는 게 적나라하게 눈에 보여 오히려 지나친 친절 쓸데없는 말걸기가 불편하던데, 어찌되었던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인격적으로 동등한 사회 알바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라도 반말 찍찍하며 이거 저거 요구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6-12-20 09:53   좋아요 1 | URL
CREBBP님 말씀을 듣고보니 그렇겠구나 수긍을 하면서도,
그런데 또 한편으론 님이 예로들어주신 저런 상황에서 비롯된 팻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