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포스팅한 글에 등장한 내 친구가 이번엔 내가 사는 곳으로 왔다.

다음 주에 21일간의 예정으로 인도에 간다고 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고 생태나 환경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니 그런 쪽으로 돌아본다고 했다.

후원하고 있는 농장도 방문한다고 했다.

가기 전에 함께 점심이나 하자고 했더니 부부가 함께 왔다.

우리 부부랑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세상에서 제일 큰 찻집으로 갔다.

동해가 다 찻집의 일부분이다.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이삼 분밖에 걸리지 않는 이 찻집을 나는 사랑한다.

1500원을 주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동해 바다를 마음껏 즐겨도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

바다는 맑고, 하늘도 푸르다.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오니 파도의 포말도 선명하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파도는 오늘도 변함없이 다가왔다가 사라져간다.

여행객들은 휴게소 찻집에서 내려가 바도치는 바닷가를 거닐기도 한다.

 

남자들은 안에서(어째 남자들이 더 추위를 탄다) 여자들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커피를 마셨다.

내 친구는 아마 여행을 다녀오면 나침반을 하나 더 얻어와서 더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아마 아름다운 나이테도 하나 더 갖게 되겠지.

 

여행가는 친구를 위한 선물

 

살아가노라면 고치고 바꾸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변함없이 한결 같아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나의 뿌리깊은 '고지식함'일 것이다.

 

파도는 변함이 없다.

때로 속삭이면서, 때로 노래하면서, 때로 울부짖으면서, 때로 깊이 포효하면서 해변을 향해 오지만 언제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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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바다
좋은 동무
좋은 하루
마음껏 누리셔요~

gimssim 2012-01-07 20:12   좋아요 0 | URL
그래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하양물감 2012-01-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큰 찻집...환상적이에요. 전 싸구려 믹스커피를 제일 좋아하고,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는것도 즐기니 그 큰 바다를 품기엔 너무 작은 가슴이네요.. ㅋㅋ

gimssim 2012-01-09 18:50   좋아요 0 | URL
믹스커피의 절묘한 비율은 우리나라를 따라갈 나라가 없다네요.
요즘은 '프림'이 좀 걱정되기는 합니다먄 저도 믹스 커피를 즐긴답니다.
 

지난 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는지 새해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이 침침했다.

몸의 말은 마음이 듣고, 마음의 말은 몸이 듣는다.

그런데 마음은 슬쩍 속일 수 있어도, 몸은 절대 안된다. 정직하다.

안과에 갔더니 더 나빠진건 아니란다. 몸의 기력이 떨어졌으니 일시적인 현상이란다.

그래도 칼을 삤으니 허공만 가르다가 칼집에 도로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줌마의 자존심이다.

아니, 부부 간의 기 싸움이다.

삼십 년간 '돈' 보기를 '돌'보는 것처럼 하던 남편이 작년에는 가계부 검사까지 했다.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지만 남자의 자존심인지 한마디 했다.

"좀 더 아껴써."

물론 남편의 마음을 안다.

웬만해서 감탄사를 잘 쓰지 않는 남편이지만 가끔하는 감탄문이 있다.

"오래 살았더니 마누라가 아니고 귀신이네!"

올해로 결혼 삼십주년을 맞는다.

그만큼 살다보면 남편의 속마음을 훤히 읽을 수 있다.

 

남편이 돈에 대해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은 우리 세대가 기대하지 못했던 '평균수명'  탓이다.

'재수없으면' 백 살까지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은퇴 후, 살아야 할 시간이 너무 긴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후 세대, 경제발전을 이루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들이 아닌가.

우리가 사회에 나왔을 때는 노후준비란 말조차 없었다.

암보험 조차도 십 년 넣고 이십 년 보장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연금도 있고, 국민연금도 있으니 살아가기는 하겠지만 남편은 가장으로서 기실 걱정이 되는 일일 터이다.

나도 물론 알뜰하게 살림을 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싫다고 버티는 중이다.

여기가 남편과 나의 충돌지점이다.

 

아무튼 칼을 그냥 집어넣을 수는 없어서 안경점에 갔다.

상식의 틀을 깨자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이어서 내 수준에서 소심하게 상식의 틀을 깨는 안경을 새로 맞췄다.

며칠을 새로 맞춘 안경을 쓰고 다녔지만 남편은 안경이 바뀐 것조차도 모른다.

그러면서 아껴쓰라는 말은 왜하는 지 모르겠다.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면서...

 

페이퍼를 쓰기 위해 그동안 썼던 안경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맨 앞의 것이 새로 맞춘 안경이다.

빨간색 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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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1-05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고 싶지 않은 사람 여기 하나 추가요!!
저도 남편이 저더러 가게부 한번 보자는 섬뜩한 이야기를 지난 연말에 들었네요.
정말, 제 옷 하나, 화장품 하나 사지 않은 한해였어요. 그래도 빠듯한 건, 물가탓? ^^;

gimssim 2012-01-06 08:00   좋아요 0 | URL
아마 더욱 어려워진 경제 탓인 것 같아요.
제 주위에도 얘길해보니 우리와 비슷한 집이 여러 집있더라구요.
제 친구는 오르지 않는 것이 딱 두개 있는데 아이 성적하고 남편 월급이라고 푸념을 하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끝까지 살아봐야 하는 것을.
하양물감님.
힘 냅시다!

hnine 2012-01-0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예뻐요 저 빨간 뿔테.
나도 다음엔 저런 형으로 해야겠다 결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안경테를 새로 할 일이 거의 없어요. 가끔 바뀌는 시력에 맞춰 안경알만 바꿀 뿐이지요 ㅠㅠ

gimssim 2012-01-05 16:35   좋아요 0 | URL
이런이런~~~
나라 경제도 생각해 주세요.
사실 테는 별로 비싸지도 않아요.
제 것도 테는 만 원, 알은 삼만 오천 원.

하늘바람 2012-01-05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결혼 30주년이요?
왕 선배님이시네요
30년 사련 어떤 기분일지.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건강하고 하루하루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했으면 합니다

gimssim 2012-01-05 16:36   좋아요 0 | URL
결혼 30주년요?
한 서른 번 쯤 읽은 소설책 같지요.
재미 없는 부분은 그냥 넘어갑니다. ㅎㅎㅎ.

울보 2012-01-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이 10년 꽉 채웠습니다 저도 더 살면 님의 여유를 배울까요,,

gimssim 2012-01-05 16:36   좋아요 0 | URL
아! 좋은 시절을 사시고 계시군요.
나 돌아갈래애애애~~~~

마녀고양이 2012-01-0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신랑과 제가 그래요...
신랑은 앞날을 걱정하면서 가능하면 돈을 쓰는 것을 줄이려 하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 중요하다, 하면서 여행을 무척 가고 싶어하거든요.

만일 열심히 아끼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너무 아쉽잖아요.
저희 고모부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셨는데, 60 넘자마자 중풍이 오셨어요. ㅠㅠ
저는 적당하게 아끼고, 적당하게 쓰면서 두루 경험하면서 살래요.

중전언니께서 이 부분은 옆지기님을 이기시기를!

gimssim 2012-01-05 16:4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방법은 있어요.
저희부부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일박이일 여행 갑니다.
당일치 밥은 집에서 해결해 가고, 이튿날 아침은 빵, 주스.
점심은 제대로 먹고, 저녁은 집에서 해결하죠.
둘 다 먹는 것에 목숨걸지는 않고, 여행은 좋아하니 그런대로 괜찮은 방법이에요.

순오기 2012-01-06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한 안경 멋진데...나는 쓸 수 없어요.
저는 콧등이 낮아서 안경이 자꾸 내려오기 때문에...안경 다리 위쪽으로 안경알이 있어야 좋거든요.

순오기 2012-01-06 06:49   좋아요 0 | URL
아, 참~ 출근하는 남편 보듬고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이건 아직 못했어요.ㅋㅋ

gimssim 2012-01-06 07:07   좋아요 0 | URL
얼떨결에 맞춘 안경인데 제 맘에 들어서 오래 쓸 것 같습니다.
5학년인데 빨간 뿔테 안경이라...그래도 제 맘에 흡족하니 그냥 넘어갑니다. ㅎㅎ

숲노래 2012-01-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앞으로도 알뜰살뜰
좋은 살림 꾸릴 수 있으리라 믿어요~

gimssim 2012-01-06 19: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변함없이 사는 것이 행복이겠지요.

프레이야 2012-01-0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 결혼 30주년이요? 전 아직 6년 남았네요.
재수없으면 백살까지..ㅋㅋ 사실 끔찍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라는 조건이 붙어야
그게 좋은 거지, 아니라면 정말 재수 없는 게 되겠네요.ㅎㅎ
요새 저도 노안 비슷한 증상이 오는지 눈이 많이 피로하고 잔글씨가 잘 안보여요.
안경을 조만간 해야할 듯해요.

gimssim 2012-01-07 20:24   좋아요 0 | URL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오래 살아야 될지도 모르니 지금부터라도 몸을 소중히 여기며 잘 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올해의 실천사항 중의 '신체 각 부분에게 말걸기'도 있어요.

손을 비벼 열을 내어 가끔 감은 눈 위로 대어주세요.
피로가 빨리 풀린답니다.
 

오늘이 4일이니까 새로이 결심할 때가 되었다.

나는 4일 단위로  결심하며 한해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행동강령 중에 '매일 한 번 이상 큰 소리로 웃기'가 있다.

오늘 새벽기도 갔다와서 읽다만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혼자 '빵' 터지고 말았다.

 

-  악어 옆을 다 지나갈 때까지는 악어를 절대 '긴 주둥이'라고 부르지 마라 -

자메이카 속담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정신줄 놓은 여자인 줄 알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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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1-0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같이 빵 터졌어요. 아들이 학원 다녀와서 몸 녹이고 있는데 엄마가 왜 저러나 할거에요.ㅋㅋㅋ

gimssim 2012-01-04 21:26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전염은 좋은거죠?
좀 웃고 살아야겠어요.
이거 결심한 겁니다.
결심했다고 쇠고랑 안찹니다.
경찰출동 안해요! ㅋㅋ

이진 2012-01-0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으면서도 절실한 문구에요 ㅋㅋㅋㅋㅋㅋㅋ

gimssim 2012-01-04 2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살아가면서 절실한 문제죠.
좋은 밤 되세요^^

2012-01-0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해인사

 

예수쟁이라 2011년 밤 11시에 예배당에 갔습니다.

12시, 가는 2011년을 보내고 2012년을 맞았습니다.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세월이라는 것, 시간이라는 것도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뒤는 그만 잊어버리고 앞을 향해 달려가야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죽을만큼 힘들었던 2011년이어서 새해 2012년은 좀 품위있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원하는 일도 해가면서...무엇보다 하나님의 은총을 풍성히 받으면서...

그리고 또 하나 희망사항은 예수쟁이인것이 부끄러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책도 부지런히 읽고, 사진도 부지런히 찍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 돈도 부지런히 벌구요.

삼일마다 작심을 해가면서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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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0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1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1-0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교회를 가서 피아노를 치고 왔더니 오늘 너무너무 피곤하더군요..
중전님! 2012년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imssim 2012-01-01 21:54   좋아요 0 | URL
네에~ 소이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2-01-0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교회를 방학(폐교)한지가 오래다 보니 송구영신 예배조차도 잊고 사네요.ㅜㅜ
다시 마음에 불이 당기는 날을 기다리지만...저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2012년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사진 많이 찍으시고~~~~~~ 두루두루 복 받으셔요!^^

gimssim 2012-01-01 21:5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그 당당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분명 마음에 불이 당기는 날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행복한 2012년 되세요^^
 

 

*** 한겨레 신문에 제 글이 실렸어요. 서재님들께 자랑질합니다. 그리고 글을 자주 올리진 못해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어요(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게으름을 변명해 봅니다). 

시베리아를 녹인 밥심

중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 매일 학교 도서관에 가서 온종일 책을 읽었다. 꿈 많은 사춘기의 여학생은 이광수의 소설 『유정』을 읽고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다. 최석과 남정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마지막 무대였던 바이칼 호수의 장면을 잊을 수 없었기에...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었지만 동서냉전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당시 소련 땅에 가는 것이 그야말로 꿈같은 소리였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단발머리 중학생 때 꾸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려 35년이 지나서 나는 바이칼 호수로 가는 대장정에 올랐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세 시간 쯤 날아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갔다. 두꺼운 겨울옷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공항을 나섰지만 시베리아의 바람은 생각보다 힘이 세었다. 일행 모두가 입김이 얼어붙어 만들어진 산타클로스 눈썹을 달고 동태처럼 꽁꽁 얼어서 이북사람이 운영한다는 한식당에 갔다. 1960년대 우리 어머니들이 즐겨 입었을 것 같은 한복을 입은 여성 나와서 <반갑습니다>를 비롯한 여러 곡의 북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마 남한 동포인 우리들을 위한 특별순서인 것 같았다.
미리 예약을 해두어서 자리에 앉자 음식이 나왔다. 낯선 음식이었다. 곰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맹물도 아닌, 멸치 다시국물 같은 국물에 단단하게 여며진 공기밥을 넣고 잘게 찢어서 양념한 닭고기와 잔치국수 고명을 얹은 것이었다. 닭고기는 잘 보이지도 않았고 맛도 밍밍해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비우고 난 이후에나 내린 결론이었다. 입이 거의 얼어붙기 직전이었던 우리들은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인 양 맛있게 먹었다. 그 따스함 때문에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행복함이 몰려왔다.
영하 삼사 십 도의 추위에 맞서고자 겨울 여행을 택했지만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기도 전에 시베리아의 매서운 바람에 잔뜩 겁을 먹고 주눅이 든 우리들을 단숨에 녹여준 것은 바로 온반(溫飯)이었다. 이름 하여 ‘따뜻한 밥'이다. 온반으로 추위를 녹인 우리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사람은 역시 밥심으로 산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그때의 향수 때문에 온반을 하는 곳을 알아보았더니 우리가 먹었던 그런 것은 아니고 이북만두와 당면, 팽이버섯, 양념한 닭고기 등을 푸짐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인, 영양과 맛을 첨가한 온반들이어서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보름 동안의 겨울 시베리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맛도 영양도 보잘 것 없었지만 한 그릇 온반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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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1-1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할만하네요^^ 멋집니다~ 역시 밥심!ㅋ

gimssim 2011-11-10 22:18   좋아요 0 | URL
좀 주책이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주시니 저로서는 감사할 뿐이지요^^

이진 2011-11-1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한겨레에 글이 실리시다니 멋져요!! ㅠㅠ

온반이라..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맛있어보이는걸요 ㅎㅎ

gimssim 2011-11-10 22:19   좋아요 0 | URL
아마 지금 먹으면 별 맛을 못느낄 것 같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게 좀 푸짐하고 얼큰하게 끓여서 파는 온반은 있나봐요.

진주 2011-11-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부고속도로 타실 일 있으면, 상행선 '칠곡휴게소'에 들러 보세요.
거기 온반이 유명하답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그 맛이 닝닝구리한게..중전님이 원하던 맛과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제 입엔 맞지 않았지만 다들 줄 서서 사먹어요. 음..만약, 저도 추위 속 입이 꽁꽁 얼 지경에서 칠곡휴게소 온반을 먹었더라면 닝닝하네,기름지네 하면서 까탈부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중전님, 처음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gimssim 2011-11-11 23:44   좋아요 0 | URL
진주님.반갑습니다. 저도 처음 뵙네요.
경부고속도로는 자주 다닙니다.
칠곡휴게소도 가끔 들르기는 하는데 온반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추억 속의 맛으로 간직해야할지, 그렇잖음 한 번 먹어볼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요즘 날씨가 궂은 날이 잦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가을 되세요^^

2011-11-1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1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2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1-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건 당근 자랑질하셔야죠.^^
아~~~~ 나도 <유정>읽고 몸살을 앓았더랬는데~
지금도 이광수 작품 중에 최고는 <무정>이 아니라 <유정>이라고 추천합니다.^^

gimssim 2011-11-13 12:52   좋아요 0 | URL
아드님 수능은 잘 보았는지요?

가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있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던 그런 시절요~~~

페크pek0501 2011-11-1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자랑질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전님,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아, 유정, 저도 읽었어요. 소설 같지가 않고 무슨 연속극 보는 것 같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재밌죠. 소설 하면 역쉬 이광수 작가지요.

제가 12번째 추천이 되겠습니다.


gimssim 2011-11-16 22:10   좋아요 0 | URL
어머, pek0501님. 잘 지내셨어요?
그 시절에 이광수의 소설이 고전이었지요.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일부턴 추워진다네요.
불청객,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