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남은 가을 볕을 아쉬워하며 잠시 시간을 내어 걸었다.
스러지는 빛은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어디선가 한 자락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스친다.
다시 한 계절을 열어두니 소리없이 한 웅큼씩 빠져나간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니, 그것은 가뭇없이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 슬며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들이 아닐까.
시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다음 사람에게 또다른 풍경을 그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 사람의 세상...내가 그리고 싶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