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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히 먹어야지."

아내는 아침 상을 봅니다.

밥과 갓김치와 두부찌개입니다.

두부찌개는 아침에 끓였습니다.

다시국물을 내고, 쇠고기를 조금 넣고, 다음에 두부와 버섯을 넣고 한소큼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파와 마늘을 넣고 한번 더 김을 올렸습니다.

맛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상을 차려놓고 보니 좀 부실해 보입니다.

괜히 눈치가 보여서 할말을 준비해 둡니다.

두부찌개이지만 소고기도, 버섯도 들어갔으니 한 가지 반찬이 아니라고 
우길 참입니다.

두부부침, 소불고기, 버섯 볶음으로 하면 세 가지라고 소리를 높여야지요.

남편이 자리에 앉으면서 식탁을 한 번 쓰윽 훑어보더니 별 말없이 두부찌
개를 자신의 그릇 

에 덜어갑니다.

찌개냄비를 남편 앞으로 좀 더 밀어놓으며 말합니다.

좋은 거 다 들어갔으니 영양가 많은 거다, 우겨도 소용없습니다.

남편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오늘 반찬은 찌개와 김치...두 가지 뿐입니다.

비장의 무기를 내어놓습니다.

감과 사과입니다.

"<감사>히 먹어야지." 라고 아내가 말합니다.

남편은 슬그머니 감을 내려놓습니다.

사과만 남은 접시를 보고 남편이 말합니다.

"당신이 내게 <사과> 해야지."


‘일 주일에 삼사일은 ‘삼식이’인 주제에 아침 반찬이 두 가지라고 사과를?‘

이 말은 마음속으로 하고 그칩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 오늘의 이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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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린 문제의 사진 


하동 최참판댁 옥수수


갑옷으로 무장해야 하는 이유

신문에 알이 가지런하고 잘 영근 옥수수 사진이 실렸어요.    

새벽기도 하고, 운동갔다가, 신문을 보는데 그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오겠지요.  

나도 모르게 

“아, 옥수수 봐라!” 

감탄문을 날렸는데 

저보다 앞서 신문을 읽은 남편이 말했어요. 

“옥수수 참 먹음직스럽지?” 

“그러게” 

여기에서 막을 내렸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근데, 옥수수 사진을 이렇게도 찍을 수 있구나!” 

“?!?!?!”  

 요즘 저는 그동안 묵혀두었던 '사진찍기'에 열심이고  

남편은 아무대서나 카메라를 드리대는 저를 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요.  

저는 경우에 어긋나지 않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 사진 정도는 좀 자유롭게 찍어도 되지 않 

느냐는 쪽이고, 

남편은 다른 사람들 보기에 유난스러워 보인다고 눈치를 주곤 합니다. 

나도 무례한 건 질색인 사람이라 경우에 합당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아요. 

아내가 좋다는 데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싶어서 남편의 그런 반응들이 좀 서운 

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서로의 신경을 긁을 필요가 뭐 있겠냐 싶어서 남편 앞에서는 조심하긴 하지 

요. 

근데 오늘 아침  

'먹음직스럽지?' 

원초적으로 물었는데 고차원적으로 사진 얘기로 응수를 했으니 조만간 화살이 날아올 겁니다.

 제가 갑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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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잠시 뒤를 돌아보니 앞만 보고 살아오느라 내 자신이 너무 황폐해져 있는 것 을 느꼈어요.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가속이 붙어서 그 스피드 때문에 천천히 갈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그냥 속도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몇 날 밤잠을 설쳤어요.
그만 그 속도의 수레에서 내려 내 발로 걷고 싶었어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여유있는 친정아버지의 성격을 닮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무엇이든 반듯하고, 정확해야 하는 바른생활사나이랑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다 보
니 자로 잰 듯한 생활에 한 치의 일탈도 없이 살아왔어요.
남편과 맞춰 살아오느라 여기까지 왔지만 사실은 그것이 저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는 살다보면 그냥 맞겠거니 생각을 했던 거지요. 그러나 이제는 팽팽히 당겨져 있는 줄을 놓고 싶어졌어요.
그렇다고 홀로 ‘독립만세’를 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한 가지씩이라도 하고 살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지
요.
그래서 지난 봄부터 문화센터에서 사진공부를 시작했지요.
카메라를 만지면서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오빠가 있는 걸 보면 저도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것이 전혀 엉뚱한 일은 아니에요.
가끔 영화도 보고 음악회도 가면서 ‘천천히 가고 싶다’는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지
요.

얼마 전, 문화예술회관에서 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있었어요.
성장을 하고 갈 준비를 했지요.
사실 시 외곽에 사는 터라 큰맘 먹지 않으면 밤외출은 좀 어려워요.
살아가는 방식에도 습관이란 게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 지 몰라요.
이미 익숙한 데에 길들여져 있어서 작은 변화에도 적잖은 저항을 받기가 일쑤이지요.
그러나 좀 더 풍성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꼭 넘어야 할 산이지요.
저에게도 어쩔 수 없는 그런 태클이 들어옵니다.
“이 밤에 거기까지?”
이 말 속에는 그냥 집에서 함께 있자는 말이지요. 제가 끝까지 가겠다면 따라나설 게 분명 
죠.
그러나 전 혼자가 편할 때가 많아요.
저는 좀 여유있게 가서 사진전시회도 둘러보고 느긋하게 밤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남편은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연주회 가는 것이 목적이면 연주만 들으면 됐지 사진은 또 뭐야?' 이러는 사람이죠.
시간 계산도 정확해서 오 분쯤 전에 도착하도록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차가 막힌다든지 하는 변수가 생기면 낭패를 보는 거지요.

아무튼 자동차로 삼십여 분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밤 시간에 혼자 집 
에 남아 있기는 싫은 모양이에요.
“음악회라곤 고등학교 시절에 음악점수 받으려고 팜플랫 구하러 가보고는 처음이네.”
어쩌고저쩌고 하며 따라나서네요.
“넥타이도 매야 하나?”
못들은 척 옆에서 재촉하는 저에게
“왜 그렇게 일찍 가야하는데?”
누가 함께 가달라고 했나, 자동차를 태워 달라고를 했나.
감정이 서서히 위험수위에 오르고 참았던 말이 터져나왔어요.
'젖은 낙엽 증후군'에 속해 있는, 남편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고 약발이 제일 빨리 반응하 
는 말이지요.

 
“자꾸 그러면 나 혼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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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써온 어느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장성할 때까지 키워냈으니 그 세월 또한 만만치 않지요.

때로 몸에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다가도, 어느 순간 또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고 맙니다.

남편이 원숭이 띠, 아내가 개 띠여서 그럴까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겠어요.

그것보다는 서로 다른 별나라, 화성과 금성에서 와서 그럴까요?

 
아무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영원한 맞수 

학창시절, 수학은 젬병이라도 국어 성적은 괜찮았는데 어쩐 일인지 주제 파악을 잘 못하 

고 자신은 썩 괜찮은 남편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남편은 별로 자상하지 않고 다소 이기적인 경상도 남자에요.  

게다가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다분히 있어요. 

신혼 초, 남편이 출근하면서 제에게 하는 말은 으레 '놀고 있어'였어요. 

처음에는 심상하게 들었는데 살다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해야했어요. 

며칠간 궁리를 하다가 드디어 맞불을 놓지 않았겠어요. 

여느 날처럼 '놀고 있어' 하며 계단을 내려가는 남편의 등에다 대고 이렇게 소리쳤지요.    

"당신도 놀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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