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몇 년 전에 읽은 신현림의 이 책을 떠올린다.  작가의 살아온 삶의 자세가 치열하고 진지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서 읽곤 한다. 더구나 눈으로는 잘 읽히지만 마음으로는 더디 읽히는 사진도 마음에 든다.

 

     오십 중반의 어중간한 나이에 남편이 거취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처 책읽고 가르치는 것 뿐인데 그 자리에 그냥 있어야 할지, 아니면 털고 나서야 할지 갈등을 겪고 있다. 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고전을 하고 있는 탓이다. 원칙주의자이고 소신과 명분을 중요시 하며 살아왔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남편에게 조언을 해야할 지 좀 막막하다. 이미 남편은 사십 대 초반에 한 번 자리를 바꿔앉았다. 또다시 다른 길을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위험부담도 많다. 이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니고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잘하고 제대로 마무리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터이다.

 

    이런 문제들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온전히 '오늘 하루'를 사는 일에만 집중한다. 저녁 무렵 집으로 오면 내일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보니 그것도 살아가는 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산을 오를 때는 먼곳까지 바라보지는 말 일이다. 

    

    어제는 남편과 소통이 어렵다는 사람들 열 다섯 명과 하동에 벚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제히 만개한 꽃들은 우리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리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핀다. 내 인생도 지금 밤이 지나고 나면 다시 새벽 여명이 다가올 것이다.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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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1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은 사진들인데, 역시 사람이 있는 풍경이 더 멋진 것 같아요. 나무(자연)가 얼마나 큰지도 그 대비로 알 수 있고요.

소통,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각자 지나온 삶의 역사가 다르고 현재의 환경이 다를진대, 어떻게 생각이 같겠습니까. 늘 어려운 문제예요.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냈네요.
 

무슨 미련이 남아서일까?

돌아서서 가던 겨울 바람이 얼굴을 돌려 다시 돌아왔다.

4월 3일.

세상의 바람을 다 이곳에 풀어놓은 것일까?

다리를 땅에 붙이고 살려면 다이어트를 하려던 것을 좀 재고애 보아야 할 판이다.

 

오늘은 결혼 삼십주년 되는 날이다.

참 많은 날들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간절한 기도 제목이 있어서 오늘부터 아침 금식을 시작했다.

나는 예수쟁이다.

그리고 지금은 고난주간이다.

사십 일 아침 금식을 작정하고 보니 하필 시작하는 날이 결혼기념일이다.

그나마 오늘은 우리 부부 둘 다 너무 바빠서 삼십 년을 같이 산 영감(? 남편이 보면 좀 심난해 하겠다) 얼굴도 제대로 못보았다.

저녁 강의를 듣고 열시 넘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니 남편은 벌써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빨리 씻고 자자는 소리가 날라온다.

그런데 나는 밤 시간에 강의를 듣고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 시간 강의 듣고, 삼십 분 운전해서 집에 들어오면 피곤하지만 정신은 말짱해져 있다.

 

올 겨울은 정말 너무 길다.

그래도 봄꽃은 꽃망울을 맺고,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봄을 기다리다 지쳐 나는 집안에 봄을 들여놓았다.

이것이다.

 

 

오래 전부터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

정신병이 좀 가벼워졌을 무렵의 고흐가 동생  테오의 득남을 축하하며 그려준 그림이다.

강렬한 선과 색채에 휘둘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꽃이 핀 아몬드 나무 가지에 힘이 느껴진다.

언젠가 이 그림의 양산을 산 적이 있다.

긴 겨울이 끝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봄을 들여놓기로 작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내 삶의 스타일이다.

얼마 전 남편이 사석에서 우리 부부는 함께 교회에 다니는 것 외에 같은 점이 별로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런 부부가 중간에 찢어지지 않고 삼십 년을 살아왔으니 분명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나는 문제가 생기는 정면돌파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니 살면서 그렇게 진화(?)되어왔다.

얼마 전 친정에 초상이 나서 갔더니 육촌 오빠가 어릴 적의 나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 데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나는 부끄럼이 많고, 남을 배려하고,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싸움닭 같은 아줌마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며칠동안 좀 슬펐고, 우울했다.

아름답고 향기롭게 한 생애를 살고 싶었거늘!

 

아들이 돈을 보내왔다.

결혼기념일날 맛있는 거 사먹으라는 거였다.

나는 괜히 심통이 나서 남편에게 한푼도 안주고 외식은 귀찮다며 돈을 몽땅 내가 챙겼다.

거기에 질 남편이 아니어서 사월 중순쯤에 청산도에 가자는 것이었다. 아들이 보내온 돈으로.

나는 좀 건조하게 말했다. '그때 가봐서!'

 

순전히 겨울이 너무 긴 탓이다.

 

그러나 거실에 봄을 들여놨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다.

 

"아, 내 청춘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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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4-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30주년이면 득도를 할 정도의 내공은 자연스레 얻어지지 않나요? 흐흐 ( '')~
공통점 없이도 오래 묵은지 같은 인연이 될 수 있는걸 보면 참 신기해요. 특히나 부부가 되어 30년을 살 생각을 하면... 아유 아득하기만 하네요. 저는 아직 멀~었지만요. 어쩌면 머릴러와 매슈처럼 살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봄 맞아 아몬드 나무가 활짝 피었네요! 날씨도 저랬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gimssim 2012-04-04 21:53   좋아요 0 | URL
사는 게 바로 내공이라면 너무 성의없는 답변이 될까요?
6월까지 첫사랑에 대한 수필을 하나 써야 하는 과제가 있어서, 지나온 사랑을 한 번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다가올 사랑은 영 없을런지...ㅋㅋ

2012-04-0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글이 재밌어요.

gimssim 2012-04-04 21:5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재미없는 삶도 재미있게 쓰기! ㅎㅎ

숲노래 2012-04-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봄은
마음에 먼저 오겠지요

gimssim 2012-04-04 21:56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듯 합니다.
매일 힘들어 하는 이 육신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바로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이잖아요.
때로 화려하게, 때로 정갈하게, 때로 담담하게 담을 수있는 그릇이 필요한건 아닐까요?

순오기 2012-04-1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날짜가 좀 지났지만 중전님의 청춘은 잘 계시지요?
결혼 30주년이라니 저보다 한참 위이십니다.^^
오늘 아몬드 나무 우산을 받고 나갔아 왔는데, 여기서 시계를 보는 순간
"아, 나도 사고 싶다!" 소리쳤어요.ㅋㅋ
정면돌파형도 저랑 닮은꼴인데, 이렇게 멋진 글쓰기는 제가 닮지 못해서 아쉽네요.ㅜㅜ

gimssim 2012-04-10 21: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저는 밤에 일을 많이 하는데, 그 밤시간을 다른 것에 뺏겨버리니 글쓰기도 책읽기도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띄엄띄엄입니다.
그래서 줄을 놓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어제 오늘, 이틀 따뜻하더니 벚꽃이 많이 피었어요.
목요일, 하동으로 꽃놀이 갑니다.
삼년 연속이니 웬 호사인지요.
 

# 야행성

 

   나는 지금껏 야행성으로 살아왔다.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는 그 순간부터가 온전히 내 시간이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곤 했다. 남편이 옆에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혼자인 것이 좋았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남편은 밖에서는 너무 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나보다 훨씬 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그것을 총량불변의 법칙이라 말한다. 오늘 하루 말을 해야 하는 분량이 있는데 밖에서 다 하지 못했으니 집에서라도 그 나머지 부분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며 살아왔다.

   남편은 아홉 시면 이미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몇 년 전까밤이면 자야지정신이 제일 맑은 시간을 잠으로 때워?’하며 전쟁을 불사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이제 둘 다 제풀에 지쳐서 자는 시간으로 싸우지는 않는다. 서로 편한 시간에 자는 것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한 셈이다.

   그런 내가 얼마 전부터 저녁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잠자리에 들곤 했다. 남편이 보는 T.V. 소리가 시끄러워 서재방에서 잠을 잤다. 꿈도 없는 잠을 잤다. 며칠 째 그러고 있으니 오늘 새벽에는 새벽기도를 가면서 남편이 서재방문을 열고 말했다. “ㅇㅇㅇ(내 이름), 일찍 자는 건 당신답지 않아. 제발 열두 시까지 영화보고 책 읽어.” 잠결에 대답했다. “다 귀찮아, 메뚜기도 한철인 걸. 그냥 버려두지 왜 옛날엔 일찍 안잔다고 그렇게 구박했어?”

 

  # 보통씨 동물원에 가셨군요?

 

 

 

 

   아홉 시 좀 넘어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례하게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분에게서 온 전화였다. 예의를 갖춰 삽십 분쯤 대화를 했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잠이 달아나 버렸다. 읽고 있던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를 마저 읽었다.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더 마음에 와닿는 글들은 이것이었다.

 

 

 

 

   이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면 작업장에 두 가지 요구가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사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실현이라고 규정하는 경제적 요구다. 또 하나는 경제적 안정, 존중, 종신직, 나아가 형편이 좋을 때는 재미까지도 갈망하는 피고용자의 인간적 요구이다. 이 두 가지 요구가 오랜 기간 이렇다 할 마찰 없이 공존할 수도 있지만 이둘 사이에서 진지하게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에 따라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는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서는 불안이 살아질 수가 없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투쟁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제 마르크스의 시절처럼 맹렬하지 않다. 그러나 노동 조건의 향상과 고용 관련법에도 불구하고, 생산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행복이나 경제적 복지가 여전히 부차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도구 노릇에 머물게 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의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아무리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에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늘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p.81

 

   재벌이 동네 빵집까지 마구잡이로 먹어치운다는 지금은 여론에 의해 잠시 꼬리를 내렸지만 기사를 읽고나서인지 마음이 편지 않다. 지난 여름 휴가갔을 때, 저녁 무렵 진안 시가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기위해서였다. 그 작은 시골 동네에도 유명베이커리가 세 군데나 있었다. 애써 다른 빵집을 찾아갔지만 완전 육십년대식이었다. 조만간 문을 닫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나는 지금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여 직장을 잡거나 결혼을 하는 그런 나이에 와 있다. 그런데 주위의 친구들 중에 아이들이 취업을 한 아이는 별로 없다.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다니거나 취업 재수, 삼수를 하고 있다. 요즘 말하는 스팩도 괜찮은 아이들이다.

   내가 잠에 취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이런 현실에 눈을 감고 살고싶다는 소극적인 저항이 아닐는지.

 

# 오늘이 214일이지?

 

   재작년부터 안하던 짓을 하고 있다. 남편과 아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젊어서는 안하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듯했다. 작은 제스추어라도 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나날이 너무 무미건조할 것 같았다.

   이웃에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서 선물하려고 작은 여행 소품들을 인터넷으로 몇 가지 샀더니 초콜렛이 따라왔다. 뒀다가 오늘 아침 식탁 남편의 자리에 올려두고 말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별로 확신이 없어서 좀 슬펐다. 이런 아내의 마음도 모르고 남편은 입이 귀에 걸렸다. 나는 보통씨가 말하는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을 한 걸까?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도 귀찮다.

 

 

   # 창 밖에는 비오고요...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된 것 순전히 날씨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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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1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하~~~~ 웃겨서 배꼽 빠지겠어요. 중전님의 유며 재능의 발견이에요. ㅋ

1. 총량불변의 법칙, 이것 아주 적절한 표현 같네요. 재밌어요.

2.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도 귀찮다." - 요즘 제가 이래요. 퇴근해 오면 말 받아주고 그래야 하는데, 그냥 조용히 들어가서 자면 좋겠으니... 신혼 때는 남편이 일찍 자면 삐졌는데, 이젠 일찍 자면 고맙죠. 키득키득... 중전님의 마음이 내 마음...

그런데 남편들은 나이 들수록 더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관심 끌고 싶어하고...아내와 반비례해요. ㅋㅋ

gimssim 2012-02-14 20:45   좋아요 0 | URL
얼마전 아주 부잣집에 시집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더니 젊었을 때는 제발 일찍 들어와라, 빌어도 늦게 들어오고 아예 안들어오고 하더니만 요즘은 제발 저녁 먹고 와라 그래도 일찍 들어와서 집에서 밥 먹는다고...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것 같아서 웃었습니다.
저도 늦게 들어오는 것은 용서해도 밥 안먹고 들어오는 것은 용서못합니다. ㅋㅋㅋ

굿바이 2012-02-1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마지막 "창 밖에는 비오고요" 이거 송창식씨 노래 맞죠?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서울은 야릇한 날씨입니다. 바람 속에 햇살이 가득하고 햇살 아래 바람이 떠돌고, 뭐 그런 날씨입니다.

gimssim 2012-02-14 20:4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봄이 오려는 지 봄비 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네, 창밖에는비오고요, 바람 불고요~~~ 송창식이요.
세월의 강을 훌쩍 건넜습니다. 저는.

프레이야 2012-02-15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륜이 묻어나는 부부 이야기, 늘 재미나게 읽어요, 중전님.
동물원에가기,는 저도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알랭 드 보통은 정말 천재 같아요.ㅎㅎ

gimssim 2012-02-16 07:59   좋아요 0 | URL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보통의 글을 읽으면 급 우울해집니다. 질투심이죠.
어떻게 사물을, 사건을, 분위기를 사진을 찍듯 정교하고 정확하게 그려내는지요. 신께 참 특별한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언니.... ^^

그래도 페이퍼 전체에서 뚝뚝 떨어지는 애정은 어떠케 할까요?
저는 너무 좋은걸요... ^^. 옆지기님께서 언니가 가장 편하신가봐요, 그리 말이 많아지신다니... 말이란게 아무한테나 걸기 어려운거더라구요. 받아줄거 같은 상대가 되어야 걸게 되는걸요, 전.

겨울이 이제 슬슬 지겨워요, 전 봄이 너무 그리워요... 에효.

gimssim 2012-02-16 07:58   좋아요 0 | URL
그래요.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운동 가다 보니 매실나무에 아주 작은 꽃망울이 맺혀있더군요.
녀석들도 준비를 하고있나 봅니다.

순오기 2012-02-16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호나 3호, 부부로 사는 게 별다르지 않을 듯한 일상을 참 재밌게 풀어놓아서 좋아요.
총량불변의 법칙은 말 뿐 아니라 부부의 사랑표현에도 적용되지 않을까요?
우리 남편은 일찌감치 들어와서 TV 드라마 챙겨보는 아줌마화 되어가요.ㅋㅋ

gimssim 2012-02-17 08:0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아, 사랑도 귀찮다니까요.
한일주일쯤 아무것도 하지않고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올겨울엔 봄이 무척 기다려지네요
 

내 지갑의 주인은 누구인가

 

   남편의 겨울 잠바를 하나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 지난 설날 남편에게 필요한 것을 사라고 아는 분이 백화점 상품권을 보내왔다. 좋은 남방 하나 사면 꼭 알맞을 금액이었다. 지금 남편에게 필요한 것은 좀 괜찮은 겨울 잠바였다. 나는 머리를 굴리느라 좀 어지러웠다. 남방을 포기하고 잠바를 사려면 아마 상품권만큼의 금액을 보태어야 할 것 같았다. 오륙십 년 만의 추위라니 가능하면 안에 털이 탈린 그런 잠바를 사고 싶었다.

  남성복 매장은 오층에 있다. 백화점에 가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층으로 직행하리라 마음을 먹었었는데 잠시 방심한 사이 내 다리는 김유신의 말이 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벽에 붙어있는 엘리베이터로 가는 대신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있는 가방 매장으로 갔다.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주인공이 구두에 집착하는 것만큼이나 나는 자주 가방에 정신을 뺏긴다.

 

   짙은 코발트빛이 나를 매료시켰다. 게다가 딱 내 스타일로 큼지막했다. 좀 큰 카메라도, 책도, 수첩도, 물 한 병도 한꺼번에 다 들어가는 사이즈가 아닌가.

   3월엔 아들 생일도 있고, 밤에 듣는 강의료와 자동차 보험료도 내어야 하고, 시누이댁 혼사도 있다. 돈 쓸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건만 나는 지중해에 못가는 대신 지중해 물빛(지중해에 안 가봐서 지중해가 코발트색인지 모른다) 가방이라도 갖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가방을 어깨에 메어보는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내가 그 가방을 가져야 할 이유를 서른 가지쯤 떠올렸다. 가방을 산지 일 년은 지났을 걸, 좀 있으면 결혼기념일이니 선물을 좀 일찍 산 셈 치지, 지난 연말 너무 힘들었으니까 내게 이정도의 보상은 무리한 게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스페인에도 못 가게 되었잖아, 몸이 좀 아프니 기분전환을 하면 나아질 거야, 돈에 눈이 있다잖아 그러다가 다른 데 돈 쓸 일이 생길지 몰라, 다음 달에 먹으려던 한약을 그만두고 열심히 운동하지 뭐 등등.   

 

   정신을 차려 보니 카드 결재는 이미 끝나있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나에게 경고를 날린 책이 있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는 순진한(?) 소비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한 권은 소비자들의 심리 문제를 다룬 <쇼핑학>이 있다. 삶에서 우리의 구매 결정을 충동질하는 무의식적 상념과 감정, 그리고 욕망을 학문적으로 접근했다. 둘 다 마틴 린드스트롬이 썼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나는 좀더 현명한 구매자가 되었을까. 답은 미지수다.

  기업과 나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이다.                                                         

  

 

 

 

 

 

 

 

 

 

 

 

   

 

 

   새해 들어서 광고에 대한 몇 권의 책을 보았다. 지난 가을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의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무의식적으로 광고 시장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고객감동' '소비자 이해'라는 말로 포장해서 기업은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화하고,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의 소비 패턴을 연구하고, 광고라는 이름으로 쇼핑 정보를 제안하고, 소비욕구를 부추긴다.

   아마 그에 대한 경계가 나로 하여금 그런 책들을 읽게 했다. 광고쟁이나 광고고수들이 어떤 전략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뒤흔들고 지갑을 넘보는가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마르쿠제는 계몽사상의 이성이 도구화 되었다는 측면에서 기술적 이성의 개념으로 산업사회의 기술지배를 설명하고자 했다. 기술적 이성은 고도생산을 성취하기 위해 생산력을 조직하고 정신적, 물질적 자원을 전면 관리하게 되는데, 마르쿠제는 이것을 합리화라 부르며, 결과적으로 합리화는 효율성을 위해 인간을 물화시킴으로써 이성의 비이성화, 이성의 도구화 현상을 제시하려고 했다.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이해> p.27

 

현대의 소비는 생산의 과잉성을 필요한 생산으로 바꾸고 더 큰 과잉생산을 유지하기 위한 의사생산이며 필요소비가 아닌 과잉소비만이 진정한 소비가 된다. 이러한 의사소비를 위한 전략이 욕구와 욕망을 조직해 나가는 소비사회의 자본전략으로 등장하게 된다.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이해> p.42

 

   아무튼 나는 거금을 들여서 가방을 샀다. 옷방 벽에 걸려있는 십여 개의 가방 옆에 또 하나의 가방이 걸리는 것이다. 명백한 과잉소비이다.

   백화점에는 시계가 없다. 고객들이 최대한 시간을 오래 보내게 하기 위한 기업의 자상한 배려이다. 음악도 다소 느리고 고상한 클래식을 틀어준다. 누구나 이곳에서는 고상하고 수준 높은 고객이 되는 것이다. 그런 고객이라면 마땅히 적당히 비싼 가방도 들어줘야 격을 갖추는 것이다.

 

1990년대의 소비자는 물건 자체가 갖는 물리적 효용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물건의 모습을 바깥으로 들어내보여주는 디자인(외형, 외관, 모습), 물건에 붙은 라벨과 브랜드네임, 물건을 쓸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물건이 보내는 신호와 자신과 물건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함께 소비한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 개인이 욕망을 함께 소비한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 개인의 욕망이 함께 연소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소비사회에서 소비된다는 것은 물리적 특성을 가진 상품자체가 아니라 의미, 기호, 상징, 이미지, 분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이해> p. 47

 

   결국 나는 백화점에서 상품권의 금액만큼 더 보탠 금액으로 남편의 겨울 잠바를 사고, 지중해 빛깔(끝까지 지중해 빛깔이라고 고집할거다.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명분이 되니까)의 가방을 사서 집으로 왔다.

   청구서가 날아올 다음 달부터 석 달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요즘의 독감처럼 멀리하며 지내야 한다.

 

내가 사고 친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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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2-0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린 계열의 가방을 갖고 싶어 안달이라죠,,^^;;
지난 번 백화점에 갔다가 가방 코너를 둘러보다가
맘에 맞는 컬러와 사이즈가 없어 그냥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천만다행이라는,,ㅎㅎㅎ

그런데 사진이 어두워서 지중해빛깔의 가방에 밤이 내린 듯 해요,,^^;;
그래도 가방은 아주 야무져 보여요~.^^

gimssim 2012-02-06 10:41   좋아요 0 | URL
컴퓨터를 새로 사서 아직 사진 수정하는 법을 몰라 그냥 올렸더니 밤의 지중해가 되었지요?
다시 찍어서 올렸답니다.
이제 한낮의, 사물이 빛에 숨을 죽이는 지중해가 되었군요.
아무튼 좀 오래 사랑해야 할텐데...클클클

숲노래 2012-02-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을 넉넉히 채워 주는 물건을 마련하셨다면
카드값이야...
얼마든지 즐기시면 되지요~

gimssim 2012-02-07 18: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큰 위로가 됩니다.

근데 지출을 줄일 일은 생각해 봐야해요.
남편에게 어디 검은 돈(?)이 없냐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호호호.

하양물감 2012-02-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전에 받은 상품권 한장을 그 금액만큼 더 보태도 원하는 걸 살수 없기에 묵혀두었지요. 6개월전에 똑같은 금액의 상품권이 하나 더 들어왔어요. 조금 더 보태면 내가 사고 싶은 가방 하나 살수 있겠다싶어서 넣어두었는데.... 그게 어느새 남편 구두로 바뀌어 집으로 들어왔어요. 제 가방이요? 결혼 한 지 8년째인데 한개도 못샀어요. 이럴땐 억울하기까지 하네요.

잘 사셨어요!!!!!!

gimssim 2012-02-07 18:4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도 그런 시절을 지나왔어요.
늘 저는 서열 4위였어요. 다시 산대도 또 그렇게 살겠지요.
잘못 살아온 건 아니지만 잘 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올해로 결혼 삼십주 년이 됩니다.
이 나이가 되면 눈에 뵈는 것 없이 '용감'해집니다.
나를 다독이는 것-나'만'이 아니라-이 가족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기회-명분-를 만들어서 하양물감님 가방도 사세요.

어제 보름 달맞이를 갔었는데 구름에 가려 보지 못했는데 새벽기도 가다보니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습디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2-02-0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 페이퍼 쓰셨군요. 가방, 예쁘네요.ㅋ
저도 금강 티켓 2십만원의 상품권 갖고 있는데, 게을러서 아직 못 가 봤다는 것이죠.
막상 가면 돈 더 보태서 살지도 모르고 간 김에 하나 더 장만할지도 몰라요.ㅋㅋ
사고 싶은 건, 못 참죠. 잘 하셨어요. 그래서 요런 좋은 글도 쓰시고... 일석이조네요. ㅋ

gimssim 2012-02-07 18:49   좋아요 0 | URL
pek0501님 반가와요.
새로 산 가방을 열심히 잘 들고 다닙니다.
좀 오래 써야할텐데 말이지요.
글도 열심히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올 한해도 가벼운 발걸음 되시기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2-02-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니,
저도 가방 너무 좋아해요. 저는 예전에 명동의 유명 수제 가방(저렴하답니다)하다가
그 가게 넘기고 인터넷 사이트로 옮긴 가방 사이트에만 들어가면 정신을 못 차려요.
아주 독특하고, 이쁘거든요....

그런데, 가방, 코발트 지중해빛 맞는걸요. 아주 우아하고 심플하고, 좋아요!

gimssim 2012-02-07 18:51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가방 좋아하는 동지가 있어서 반가와요.
저도 이 가방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착한(?) 생각도 해 봅니다.호호!

진주 2012-02-0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읽고나니 왠지 속이 후련해지네요~~
저도 저런 가방 하나 있었음 좋겠어요. 튼실하고 단순한게 딱 내 취향!
색깔은 진짜로 지중해 바닷색 맞구요 ㅎㅎ
갑자기 박상민의 지중해가 생각나네요~

떠나자 지중해로~ 잠든 너의 꿈을 모두 깨워봐~~나와함께 가는거야 늦지는 않았어~~
가보자 지중해로~늦었으면 어때 내 손을 잡아봐~후회없이 우리 다시 사는거야~~~ㅋㅋ

gimssim 2012-02-07 18:52   좋아요 0 | URL
언젠가 지중해 연안으로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이 가방을 꼭 들고 가려고 합니다.
사실 멀리 갈것도 없이 태양이 눈부신 날, 감포나 구룡포에만 가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 가서 사진 한 번 찍어 올려볼께요.

2012-02-08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0 0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저께 금요일, 바닷가 찻집에서 친구부부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남편 폰으로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2박3일 휴가를 받아서 서울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집에까지 내려오기가 너무 고단할 것 같아서-많이 보고 싶지만 부모의 마음이란 게 늘 자식들의 형편이 우선이다-서울 외삼촌집에서 하루밤 묵으라고 얘기했다.

연말 쯤이면 얼굴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건만 갑자기 시절이 '하수상'해지는 바람에 기대를 접었었다.

아들은 경기도에서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제 아버지 생신도 지나버리고 성탄절에도 못왔으니 집으로 내려오겠단다.

 

다섯 살 때 집안이 전소되는 화재를 만나서 자칫하면 가슴에 묻을 뻔한 아이였다.

그리고 중간에 제 아버지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자리를 바꿔앉는 바람에 초등학교를 네 곳, 중학교를 세 곳이나 거쳐서 졸업을 하였다. 더 이상 전학시키기가 무서워 고등학교는 아예 기숙학교로 보냈었다. 집에 한 번 오려면 차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창의력과 다양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요구되는 시대에 고지식한 부모 만나서 출발부터 고전을 할까봐 고등학교 1학년 때 오백만원 빚을 얻어, 수학 보충을 해야 한다고 툴툴거리는 아들의 등을 떠밀어 3주짜리 호주 연수를 보냈었다.

더 넓은 세계를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아이에게 해 준 최대의 호사였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호주 워킹을 2년 다녀왔다.

다행히 아들은 영어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실력을 닦아서 왔다.

우리나라에서 영어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있고 선택의 폭을 넓힐 수있다는 의미가 된다.

 

요즘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학생들의 슬픈 기사들을 보면서 부모로서 참 많이 마음이 아프다.

무엇이 그 아이들을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을까,

이 '미친' 사회를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하루 밤을 자고 가면서 인간관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제 아버지 이야기를 잠시 했더니 아들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갔다.

"엄마,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이 원하는 말을 해줘야 해."

단면을 보는 것이 아니고 그 이면의 과정들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춘기 시절을 이사를 다니느라 수없이 전학을 하고 부모와 떨어져 지냈지만 어미로서 나는 아이들을 놓친 적이 없었다.  수없이 편지를 썼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감을 편지로, E-메일로 메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는 '애끓는 모정' 이었겠지만 아이들 편에서 보면 '부담스런 모정'이었을 것이다. 

 

       

 

 

 

 

 

 

 

 

 

 

 

 

 

소개한 책은 모두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글이다.

<보리밥과 쌀밥>은 모 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는 오빠가 쓴 글이다.

김훈의 책은 아들이 호주 워킹 갔을 때 보내주었더니 아들이 영어 공부하러 왔는데 국어책은 왜 보냈냐고 한 책이다.

나는 부모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있다고 본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아이들의 아픔과 상처와 고단함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튼 멀리 떨어뜨려놓고 눈물로 키웠던 그 아들이 와서 잠깐 얼굴을 보여주고 돌아갔다.

새해 벽두에 하나님께서 - 나는 예수쟁이다 - 내게 주신 선물이다.

 

차카게(착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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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들이 아이들을
극단 같은 벼랑으로 밀어붙이듯
공부만 시키고
삶을 보여주지 못하니
아이들로서는
극단을 걷지 않느냐 싶어요.

중전 님
한번
아나스타시아 읽기에
도전해 보셔요.

여러 가지 생각씨앗과 사랑씨앗을
마음속에서 길어올리리라 믿어요.

gimssim 2012-01-09 06:59   좋아요 0 | URL
부끄러운 질문...말씀하신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는 저도 열심히 씨앗을 품으리라는 결심은 했습니다.
이번 한 주간은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세미나에 참석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하양물감 2012-01-0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제가 공감을 하기에는 먼얘기같아요. 하지만 아들에 대한 중전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gimssim 2012-01-09 22:21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오랜 시간을 걸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있어서 잠시도 잊어버릴 수 없는 화두이지요.
이제 제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의 남편으로서의 아들을 바라보아야 할 때가 다 되어갑니다. 그 생각하니 좀 슬프네요.

숲노래 2012-01-10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한테 시험공부로 대학보내기 한길로만 밀어붙이니
아이들은 이 길 말고는 다른 길을 보지 못하면서
어린이와 푸름이 나날을 보내 젊은이가 돼요.
그러면 이때에는 '나이로는 어른'이라지만
막상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하나도 몰라요.
그래서 헤매고 떠돌고 술담배랑 연애놀이에 휘둘리면서
갈팡질팡 좋은 나날을 다 보내고 말아요.
마땅하지만, 이러다 보면 '책읽기'를 하지도 못하고
'삶을 누리는 일'도 못해요.

일도 모르고 놀이도 모르고 말아요.

아이들은 어버이와 둘레 어른을 보며 배우지만,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너무 오래 갇히는 나머지,
어버이와 둘레 어른을 볼 겨를이 없어요.
이러면서 아이들 방마다 컴퓨터가 놓이니
아이들은 '보고 배울 어버이와 둘레 어른' 모습을
인터넷을 뒤지면서 스스로 떠돌기만 하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요.

그러니
아이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기만 하고,
어른들은 스스로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줄 몰라요.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에고...

gimssim 2012-01-12 22:11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