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은 모디아노의 소설이다. 되풀이된다는 그의 기억/탐정/안개 등이 내게는 새로웠다. 노년이라는 주제가 다른 작가나 소설을 떠올리게 했지만 모디아노의 이 소설은 해결되거나 설명되지 않고 남겨놓은 부분들이 그리 어색하지 않았고, 적당한 긴장감도 소설 말미까지 이어졌다.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시간과 공간을 오가는 화자는 조급하게 보채는 그 젊은 커플과 대조적이다. 꼬맹이 쟝은 어른 작가가 되었지만 그의 조각난 기억들은 아직도 이어지지 않고 그리운 사람들도 지금 드러나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하지만 '십오 년의 차를 두고 방 한 켠에서 맞은 편으로 옮겨간 느낌'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남는다. 그는 과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고 여기 이 자리에서 저 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쓴다.

 

아이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종이에 주소를 적어주는 (아직은 너무 젊은) 어른. 불어 접속법 te perdes 길을 잃는다는 표현은 단순히 길을 잃을 뿐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라 옛 거리를 걸으면서 자신을, 기억을, 어린 시절의 그 사람들을 더듬는 작가의 심정이 더 애잔하다. 어쩌면 '그 사건'이나 감옥살이, 장의 부모와 지인들의 관계를 밝혀내는 건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소설을 다 읽고, 해설을 읽고, 그 뒤에 나오는 작가연보를 읽고 책을 덮을 때 까지도 소설은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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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앱 첫 화면에는 (알고보니) 회원마다 다른 책들이 떠있다. 나는 소설과 어린이 책, 그리고 정리 관련 책들이 나온다. 그런데...

 

책 제목과 깔끔한 표지에 무심코 곤도 마리에의 신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다른 작가의 다른 출판사 책이다.

 

이미 3년 전에 나온 정리 관련 만화 엣세이인데 아주 다른 모습으로 나왔다.

 

엇비슷한 제목과 닮은 분위기의 표지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고 아마 책 만드는 사람들은 그 착각을 기대하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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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제르미날'과 '나나'를 읽고 이제야 그 등장인물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인 '목로주점'을 읽었다. 강렬한 막장 세탁장 장면으로 시작해서 처참하기 그지 없는 지경으로 몰린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통속적인 소설은 서사와 등장인물, 그리고 예리한 관찰과 문장, 그리고 커다란 울림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고전 목록에 올라있겠지. 제르미날에서 등장한 탄광촌 기계는 이 소설에서 증류주 만드는 기계와 나사를 만드는 기계의 괴물 같은 덩치와 소음으로 등장한다. 기계에 밀리고, 돈에 밀리고, 술에 밀리는 사람들. 재개발 되는 도시 파리의 모습과 알콜 중독과 빚으로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 여덟 살 짜리 꼬마 아이가 당하는 아동학대 까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그 어조가 매우 차갑고 냉소적이라 섬찟하다. 작가의 필력에 압도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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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는 수요일이 깔닥고개. 수요일 밤이면 살아남은 기쁨으로 뭐라도 할 기분에 벚꽃 흐드러지는 동네 골목도 사랑스럽다. 와인 마시며 남편과 수다 떨다, 앗, 막내 체육복이 아직 빨래 바구니에 있네? 내일 견학이라던데. 부랴부랴 심야세탁에 술이 천천히 깨는중. 그래도 목로주점의 인간들 만큼은 아니지... 라면서 위로하고 또 주정 포스팅... 2권을 묵혀두었다 꺼냈지만 역시 졸라의 소설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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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단테/김운찬 역, 민음사, 2009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이소연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서민의 기생충 열전, 서민, 을유문화사, 2013

거짓말 하는 어른, 김지은, 문학동네, 2016

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김영준 역, 마음산책, 2015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박찬원 역, 문학동네, 2016

My Name Is Lucy Barton, Elizabeth Strout, Random House Inc, 2016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김윤경 역, 비즈니스북스, 2015

All the Light We Cannot See, Anthony Doerr, Simon & Schuster Export, 2015

변신, 프란츠 카프카/이재황 역,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문학동네, 2005

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교유서가, 2016

굶주림, 크누트 함순/우종길 역, 창, 2011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김명남 역, 창비, 2016

La Confession d'un Enfant du Siecle, Musset, Folio, 1973

공부중독, 엄기호, 하지현, 위고, 2015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자음과모음, 2012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살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 연구회/김윤경 역, 2016

목로주점 1, 에밀 졸라/박명숙 역, 문학동네, 2011

목로주점 2, 에밀 졸라/박명숙 역, 문학동네, 2011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야키/이정환 역, 민음사, 2015

역사저널 4, kbs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민음사, 2015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파트릭 모디아노/권수연 역, 문학동네, 2016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김현우 역, 반비, 2016

금수, 미야모토 테루/송태욱 역, 바다출판사, 2016

책읽기 좋은 날, 이다혜, 책읽는수요일, 2012

Amy and Isabelle, Elizabeth Strout, 1999

La malediction des Medici. le Prince sans couronne, P. Pesnot, Editions 1, 2003

Ferragus, Balzac, Gallimard Poche, 2001

책이 무거운 이유, 맹문재, 창비, 2005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마스다 무네아키/백인수 역, 베가북스, 2014

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김승욱 역, 은행나무, 2015

종의 기원, 정유정, 은행나무, 2016

세기아의 고백, 뮈세/김미성 역, 문학동네, 2016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하루키/이영미 역, 문학동네, 2016

요리하는 조선 남자, 이한, 청아출판사, 2015

좀비, 조이스 캐롤 오츠, 포레, 2012

샹들리에, 김려령, 창비, 2016

멈출 수 없는 사람들, 데이비드 애덤/홍경탁 역, 반니, 2016

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노바이올렛 불라와요/이진 역, 문학동네, 2016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알레산드로 보파/이승수 역, 민음사, 2010

 

<만화>

조선 남자. 아이를 키우다, 이문건, 홍승우, 예담, 2008

 

<어린이>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고재현, 한지선 그림, 책읽는 곰, 2012

강냉이, 권정생 시, 김환영 그림, 사계절, 2015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김난주 역, 시마다 무쓰코 그림, 담푸스, 2015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문학동네어린이, 2014

귀신이 곡할 집, 이경혜, 한박순우, 임어진, 권지연, 김중석 그림, 바람의 아이들, 2007

라면의 정석, 신정민, 신홍비 그림, 2015

첫사랑 쟁탈기, 천효정, 한승임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2015

프린들 주세요, 앤드루 클래먼츠/햇살과 나무꾼 역, 양혜원 그림, 사계절, 2001

학교 가는 길, 한태희, 2015

북두칠성이 된 일곱 쌍둥이, 서정오, 서선미 그림, 봄봄, 2015

달려라 오토바이, 전미화, 문학동네어린이, 2015

지옥탕, 손지희, 책읽는곰, 2011

꿈에서 맛본 똥파리, 백희나, 책읽는곰, 2014

내 이름은 이순덕, 공진하 글, 최정인 그림, 낮은 산, 2011

천둥 치던 날, 김려령 외, 정문주 그림, 문지 어린이, 2009

이상한 엄마, 백희나, 책읽는곰, 2016

장수탕 선녀님, 백희나, 책읽는곰, 2012

그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문학동네 어린이, 2011

요괴소년, 전성희 글/소윤경 그림, 문학동네, 2012

플레이 볼, 이현, 한겨레아이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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