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제르미날'과 '나나'를 읽고 이제야 그 등장인물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인 '목로주점'을 읽었다. 강렬한 막장 세탁장 장면으로 시작해서 처참하기 그지 없는 지경으로 몰린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통속적인 소설은 서사와 등장인물, 그리고 예리한 관찰과 문장, 그리고 커다란 울림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고전 목록에 올라있겠지. 제르미날에서 등장한 탄광촌 기계는 이 소설에서 증류주 만드는 기계와 나사를 만드는 기계의 괴물 같은 덩치와 소음으로 등장한다. 기계에 밀리고, 돈에 밀리고, 술에 밀리는 사람들. 재개발 되는 도시 파리의 모습과 알콜 중독과 빚으로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 여덟 살 짜리 꼬마 아이가 당하는 아동학대 까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그 어조가 매우 차갑고 냉소적이라 섬찟하다. 작가의 필력에 압도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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