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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동의 비밀 창비아동문고 310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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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가 새 동네로 이사왔다. 아니, 새 동네가 아니라 '옛' 동네라고 불러야 한다. 연동동은 정효가 잘 모르지만 정효의 옛 동네, 아빠가 살았고 할머니가 아직 살고 계신 동네다. 정효는 이 연동동으로 살러 왔다. 


정효는 혼자 왔다. 함께 살던 엄마는 직장 때문에 캐나다로 갔는데 정효는 자신의 결정으로 한국에 남았고 새 동네, 아니 옛 동네로 와 삼층집에 사시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된다. 이 책은 정효가 만나는 연동동의 이야기다. 네 장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는 제목 처럼 '비밀'을 열어보는 정효의 한 달 간의 동네 탐험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밝혔듯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얘길 하기가 어렵다. 정효의 이야기도 처음부터 다 보여주질 않는다. 정효가 할머니 댁에 간 첫날 밤부터 사건은 벌어지지만 정효는 섣부르게 자신이 '탐정'인양 으스대거나 떠벌리지 않고 관찰하고 증언하며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그 과정을 독자는 따라가면서 함께 연동동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효가 용감하며 예의바르다는 걸 알게된다. 


정효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착한 아이 역을 맡거나 주인공 티를 내지 않는다. 지나친 설명을 하지 않는 정효는 독자 스스로 새로운 인물과 새 사건을 천천히 이해하도록 놓아둔다. 쿨한 녀석. 요즘 활동 중인 숱한 어린이/청소년 탐정들보다 훨씬 성숙하다. 하지만 이 동네의 사건은 꽤 묵직하고 등장인물도 많다. 처음엔 정효 할머니 댁 삼층 건물 주민들, 그 옆 건물에 사는 쌍둥이 키우는 맞벌이 부부, 학교에서 정효의 앞 자리에 앉는 신주와 찬희, 활동적인 인찬 등. 반 아이들의 단톡방, 동네 마다 있는 편의점, 큰 개 송이, 그 옆의 오층 빌라 주민들과 수녀님들 숙소까지. 각 장마다 사건을 하나씩 품고 있는데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더니 마지막 장의 사건은 그 깊이와 관련 인물이 최고에 이른다. (사건도 두 개가 한꺼번에!) 그와 함께 정효의 이사가 갖는 다른 의미도 밝혀진다. 


한 달 동안 정효는 연동동을 조금씩 (그것도 사건과 함께) 알아간다. 그리고 이제 정효에게 이동수단이 생겼으니 정효의 연동동은 더 넓어지겠지. 아직 인사를 나누지 않은 주민들이 많이 남았고 그들의 사건도 기대된다. (특히 신주네 빌라 4층 동화작가님) 정효의 할머니도 새 컴퓨터를 마련하셨으니 연동동이나 서울에서 더 멀리 뻗어나가서 그동안 끊어졌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가실 준비가 되었다.


동네마다 초등 탐정소설 마다 있는 범인들의 틀을 벗어났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은 탐정단을 조직하지 않는다. 소문을 퍼뜨리는 대신 묻어두기도 하고 묻혀있던 것을 파내도록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사건 수사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너그럽게 돕는' 대신 함께 한다. 그냥 넘겨왔던 차별을 어쩌면 학대를 알아챈다. 그리고 '게으른' 해결 대신 (금지나 묵인) 부지런하게 그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읽으면서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단정 짓다가 천천히 그들의 사연을 알게되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 못참겠다. 한 마디만. 마지막엔 실종 혹은 살인 사건도 나온다. 여름밤에 딱 어울린다. 초등 고학년 쯤이면 이런 '하드 보일드' 접해도 된다. (오십 독자도 조금은 무섭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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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13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이 책도 천재 이현 작가님의 책이네요@_@; 유부만두님 극찬에 저도 읽고 싶어요!(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군요@_@;) 플레이볼의 작가였단 걸 이제야 알았다는(소근소근-_-;)

유부만두 2020-08-13 21:27   좋아요 1 | URL
플레이볼, 연동동의 비밀 모두 초등 고학년에게 좋은 독서가 될거에요.
다양한 가정, 직업, 연령층의 모습을 보여줘서 더 마음에 들어요. 초등 등장인물들이 너무 유치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추천합니다.
참, 이현 작가님은 롯데 팬이세요.

moonnight 2020-08-14 10:15   좋아요 0 | URL
작가님, 롯데 팬이시군요-_-;;; (괜히 시무룩해봅니다ㅎㅎ 롯데 팬분들 참 많지요@_@;)
 

봄에 주문한 책이 여름에 왔다.
실은 잊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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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8-12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딸이 미들마치 재밌다고 하던데 저는,,,유부만두 님 읽으시고 얘기해주세요. (그거로 만족할 확률 높음)

유부만두 2020-08-12 20:13   좋아요 1 | URL
제가 올해 안에 이 책을 읽을 확률이 낮아요;;;

라로 2020-08-13 04:01   좋아요 1 | URL
괜찮아요, 저도 알라딘 올해 안에 들어올 확률이 낮아요. ^^;;;

단발머리 2020-08-12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 다른 건 모르겠고요
너무 이뽀요!! 😍

유부만두 2020-08-12 20:13   좋아요 0 | URL
그쵸?!!!! 다른 건 모르겠고, 번역본이 별로라는 말에 덥석 지르고 말았어요.
봄날의 저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미래의 제가 읽겠죠, 현재의 전 그저 행복할 뿐!

수이 2020-08-12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워서 눈이 부신........

유부만두 2020-08-12 20:14   좋아요 0 | URL
책을 알아보시는 당신.
 

책 덕후를 위한 우리끼리의 '알지 알지' 느낌 그림/만화책. 작가 (지망생)이라면 더더욱 공감할 컷들이 담뿍 담겨있다. 큰 이야기나 줄거리가 있는 책은 아니다. 그림도 예쁘고 리뷰도 좋아서 샀는데 ...솔직히, 중간까지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말장난을 잘 살려서 번역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원서의 재치가 궁금했다. (다리미를 들고서 아이러니를 말하는 컷이 있다) 


그런데, 중반부 이하엔 엄머머머머, 공감 터지는 그림이 많다.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싶지만, 대신, 저자인 그랜트 스나이더의 사이트 링크.

http://www.incidentalcomics.com/


저자는 뉴욕타임즈에 4컷, 혹은 다컷 만화를 그린다. 영국 가디언지에 책 관련 만화를 그리는 톰 굴드도 번역서를 냈다. 


그의 인스타 계정

https://www.instagram.com/tomga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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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의 식습관과 급식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아요. 그러면서 어떤 먹거리가 우리 건강에 좋은지, 환경에 조금이라더 덜 해를 끼칠 것인지도 생각해보아요. 어른들이 이런 책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에게 읽게 한다는 건 자기들이 엉망진창으로 살아서 그런거에요. 맨날 맥주에 튀김에 단거 기름진거. 아빠 뱃살 좀 바바요. 


어린이 여러분,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골고루 채소랑 과일 먹고요, 제 철 음식을 먹도록 해요. 그렇다고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진 말고요, 종종 자주 외식이나 간편식을 먹는 걸로 해요. 그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에요. 우리 엄마들이 돌아서면 밥 때라고, 특히 코로라 시절이라 겨울 부턴 밥밥밥바라밥, 학교 급식도 없어지고 지난 달엔 그 식재료가 박스에 담겨서 쌀이랑 채소, 말린 나물 같은 것이 집으로 와서 얼마나 심란한지, 어린이 여러분 알아야 해요.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어요? 라고 묻지 않기로 해요. 엄마가 주시는 건 왠만하면 남기지 말아요. 어제 먹었던 밥상이랑 비슷한 걸 또 먹는다고요? 기분 탓이에요. 어제도 그제도 비가 왔잖아요. 식단은 어쩌면 시즌제로 가는 게 멋진 것 같아요. 국수를 너무 자주 먹는다고요? 오래 살라고 엄마가 기원하고 계시군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 옛날, 깜장 혹은 분홍 도시락통을 저녁까지 두 개씩 들고 다니셨으면서 엄마 아빠들이 왜 이토록 급식에 집착하는 걸까요? 지난 겨울 부턴 개학이 개학이 아니고 집밥이 어쩐지 급식이면서 급식이 아닌 지금이 서러워서 그럴 수도 있어요. 지난 학기 여러분 학교 급식 몇 번이나 먹었는지 세어 봤어요? 열 번? 안될걸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먹던 거 그립지 않나요? 사회적 거리두기 라지만 집에선 식구들 함께 모여서 밥 먹기로 해요. 엄마가 밥 먹자, 하면 게임 중이라도 딱! 끄고 유툽 보다가도 딱! 끊고 밥을 먹어야 해요. 급식 때 처럼요. 


여러 나라 급식 사진이 실린 이 책에는 뭐, 상황은 다르지만 집에 가서 점심 먹는 어린이들 이야기, 음식이 정말 귀해서 학교 급식이 더 소중한 나라 이야기도 있고요, 어린이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 청량음료를 퇴출 시킨 이야기도 나와요. 햄버거 피자가 몸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알면서 싸니까 단체 급식에 넣는 나라, 네, 그 큰 나라 이야기도 있어요. 참, 이 책에선 인도 급식이 야채가 많이 들어간 죽 같은 걸로 나오던데 모든 인도 학교에서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요. 인도 도시락 영화 두 편이나 봤는데 인도 어린이들이나 직장인들 삼단, 사단 쓰뎅 도시락 찬합에 점심도시락 싸던데요? 따뜻한 집밥 먹겠다고 전문 도시락 배달부들도 몇 천 명 있다던데요? 그들의 집밥 열쩡은 인도 날씨 만큼이나 뜨겁더라고요. 그 얘긴 나중에 할래요. 왜냐고요? 오늘도 집급식에 이 아줌마가 지쳐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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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8-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어요? 라고 묻지 않기로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문장을 제가 글자크기 30으로 출력해서 아이들 방에 붙이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아침에 부대찌게 끊였어요. 동서가 다담 양념으로 하면 먹을만하다고 해서요. 시작은 부대찌게인데 결론은 햄찌게가 되어버렸네요. 하하하.

유부만두 2020-08-12 12:51   좋아요 0 | URL
간편식이나 양념이 없었더라면 엄마들의 집급식이 더 힘겨웠을거에요. 양념 제조하는 회사들 감사요!
애들의 습관성 질문 ‘뭐 먹어요‘는 싫어요. 큰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압박감에 더해 짜증이 나기도 하거든요. 찌게를 아침에 든든하게 만드셨으니 단발님 댁은 점심 까지 무사하시리라 생각하고요... 저녁엔 뭐 먹어요? ^^;;;

라로 2020-08-1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 피자가 몸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알면서 싸니까 단체 급식에 넣는 큰나라에 살고 있는 저는 급식 안 먹이고 늘 도시락 싸서 보내는데, 제가 아니라 아빠가, 햄버거 피자랑 별로 다르지 않아요. ^^;; (양심 찔려하는 웃음이면서도 정말 학교 가게 되더라도 별로 달라질 일 없을 듯) 어쨌든 이 글 너무 재밌어요!!!ㅎㅎㅎㅎ

유부만두 2020-08-12 12:53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 아래 깔린 페이소스, 더하기 눈물과 짜증 바가지도 알아차리셨겠지요? 큰 나라에 사시면서 햄버거 피자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아이가 잘 먹어주는 메뉴를 골라야 하기도 하고요. 도시락 챙기기는 집밥 급식 못잖게 힘들겠네요. 어서 전염의 걱정을 덜었으면 좋겠어요. 과연...과연...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