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초6이니 빨간머리 앤이나 제인 에어를, 아니면 방탄소년단을 함께 이야기 했을지도 모른다. 마텔사에서 새로 내놓은 인형들 중 프리다 칼로의 인형을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수도 있고, 난 엑소 앨범을 딸 이름으로 주문할 수도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책과 이야기를 함께 즐겼을텐데.

 

남편은 막내 핑계로 '마구마구' 와 야구 게임을 한다. 엘지 어린이 야구단에도 아이를 넣어버렸다. (왜요?!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 게임 아이템을 사면서 아이 핑계를 댄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아이와 함께 세 번씩 보고 굿즈는 아이 이름으로 배송이 온다. 액션 히어로들은 왜이리 숫자가 많은가. 쌈박질 하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일까.

 

 

 

 

 

 

 

 

 

 

 

 

 

 

그러다가....아이가 삼국지를 알아버렸다. 어쩐지 한자학원에 등록시켜 달라고 하더라니. 막내는 각 인물들에 애착을 갖고 세세한 내용을 알아가고 있다. 가령 도원결의 당시 장비는 고작 17살이었는데 그 복숭아 나무가 있는 정원도, 그 집도 다 장비 소유였다. 유비는 왕의 후손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 후손이 백명도 넘게 있었다. 막내의 이런 관심이 당혹스럽지만 그 배후에는 남편이 있는 것만 같다. 다행히 고우영의 삼국지는 예전에 팔아버렸다. 어른의 눈에도 지나치게 편중된 성인 오락물로 보였기 때문. 아이는 글을 읽고 이야기를 즐기기 보다는 어쩐지 게임처럼 삼국지를 다루는 것 같다. 삼국지를 알아버리는 건, 아이가 리니지나 오버워치를 시작한 것 만큼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라도 책을 잡는다면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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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막내가 삼국지를!
우리집은 아빠랑 아들은 소닭본듯 하는 사이라 같이 뭘 하는게 없네 ㅜㅜ

유부만두 2018-03-13 08:53   좋아요 0 | URL
우리집은 아빠가 자꾸 자기 어린시절 취미생활을 막내에게 ‘전도‘하는 거 같아요. 큰애는 잘 안됐거든요. 운동도 삼국지나 스타워즈도. 그런데 막내랑은 코드가 맞는지 열심히 잘 놀아요. 요새 막내가 사춘기라 같이 하는 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은 해요.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야구 시즌이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