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회자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Ugly Delicious를 봤다. 부엌 창가에 스마트 폰을 얹어 켜두고 설겆이를 하면서, 한없는 채썰기를 하면서 봤다. 나도 마음은 세프라....고 하고 싶지만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2킬로씩 버무리는 건 유학생적 습관 때문이다. 파도 몇 단씩 사서 다듬고 정리하고 생선도 음악 들으면서 비늘을 긁어 한 마리씩 정리한다. 하지만 김치 냉장고는 없다. 내 몸이 그저 유학생 시절의 고생과 궁상, 혹은 음식에 대한 집착을 기억해.

 

주인공, 혹은 엠씨 데이비드 챙 (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시작한 누들바, 모모푸쿠를 세계 체인으로 성공시킨 유명 세프다. 말도 참 어글리 (아니 F.... word) 하게 걸게 하고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도 많고 (그런데 왜 해삼을 못드시나 몰러....난 어리굴젓을 몬먹지) 음식과 요리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려 한다.

 

정통 음식이란 무언가. 쌈과 타코가 어떻게 다르고, 음식에 담긴 문화, 아니 차별은 어떤지. 타이거 우즈에게 프라이드 치킨을 언급한 그 골퍼는 인종차별주의자임에 분명한데 휴가 나온 군인에게 치킨은 가족 보다 반갑다. 퓨전은 또 다른 F word 라며 기겁하는 요리사에게 정통은 그저 높은 벽 쌓기가 아니라고 했다. 복잡하고 오묘하고 ... 하지만 영상은 유혹적이고 (매회 시작시 자막으로 '모방성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입엔 침이 고이다가 급기야 지갑을 들고 길로 뛰어나가 ...결국 타코벨에 갔다는 슬픈 이야기. 너무 짠 타코에 눈물이 나서 집에 와선 아보카도 하나를 썰어 먹었다지요.

 

음식에 대한 신격화는 없지만 예의를 지키려 하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그리고 칼로리도. 데이비드 챙의 책을 사서 읽기시작했다. 그의 음식 배우기 여정이 오딧세이 만큼 흥미진진하다 (아, 나는 오딧세이 책이 세 종류로 있는데 아직 안 읽었....) . 모모푸쿠, 라는 가게 이름이 라멘의 창시자에서 따왔고 묘하게 f.... 라는 것, 그리고 그의 열정이 읽는 나도 흥분 시킨다. 음식이야기와 어렵고도 쉬워 보이는 레서피가 많이 실려있다. 오늘 아침은..... 씨리얼. (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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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가는 놈이나 꼬집는 놈을 조심하라. 가재는 살아서 성질 부리는 놈으로 사야 한다. (생가재 요리)

 

소에게 옥수수가 있다면 한국 아이들에게는 떡이 있다.

 

나는 에이허브 선장이었고, 부리토는 나의 모비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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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넌 해삼도 어리굴젓도 다 먹는데 없어 못먹을뿐... ugly delicious 처음 들어봤는데 재미있어?

유부만두 2018-03-10 11:17   좋아요 0 | URL
네. 근데 f word 너무 많이 나와서 애 있을 땐 못봐요;;;; 인종 문화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엄청 배고플 땐 보면 위험해요.

psyche 2018-03-10 11:19   좋아요 0 | URL
f word 쯤이야. 난 원래 헤드폰 끼고보거든 ㅎㅎ

유부만두 2018-03-10 11: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목도 f.... delicious 대신 ugly 쓴거 같고요. 중간에 스티븐 연도 나와요. 느무 귀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