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한없이 혼자 떠드는, 그것도 닷새 동안 떠드는 이 사람의 머리는 과연 제대로 돌아가는 걸까. 이 사람이 '당신'이라고 부르는 상대는 정말 있는걸까. 벽장 속의 그 그림은 실재하는가? 화자의 마음 속 깊숙히, 그리고 센강 바닥 깊은 곳에서 이미 썩어 스며들었을 그 여인, 혹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 분의 마음 속에 꽁꽁 뭉쳐있을 죄의식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나는? 내 죄의식이랄까, 집착 혹은 애착은 무얼 붙잡고 있지? 이 모든 걸 심각한 표정으로 읽다가 정신줄을 놓쳐서 몇번이나 같은 쪽을 반복해서 읽어도 줄거리가 손에 잡히지 않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빠리? 암스테르담? 멕시코시티?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 그리고 개인의 성공과 쇠망, 혹은 '전락'. 잘 나가는 사람이 드문것 만큼이나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살면서 '전락'과 추락을 실현하는지 모른다. 아무말대잔치가 되어버릴 것 같은 오늘의 아침 페이퍼. 까뮈의 '페스트'와는 매우 다르고 어렵고 혹은 솔직한 책. 친구의 추천으로 읽었는데 '게으른 독서 태도'를 버리라는 따끔한 충고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