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상황에서 미크는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미크에겐 고모와 이웃들이 있기에 마음이 놓인다. ‘소나기밥 공주’에게도 이웃 아줌마와 돌아올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송미경 작가가 보여준 ‘1분에 한번씩 엄마를 기다린다’의 어른은 너무 멀리 있는 엄마뿐. 이웃들은 쥐를 보듯 아이를 차갑게 대하고 그나마 주어지는 사회보장의 손길은 최소한이라 이야기 중반에서 사라진다. 그 도움을 악착같이 챙겼던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택배 상자 만큼의 사랑이라도 가졌을까. 함께 있는 어른인 아빠마저 아이의 어깨를 짓누른다.
‘쿠폰왕’의 야무진 주인공 영미도 어른들의 도움 대신 어린이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부모가 없는 조손가정의 어린이가 선을 넘나드는듯 보여 불안하다. 친구들의 도움이 과연 도움으로 부를만한 것인가, 어룬인 공부방 선생님은 문제를 알 수도 있을텐데 멈춘다. 담임 선생님의 일방적인 판단과 냉담함은 더없이 잔인하다.
이 단편집의 앞부분에 실린 풍자나 비유 같은 이야기는 엉뚱한 상상이나 장난이 스며들 틈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슬프고 어두운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는 견고해서 어린이가 달리 움직일 공간을 주지 않는다. 아이의 시선이라고 흉내 내보려다 어른인 나는 그저 눈을 감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