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좋다. 오메, 이러다 가을 되겄네.

 

처음 읽는 오현종 작가의 책. 작가가 남자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작가 프로필의 사진을 보면 자동으로 이야기를 대하는 안경을 바꿔쓰게 된다. 깔끔하다. 얼마전 읽은 다른 작가의 책과는 달리 계산해서 꾸민 티가 덜 났다. 읽고 덮으면서 울거나 찜찜해 하지도 않았다. 그냥 깨끗하다. 시시하다는 말이 아니라 담백한 느낌. 작가 하나를 새로 만나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 그 세계가 다른 작가들과 이리 저리 연결되어 내 안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몇 년 전 유행했다던 '방탈출 게임'이 또 등장한다. 김영하 소설에도 있었지. 갇힌 젊은 남녀들의 공포. 그리고 스릴인지 뭔지로 (지켜보는 정체모를 '사이코패스'의 시선 아래서) 막 죽을듯 할 때, 딱 고만큼의 결말이 난다.

 

해설(혹은 발문)에서도 언급되는 '호적을 읽다'가 제일 좋았다. 각 단편의 제목들이 서로 교차해서도 어울리겠다.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읽히는 여러 편이 연결되는 세계. 벗어날 수 없는 밀실. 깔끔한 문. 손잡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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