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같은 산문집. 문장 하나 하나 표현 하나 하나 따뜻하고 내 마음 속에서 조용히 뜨겁게 녹아들었다. 제목도 너무 좋잖아. 마음이 아픈듯 그립고 덩달아 운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영도 시인과의 연시로 유명한 유치환 시인의 일화도 실렸는데. 아, 맞다, 유 시인은 유부남에 중학교 선생이었구나. 부인 권재순 여사는 통영의 신여성으로 경제적으로도 남편 뒷바라지를 하던 사람. 검색해보니 딸들의 인터뷰로는 이영도 시인이 먼저 편지를 보내었노라고 (아버지 주변엔 원래 여자들이 많았다고;;;;) 어머니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이 '플라토닉'한 사랑이 일이 년도 아닌 이십 년을 이었다니. 그 두 사람만이 아는 사랑이 있겠지. 그 증거가 그토록 달달한 시였고. 통영에서 백석도 그렇게 사랑 타령이었다더니. 유치환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짜증나게 했다.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글은 내 가슴을 파고 들었고, 아버지와의 대화글 역시 웃펐다.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글이 많지 않아서, 역시 아들은 아버지인가, 싶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저자가 이렇게 인생과 사랑에 회한과 울음이 많아서 놀랐고 부럽기도 했다 (왜?). 아름다운 책. 그래도 표지의 얼굴 지워진 두 사람은 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