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솔직하게 개인의 이야기를, 어머니와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될까, 싶었다. 살구와 엉킨 실타래 같은 이야기들은 개인의 몸 속, 작은 세포에서부터 저 멀리 우주의 별자리, 그리고 먼 과거와 설화 속의 사냥까지 그 끝이 닿아있다. 내가 읽는 이 페이지의 이 문장이 어느 시대의 공간을 두드릴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한없이 쪼그라들다 한없이 멀리 멀리 뻗어나가는 경험을 했다.

 

중반부는 읽기가 조금 버거웠지만 견디고 끝까지 읽을만한 책이다. 작년에 읽은 <새벽의 인문학>이 생각났지만, 그보다 더 진하고 더 아름답다. 각 장마다 이어지는 눈물 마시는 나방 이야기는 따로 한 번 더 읽어야했다. 이런 책 한 권이 살아가는 일을 더욱 빛나게 한다.

 

다만 저자가 언급하는 책들에 대한 정보가 index나 주석으로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에서 뻗어나가는 그 다음 도서목록은 꽤 풍성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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