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400.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 (아사다 지로)
표지의 일본풍 옷을 입은 노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건 사무라이 복장에 칼을 찬 그가 버들을 쥐고 한가로이 고양이를 희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 후, 개화 정책에 반발하는 막부 세력들은 친왕 정부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외국의 신문명, 시계와 양력, 그리고 단발과 양복들은 그들에게 어색하고 거북하지만 먹고 살려면 무사로서의 자부심이나 주군에 대한 충정 대신 재빠른 계산과 적응력이 필요했다. 메이지 유신의 이야기가 껄끄럽기도 하지만 일본에도 개화기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군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실린 단편이 표제작인데, 쓸쓸하지만 툭 털고 살아가는 저자의 뚝심이 보인다.
369/400. 발 달린 벌 (권기만)
오랜만에 읽는 시집. 노란 시집. 소재는 쉬운 듯하고 이미지도 떠올릴 수 있는데, 왜 감상을 적으려니 꽉 막힌 느낌이 드는지. 다시 읽어야 하나보다. 아무데도 가지 않았는데 시집 한 권으로 온 세상을 헤집고 온 기분도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