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400. 순박한 마음 (플로베르)

대작가 플로베르는 매정한 전개와 숨 막히는 묘사 말고, 이런 동화같은 어느 촌부의 연대기도 쓸 수 있다, 고 보여주는 단편이다. 마담 보바리와는 아주 다른 이 여인은 계속 잃고 이별하며 살아가다 엉뚱하게 앵무새에게 마음을 쏟는다. 그리고 아낌 없이 주는 어린왕자 동상 처럼, 마지막 숨을 내 쉴 때 그녀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을 본 독자는 마음 한 켠이 쓰라린 느낌이 든다.


364/400. 성 쥘리앙 전(傳) (플로베르)

옛 이야기 같은 순박한 마음과는 또 다른 이야기 형식, 이번엔 위인전이다. 하지만 인물을 깊이 탐색하는 대신, 전형적인 영웅 전래 동화를 내놓았다. 예언과 저주를 피하려 애쓰는 주인공은 환상과 쾌락 속에서 운명의 덫에 걸린다. 그리고 그 죄 값을 치루는 방법으로 고행을 하는데, 마지막엔 종교의 힘으로 또 다른 의미의 쾌락, 혹은 엑스타시.

 

365/400. 에로디아스 (플로베르)

영웅전으로 종교 성인의 인생을 읽었는데, 이번엔 성경 이야기를 따로 떼어내 악인을 주인공 자리에 놓고 현대 소설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종교 이야기 틀을 벗겨내니 세례자 요한도 그저 감옥에 갖힌 기인일 뿐이고 에로디아스는 새남편의 정치권력에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도덕적 약점을 공격하는 요한을 제거하려 노력하는 전략가이다. 기존의 이야기를 새로운 틀로 펼쳐내는 것도 작가의 힘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여운과 감상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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