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400. 컵고양이 후루룩 (보린 글, 한지선 그림)
밤 9시 30분에 퇴근하는 이모랑 단둘이 사는 여자아이. 저녁은 냉장고에서 식은 밥을 혼자 꺼내 먹어야 하는데, 이게 싫어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는다. 늦은 저녁 혼자 어두운 길을 걸어서 편의점에 가는데, 왠 자판기가 편의점 옆에 있다. 고양이, 강아지,... 그 옆엔 300. 500.. 등등의 숫자가 써있고, 동전 넣는 곳이 보이질 않는데, 마구 단추를 눌러대니 어찌된 영문인지 고양이 컵이 툭 떨어졌다. 집에 들고와서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려 정말 살아있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를 만났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 ㅜ ㅜ
컵이나 깡통에 물, 스프를 넣고 기다려 생명체를 만나는 설정은 <깡통소년>에서도 만났지만, 이번 컵고양이는 더 잔인하고 현실적인 설정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잔인한 동화였다. 막내가 학교에 들고가 읽었는데 집에 와서 불평한다. "엄마, 이 책 이상해. 나빠. 왜 나보고 이런거 읽으라고 해? 난 고양이 사달라고도 안하는데." 아이들 눈에도 불편한 이야기였다.
자판기 옆의 300 이라는 숫자는 "외로운 날이 300" 을 의미한다. 아, 이 아이는 1년전 아빠랑 헤어져 이제 만나지 않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은 아이의 사정도 이 고양이 만큼이나 가슴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