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00.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오래전에 제목만 보고 패스했던 책이다. 흔한 "내 아이 자랑" 책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책을 잘 읽어서 좋은 대학에 갔노라, 독서가 만능키였노라, 자랑하면서 긴 필독도서 목록이 부록으로 달려있는 책 같아 보였다. 그런데, 그런 책이라면 희망찬님께서 좋은 평을 하실 리가 없다... 그래서 반쯤 호기심에 책을 찾아 읽었다. 아, 이런 사람이 있다니. 수지의 (이제는 지역 명물이 된) 느티나무 도서관의 박영숙 관장님 이야기다. 책으로, 도서관으로 성공을 이루었다고 절대로 쓰지 않았다. 흔한 성공담으로 읽힐까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박 관장님의 믿음, "성선설"이 대단해보인다. 네살 먹은 아이가 김치를 남겼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선생님"이 있는데, 누가봐도 비행을 저지르는 십대 아이들의 허전한 마음을 보듬어주려 노력하는 도서관 "아줌마"가 같은 시대의 사람이라니.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려해서도 안되고, 그저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바쁘고 성급하고 메말라있다. 내가 놀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때, 도서관 자리 내 맞은편에는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키득거리면서 "축구" 이야기를 읽는다.

 

57/400. 축구가 문제야!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올해 1월의 작가상은 뇌스틀링거에게 드립니다, 이런 분위기. 이야기마다 밀도도 상상력의 발휘 수준도 다 다르다. 능청스레 동물과 환상의 세상을 풀어놓다가, 아이들의 매일매일의 생활 속으로 쑥 들어와 친구처럼 쉬운 말로 이야기를 해준다. 역시 시리즈물인 축구, 이야기에는 큰 갈등도 없어보이고 심심하게 지나가다가 맨뒤에 빵, 하고 웃겨준다. 나이 터울이 큰 형아를 둔 막내는, 이처럼 형아가 "당하는" 이야기에 기뻐한다.  초등 2학년 프란츠가 얻어낸 건 "형의 방 자유이용권"이다. 하하하! 이렇게 막내는 동화책 속에서 현실의 꿈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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