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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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에 인용되었던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사라진 애인을 향해서 원망을 내뱉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어서 부러뜨린후, 우적우적 씹어서 삼켜버리는 여 주인공. 

아,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 책이 그저 예사스런 사랑이야기가 아니란 걸, 드러내놓고 줄거리를 말하기 뭣한 SM 장면이 넘친다는 걸. 

하지만 번역자의 해설에도 나오듯, 깔끔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상황은 끔찍하고 외설스러운데 주인공의 말이 이해가 되는....지경에 이른다. 아, 내 친구는 이 책을 읽다가 던졌다는데, 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어낸 나는, 그럼, 정상이 아니란 말씀? 

번역자는 사랑이야기 보다는 생에 대한 강한 집착과 열정을 읽었다고 했고, 루이의 등에 새기는 문신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는 그녀가 씹어 삼키는 어금니, 그리고 아마가 건넨 이빨 두개를 빻아 맥주와 함께 넘기는 장면에서 ....엉뚱하게 사랑을 읽었다. 

물론, 아마의 사랑은 그의 겉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정상'이었고, 그의 표현도 '어리숙'했지만, 그의 살과 살이 맞닿고, "누가 널 만지기라도 하면 죽여버릴래" 하는 일차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은 (아, 그래서 그는 루이의 가슴에 매달렸겠지) 시바의 "널 아프게 하면서 난 흥분해"라는 사디스트 적인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뭣했지만, 결국, 그도 루이에게 결혼을 해버리고 싶다고.... 고백을 하니까) 과 비교되면서, 그 사이에서 정작 루이는 자기 자신 (살아내는 루이와 죽고 싶은 루이 둘다)에 대한 애정으로 어쩔줄 모른다. 혀에 꽂아 넣은 피어싱을 점점 더 굵은 것으로 바꾸고, 혀 끝을 갈라내어 뱀처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몸을 바꾸는 것은 신의 영역일까, 그럼 생명을 주고 뺏는 신이 되는 걸까, 생각하는 루이.  

아, 뭔가, 나는 왜 루이의 이 느낌이 이해되는 건가? 번역자의 말처럼, 나도 변태인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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