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품절


"마리, 한번 쓴 글은 도끼로도 못 깎아낸단다. 그래서 가치가 있는 거지. 곧 지울 수 있는 연필로 쓴 것을 남의 눈에 띄게 하다니 무례천만이야." -99쪽

"1989년 차우셰스쿠 정권이 전복된 후, 노동당 간부들은 여기서 쫓겨나지 않았나요?"

"전혀. 지금도 그네들은 당신이 지금부터 방문하실 자하레스쿠와 마찬가지로 옛날과 다름없이 특권을 향유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죠. 그뿐인가, 옛날의 국유재산까지도 그 북새통을 틈타 얼렁뚱땅 제 것으로 삼고는 시장경제의 파도를 잘 타서 단물을 빨고 있답니다. 단물 빠는 것에 익숙한 자들은 다른 단물에도 민감하죠. 게다가 남의 옆구리 치고 등 밟고 올라서는 것쯤은 장기 중의 장기니까."
-130-131쪽

"당신이 가이드가 되어주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 [루마니아]에 대한 나의 피상적인 견해를 일일이 정정해 주시니 말이에요. 이 이상의 안내인이 없을 듯해요. 어쩜 난 이리도 철이 없을까요."

"그만큼 당신은 행복했다는 말이죠."

"확실히, 사회의 변동에 제 운명이 놀아나는 일은 없었어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면 행복은 저처럼 사물에 통찰이 얕은, 남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을 만들기 쉬운가봐요."
-145쪽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사람들이 동유럽이라는 말을 그리도 싫어하는 것은 그 말에 후진국의 가난한 패배자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과 열등감, 표리일체로 '동구'로서의 자기 멸시와 혐오감은 메이지유신 이후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지향한 일본인의 정신구조와도 통한다. 이 중부유럽 가톨릭 여러 나라의 '동'에 대한 혐오감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것이, 같은 기독교면서 11세기 이후 분파를 달리한 이슬람 지배하의 동방정교에 대한 근친증오의 적의가 아닐까.-222쪽

"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맞아, 5년 동안 난 가구 하나도 더 사지 못했어. 아니, 요만한 식기 하나 컵 하나도 살 수가 없었어. 가게에서 좋은 게 눈에 띄어 하나 사보자 싶어도, 깨진 다음 맛볼 슬픔이 늘어날 뿐이지 하는 마음이 금방 들어, 사고 싶은 마음이 흩어져버려. 그보다 내일이라도 혹시나 우리 가족이 몰살당하면 어쩌나 하고......"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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