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불안한 경제 사정은 신문의 문학 코너에도 그 그림자를 던졌다. 경제불황을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작품중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분노의 포도> 옆에 올려져 있었다. <모방범>의 으스스함과 약간의 허무함, 하지만 추리소설에는 넘치는 예리한 묘사에 끌려 이 책을 시작했다. 끝을 봐야지만 덮을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를 깜빡 했었다. 5시간 내리 읽느라 다시 설겆이랑 빨래를 쌓아 두어야 했다. 
 
그저 삐뚤어진 심사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이 여자도 살아 남으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가죽을 벗겼던 것이다. 하지만, 아뿔싸, 잘못 짚었던 거다. 드라마 <서울의 달> 주인공 어설픈 제비 춘식(?)이 꽃뱀에게 물리는 것처럼. 

그 주위에는 그 처절함을 이해 못해 경멸하는 첫 남편도 있었고, 강한 자존심으로 구세주를 자처하고 싶어하던 애인도 있었다. 그런데, 이 범인을 뭐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불러야 하나.  묻지마 살인이 여기 저기서 터지고 자살이 너무 많아 뉴스로도 시들한 요즈음. 그래도 강한 척 살아가는 나는 그 여자를 뭐라고 부를까. 

가슴이 저려온다. 이 휴유증을 극복하려면 적어도 석 달 동안 미야베 미유키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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