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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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릿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번 <달콤한 나의 도시>를 너무 진지하게 즐겼기 때문에, 그리고 제목 속의 신비의 단어, <다이어트>에 흔들려서 읽기 시작했다. 나, 왕년에 한덩치 했었기 때문이었고, 다이어트와 심각한 부작용으로 힘든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나 혼자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글이 빠르다. 그리고 내 예상을 비웃듯 미끄러진다. 뭣보다, 재미있다. 숨가쁘게 나를 끌고 갔다. 그래서 아이들과 남편 눈을 피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아, 이게 칙릿이라고? 그래서 심각한 생각 안 하는 젊은 여자들이 드라마 보듯 읽는다고? 하지만, 거들먹거리면서 온갖 실험정신으로 난해한 문장을 쏟아내는 것 보다는 절감,공감,통감하는 소설이 더 낫지 않을까. 물론 각자의 존재 이유가 있겠지.  

거구의 여자 쉐프, CIA 출신, 서바이벌 게임등은 한동안 미국에서 서바이버 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The Biggest Loser 라는 쇼를 기억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이 과격한 설정이 나름 설득력 있게, 앞뒤 재거나 따질 여유를 주지 않고 다부진 글과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를 밀어부친다. 그리고 세상사에 마냥 너그러운 듯 싶었던 우리의 주인공도 실은 힘들게 오늘을 살아내는 just a girl 이란거다. 거식증과 죄의식을 연결시키는 시도는 멋졌지만 소설 초반의 총명이 흐려지는 듯 해서 아쉽다. 그리고 주인공 연두의 죄의식이라는 게 좀 불분명하다. 뭐가 그리 죄스러울까, 그녀의 착한 주인공 역할일까, 아니면 고양이를 부탁해, 설정 탓일까. 하지만, 드라마 최종회 스러운 마지막 부분, 백작가는 연두의 죄의식을 싹 씻어주기로 했다. 우리 모두의 가식, 그리고 솔직함을 보여준다. 자, 이런거야, 연두씨, 너무 괴로워마. 그리고, 너무 솔직해 지지도 마.  

밤 늦게 끝낸 이 한 권의 책. 부작용이 만만찮다. 제목엔 다이어트를 달고 나왔지만, 내용엔 감칠맛 나는 음식 묘사가 넘쳐난다. 읽으면서 먹은 간식의 칼로리를 계산하자면...음...난 한강변을 왕복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자꾸, 주인공 연두를 만두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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