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설정(아편전쟁, 옥스퍼드, 번역, 책, 마법)과 충격적 사건에도 중반부터 속도 내 읽기 힘들었다. 판타지 대체역사물이라해도 식민주의를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폭발하는 결말은 장렬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주인공의 아버지/주인이던 교수 러벨은 첨부터 끝까지 고약한 제국주의 유럽백인 그 자체. 주인공이 생기고 태어나 교육 받고 각성하는 과정이 넘나 처절하다. (실제 아편전쟁 책 저자 이름도 러벨. 권위있는 학자로 런던대 교수)
은막대(마법) 작동 원리(번역의 괴리에서 분출되는 힘) 상 단어 뜻과 어원 설명 분량이 많은편. 초반엔 재미있었는데 아는 내용도 많고 흐름을 끊는 본문 설명과 주석이 인물들을 삼켜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바벨>에 대한 내 기대 방향이 잘못이었을지도. 흥미진진하고 가벼운 마법 아카데미아 소설만 생각했다가 무거운 주제를 만나서 여러번 끊어 힘겹게 읽었다. 제국주의를 이렇게 언어의 힘과 함께 다룬 작가의 근성에 박수.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