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옛이야기 찾아 본 감상문.
스티븐 킹의 페어리 테일에는 저주 받고 추방된 공주님이 나온다. 공주님의 현직업은 거위 치는 소녀, 구스걸. 이 이야기의 원전 그림 동화에선 여왕이 보물과 수행 시녀, 말하는 말 팔라다를 딸려 공주를 다른 나라로 보낸다. 아마도 시집 가는 길? 하지만 공주는 어머니 여왕이 준 소중한 물건을 잃고, 보물과 옷 그리고 신분을 시녀에게 빼앗기고, 시녀가 냉큼 왕자랑 결혼하며 말하는 말의 목을 베고 공주에게 비밀 약속을 강요한다. 그리고 공주 자신은 초라한 신분이 되어 힘없이 거위를 친다. 거위 칠 때 동료? 소년은 자꾸 찝적거리고 공주는 거절하고 피한다. 공주는 매일 말의 잘린 목을 끌어안고 (아...악) 슬퍼하지만 (말馬은 목을 베었지만 말言은 계속 한다) 그 이유를 묻는 왕에게는 약속 때문에 말을 못하지만 대나무숲 대신 솥단지에다 대고 인생역전 썰을 푼다. 그리고 그걸 다 들은 왕은 괘씸한 며느리에게 잔인한 벌(그것도 옛시녀 자신이 셀프로 고안함)을 내리고 진짜 공주를 새며느리로 들인다. 그런데 왕자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군.
이 책에선 이 이야기가 자율성을 획득하게 되는 성장담을 보여준다고 한다. 시녀는 공주의 것을 선점, 탈취하는 나이 많은 존재, 즉 오이디푸스적 해설을 하자면 딸에겐 엄마, 아들에겐 아빠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강탈하는 행위를 바라는 게 바로 자신들임을 깨닫고 그런 생각을 포기하게 된다고. 딸이 제대로 크면서 아빠를 원하지 않게 되고 딸의 위치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딸/공주가 자기 확신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시녀에게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보물 등을 다 빼앗겨버린다. 또한 옛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인 잔인한 벌은 독자, 특히 어린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주인공의 고난과 노력 후에 오는 성공은 그 자체는 이야기 저변의 불안, 악의 존재를 없애지 못하기에 극도의 보복 같은 징벌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살벌한 벌의 묘사가 강렬하게 남는다는 걱정은 안하시나봐요? 난 젓갈 담긴 팥쥐랑 그 엄마 얘기가 콩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 보다 더 진하게 생각난다.
거위 치는 소녀는 스티븐 킹의 소설에선 약속 대신 저주로 말을 못하고 마법의 말 팔라다가 (목이 잘리지 않아서) 공주의 말을 대신 한다. 그리고 여기선 시녀도 충실하게 그 곁을 지킨다. 킹의 구스걸은 왕국을 탈환하는 액션, 악의 근원과 싸우는 결단을 내리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 자꾸 회피하는데 찰리가 옆에서 용기의 불쏘시개가 된다. 피한다고 지금의 고난이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해야한다. 그것도 남에게 기대지 말고 내가 내 손으로. 공주도 아니면서 돌볼 거위나 말하는 말도 없으면서 이 공주에게 과몰입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