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작용인가? 중국의 이방원 당태종 시대 궁궐 이야기를 이어서 읽었다. 아니, 그의 후궁이었다가 비구니로 출궁 후 다시 당고종의 후궁, 그리고 황후, 그리고 중국 역사 상 유일한 여성황제가 된 무측천의 이야기를 읽었다. 


복잡한 역사를 잘 풀어 주는 (그래서 역자는 후기에서 저자 이중톈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 고 길게 써놓았다. 저자의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로 수습하지만 왜 굳이 돈 이야기를 후기에?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역자샘이 샘 나셨나봄) 이중톈의 중국사 시리즈를 조금씩 읽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중국 사랑, 중국 역사 부심에는 긴장하게 된다. 역시 대륙은 무섭... 


이번 무측천 편에서는 여성 황제를 둘러싼 야사들을 따로 치우고 그 저편에 놓인 사실, 어떻게 무측천이 공식적인 황제가 될 수 있었는가를 분석한다. 무측천은 아래에서부터 움직였다. 이중톈은 그녀가 호랑이가 아니라 독사였다고, 당고종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너무나 강한 아버지 이세민에 눌려있어 그녀가 휘두르기 수월했다고 분석한다. 무측천은 궁녀들을 움직일 줄 알았고 혹리(지독한 관리)와 밀고, 이간질을 활용했다. 승승장구 황제의 자리에 오른 무측천은 이씨 나라를 무씨 나라(대주)로 바꾸는(예종의 성씨도 무씨로 바꿈) 역성혁명을 이루어 자신이 황제로 14년 넘게 통치했다. 거대한 건축물로 자신의 위세와 정치, 하늘의 뜻(측천은 하늘의 뜻을 법칙으로 삼는다는 뜻)을 과시한다. (이 대단한 프로젝트는 유덕화 주연의 영화 '적인걸'에 어딘가 어설픈 cg로 나온다) 이때 사용된 호칭은 성모신황, 이미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 전국 각지에는 '암탉이 수탉으로 변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용(남성)을 누르고 봉황(여성)이 득세했다고 썼지만 이중톈에게 그녀는 '늙은 무당이나 여마두'에 지나지 않았다. 권력을 너무 오래 누려 마음 속 악마가 튀어나왔다고 보았다. 그녀의 재위 기간 (남편 당고종 시기부터) 무측천의 세력은 계속해서 혹리와 무고가 필요한 공포정치 위에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적인걸 등의 두뇌가 무측천의 정치를 돕고 비교적 평화적인 위양을, 다시 이씨의 당나라로 회귀하는 방향을 잡도록 만든다. 이 둘은 하늘이 내린 단짝이라는 게 이중톈의 분석이다. (다시 유덕화 영화를 떠올린다) 


그녀의 비석에 아무런 글자가 쓰여있지 않다는 것은 멋진 소설의 마무리 같기도 하다. (판빙빙 주연의 사극 '무미랑전기'에서 화려하게 나옴. 하지만 80부가 넘는 대작이라 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무측천 이후 그녀의 딸, 며느리 등이 그녀를 본받아 여황제와 황태녀가 되려는 정치적 야망을 품지만 실패한다. 여자에 치여죽은(? 이중톈의 표현) 중종 이후 예종을 이어 현종이 개원의 치를 이루지만, 뭐 다들 알다시피 안사의 난과 양귀비가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무측천이 마지막 인사를 마친 후 다른 여인들이 또 무대에 등장했다.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나라 여인들은 수나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고조 이연의 딸, 평양소공주는 심지어 자기가 조직한 ‘낭자군‘이라는 무장세력을 갖고 있었으며 정예병이 1만 명에 달했다. [...] 물론 그것은 유목민족의 기백인 동시에 혼혈 왕조의 기풍이었고 나아가 선비족 여성 특유의 늠름하고 씩씩한 자태였다. [...] 당나라 상류사회의 여인은 회골의 옷을 입고 토번의 화장을 하고 돌궐어로 말하고, 서역의 말을 타고, 폴로를 즐기고, 심지어 남장까지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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