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면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매우 투박한 소설이다. 묘사의 수위도 쎄고 폭력과 선정성은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인물들 등장과 퇴장, 사건의 마무리는 매끄럽지 않고 급작스럽고 다 '마술'로 수습된다. 계속 언급하는 푸시킨이나 평론가, 관리들은 생전의 불가코프를 억압하던 존재들이리라. 거장의 원고를 위해 싸우는 마르가리타에는 불가코프의 부인이 겹쳐진다. 거장 커플과 악마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 소설의 메인 이야기가 끝난 후에 이어지는 시인 이반과 아랫집 니콜라이 등의 에필로그는 지금의 독자가 조금이라도 이 이야기를 잘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몸짓같다. 


책을 덮고나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 

2005년 러시아에서 10부작으로 방영한 TV문학관 영상을 유툽에서 찾아서 (한글 자막) 봤다. (DVD는 품절) 그럴 시간이 ... 납니다. 러시아 문학이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악마 보다는 그 부하들, 특히 키다리 코로비요프와 고양이 콤비의 폭력 개그 연기가 일품이며 나약한 예수아와 성미 급한 마태오도 열연을 펼친다. 글로 읽어서도 좋았지만 영상으로 만나는 1930년대 모스코바 아파트와 극장, 공원 장면도 인상적이다. 특히 환상적인 하늘의 비행신들은 악마의 파티, 불, 온갖 변신 장면들과 함께 초급 cg로 안전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래서 살벌한 단두 장면들과 살인 장면은 별로 안 무섭다. (과격한 그 회차엔 성인인증을 필요로 함) 현대(1930년대) 러시아 장면에선 소설보다 더 비판적인 해설을 덧붙인다.(2005년은 푸틴 2차 임기 중) 


러시아 방송을 10회차나 보고나니 러시아 말 몇 마디는 알게되었다. "하라쇼"=좋다.   "다,다"=그렇다 


이 소설은 하라쇼다. 다다. 그래서 소설과 영상을 본 나의 감상문을 (여지껏 다 떠들어 놓고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어쩐지 내 그림은 안 하라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09-26 0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림도 하라쇼. 다죠.

유부만두 2023-09-26 07:33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스파시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