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은 다에코와 두 자매의 감정이 소원해지지나 않을까, 특히 유키코와의 사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온 데이노스케는 사치코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찾아볼 생각으로 욕실 앞 다다미 여섯 첩 크기 방의 장지문을 열었다. 유키코가 툇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다에코가 발톱을 깎아 주고 있었다. 

"언니는?" 

"언닌 구와야마 씨 댁에 갔어요. 아마 곧 올 거예요."

다에코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유키코는 발등을 살며시 옷자락 안으로 감추며 앉음새를 바로 했다. 데이노스케는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반짝반짝 빛나는 발톱을 다에코가 무릎을 꿓고 하나하나 손바닥에 주워 담는 모습을 흘깃 보고는 곧 문을 닫았다. 그 한순간 자매의 아름다운 정경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이 자매들은 의견의 차이는 있을망정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 같았다. 




둘째 사위는 어느 날 저녁 두 처제들을 보며 자매들의 우애를 생각한다. 이 소설의 평범하고도 매우 내밀한 장면을 영화판 <세설 The Makioka Sisters, 1983>에서는 노골적인 성애 장면으로 만들어 놓았다. 둘째 사위 데이노스케는 영화 초반부터 아름다운 유키코가 음식을 먹는 장면을, 그녀의 입을 (클로즈업) 홀린듯 쳐다보고, 중반부엔 유키코의 옷입는 것을 도와주다 포옹한다. (그걸 부인이 목격하지만 결국 오해(??)라며 나중에 화해함) 하지만 맹하달까, 무심한 유키코의 표정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정수인 유키코가 결혼을 하자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데이노스케는 눈물바람으로 혼술을 한다. 영화판 <세설>은 1930년대가 아닌 1980년대 쇼와 시기의 화려하고 무거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안볼걸 그랬지) 

자매들이 서로 발톱을 깎아준다거나 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것은 친밀감의 표시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일본의 또다른 네 자매 (막내는 아버지의 불륜/두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남)도 언니가 막내의 발톱 정리를 해주며 어릴적 추억을 나눈다. 이 장면에서 막내가 언니들과 드디어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농염한 영화 <세설>의 발 장면 때문에 이 장면이 오염된 기분 마저 든다. 



그나저나 나는 왜 변태같이 '발'과 '발톱'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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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1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손과 손톱에 집착하곤 하는데 만두님은 발과 발톱에??ㅋㅋㅋ
저는 손이 못나서 집착하거든요.
혹시 만두님도??^^

유부만두 2023-01-11 18:32   좋아요 2 | URL
ㅎㅎㅎ 평소엔 아닌데 이 소설 읽으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발톱˝ (ㅂ ㅂ ㅂ 두운법)에 꽃혀서 연결되는 발톹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