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이 작품과 작가를 옥죄는 상황에 대한 작가의 토로.
'끝까지 몰아부치는' 폭력과 성애 장면을 자주 쓰며 극한의 감정과 상황을 소설 속에 녹여내는 작가 마쓰 유메이는 어느날 국가 기관으로 부터 소환장을 받는다. 기르던 고양이가 집을 나간지 며칠, 뒤숭숭한 마음으로 간단한 짐을 챙겨 어느 해변가 기차역에서 낯선 공무원의 차를 타고 '요양원'에 입소한다. 곧 자신의 자유를, 운신의 자유와 글쓰기 및 생각의 자유를 빼앗긴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 작가는 과연 이 요양소/수용소/무덤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탈출에 성공한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PC한, 체제 순응적인, 좋은 소설은 무얼까. 작가의 입장에서 본, 규율에 몸서리치는 소설은 의외로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예전 소설 보다는 순하고 읽기가 쉽다. 피도 덜 나고 축제를 벌이는 듯한 성폭행 묘사도 없다. 하지만 작가가 더 이상 자유로운 작가가 아닌 상황을 그리고 있으니 최악의 디스토피아이다. 독자 입장에선 ... 음.... 작가가 맘껏 그려내는 '극한'에 대해선 독자 나름대로 호불호를 나름대로 가질 수는 있다고 본다. 독자가 그렇게 멋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는 아니니까... 중요한 건 소설이 만든 그 세계 안에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하늘에서 생선이 내려도 계속 읽어나갈 수 있다. 대신 인물이 생뚱맞거나 작가가 도드라진 목소리로 독자를 가르치려 들거나, 게으르게 뻔한 이야기를늘어놓는다면 그거야 말로 '아웃'이다. 독자인 나는 새롭게! 재미있게! 홀려주는 작가와 작품을 바란다. 그런 점에선 이 소설은 슴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