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한 음식, 가족과의 추억, 한국인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며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를 애도하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 결심하)는 글이다. 많은 부분에 내가 십여 년 유학 생활 동안 겪은 한인 마켓, 한국으로의 여행, 가족들과의 사이에 멀고도 애틋하게 느낀 감정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한국인, 미국인 정체성과 부모 자녀 사이의 유대감 고민은 이민자 문학에서는 피할 수 없는 주제로 보인다. 하지만 중반부에 반복 나열되는 음식들은 저자의 감정선과는 별도로 지리하고 한국의 '문화'에 대한 흔한 묘사와 (여행 가이드 북을 닮은) 선입견 내지 포장이 많이 보인다. 어머니의 간병과 사후 복잡하게 얽힌 갈등 이야기는 채 수습하지 못해 산만하게 흩어져 있으며 저자가 Japanese Breakfast를 닉네임으로 정한 이야기는 생뚱맞게 도드라진다. 하지만 이런 게 또 인생 이야기 아닐까. 


인생의 단짝인 남편 피터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묘사에 다시 프루스트를 만나서 반가웠다. 이 부분이 험담으로 쓰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He was a proficient guitar player but interested in more sophisticated endeavors—compiling redacted poetry, translating three-quarters of a novella. He had a master's degree and was fluent in French and had read all seven volumes of In Search of Lost Time. (131)


내가 좋아한 부분은 

Unlike the second languages I attempted to learn in high school, there are Korean words I inherently under-stand without ever having learned their definition. There is no momentary translation that mediates the transition from one language to another. Parts of Korean just exist somewhere as a part of my psyche—words imbued with their pure meaning, not their English substitutes. (197)


마지막 챕터에서 신중현과 '커피 한 잔'을 만나자, 내 기억 저어짝에서도 그 노랫가락이 흐르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미국에서 '한국(인)'은 지금 여기 한국이 아닌 추억과 기억, 정체성에 대한 의무감과 '정' '핏줄' 이런 것들이 만들어 낸 또 다른 곳/의미가 아닐까 싶다. 저자 미셸 자우어가 위안과 도움을 얻었다는 유명 한국계 미국인 '망치 Maangchi'의  요리 유툽도 그렇다. 그녀의 화장, 악센트가 '한국적'이라는 정형성과 협업하는 모습은 한국에 살고 있는 내 눈엔 너무나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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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1-01 15: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감동적이라고 막 그런말을 들어서 딸아이에게 은근 읽으라고 했었는데 딸아이도 님과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그럼 저는 패스..^^;;

유부만두 2021-11-03 23:28   좋아요 0 | URL
첫 챕터는 좋았는데 중반부턴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가 성글게 반복되어서 실망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