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넨 방금 그 남녀를 보고 놀리지 않았나? 그렇게 놀린 데는 사랑을하고 싶지만 상대를 구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포함되어 있었을 거야."
"그런 식으로 들렸습니까?"
"그렇게 들렸네. 사랑의 만족을 맛본 사람한테서는 좀 더 따뜻한 말이 나오는 법이거든. 하지만, 하지만 사랑은 죄악이네. 알고 있나?"
나는 깜짝 놀랐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P45

"아무튼 날 너무 믿으면 안 되네. 곧 후회할 테니까. 그리고 자신이속은 앙갚음으로 잔혹한 복수를 하게 되는 법이니까."
"그건 또 무슨 뜻이지요?"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 P50

"누가 먼저 죽을까?"
그날 밤 선생님과 사모님 사이에 일었던 의문을 속으로 되뇌어보았다. 그리고 그 의문에는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먼저 죽을지 확실히 안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할까? 사모님은 어떻게 할까? 선생님이나 사모님이나 지금 같은 태도로있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아버지를 고향에 두고 있으면서도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처럼.) 나는 인간을 덧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어찌할 도리가 없이 갖고 태어나는 경박함을 덧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03

아주머님은 내가 사는 책의 양을 알고 있었지. 산 책을 다 읽느냐고 묻더군. 내가 산 책 중에는 사전도 있지만, 당연히 대충 훑어보아야 하지만 아직 페이지조차 자르지 않은 책도 몇 권 있어서 나는 대답이 궁했다네. 어차피 필요 없는 걸 사는 거라면 책이든 옷이든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게다가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고 있다는구실로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하는 오비나 옷감을 사주고 싶었네. - P185

지금 자네는 친척들 중에 이렇다 하게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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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2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좋아해서 따로 메모해둔 구절하고 거의 겹칩니다!!

유부만두 2021-09-28 07:42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막 반가운데요?
소세키는 ‘그후‘만 읽고 (가슴쿵) 다른 책들은 영 지루해서 책만 사두고 묵혔더랬는데 아, 이번에 읽으면서 책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왜이리 좋던지요. 늙은 아저씨 글에 이리 감동하다니 분한 마음이었지만 어쩌겠어요.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