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돌이 님의 홍콩 관련 북 리뷰를 읽고 나서 삼년 전 다녀온 그 도시가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이젠 여러 이유로 더 멀어진 그 도시에 대한, 집에 있는 책을 먼저 읽었다. 그 책의 배경이 되는 사건은 2014년 가을, 바로 그 우산혁명의 시간, 경찰과 시위대로 지상 교통이 마비되자 더욱 붐비는 전철에서 벌어진다. 상대는 만14살 중학 2년생 샤오원. 소설의 '서장' 2015년 봄날엔 이미 투신한 상태로 누워있다.  


망내인, 이라는 제목이 낯설지만 부제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인터넷 통신, 댓글, 방구석 코난, 편견 등이 어떻게 사람을, 사람들을 서로 죽이고 있는지, 죽도록 유도하는지 그 뒤의 칼자루를 쥔 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있다. 시선은 자비심없고 잔인하게 철저한 복수!를 향해 독자를 '홀려' 끌고 간다. 그 와중에 친절한 IT 수업은 덤? 나같은 문과 아줌마 독자도 쉽게 이해할 기술 개념의 (반복) 설명이 홍콩 거리의 묘사 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 한다. 


하지만, 소설의 '망'은 좀 성글다는 느낌이 든다.  '亡'삘이 날 정도로. 

샤오원의 부모 이야기부터 해서 홍콩의 역사/가족의 비극을 풀고 아이(이십대 여성인데 이름이 '아이'임)가 동생 샤오원의 죽음의 책임을 가진 인물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조금씩 그 범인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학교에서 범인의 한 축을 밝혀가며 다른 편에선 IT기업에서 일하는 범인과 정면승부하는 .... 언니 아이가 아니라, 그녀의 전재산을 의뢰비로 받은 천재 해커, 건물주 (홍콩의 건물주!) 아녜. 


하지만 ... 학교에서의 관계는 얽히고 설켜 있었고 (하지만 결국 2013년 겨울의 사건은 잘 설명 되지 않고 흐지부지) 복수는 복수를 낳으니 류의 분위기와 깊은 산속의 까칠한 도사님 포스의 아녜의 모습은 베리 올드 스타일이다. 홍콩 소설이라 표현법이 어쩐지 초한지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그 점은 좋았다우). 하지만 '누명'이라는 말이 너무 당당하게 나올 때 부터 그 넘이 찐범이구나 싶었는데, 그 인물에 대한 신체 묘사는 의외로 결말부에 가서야 나온다. 초반에는 이 두 범인들의 관계도 일부러 모호하게 설정한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싫었던 것은...


두 어머니를 대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한 명은 성실한 남편이 직장에서 사고로 사망하고 (보험금이나 사회보장 보호도 못받고) 몸이 말그대로 바스러지도록 두 딸만 키우다가 병으로 사망한다. 정갈한 그 집의 두 딸은 안 보이는 속내는 의외의 모습이 있...(다고 연기만 몇백쪽 피우다가 피우다가).... 또 한 어머니는 십대에 결혼해서 두 아이들 두지만 열살이 넘은 큰 애는 놔두고 (누구에게? 어디에?) 5살 아이만 데리고 부잣집에 재가하지만 5년 후 그 막내 마저 버리고 (쪽지 한 장 남기고) 집을 나서버린다. 그 막내가 커서 뭔갈 잘못 한다면, 그건 그 무책임한 엄마 탓이라고 은근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깔고 있다. 그러니 그 버려진 큰 아들이 자라나서 홍콩의 n번방 가해자가 되었으니 일본 소설 <고백>이 작중에 인용되는 건 또 다른 복선인 셈이다. 뭐든 다 엄마 탓이네, 이것들이.


그러다가....갑자기 맨 마지막은 동화 결말인건가??? 갑자기 아이의 경제 사정이 다 해결된다. 양심의 문제, 동생의 사망에 대한 상실감과 모든것을 다 해결한다. 그렇게 쉽습니다. 이 소설 속의 세계, 홍콩은. 단지 당신이 천재 (온갖 스코커 짓을 전력투구로 하는) 해커이며 건물주인 (이 부분이 더 중요함) 탐정이거나 그 친구여야한다. 


책은 중반부까지 정신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완탕면에 대한) 으으리로 읽었다. 공용 wifi 이용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모르진 않았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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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08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멤버 홍콩 리뷰를 좀 제대로 쓸걸 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ㅠ.ㅠ

유부만두 2021-06-08 06:49   좋아요 0 | URL
리멤버 홍콩 책 기다리다가 집에 있는 책 먼저 읽은 과거의 저를 땟찌하고 싶습니다.

이제 제대로 리멤버 타임을 가지겠습니다. 바람돌이님의 홍콩 바람은 시기적절해요. 가슴에 좀 사무치는 면도 있... (응?) 잠깐만요, 저 bgm 으로 영웅본색 좀 틀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