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과 책에 대한 따뜻한 책을 읽고 싶어서 골랐는데 ...


1959년 영국의 어촌 마을에서 중년의 여성이 낡은 창고 건물을 은행 융자로 구입해 혼자 서점을 연다. 젊은 시절 일한 경험도 있지만 서점을 열면서 큰 욕심이나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녀 프로렌스가 책을 즐겨 읽거나 문학에 조예가 깊지는 않다. 서점은 그저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장소, 그녀가 혼자 살아갈 장소가 된다. 눅눅한 바다 바람이 부는 곳, 전쟁 후 시간은 흘렀지만 을씨년스럽고 여기저기 장소와 사람이 조용하게 버려져 있는 소도시. 하지만 그곳에도 소위 전통, 역사, 아집, 혹은 지방 유지가 있고 알력과 텃세가 있다. 


플로렌스가 차분하게 서점을 열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귀부인과 적이 되고 열살 소녀 크리스틴을 알바로 만나고, 지방 유지와의 우정이나 런던 독신남을 대하는 장면들은 평범한 책, 서점 소설 같이 전개된다. 책과 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의 시골 서점 성공담. 


책 검색을 하다보니 몇년 전 영화로도 나왔다. 


벗뜨, 자상한 서점 주인의 문학사랑과 경제독립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동네 서점이, 타지인이, 돈 없는 싱글 중년 여성이 서점을 열고 흥하나 싶다가 접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거나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웃픈...아니 씁쓸한 유머를 계속 깔고 있다. 서점 알바 크리스틴의 반전 (어쩌면 매력) 그리고 지방 유지와의 우정의 갑작스러운 변화, 무엇보다도 서점을 잠깐 흥하게 하는 책, 롤리타의 등장.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서점 주인은 읽지 않고 그저 '좋은 책'인지 '팔릴 책'인지를 고민한다. 어촌 마을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롤리타가 어떤 독서 감상을 불러오는지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다. 그것이 또 하나 이 책의 씁쓸한 유머인지도 모른다. 팔린다고? 이해한다고? 그래서요? 


마음 따뜻해지는 동네 서점 성공담 같은건 1959년 영국에도 없다. 게다가 21세기 역병의 시기에 동네 서점은 더한 위기에 처해있다. 다큐멘터리 The Booksellers 예고 영상도 봤는데 암담한 서점과 독서의 미래를 이야기한다해도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뛴다. 서점, 책, 소설, 종이..... (난 안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07-09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동네서점은 정말 로망인것 같아요. 서점에 대한 책은 계속 나오는 것 같구요.
저 롤리타를 읽지 않아서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항상 좀 복잡합니다, 마음이... 롤리타에 대해서는요.

유부만두 2020-07-09 20:23   좋아요 0 | URL
롤리타는 소설 자체 보다도 문학사에서 더 큰 이슈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전 읽으면서 꽤 실망했고요.
문장이 아름답거나 인물이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영어본 소설이랑 우리말 번역본 (민음/문동) 을 읽었는데 ..... 유명한 소설도 정작 독자가 읽어야 각자의, 독자마다의 진짜를 만난다는 진실을 깨달았어요.

소설의 해설은 독자 마다 다르겠지만 전 글쎄요, 굳이 .... 찾아서 읽기까지 할 만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레베카 같은 재밌는 소설도 있는데요. 저 곧 읽겠습니다!
참, 나보코프의 문학강의 책은 강추에요. (전 읽는중) 그리고 이 소설에서 롤리타는 어떤 상징이에요. 논란의 롤리타를 그렇게 많이 사는 사람들의 동네에서 작은 서점이란 ... 저자 페넬로페 피츠제랄드의 문장은 날카롭게 찌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