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표현으로 '백성'은 농민 쯤 된다고 한다. 흙과 땀 냄새 풍기며 빈한하게 살 것 같은 농민이 (더 정확하게는 축산업 종사자) 호화롭게 산다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는데 그 '호화로움'이 매우 현실적이다. 좋은 공기, 넓은 땅, 질 좋은 먹거리 등. 하지만 모자라는 수면 시간과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어떠냐, 이 대단한 축산업, 너희 도시껏들이 모르는 진짜배기 생명의 땅! 우리가 느그들을 먹여 살리고 있단 말이다! 같은 만화다. 


저자 아라카와 히로무는 '은수저' 만화로 먼저 알게된 작가다. 나는 애니판을 시즌 1, 2를 챙겨 봤었는데 농업고등학교의 치열한 노동과 더 치열한 급식이 이토록 재미있을줄 몰랐다. 하지만 그 재미란 게 은근히 피맛을 풍긴다. 귀여워하던 아기 돼지를 곱게 키워서 ... 잡아 먹는다. 정성들인 바베큐로 인간들이 모여서 잔치를 한다. 호러 만화 아님. 

이 만화 백성귀족에서도 그 감출 수 없고, 감출 생각도 없는 생명의 순환 이랄까, 피의 진실 같은 게 나온다. 낙동업은 소의 젖을 기본으로 한다. 젖은 엄마가 아가를 위해 만들어 내는데 일단 농가에서 송아지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인위적 혹은 기업적이다. 물론 강제적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우유를 짜내고 뽑아내고 판다. (송아지는 보내버린다, 고 심플하게 알려준다. 어디로 보내겠냐고) 우유로 생산하는 치즈와 버터, 도시인들이 찾거나 무시하는 농산품들의 유통도 이야기한다. 분명 저자는 고기도 유제품도 (더해서 채소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이지만 이 만화는 역설적으로 내가 유제품을 먹지 않는 걸 칭찬하고 있었다. (2018년 9월부터 비건입니다.)   

재미도 있고 (피와 착취당하는 동물이 나와도) 너무나 열심히 몸으로 일하고 싸우는 등장인물 (이라지만 소 가죽을 뒤집어 쓰고들 있음)이 밉지 않다. 쓰다보니 인간들을 동물로 그려놔서 그 착취 관계가 흐려지나 싶다. 아 영악하여라. 저자가 암소로 그려진 만큼 여자 작가라 다시 마음을 주었다. (이런이런) 이렇게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서! 흙냄새 풍기면서 (똥냄새는 사절) '일하는' 사람들이 좋다. 하지만 주인공이 '화이팅' 이거나 '힘내!' 하는 장면들의 배경컷이 욱일기 모양이라 ... 종종 쎄하다. 이런건 일본 만화를 볼 때 참아야하는 건가, 우리나라 번역본에선 수정할 순 없었을까 싶었다. 6권까지 나왔는데 일단 4권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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